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19
악녀는 두 번 산다 119화
리시아는 로렌스를 보고 깜짝 놀라서 말에서 내렸다.
처음에 아르티제아가 로렌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더라도 가능한 한 말을 섞지 말라고 말했을 때에는, 그것을 경계로만 받아들였다.
로렌스는 단순히 모시는 분의 오빠가 아니다. 그는 황제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에브론 대공가가 얽혀 있는 복잡한 정치적 상황의 한 축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친오빠이면서도 경계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시아가 섣불리 실수라도 했다가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하거나 아르티제아가 난처한 입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정말로 아르티제아는 감정적으로 그 일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실제로 만난 것은 황후궁에서 그때 한 번뿐이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혹시라도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더더욱 주의했다.
하지만 이렇게 저택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모르는 척하고 들어가 버릴 수는 없었다.
그건 살짝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아르티제아의 체면과 모르텐 남작가에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
리시아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귀한 손님께서 오신 줄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그것은 감히 말 위에서 내려다본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로렌스는 화내지 않았다. 그가 잠시 리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시아는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물끄러미 바라보는 로렌스의 시선이 깊어서 결국 못 이기고 얼굴을 빨갛게 하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어딜 다녀오는 길인가?”
로렌스는 별로 할 말이 없었기에 그렇게 물었다. 리시아는 단답으로 대답했다.
“네.”
리시아는 자세히 대답하지 않았다. 현명한 사람들은 정말 사소한 단서에서도 놀랄 만큼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졌다.
로렌스는 리시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여자였다. 어리고 꽤 예쁘장하지만, 그것뿐이지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리시아만큼 예쁜 여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 연락만 하면 달려올 여자 중에도 리시아보다 예쁜 여자가 몇이나 있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에 못처럼 박혀 있었다.
로렌스는 몇 번이나 꿈도 꾸었다. 꿈속에서 리시아는 그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깨어났을 때에는 가슴이 술렁거리고, 갈증이 났다. 그는 새벽에 눈을 떠서 밤새 한숨도 못 붙인 적도 있었다.
한 번 가져 보면 이 기분이 사라질 것이다.
원래부터 그는 사람에게도, 감정놀음에도 관심이 없었다. 사랑은커녕 연애조차도 유희거리로 여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애인은 언제나 자극적인 쾌락을 나누는 상대에 불과했다.
차라리 그가 흥미롭게 여기는 감정은 증오나 공포, 멸시, 그밖에도 온갖 부정적이고 격정적인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죽음의 앞에서나 내보일 수 있는 진실한 감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상대가 가져서는 안 될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를 유혹해서 농락하고 버리는 것은 로렌스에게 대수로울 것 없는 일이었다. 간단하기도 했고, 뒤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일도 없다.
하지만 여동생의 시녀를 놀이 상대로 삼는 것은 모양새가 나빴다.
상대가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녀라면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도 황후가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에브론 대공가의 오래된 가신이었다. 세드릭과 이런 문제로 분쟁이 생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리시아는 머뭇거렸다.
로렌스는 품성이 나쁜 사람이다.
리시아는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렌스가 난잡하고 오만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뺨을 붉히며 그의 아름다움을 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담대하고 귀족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로렌스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조차도 사생활이 방탕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아르티제아가 로산 저택 안에서 받아온 학대를 방관한 자였다.
그녀의 경고가 없었어도 절대 깊이 관계되어서는 안 될 상대였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주보면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처음 마주쳤을 때 느낀 것은 설렘이었다.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불안감을 느꼈다.
가슴속 어딘가에 말라 부스러진 잔여물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몹시도 복잡하여 좋다거나 싫다는 단순한 범주로 분류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이해하기에 리시아는 아직 어렸다. 이름도 모르고, 형태도 되지 않은 감정은 불가해한 것일 따름이다.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뭔가가 풀다 만 실타래처럼 뒤엉킨 것이 오갔다.
겨우 두 번째 마주친 것뿐인데, 평생분의 감정이 가슴을 부풀게 했다가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사로잡힌 것처럼 그에 대한 생각이 진득하게 머릿속에 맺혀 있다.
그녀는 애써서 눈을 내리깔았다. 로렌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수도에서 생활하는데 뭔가 어렵거나 불편한 일은 없고?”
“……네. 비 전하께서 부족함 없이 보살펴 주십니다.”
“내 이름, 알고 있나?”
로렌스가 충동적으로 물었다.
“네, 로렌스 님.”
리시아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로렌스의 가슴이 이상하게 쿵쿵거렸다.
그는 리시아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들어본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사벨린 가에 살고 있어.”
“네, 알고 있습니다.”
“언제든 찾아오도록 해.”
로렌스는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리시아가 찾아오면?
글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로렌스가 가볍게 리시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다시 마차에 올랐다.
리시아는 여전히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로 마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도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떨리기도 했다.
‘생각하지 말자.’
로렌스는 제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제가 리시아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은 깨닫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에브론에서 데려온 시녀가 어느 가문 출신의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집사나 비서가 대답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로렌스의 이름이야말로 그녀가 모를 리 없는 것이었다.
요컨대, 이것은 통성명이라고 할 수 없다. 사소한 일이었지만, 리시아는 로렌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리시아가 저택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외출 준비를 마친 아르티제아가 로비로 나오고 있었다.
“비 전하.”
“아, 리시아. 일찍 왔구나.”
아르티제아가 깜짝 놀랐다.
리시아는 아르티제아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이 앞에서 로렌스 님을 마주쳤어요.”
금세 드러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리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아르티제아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덧붙였다.
“별일 없었어요. 잠깐 인사를 드렸어요. 무시할 수는 없어서요.”
“그래…….”
“비 전하.”
리시아는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저, 서부로 갈게요.”
아르티제아가 리시아에게 서부에 자기 대신 가 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꽤 이전의 이야기였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자선 사업에 관한 계획이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리시아가 그것을 맡아주기를 바랐다.
큰 사업을 관리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사양해도, 가서 배우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된다고 끈질기게 권했다.
그리고 환곡 사업을 맡게 된 뒤로는 이번에는 그 일을 하라고 말했다. 명령이라기보다는 간곡한 부탁에 가까웠다.
리시아는 망설였다. 세드릭의 명령 때문이었다.
「옆에 있어줘라. 그걸로 충분하니.」
세드릭은 아르티제아가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게 어떤 점을 두고 하는 말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헤일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두고 가는 것은 마음 무거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라면, 멀리 떠나는 게 옳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해서까지 로렌스와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아르티제아가 자신을 좋아하고, 아껴주고 있다는 것을 리시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말을 듣도록 하자. 틀림없이 아르티제아는 자신을 위해서 권하는 것일 테니. 그리고 아르티제아 본인을 위해서도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리시아는 말했다.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요. 콜튼 수사님은 좋은 분이고, 그분을 보좌하는 것 정도라면 저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티제아가 눈에 띄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넌 잘할 거야. 잘하고말고.”
“제가 실패했을 때에 너무 화내시면 안 돼요.”
“난 네가 아주 잘해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
아르티제아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이마를 대었다.
리시아는 가슴에 얹힌 돌덩이 같은 것을 꿀꺽 내려삼켰다. 이럴 때에 그녀는 정말로 어째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녀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 * *
“왜 리시아 님을 서부로 보내시려는 건가요?”
키쇼어 저택으로 가는 마차 안에는 앨리스가 물었다.
헤일리와 리시아가 온 뒤로 외출할 때에 앨리스가 아르티제아를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 전과 지위가 달라졌고, 외출하는 용건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앨리스는 서운한 마음이 아주 조금 들기도 했다.
“능력도 있고, 믿음도 가는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건 이제 저도 알아요. 마님은 리시아 님을 믿으시잖아요?”
“서부가 리시아에게 맡아. 사실 수도에서 리시아에게 맡길 만한 일이 많지는 않지.”
“하지만 리시아 님은 예쁘고, 착하고, 사람들한테 호감도 쉽게 사니까요. 그리고 기사님들만큼은 아니지만, 싸움도 잘하시고, 말도 엄청 잘 타시고, 마님 수행원으로 딱 좋다고 생각해요.”
“수도에서 뭐 싸울 일 있니? 난 너와 함께 다니는 게 더 좋아.”
아르티제아가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앨리스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마님은 이제 저 같은 하녀 하나 데리고 다니실 신분이 아니시잖아요.”
“아무리 사람이 늘어나도 난 너랑 소피가 제일 편해. 믿음직하고.”
“저도 바빠요. 저택에 사람이 늘어나니까 신경 쓸 게 엄청 많더라고요.”
“정 힘들면, 수발 들 하녀를 따로 들일까?”
앨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내치시는 거예요?”
“승진이지.”
“싫어요. 저도 소피 말고는 달리 믿을 만한 사람 없는 걸요. 역시 마님 모시는 건 제가 직접 해야죠.”
앨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아르티제아가 엷게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어디 들러서 산책이라도 하고 가자. 우리 둘 다 요즘 너무 바빴어, 그렇지?”
“저야 튼튼하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산책하는 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마님 요즘 바람을 쉰 적이 거의 없으시죠?”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마차가 키쇼어 저택에 도착했다.
키쇼어 경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며칠이나 밤을 새웠는지 안색이 퀭했다. 얼굴은 검게 죽은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