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2
악녀는 두 번 산다 142화
다음날 해가 밝기 전에 모든 상황이 뒤집혔다.
우선 근위대가 완전 무장 상태로 나타났다. 일부는 에브론 기사단과 합류하여 사원을 포위했고, 일부는 수도의 요소요소를 장악했다.
계엄령이 내려져 수도의 모든 교통이 통제되었다. 출입은 완전히 금지되었다.
중앙군은 사방에 불을 밝혀 움직일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음을 밝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황제의 군대는 숨기지 않았다.
황족 살해 미수, 역모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수도에 퍼졌다.
해가 남쪽 하늘 정중앙에 오기도 전에 수도에 그 사실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황족 살해 미수라니? 누가 로렌스라도 죽이려고 달려들었나?”
“오늘 호외 못 봤나? 에브론 대공비가 유산할 뻔했다네.”
“허어.”
“아킴 주교가 모친의 죄를 참회하라며 몇 시간이나 차가운 돌바닥에 꿇어 앉혀 놓았던 모양이야.”
“임산부를?”
“그렇지. 에브론 대공가에서는 애초부터 회임한 대공비가 대사원에 가는 것부터 반대였었다는데.”
“그건 그렇겠지. 회임했는데. 게다가 에브론 대공가에는 자손이 지금 대공 전하 한 분뿐이지 않은가?”
“그래도 인연 끊은 어머니도 어머니라고, 로산 후작이니 로산 저택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고 협조하러 대사원에 갔다가 억류되었다는 거지.”
“에이, 그 말을 믿나? 아무리 그래도 에브론 대공비인데. 귀족 걱정처럼 의미 없는 일이 또 어디 있어?”
“그리고 공정한 아킴 주교님이 그러셨을 리가 있나.”
“어허, 모를 일이야. 내 조카가 어제 대사원에 갔었는데, 에브론 기사단이 대공비를 면회하겠다는 것을 주교님이 막는 바람에 크게 싸움이 날 뻔했던 모양이야.”
이런 이야기도 소곤댔다.
“그런데 에브론 대공은 언제 돌아왔대요?”
“어제라고 해요.”
“그럼 북부에서 전쟁은 끝난 건가요?”
“모르겠어요.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하지만 뭐가 해결되었으니 돌아온 거겠죠?”
“로산 후작 대부인 소식에 왔을지도 몰라요. 대공비와 결혼할 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셨어요?”
작년의 일이 다시 들추어졌다. 이츠 남작의 인신매매에 세드릭이 관여했던 이야기도 이야기되었다.
“이번에도 에브론 대공이 관여할까요?”
“에브론 대공 전하를 믿어도 될까? 그분이 지난번에는 공정하게 처리하셨지만, 이번에는 처자식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 역모죄를 들고나온 것만 봐도 그렇잖아.”
“황족을 죽일 뻔했으니 역모 맞지.”
“설마 이대로 밀라이라를 놓아주려나? 에브론 대공비를 생각하면, 그래도 혹독하게 할 수 없을 거 아닌가?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장모이니.”
“에이, 설마 에브론 대공이 그렇다고 그냥 놓아주겠어?”
“인지상정이란 말도 있잖나.”
“아무튼 기다려 봐. 뭔가 대답이 있겠지. 에브론 대공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할지 대답해주겠지.”
사람들의 의견은 모두 갈렸다.
사실 그 새벽에 모든 신문이 미친 듯이 찍어댄 호외의 내용에는 헤일리와 프레일의 손길이 깃들어 있었다.
헤일리는 그 기사를 거의 직접 썼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약간 어이없어했다.
프레일이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죠. 비 전하께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가신들의 말을 물리치고 협조하러 가신 것도, 수도자 방에 머무르게 한 것도, 임산부인데 차가운 기도실에서 무릎 꿇고 참회하게 한 것도 사실이잖습니까? 헤일리 님은 아예 바닥에서 잤다면서요.”
“유산 위험이 있었다는 건 거짓말이잖아요.”
“완전히 거짓말은 아닙니다. 비 전하처럼 몸 약하신 분이 그렇게 혼절했는데 아기씨가 무사한 쪽이 놀라운 일이죠.”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비 전하를 잘 아는 사람이 보면 기가 막힐 거예요.”
헤일리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적어도 황후 폐하께서는 황당해하시겠지요.”
“사실만 적었고, 마음가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으니까요.”
프레일이 웃어넘겼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상황을 알리는 것은 아르티제아가 별로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건이 너무 커졌다. 중앙군이 경계 태세에 들어갔고, 근위대까지 나서서 수도를 물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널리 알려 명분이라도 확실하게 가져와야 했다.
“과열되는 편이 낫습니다. 분위기를 한꺼번에 이쪽으로 가져와야 해요.”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라는 건 알고 있어요.”
“지금 아킴 주교를 쳐내고 로이가르 대공의 손발을 꺾어야 합니다.”
프레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비 전하께서 깨어 계셨어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헤일리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콜튼 수사가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에브론 기사단이 막고 있는 대사원 인근의 숲길이었다.
그래서 마치 서부에서 돌아오자마자 대사원에 당도한 것처럼 되었다. 에브론 대공저에 들어갔던 것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대사원에서는 수도의 모든 주교가 모여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콜튼 수사는 곧바로 그 주교 회의로 직행했다.
“이 늙은이가 이미 수놓은 영대를 벗고, 영광스러운 손이 되는 대신 흙을 밟는 발이 되기로 결심한 지 벌써 수년이 흘렀소. 그러나 에브론 대공비 전하와는 작지 않은 인연이 생겼고, 또 그분의 시녀와 제법 긴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한 마디 참섭하러 왔다오.”
그는 회의에 참석한 주교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그렇게 말했다.
“사원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은 좋소. 사원의 금기를 두려워하게 하는 것도 좋소. 일벌백계는 효과 있는 처벌이고, 로산 후작 대부인이 이 타락한 시대의 상징 같은 인물이라는 것도 사실이오.”
“…….”
“그렇지만 외면하지는 맙시다. 이 일이 이렇게 커진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잖소. 아킴 주교의 욕심이 지나쳤소.”
“그렇다면 수사님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할 일을 합시다. 이단 재판을 열고, 파문하고, 신자들에게 경고해요.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 그릇된 일을 막읍시다.”
콜튼 수사는 강하게 말했다.
“그거면 되지 않았소? 옳은 일을 위해 민중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는 것은 좋소. 마땅히 사제가 해야 할 일이지.”
“콜튼 수사님.”
“하지만 음모를 꾸미거나 계책을 만들어 군중을 부채질하는 것은 사제의 본분이 아니오.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려고 신의 이름을 팔아서는 안 되오.”
“…….”
“사원이 무엇 때문에 세속을 버렸소? 신의 권위와 영광은 사원이 높거나 낮거나 사람들이 믿거나 믿지 않거나 언제나 거기 계시오. 사원이 남에게 받들어지기를 원하는 것은 사원의 욕심이지, 신의 뜻이 아니오.”
콜튼 수사는 성호를 그었다.
“신께서 몸소 세상을 굽어살피고, 당신의 뜻을 행하시오. 때로는 손을 내려보내시고, 또 때로는 말씀을 내려보내시니, 사원은 다만 그 손과 말씀을 돕고, 가르침을 보존하며 널리 알리면 될 일이오.”
주교들은 콜튼 수사의 말에 동의했다.
실상 모두가 콜튼 수사의 말 자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니코스 주교가 받은 편지를 통해 그들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회임한 상태로 쓰러졌고, 그 현장을 세드릭이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근위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자칫하면 역모죄에 얽힌다. 사원 전체가 역모가 되지는 않겠지만, 한 두 사람은 충분히 엮어 넣을 수 있다.
황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일 터였다.
본래부터 온건파였던 대주교와 니코스 주교는 세드릭이 개입한 시점에서 이미 화해를 원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킴 주교를 지지하던 주교들마저도 이제 발을 빼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원은 세속 권력을 탐해서는 안 된다. 이 이상으로 좋은 명분이 지금 어디 있겠는가?
모든 책임을 아킴 주교에게 떠넘기고, 콜튼 수사가 돌아와 사원의 방침을 돌렸다고 하면, 큰 체면 손상 없이 자연스럽게 이 일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시위대의 반발도 콜튼 수사라면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으리라고 여겨졌다.
사원 내에서도 일반 수도사나 하급 사제들 중에는 근위대의 에브론 기사단의 행동에 분노하고 반발하는 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콜튼 수사가 돌아와 대신 이단 심문을 맡게 되자 빠르게 상황이 진정되었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콜튼 수사는 아르티제아의 환곡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과연 공정하게 심문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것이었다.
아말리에가 다음날 오전 일찍 중재자로서 대사원을 방문했다.
“황실도, 에브론 대공가도 로산 후작 대부인이 이단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작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겠단 말씀이오? 대사원을 이렇게 포위하여 무력으로 겁박하는 것이 로산 후작 대부인과 완전히 무관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니코스 주교가 되물었다. 아말리에는 천천히 말했다.
“본래부터 이단 행위와 인신매매, 살인미수는 서로 별개의 죄입니다. 사원에서 심문하고 처결할 것은 이단 행위 쪽이고, 본래 인신매매와 살인미수는 국법으로 처벌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도 그렇군요.”
“시위대에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부분도 엄밀히는 이단보다는 인신매매 쪽입니다. 아킴 주교가 교묘한 말솜씨로 그것까지 사원에서 처벌해야 할 것처럼 만든 것이지요.”
저주나 마법 같은 단어는 자극적이다. 하물며 황제의 정부가 본처를 저주하기 위해 인신공양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 민심을 건드린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분리해보면, 저주 같은 것이 진짜로 죄가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것은 어리석은 미신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단 쪽은 본래대로 사원의 이단 재판에 맡길 겁니다. 그러나 인신매매와 살인미수 쪽은 국법에 따라 정식 재판에 회부될 겁니다.”
“예. 온당한 말씀입니다.”
안도하는 니코스 주교에게 아말리에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것과 사원에서 에브론 대공비와 그 태중에 있는 후사가 위험에 처했던 것 역시 별개 문제입니다.”
“…….”
“또한 아킴 주교가 자의로 국법을 해석하고 침범한 죄까지 묻고자 합니다. 이것이 에브론 대공 전하의 뜻입니다.”
온종일 소란했던 사원은 그것으로 진정되었다.
세드릭이 사원 전체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말리에가 전한 뜻은 콜튼 수사가 주교 회의에서 주장한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르티제아가 쓰러진 채 세드릭에게 안겨 나간 것을 본 사제가 여럿이었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자가 많았던 것이다.
이 사태에 가장 빠르게 대응을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로이가르 대공이었다.
“아킴 주교는 이제 끝났습니다.”
로이가르 대공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비롯하여 몇몇 심복과 함께 밤을 새웠다.
황제가 세드릭에게 역모를 처벌하라고 황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그날 날이 새기도 전에 들려왔다.
그 황령은 거의 무한대의 권한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역모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부터 성역도, 국법도, 아무것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로이가르 대공은 후회했다.
설마 아르티제아가 임신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부 관계를 의심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후사를 임신 중인 대공비라기에는 아르티제아가 너무나도 조심성 없이 행동한 것 때문이었다.
북부에서부터 강행군하며 내려온 것부터 황후 탄신연에 이르기까지, 임신 초기의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일이 많지 않았는가.
자신이 세드릭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