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1
악녀는 두 번 산다. 141화
리시아와 콜튼 수사가 수도로 출발한 것은 밀라이라의 소식이 전해진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험난한 자연 환경을 가진 북부보다는 평야로 이루어진 서부로 가는 소식이 빨랐다. 게다가 이단 심문과 관계된 일이었으므로 사원 안에서 전해지는 소식이 북부로 가는 전령들보다도 더 빨랐다.
그 소식을 듣고서 리시아는 가슴이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왜인지 이 일을 일으킨 것이 아르티제아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도, 논리도 없었다. 하지만 리시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 일로 아르티제아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든가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르티제아에게 자신의 손익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았으니까.
마음에 이상하고 저릿한 감정이 가득했다.
이성으로 설령 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아르티제아의 마음까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리시아는 생각하지 않았다.
리시아는 아르티제아를 오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밀라이라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언제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다. 옳고 그름에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고,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설령 아르티제아가 긴 시간을 들여 밀라이라를 포기하고 마음을 정리했다고 해도, 그것은 이성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어제 있었던 마음이 오늘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가서 손을 잡아 주고 싶었다.
리시아는 친구도, 자매도 아니고, 앨리스처럼 친정에서부터 함께해 온 사람도 아니라 일개 시녀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리시아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리시아가 자리를 훌쩍 뜰 수는 없었다.
서부에서 할 일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아르티제아가 리시아에게 서부의 사업 감찰이라는 명패를 맡기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는 에브론 대공비가 친히 시녀를 보내 지켜볼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는 표시일 따름이었다.
그보다는 콜튼 수사와의 연락책 겸 수행원 역할이 중심이었다.
다행히 콜튼 수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수도에 가야겠습니다, 모르텐 소남작.」
「정말요?」
「이단 심문을 맡은 사람이 아킴이라고 하니까요. 그 친구라면 틀림 없이 로산 후작 대부인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자녀들까지 위협하려고 할 겁니다. 이단 심문이라는 것이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몰아세우면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콜튼 수사는 그렇게 둘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성녀였다. 감히 사원이 성녀를 침노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사원은 성전에 적힌 신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게끔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은 신으로부터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신의 뜻을 세상에 실현한다.
어느 쪽이 중한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출발했다. 행여 만약의 일이 생기면 아르티제아가 성녀라는 사실을 대주교에게만이라도 은밀하게 알릴 작정이었다.
다만, 아르티제아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성녀라는 사실을 끝까지 함구하기를 원한다면, 아예 수도에 나타나지 않아야 했다.
게다가 이단 심문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킴 주교이기에 더욱 그랬다.
자신이 서둘러 수도에 왔다는 것 자체가 아킴 주교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콜튼 수사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콜튼 수사는 리시아와 더불어 수도 인근에 있는 수도원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오늘 대사원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에브론 기사단이 움직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헤일리는 어이없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비 전하의 심모원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겠어.”
“네?”
리시아가 되묻는 말에 헤일리가 헛웃음을 머금었다.
“정도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대공 전하에 이어 너까지.”
“대공 전하께서 오셨어요?”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대사원을 포위하는 엄청난 일을 했겠니? 내가 말렸겠지.”
리시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헤일리가 투덜거렸다.
“그래서 비 전하의 계획이 다 어긋나 버렸다는 이야기야. 도대체, 이 와중에 나 같은 일개 시녀가 어떻게 상황을 통괄할 수 있겠어?”
“헤일리 언니가 일개 시녀라뇨. 비 전하께서 믿고 곁에 두시는데.”
“일개 시녀이지. 아무튼 넌 비 전하를 뵈러 가렴.”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래. 비 전하께서도 말씀으로는 안 그러셔도 네가 와줘서 기뻐하실 거야.”
리시아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헤일리는 리시아에게 간단히 아르티제아의 상태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콜튼 수사에게 말했다.
“수사님께서 비 전하를 뵙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니, 제게 시간을 내주세요. 비 전하의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조르딘 영애.”
“그리고 오늘 수사님께서 이곳에 오셨다는 일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헤일리의 말에 콜튼 수사가 옷깃을 여몄다.
리시아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자신이 더 알아야 할 일이 있다면 나중에 헤일리가 알려줄 것이다.
그런 정치적인 이야기보다 지금은 아르티제아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리시아는 아르티제아의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작은 등불을 밝혀놓고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의사와 하녀 두엇이 졸고 있었다.
침실 문 앞에는 알폰스가 의자를 가져다놓고 앉아 있었다.
리시아는 그에게 다가가 수신호로 인사했다. 알폰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거실에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는 정도는 괜찮아. 깊이 주무시는 모양이라서.”
“네.”
“언제 왔어?”
“막 도착했어요. 비 전하께서는 괜찮으신가요?”
“병 같은 게 아니라 일단은 과로라고 하니까. 회임하셨다는 소식은 들었니?”
“네.”
“아기씨도 무사하시고, 별일 없을 거야. 푹 주무시면 자연스럽게 일어나실 거라고 하더라.”
알폰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잠시 뵙겠니?”
“그래도 괜찮을까요?”
알폰스가 일어서서 문을 살짝 두드렸다.
안에서 지키고 있던 소피가 조심스럽게 문을 삐걱 열었다. 그리고 리시아를 보고 깜짝 놀라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리시아 님.”
“잠깐 뵈어도 괜찮을까?”
“아, 네. 괜찮아요. 이제는 호흡도 무척 안정되어 있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소피가 문을 열어 주었다.
“리시아 님께서 오셔서 마님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리시아는 발소리를 죽여서 조심스럽게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알폰스가 문을 닫았다.
리시아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소피가 촛불을 하나 더 밝혔다. 그것만으로는 어두워서 두 개를 더 밝히려고 했지만, 저녁 무렵부터 불이 밝혀져 있던 초는 이미 짧아져 있었다.
“초를 바꿔 올게요.”
“그래. 내가 보고 있을게.”
소피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꺼진 촛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리시아는 침대 곁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창백한 아르티제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혼자 감당하려고 하시면 안 돼요, 비 전하.”
리시아는 낮게 속삭였다.
가슴 안에서 무언가 끓는 듯했다.
이게 모두 제 탓인 것 같았다. 곁에 꼭 붙어 있으라는 세드릭의 말을 어긴 게 후회되었다.
헤일리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사원에 따라간 게 헤일리가 아니라 자신이었어도, 이 일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르티제아가 결정한 일을 자신이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막아야 할지 어떨지도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리시아는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아르티제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그 손등에 이마를 대었다.
“너무 어려워요, 비 전하. 제가 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이게 무례하다 못해 불충한 생각이라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 사람을 보살펴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견디기 어려웠다.
자신까지 외면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저편으로 넘어가 버릴 것 같아서 안심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리시아가 눈을 감았을 때였다.
아르티제아의 손바닥과 마주잡고 있는 리시아의 손바닥 안이 잠깐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가 꺼졌다.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소피가 초를 가져온 뒤에 리시아는 그녀에게 자리를 맡기고 일어섰다.
세드릭과 마주친 것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정원으로 나섰을 때였다.
뒤따르는 기사들의 발소리와 땅울림이 먼저 들려왔다. 그다음에 북부에서처럼 눈보라 냄새 나는 투지 어린 기세가 느껴졌다.
리시아는 멈칫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세드릭을 기다렸다.
“리시아구나.”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오던 세드릭이 걸음을 멈추었다.
리시아는 절을 올리고 말했다.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일찍 출발했겠구나. 티아는 보았고?”
“네. 편안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아무 일 없더냐?”
“네. 편안히 주무시고 계셨어요. 하지만 지금 전하의 기세가 너무 엄정하여 침소의 평온을 깰 것처럼 보입니다.”
“…….”
세드릭이 숨을 천천히 토해냈다.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리시아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들어가면 좋지 않았다.
그는 뒤따르는 기사들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오늘밤에는 이만 각자 역할을 다하러 가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리시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리시아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로 일어서지 않았다.
“죄를 청합니다.”
“죄?”
“전하께서 비 전하의 곁에 붙어 있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세드릭이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으로 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일어서.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다.”
“…….”
“티아가 명령한 일이니, 시녀인 너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 네가 곁에 있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세드릭은 탄식하듯이 말했다.
“모두 내 탓이다.”
“죄송합니다.”
리시아가 일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세드릭이 리시아를 손수 일으켜 세웠다. 리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왜 우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리시아가 소매로 눈가를 눌렀다.
명령을 어겨서라거나 에브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게 다 가슴이 아팠다.
제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모든 일이 잘되어 갔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에 자꾸 사로잡혔다.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고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네 탓이 아니야.”
“네.”
“더 잘할 수는 없었어.”
“네.”
“너는 잘해낸 거야. 잘 견뎠다.”
세드릭은 그렇게 말하고 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시아는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