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0
악녀는 두 번 산다 130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머뭇거렸다. 그 약간의 틈이 로이가르 대공의 마음을 더 불쾌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요즘 때때로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표정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과 달리 그것을 날려버릴 만한 승리감을 얻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아직도 그녀는 로이가르 대공의 가장 중요한 의논 상대였다.
그러나 전보다 로이가르 대공과 의견이 일치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특히나 이번처럼 로이가르 대공이 하는 일에 불안감과 찜찜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마음을 느끼는 이유가 명확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로이가르 대공을 설득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결국 난처한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제가 에브론 대공비를 위해 일하는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 대공 전하.”
그런 기분이 대체로 아르티제아가 얽힌 경우에 느끼는 것이라 더 문제가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 스스로도 자신이 아르티제아 문제에 대해서 과도하게 예민하게 군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의 반응은 늘 석연치 않았다.
자신의 딸 스카일라도 나이에 비해 명석하고 침착하다. 그러나 아르티제아의 태도는 불가해할 정도로 차분하고 냉정하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요즘 들어 20년 전을 돌이켜 보곤 했다.
자신도 이른 나이에 자력으로 루덴 후작의 인정을 받아냈다.
황후는 어땠었나? 그녀는 그레고르 황제가 제위에 오르는 데에 한 축을 담당한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도, 황후도, 지금의 아르티제아보다 훨씬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도 그랬다.
아르티제아가 개입했다는 흔적은 조금도 없었다. 모든 일은 우연하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었다.
밀라이라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강령술사는 작년 겨울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자였다. 스카일라까지도 그자의 강령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로산 저택에 고대어로 적힌 역사서가 있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고서 수집가가 아니라도 역사가 오래된 귀족 가문이라면 대체로 몇 권의 고서가 서재에 있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 안에서 저주의 말만 골라 필사한 책이 있다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교양으로 고대어를 배워 보는 귀족은 적지 않았다. 대개는 초반에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흥미를 느낀 문장을 골라 베끼는 것은 많이들 하는 일이다.
밀라이라 이전에도 로산 후작가는 그렇게 화평하고 좋은 가문이 아니었다. 식솔 중에 한 사람 정도 저주의 말을 모아놓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밀라이라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나면 충분히 황후를 저주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상황은 밀라이라를 미쳐 버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인신공양에도 놀랄 것 없다. 그녀는 이미 로산 후작 일가를 몰살시킨 전과가 있다.
하물며 상대는 가난 때문에 팔려온 아이였다. 밀라이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귀족들이 떠돌이 개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석연치 않았다.
음모가 쉬지 않고 소용돌이치는 제국 정계에서 이만한 일이 순전히 우연하게 발생했단 말인가?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는 그것이 마치 콩 세 알을 던져 우연히 정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룰 확률처럼 느껴졌다.
이제 곧 밀라이라는 파멸할 것이다. 로렌스도 대권에 도전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 일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로이가르 대공도, 자신도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
황후가 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것은 황후가 일을 꾸미는 방식이 아니다.
생각에 잠긴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로이가르 대공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던졌다.
“에브론 대공비를 아끼고, 또 꽤 정성을 기울이셨다는 것을 아니까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셨던 것 같습니다, 처형.”
“전하.”
“본래 명성이나 권력이라는 것에도 시류가 있어서, 도저히 본인의 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힐 줄은 처형도 짐작하지 못하셨겠지요. 대공비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에브로 대공이 이런 일로 이혼하지는 않을 거예요.”
“세드릭이 그야 그런 성정은 아니지요. 그러니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잘됐다니요?”
“그 녀석은 정치나 궤계와 거리가 머니까요. 그런 일을 대신해 줄 대공비가 힘을 잃는다면, 우리로서는 더 나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느냐고 묻는 로이가르 대공에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속의 찜찜함이 사라지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돌아와 스카일라를 불렀다.
“벨몬드의 헤젤 영애와 친분이 있었지?”
“네, 어머니. 이번에 황후 폐하의 탄신연 준비를 하면서 조금 친분이 있는 사이가 되었어요.”
“헤젤 영애에게 접근해 봤으면 좋겠구나. 어쩌다가 로산 후작 대부인을 미행해볼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말이야.”
“강령술사에 대해서 알아보러 갔다가 그녀가 벨몬드 신문의 딸인 걸 알게 된 하녀에게 정보를 사게 되었다고 했어요. 어머니도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엄청 자세한 기사가 나왔었잖아요.”
“그래. 하지만 왠지 내 생각에는, 그것만이 아니라 뭔가 숨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구나.”
스카일라는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리고 물었다.
“이모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갈등하는 얼굴을 했다.
“그냥 내가 좀 의심스러운 게 있어서 그래. 난 사실 페셔 자작가가 돌아온 것도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드는구나.”
“이상한 기분이요?”
“멸문한 줄 알았던 가문의 후예가 나타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니?”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불과 18년 전에 황자 황녀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부부가 자살하여 사라졌던 가문이라면 더 그래. 그것도 황후 폐하의 탄신연에서, 극적으로 나타났잖니.”
“네.”
“그게 묻힌 것은 로산 후작 대부인의 사건이 터진 탓이야. 마치……. 그럴 것을 알고서 안심하고 페셔 자작가를 내놓은 것처럼.”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닐까요? 어머니는 요즘 좀 예민하신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그것까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놀랍지 않니?”
스카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이 일이 발생할 거라고 예측하고 페셔 자작가의 일을 거기에 맞춰 내놓았든가…….”
“어머니.”
“우연일 수도 있지. 하지만 이게 만에 하나라도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획하여 이루어진 일이라면, 그런 상대를 모르고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해. 조심했다가 아무 일 없었던 것 쪽이 낫지, 모르는 채로 당할 수는 없어.”
스카일라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신중한 태도로 말했다.
“만일에 그런 흑막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상대할 방법을 강구해봐야겠지. 목적도 확실하게 알아보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스카일라를 바라보았다.
“그자가 황후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만으로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아르티제아를 의심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스카일라는 조금 떠보았다.
“그렇지만 이번 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이모부님과 사원뿐이지 않나요? 누가 이런 음모를 꾸미겠어요? 황후 폐하께서 페셔 자작가를 위해 한 일은 아닐 거잖아요.”
황후는 페셔 자작가를 탄신연에서 만방의 시선이 몰리도록 대놓고 드러냈다. 지금도 품에 끼고 있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니 반대로 페셔 자작가를 남의 시선에서 가리기 위해 은밀하게 음모를 꾸몄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았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동의했다.
“그래. 황후 폐하는 자신을 숨기고서 은밀하게 일을 꾸미는 분은 아니야.”
“이모부님께서 어머니 모르게 한 일도 아니겠지요?”
“그건 확실히 아니다.”
“그럼 사원에서 한 일일지도 모르죠.”
“그럴 가능성은 조금 있어 보이는구나. 로산 후작 대부인은 언제나 사람의 이목을 끄니까, 미끼로서는 최고였겠지.”
“에브론 대공비 전하께서 하신 일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기에는 너무 손해 보고 계시긴 하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침묵했다. 그래서 스카일라는 난처한 기분으로 말을 돌렸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말했다.
“그래. 그래서 나도 그래서 모르겠다는 거야.”
스카일라는 이번 일에 관해서 카멜리아 후작 부인보다 많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것을 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로이가르 대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그 전제 조건을 버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거취를 결정할 때가 아니었다.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가 이번 일을 조종했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만일에 그렇다면, 사원에 가는 것도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꺾인 게 아니라면, 그녀를 포기하고 그냥 로이가르 대공의 밑에 남아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헤젤 영애와 이야기해보고, 황후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계속해서 알아볼게요.”
그녀는 그렇게만 말했다.
* * *
대사원에서 주어진 방은 침대 하나와 작은 책상 하나가 있을 뿐인 작은 수도자의 방이었다. 갈아입으라고 준 옷도 거친 삼베로 만들어진 수도자 옷이었다.
헤일리는 사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 대우에는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 보세요, 사제님,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손님 대접은 해야 하지 않나요?”
“저는 지시받은 대로 따를 뿐이라서…….”
“나는 됐어, 헤일리. 너는 불편할 것 같다면 돌아가도 좋아.”
아르티제아가 그렇게 말했다. 헤일리가 물론 그럴 수 있을 리 없었다.
“제 말은, 비 전하께서 이런 대접을 받으시면 안 된다는 거예요.”
헤일리는 안스가르로부터 들었던 몇 가지 주의사항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르티제아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녀가 귀족이라거나 에브론 대공비인 것은 둘째 문제이다.
여태까지 쏟아 부었던 막대한 액수의 헌금이 있다. 게다가 서부 환곡과 구휼 사업 때문에 일종의 파트너십 관계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은 이상하다.
버석거리고 지푸라기 소리가 나는 매트에서 눕는 것 자체는 아르티제아 자신에게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안 좋은 잠자리라고 해도 쇠사슬에 매달려 설핏 기절하듯 잠 드는 것에 비하면 천국이다. 거친 옷도 그 자체는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사원에서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외부에 너무 후하게 대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큰 기부자에게 걸맞은 적절한 대우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 올 때에 아킴 주교의 태도부터 이상했다. 비논리적일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아킴 주교는 충분히 말이 통하는 사람일 텐데.’
아르티제아는 그를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보았다. 신앙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리나 신심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을 사람도 아니었다.
숙소나 옷과 달리 저녁식사는 상당히 호화로웠다. 아르티제아는 그때 확신했다.
사원 안에서 세력이 갈라져 싸우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