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15
악녀는 두 번 산다 115화
수도의 정세는 요동쳤다.
처음 카람이 톨드 산맥을 넘어 에브론 대공령을 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에는 누구도 상황이 이런 식으로 번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전쟁 자체는 사실상 뒷전으로 물러났다. 에브론 대공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은 간간이 들려왔다.
카람이 전술적이 되었다, 공성 병기를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 말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그 소식이 처음 전해지고 두 달이 되어도 톨드 관문이 뚫렸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수도 사람들은 금세 안이해졌다. 곧이라도 앨리아 장성까지 적이 몰려올 것 같은 두려움도 희석되었다.
그리고 수도만 뚫리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북부의 전쟁도, 서부의 몬스터 웨이브도, 남부의 해적도 모두 남의 일에 불과했다.
에브론 대공은 처음 전선에 나선 소년 장군 시절부터 패전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북부 국경을 훌륭하게 막아낼 것이 틀림없었다.
전쟁의 두려움이 사라지자 표면에 떠오른 것은 황제의 새로운 처분이었다.
황제는 북부에서 벌어진 사태를 크게 염려했다. 겁에 질린 에브론 대공비가 황제의 앞에서 눈물로 호소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을 듣고 헤일리와 프레일은 괴상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았다.
“이건 비 전하께서 흘린 소문일까요?”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일 수도 있죠. 남들이 듣기에 별로 이상하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로 옛날에 없던 일도 아니잖습니까?”
타지에서 결혼해 온 에브론 대공비가 한 차례 전쟁을 겪고 두 번 다시 에브론에 가지 않은 경우는 제법 있었다.
에브론 대공이 걱정 때문에 아내를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는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어느 쪽이든 아르티제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그런 이야기였다. 세드릭이 걱정 때문에 돌려보냈다는 말이, 또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닐 것 같아서 더 그랬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한 문제는 아니었다. 황제가 북부 지원 문제를 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그랬다.
명분을 얻은 황제는 군비를 크게 늘렸다. 그중 다수는 북부 지원용의 물자였다.
곡물, 건초, 포목과 솜이 대량으로 징발되었다. 약간의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절대 그 본래의 값을 다 치러주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액수였다.
그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화약과 기름은 그야말로 바닥까지 긁어내었다. 사냥용 총에 쓸 탄약과 광산에서 쓸 화약까지 모조리 거두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지 않은 양의 강철도 징발되었다.
그것이 모두 에브론 대공의 손으로 들어간다면, 귀족들은 차라리 안심했을 것이다.
황제가 전에 없이 에브론 대공에게 후하게 굴긴 했다.
북부의 항구가 녹아가는 시기였다. 보급물자 중 다수가 모이는 대로 우선적으로 북부로 보내졌다.
그러나 화약과 기름은 문제가 좀 달랐다.
북부가 뚫렸을 때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황제는 그것을 절반 이상 앨리아 장성에 비축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중앙군과 친위 기사대가 주둔지를 바꾸며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것이 귀족들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로이가르 대공은 웃는 낯으로도 불안감을 다 숨기지 못했다. 징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자를 내놓으면서 그는 유난스럽게 호탕하게 굴었다.
나이 많은 귀족들은 과거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숙청을 기억하고 있었다.
숫자는 적어도 정예 중의 정예 기사단을 거느리고 있었던 선대 에브론 대공조차도 하루아침에 역모를 뒤집어쓰고 처형을 당했다.
지금의 황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문득 귀여운 아들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숙청을 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로이가르 대공에 이어 동부의 지주들이 대표로 식량과 포목을 내놓았다.
황제는 그중 또 일부를 갈라 서부로 보내고, 에브론 대공비에게 시켜 환곡 사업에 쓰도록 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거기에는 확실히 당황하고 말았다.
“북부와 서부, 그리고 동부와 중부, 남부를 나누어 지배한다는 계획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군요. 애초부터 세드릭에게, 아니, 에브론 대공비에게 그럴 뜻이 있긴 했던 겁니까?”
로이가르 대공은 불쾌감을 숨기지 못한 채로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말했다.
평소에라면 처형으로서 좀 더 존중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얼굴을 납빛으로 물들이고 대답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대공 전하.”
“그런 말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서부를 이용해서 황제 폐하와 협상하려다가 역으로 이용된 게 아닌가 합니다. 아무래도 에브론 대공비는 아직 어리니까요.”
“이용? 지금 상황이 말입니까? 에브론 대공가는 손해 본 것이 없어요.”
“장차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 않습니까?”
미간을 찌푸리는 로이가르 대공에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환곡 사업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손해가 되지요. 에브론 대공에게 가장 큰 자산은 에브론 대공령의 충성심을 제외하면, 그 자신의 청렴한 명성이니까요.”
“……흠.”
“지금의 서부군은 에브론 대공이 완전히 다시 만든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러고도 서부를 위해 놓아둠으로써 서부인의 마음을 얻었지요.”
지금의 서부군이 자체적으로 서부를 지켜도 모두 세드릭의 공이다.
서부군이 두 번만 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면, 서부는 세드릭을 수호신으로 여기고 자연히 그 밑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쯤 되면 제도적으로 통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로이가르 대공이 서부의 지배권을 인정해주려 했던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신뢰할 만한 동복누이의 아들이자 우수한 군인이 서부의 힘까지 등에 업고 자신을 지지해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없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세드릭이 평생 가는 정치적 파트너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실망감이 크기도 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말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명성을 잃으면 서부도 잃는 것과 같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전부터 에브론 대공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싶어 하시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죠. 저는 에브론 대공비가 황제 폐하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브론은 그다지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처형.”
로이가르 대공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물밑에서는 다른 협상 조건이 더 있을 거라는 데에 처형도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장기적으로 에브론 대공비가 바라던 방향은 아닐 거예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서부에서 환곡 사업을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이권을 획득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에브론 대공이라는 이름에 따라붙은 명성은 사라지고 말 거예요.”
“어쨌든 세드릭은 합법적으로 서부의 이권을 손에 넣었어요. 거기에 안주할 가능성은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황제를 뒷받침하는 일이 된다.
“콜튼 수사가 에브론 대공비의 부탁을 받아 서부 환곡 사업에 자문으로 참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에브론 대공비가 무슨 수로 콜튼 수사를 설득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요, 대공 전하. 그것이 에브론이 황제 폐하에게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는 뜻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콜튼 수사의 성품을 생각해보면, 그 반대이기 때문에 설득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말에 로이가르 대공이 약간 누그러졌다. 그것도 그랬다. 그 뻣뻣한 노주교는 결코 황제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황제 폐하의 연세를 생각하세요. 평생을 폐하에게 충성을 바쳐온 충신들조차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리고 에브론 대공비는 아직도 19살의 생일을 맞이하지 않았습니다. 20년 후를 생각하면, 절대로 황제 폐하에게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어요.”
로이가르 대공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의혹과 신뢰가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공손히 눈을 내리깔았다. 아직 로이가르 대공은 그녀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서 껄끄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안에 있는 불안감을 감지한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스카일라가 에브론 대공비에게 부탁을 받고 황후궁에 갔다고 들었는데.”
“네. 파벌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분이 적절하고 특별히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17세에서 20세 사이의 미혼 숙녀를 청했다고 하더군요. 7명 정도가 시녀들을 도와 탄신연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요.”
황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과거의 리아간 공작가와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도, 사양하지 않을 기회였다.
“스카일라에게 도움을 주어야겠군요. 아무튼 황후 폐하께서 로렌스를 귀여워하게라도 되면 난처한 일이니까.”
로이가르 대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대공으로서가 아니라 제부로서 말했다.
“그런데 처형은 왜 한숨을 쉽니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깜짝 놀라 몸을 경직시켰다.
그녀는 자신이 설득을 위한 설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이가르 대공의 의심은 그녀도 거의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아르티제아의 입장에서 변명하듯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이가르 대공이 아르티제아를 포섭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는 순간, 이전의 결정에 대한 기회비용이 책임이 되어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카일라가 아르티제아의 부름을 받았다. 로이가르 대공이 수상하게 생각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가 염려하던 대로 바로 지금, 로이가르 대공의 눈빛이 언짢은 기색을 띠고 있었다.
로렌스의 사정은 로이가르 대공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는 황제의 행보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받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이번에 손해를 보는 것은 거상과 대귀족이었다.
그는 적절한 선에서 자발적으로 재산을 내놓았다. 로렌스를 뒤따라 딱히 압박을 받은 적 없는 부유한 관료와 젊은 청년 귀족들도 그렇게 했다.
황권이 강해지는 것은 로렌스에게 있어서 그리 손해가 아니었다. 하지만 심적인 부분까지 그렇지는 않았다.
“조금 답답하긴 하군.”
그는 가얀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그렇게 말했다.
“아바마마께서는 언제까지 모든 것을 당신 손에 쥐고 계실 셈인가?”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작은 한탄이었다. 가얀은 위로하듯이 말했다.
“그 모든 것이 다 로렌스 경에게 물려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로렌스 경이 합법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황제 폐하께서 여러 가지 일을 맡기실 겁니다.”
가얀은 황제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로렌스가 진지하게 내심을 토로하고 답을 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대답하여 기분을 맞춰 주었다.
로렌스 휘하에 있는 호덴 자작이 남부로 향했다.
그의 수행원 중에는 로렌스 파벌의 여러 귀족들의 가신이 섞여 있었다.
리아간 공작가에 곧바로 뭔가를 제안하거나 공작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판단을 맡겨 두기에는 너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어리석은 일이기도 했다.
현명하다고 하는 것은 호덴 자작이 믿을 만큼 충성스러운 자는 아니니 여러 귀족의 수하를 함께 보내어 감시하고, 정보도 교차 검증하는 것이 옳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명이 함께 움직임으로써, 반대로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 누가 첩자일지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호덴 자작의 수하 중에 한 사람이 렉센 부인 데어리를 만난 것은 남부 리아간 공작령에 당도한 직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