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8
악녀는 두 번 산다 148화
아르티제아가 다시 진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원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계속 기다리는 사이에 헤일리의 걱정은 계속 커졌다.
마침내 헤일리가 일부러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터지기 일보 직전에 부름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 수고가 많았네, 두 사람.”
아르티제아는 칼칼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내내 울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얼굴과 눈이 퉁퉁 붓고, 목도 갈라져 말 한마디 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모습은 생각지 못했다.
사실 헤일리는 아르티제아가 임신한 것을 그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자체를 잘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심하게 울었다는 것은 거짓말일 줄 알았다.
‘하긴, 임신 중에는 감정이 요동치긴 하지.’
그 무뚝뚝한 큰언니 멜조차도 울었다 웃었다 야단도 아니었다.
아르티제아가 몇 번 목을 울렸지만, 좀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하기 어려우니 일일이 캐묻진 않겠어. 상황 파악만 해두려 하니 간단히 보고해.”
“알겠습니다. 상세한 보고서도 작성해두었습니다.”
앨리스가 두 사람의 손에서 보고서를 받아 챙겼다.
헤일리는 아르티제아가 쓰러졌을 당시부터 상황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신호탄을 쏜 것부터 세드릭이 나타난 일, 역모죄로 판세가 뒤집힌 것과 신문사에 정보를 흘려 사태를 커지도록 부추긴 일까지 정직하게 말이다.
고작해야 사나흘 사이의 일인데, 혼자서는 다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양이 많았다.
중간 중간 프레일이 군부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첨언했다.
아직 공개적으로 세드릭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세드릭은 본래부터 군부 인사들과 위아래로 두루 교분이 있었다.
특히 딱히 정치나 파벌에 관심을 두지 않은 자들 중에 세드릭에게 호의를 드러내어 표시한 자가 많았다.
본래부터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점이 많은 자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법이다.
세드릭이 황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자 그의 편에 서고 싶어 하는 자가 많았다.
이런 와중에 아말리에와 가얀이 세드릭을 보좌하고 나섰다.
중앙군과 근위대의 많은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그 두 사람에게 협력했다.
아직 누구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세드릭과 사전에 무슨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소문이 은근히 흘렀다.
그래서 과연 세드릭이 이것이 정말로 복수를 위한 것인지 미래를 위한 포석인지, 권력쟁탈에 뛰어든다면 어디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알고자 물밑으로 접촉해왔다.
‘모르셨을 리는 없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에 아르티제아는 마음속으로만 탄식했다.
세드릭이 자신의 행동이 일으킬 파장을 몰랐을 리 없다.
아르티제아는 가슴 언저리가 무지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드릭이 황제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 어떤 각오였는지, 무엇을 포기한 것인지 아르티제아가 모를 리가 없다.
그는 자신을 위해 긍지를 포기했다. 신념도 꺾었다. 에브론의 구원도 잊기로 했다.
황제에게 말한 것은 거짓이 아니되 온전한 진심 역시 아니다. 의도적으로 기만한 것이다. 그는 정쟁이라는 더러운 진흙탕에 발을 들일 결심을 한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그러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다.
세드릭에게 청명을 버리라고 했던 것은 아르티제아 자신이었다. 신념은 황제가 되고 난 이후에 펼치면 된다고.
하지만 정작 그가 그럴 각오를 굳히자 마음이 아팠다.
세드릭이 그런 결심을 한다면, 그것은 제국을 위해서이거나 에브론을 위해서였다. 혹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고통스러운 백성을 위해서여야 했다.
아르티제아 자신을 위해서여서는 안 되었다.
아르티제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나려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는 억지로 생각을 돌렸다.
그리고 헤일리에게 말했다.
“잘했다.”
헤일리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프레일이 헤일리의 어깨를 토닥토닥했다. 그러자 헤일리가 후우 하고 긴 숨을 토해내더니 울상이 되었다.
아르티제아는 목이 아팠지만, 물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러니? 내가 잘했다고 한 게 그렇게 놀라워?”
“말씀하신 걸 오히려 거꾸로 했으니까요.”
“세드릭 님이 수도에 오실 거라는 것은 나도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르티제아는 말하다 말고 목이 아파서 따뜻한 물을 몇 모금 마셨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폭도 좁혀졌지. 그 상황에서 내 명령의 진의를 파악하고, 일의 경중을 파악하여 세드릭 님의 행동이 일으키는 여파가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공적이지.”
“하지만, 명을 어겼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신호탄을 쏜 것은 확실히 그랬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네 판단이 옳지 않았니? 내가 시킨 것처럼 온건하게 나갔다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요.”
아르티제아에게 말을 그만 시키라고 앨리스가 눈총을 주었다. 하지만 헤일리는 꿋꿋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시키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꼭두각시가 필요해서 널 데려온 게 아니야.”
“비 전하.”
“네가 그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명령대로 행동했다면, 오히려 네게 실망했을 거다.”
헤일리는 아르티제아를 상대로 개인적인 감정은 될 수 있으면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곤 했다.
아르티제아는 에브론 대공비였고, 그녀는 조르딘 가문의 딸이었으니, 공적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제외한 나머지 것이 오브리에 대한 배신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죽은 오브리는 아무것도 모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죄인은 오브리였다. 원망은 부질없었고, 복수 같은 것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오브리가 별로 그립지도 않았다. 부모님과 언니가 상처받은 것을 생각하여 씁쓸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매로서 의리 같은 것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지금 좀 마음속에서 뭔가가 뭉클한 것이 솟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프레일이 태클을 걸었다.
“그게 칭찬입니까? 저한테는 열 살짜리도 자기 생각을 할 줄 안다면서요?”
“경은 그냥 놓아두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어 할 게 아닌가?”
“나 참, 그럴 거면 저를 믿는다고 일 더미를 쏟아 붓지 마시든가요.”
“나는 경이 열 살짜리보다도 못하다고 한 적이 없네. 열 살짜리보다도 못한 사람이 많다고 했지.”
“그러면 저도 좀 칭찬해 주십쇼.”
아르티제아의 목소리가 쉬어 터진 것만 아니라면, 제법 즐겁게 들리기까지 하는 응수였다.
헤일리는 뭐하는 거냐고 프레일에게 눈총을 주려다가, 앨리스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프레일이 아르티제아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더 가볍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어떤지, 미간을 문지르는 아르티제아의 얼굴이 아까보다 확실히 더 나았다.
헤일리는 자기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지 않고 불평했던 주제에 칭찬까지 바라고 있어요?”
“그래도 일은 잘했잖습니까? 저만 불평했습니까?”
“제가 한 건 불평이 아니라 걱정이었죠.”
“저도 걱정하는 겁니다. 제 일은 본래대로라면 저보다 직급이 두 단계는 위의 사람이 해야 한다니까요.”
둘이 입씨름하는 사이에 아르티제아가 휴 한숨을 내쉬고 물을 몇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앨리스에게 손짓했다.
앨리스가 미리 준비해둔 서류를 각각 프레일과 헤일리에게 건네주었다.
“자료를 두 부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한 부만 있었어도 됐을 것 같군.”
“아뇨. 비상체제는 이제 끝났으니까요.”
“저희 일 같이 안 합니다.”
헤일리와 프레일이 나란히 대답했다. 앨리스가 킥킥 웃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그 서류는 이 저택의 고용인과 그 가족, 거래하는 상인을 비롯하여 드나드는 사람 전반을 조사하여 누구에게 얼마까지 어떤 내용으로 뇌물이 통했는지 확인한 목록일세.”
“네.”
두 사람이 바싹 긴장하며 대답했다.
“…….”
아르티제아는 다음 말을 선뜻 잇지 못하여 망설였다.
그러나 만일에 주군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마땅히 취했을 조치를 명했다.
“이것을 참고해서 저택 안으로 들이는 사람과 물건을 모두 철저하게 가리도록 해.”
“네.”
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시기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헤일리가 물었다.
“그런데 폐하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군부가 이렇게 반응하리라는 것을 모르셨을까요?”
“설마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일부러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프레일이 말했다.
“18년 전 일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폐하는, 유능하고 장성한, 연륜 있는 에브론 대공보다는 어린 후계자를 세워두고 대공가를 협박하여 쥐어짜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계시니까요.”
“높이 올려 세워 거꾸러지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뜻인가요?”
“일리가 있군.”
아르티제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조금 달라. 굳이 폐하께서 옥사와 숙청을 통해 황권의 기반을 새로 다지실 필요는 없으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큰 것을 대공 전하에게 내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는 비논리적이니까. 아마도 뭔가…… 감정적인 이득을 얻은 거겠지.”
“감정적인 이득이요?”
헤일리가 갸웃거렸다.
“그래. 폐하처럼 욕심 많은 분이 이득 없이 행동하실 리는 없고, 또 이렇게 큰일에 손익을 잘못 계산했을 리도 없어.”
명확히 보이는 이득이 작다면, 나머지 부분은 감정적인 것으로 채워진 것이다.
아르티제아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황제가 냉혹하기는 해도 완전히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밀라이라를 오랫동안 총애한 것이나, 황후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황후궁에서 문을 닫고 있도록 놓아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처리하도록 하지.”
“네.”
헤일리와 프레일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폐하께서 이 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로이가르 대공에게 역모를 씌우는 것이다.”
“네.”
“지금 당장 명분을 사용하지 않아도, 증거를 잡아두려고 하실 거야. 로이가르 대공도 그걸 알고 있겠지. 아킴 주교는 절대 혼자서 당할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네.”
“증거 인멸 시도가 있을 거다.”
프레일이 물었다.
“지금 사원에서 감시중입니다만, 아예 대공저로 데려와 보호할까요?”
“아니. 낚시를 하는 게 좋겠어.”
황제에게 쓸모 있는 명분은, 그녀에게도 쓸모 있게 마련이다.
원래는 로이가르 대공을 축출하기 위해 다른 계략을 준비해두었다. 그러나 마침 그보다 나은 건수가 생겼는데 원래 계획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
아르티제아는 망설였다.
전 같으면 이런 중요한 일은 직접 챙겼을 것이다.
“헤일리, 그 일은 네게 맡기겠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아이를 버리지 않을 거라면, 지금은 이 이상 피로를 누적시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