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28
악녀는 두 번 산다 128화
안스가르는 깜짝 놀랐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님.”
“안스가르.”
“이단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로산 후작 대부인입니다. 물론 마님께서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느끼실 수는 있습니다만, 엄밀하게 말해서 마님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아르티제아는 이미 밀라이라와 절연했다. 이 수도에서 귀 달린 사람이라면 그것을 모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언제까지고 숨어 있을 수는 없어요.”
“사제단에게는 마님을 심문할 권한 같은 게 없습니다. 저자들이 정 이 책임을 연좌제로 몰고 가고 싶다면, 우선 로렌스 경을 끌어내야 할 겁니다. 마님이 아니라.”
안스가르가 강경하게 말했다.
“에브론 대공가의 기사와 고용인 전원이 목숨을 잃지 않는 한, 누구도 마님의 신병을 구속하거나 강제하지 못할 겁니다.”
아르티제아는 조금 씁쓸하고, 약간 슬퍼졌다. 안스가르의 태도에서 옛 일에 대한 상흔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걱정 말아요, 안스가르, 사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파문뿐이에요.”
“마님…….”
“파문이 작은 죄는 아니죠. 하지만 그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려면 재산이나 작위의 박탈로 이어져야만 해요.”
파문당한 사람은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서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것은 무신론자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무신론자는 단순히 신앙심이 없거나 엷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파문이란 신의 슬하에 있을 자격이 없는 중죄인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권리를 소급하여 상실한다.
따라서 혼인 성사도 없던 일이 된다. 태어난 자식들은 모두 사생아로 변한다.
밀라이라가 파문당하면 아르티제아는 더 이상 로산 후작가의 직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단 말인가? 아르티제아가 로산 후작가의 적녀라는 것은 형식상 그렇다는 것뿐이다. 아무도 그녀를 진짜 적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평판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미 저는 로산 후작가를 계승해 버렸으니 다른 혈족이 상속 소송을 걸지 않는 이상 작위를 빼앗길 일은 없지요. 에브론 대공비의 작위는 결혼으로 얻은 것이니 법적으로 사생 아가 된다고 해도 관계없어요. 제가 파문당하는 것이 아니니까.”
“마님…….”
“안스가르, 제가 파문되면, 에브론은 저를 내칠까요?”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안스가르는 단언했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걱정 없네요.”
“마님.”
“걱정 말아요, 안스가르, 이건 내가 이미 결정한 일이에요.”
아르티제아가 그렇게 말하면, 안스가르는 더 만류할 수 없었다.
주인마님이 이미 결정을 했다. 그 이상 만류하면 간언이 아니라 분수 모르는 잔소리였다.
아르티제아는 마커스에게 따로 인사를 했다. 걱정에 며칠이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늙은 집사까지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이 밀라이라와 엮인 것이기 때문에, 마커스는 더욱 더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이제 겨우 여러 가지로 안정되어, 안심하고 후계자의 탄생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겨우 그는 아르티제아의 출생에 관한 복잡한 마음까지도 용서하고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만 태어나면, 진짜 적계의 후계자만 태어나면, 그때에는 정말로 로산 후작가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또다시 밀라이라가 망쳐놓았다.
마커스의 입장은 안스가르와는 또 다르다. 어쨌든 에브론에서는, 만약의 경우 아르티제아를 포기한다는 선택도 할 수 있다.
“너무 걱정 말게. 내가 이제까지 사원에 헌납한 돈이 얼마인데.”
“마님…….”
아르티제아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마커스는 그렇게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아르티제아가 마커스의 눈을 바라보며 똑바로 말했다.
“문제는 사실 어머니의 파문보다도, 역모 쪽이라네.”
마커스가 입술이 하얘지도록 악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자는 파문된다. 마법사는 화형된다.
하지만 그것은 연좌제가 아니다. 밀라이라가 파문됨으로 인해 로렌스와 아르티제아가 겪게 될 일들은 모두 간접적인 것이다.
그러나 황후를 불행을 빌고 죽으라며 저주한 것은 역모였다.
설령 아르티제아가 밀라이라와 인연을 완전히 끊었더라도 소용없다. 혈연으로 연결된 이상 아르티제아와 로렌스까지 처형당해야 할 중죄였다. 에브론 대공가와 로렌스의 수하들도 연루되어 함께 옥사를 당할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는 그러시지 않겠지. 아내나 친아들을 죽이실 수 없는 분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이득도 없고.”
“그렇다면 황후 폐하께서 뭔가…….”
“그분은 이제 이런 복잡한 싸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기력이 없으시지.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역모죄를 주장할 사람이 하나 있지 않은가?”
아르티제아의 말에 마커스는 충혈된 눈으로 무겁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사원에서 위세를 부리도록 내버려둬. 여론이 잦아들 때까지는 이단이라는 것 쪽이 내게는 차라리 나아. 알겠지?”
“예. ……분하고 억울하지만, 알겠습니다.”
아르티제아는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외출 준비를 마친 헤일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기사단의 제복처럼 보이는 복장에 허리에는 짧은 칼과 권총까지 차고 있었다. 가슴에는 에브론 대공가의 휘장이 달려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놀랐다. 헤일리가 그런 옷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헤일리?”
“옷만이에요. 전 칼도 잘 못 다루고 총도 못 쏴요.”
그러면서 헤일리가 권총의 탄창을 보여주었다. 비어 있었다.
“이런 역할은 원래 리시아의 것이지만, 지금은 없으니까요.”
“나는 네게 사교계를 지켜보는 역할을 시킬 작정이었는데.”
“프레일 경에게 맡기세요. 시녀가 있을 자리는 주인에게서 가까운 곳입니다.”
그녀가 서슴없이 프레일에게 중책을 떠넘겼다. 아르티제아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헤일리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비 전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쨌든 사원을 압박할 필요가 있잖아요.”
“그렇지.”
“비 전하께서 은밀하게 대화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사제단이 올 때까지 기다려 가는 것은 소문을 크게 내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그래. 그리고 아킴 주교는 권력욕과 명예욕이 강한 사람이야. 체면을 세워주는 쪽이 좋지.”
“싸움은 기세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비 전하께서는 아마 이번에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서 밖으로는 사원의 위세를 세워주고, 안으로 실질적인 이익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 같지만, 에브론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어차피 에브론이 나를 버릴 게 아니라면, 굳이 보여주기 식으로 위력 행사를 하지 않아도 협상에는 문제가 없어. 권세와 신분으로 찍어 누르려고 한다는 인상을 밖에 보이고 싶지 않아.”
“우리는 에브론이에요, 비 전하. 비 전하를 혼자 보내는 쪽이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요.”
그렇기는 했다.
헤일리가 덧붙였다.
“납득이 안 되시면, 두 영감님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하자 아르티제아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헤일리는 이미 기사단을 동원시켜 놓고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대공비 같아서 아르티제아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헤일리도 겉보기만으로는 장군이 따로 없었다.
아르티제아 자신은 소박한 옷차림에 헤일리만 거느린 채 정문까지 걸어서 나갔다.
그 뒤를 따라 기사 10여 명이 움직였고, 밖에는 이미 70명가량의 에브론 기사가 기승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 숫자라면 다른 사무 일이나 정보 일에 투입된 기사 말고, 경호 임무를 담당하고 있던 기사 전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제단은 조금 위압된 얼굴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아킴 주교에게 다가갔다. 그는 무표정한 채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로산 후작 님?”
“제가 사원에 순종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도저히 식솔들이 절 혼자 보낼 수 없다고 하는군요.”
아르티제아가 진심으로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아시잖아요, 에브론 사람들의 기질.”
“물러나라고 하십시오. 사원을 감히 무력으로 겁박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러자 알폰스가 앞으로 나서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찌 그런 뜻이 있겠습니까, 주교님? 다만 기사로서 할 일을 다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사원에 모시고 들어가는 것은 저 하나일 겁니다. 나머지는 모셔다드리고 나서 돌아올 거고요. 요즘 상황에 저희 비 전하를 호위도 없이 저택 밖에 내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헤일리가 말했다.
“감히 사원의 보호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아킴 주교가 무표정한 채로 다시 아르티제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여전히 난처한 미소만 지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곤란한 일이었다. 아킴 주교는 아르티제아에게 하녀조차 동행시키지 않을 셈이었다. 하물며 무장한 시녀라니.
그러나 이 기사단이 따라온다. 사원에 모조리 함께 밀고 들어오겠다거나 대사원 근처에 주둔하지 않겠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헤일리 하나쯤은 작은 문제로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고귀한 신분이시니, 시녀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요.”
아킴 주교가 그렇게 말하고 마차 문을 열었다. 자신이 타고 온 작은 사원의 마차였다.
아르티제아는 망설이지 않고 마차에 올랐다. 헤일리가 뒤따라 탔다.
아킴 주교가 마지막으로 올라타 문을 닫고 나서 말했다.
“지금부터 후작님의 행동 하나, 말 하나하나가 모두 신의 뜻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 사원이 판단하게 될 겁니다.”
“지금 저희 비 전하를 이단 재판에 걸겠다고 협박하시는 건가요?”
헤일리가 말했다.
“후작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신의 뜻에 따라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 아닌가 늘 시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나쁜 뜻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아킴 주교의 말에 아르티제아는 마음속으로만 쓴웃음을 지었다.
곧 마차가 출발했다. 에브론 기사단이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로렌스의 처지는 아르티제아보다 조금 더 나빴다.
지난번 인신매매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르티제아와 달리 방패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사벨린 가에 있는 그의 저택은 로산 저택과 마찬가지로 시위대가 둘러싸고 있었다.
아킴 주교가 로산 저택 앞의 시위대를 해산시킨 뒤에도 로렌스의 저택 앞에 모인 시위대는 나날이 수가 늘어갈 뿐이었다.
열린 창문 너머로 횃불 빛이 이곳까지 보였다. 밀라이라의 사건이 터진 날로부터 2주가 지났는데도 시위는 날로 격화될 뿐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로렌스가 밤을 틈타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자들이 자발적으로 저택을 포 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리석게.’
로렌스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달아나려고 작정했다면, 진즉 그랬을 것이다. 지금도 나가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었다. 비밀통로를 통해 나갈 수도 있지만, 경비병과 하인들을 동원하여 힘으로 뚫고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렌스는 달아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평민들 따위에게, 황제의 아들인 자신이 꼬리를 말고 달아나야 할 이유가 없다.
“해산시켜 버렸으면 좋겠는데. 아바마마의 뜻은 아직도 바뀌지 않은 건가?”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할 거라는 게 실무자 선의 판단입니다.”
가얀이 무표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나마 로산 저택과 달리 그의 저택에는 불을 지르려는 시도는 없었다.
시위대는 저택에 오물을 투척했다. 가얀은 자기 휘하의 부대에게 그것까지 열성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고 지시했다.
근위대는 그런 일을 하자고 공적을 쌓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매일 수련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