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9
악녀는 두 번 산다 149화
아킴 주교는 아직 사원에 있었다.
역모죄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그가 끌려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사원의 자기 처소에 있었다.
감금되어 있긴 했다. 에브론 기사와 근위대원들이 그의 방을 에워싸고 복도를 감시했다. 면회를 허락받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아무리 그래도 주교를 곧바로 지하 감옥에 끌어다 가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증언이나 증거가 필요했다.
이번 경우라면, 아르티제아를 납치하려 했던 사제들이 자백하는 순간이 아킴 주교가 제대로 역모죄를 쓰는 순간이었다.
아킴 주교도 물론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제들이 완강하게 고문을 버티거나 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킴 주교를 믿고 맹목적으로 따르기는 했다. 그러나 고문을 받으면서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충성심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나?”
니코스 주교는 어두운 낯빛으로 찾아와 한탄하듯이 물었다.
아킴 주교는 딱딱한 얼굴로 대꾸했다.
“대공비가 회임 중인 줄 내가 짐작하고 그랬겠나? 속은 거야.”
“속다니. 에브론 대공비가 그리 건강하지 않은 몸이라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는가?”
“회임 중이라는 말을 했다면 참회하라고 말하지는 않았겠지.”
“아킴! 자네 지금 그렇게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닐세. 이게 얼마나 큰 일인 줄 모르나?”
“그래서?”
아킴 주교가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네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이쪽 편도, 저쪽 편도 들지 않고 보신하면 될 게 아닌가?”
“아킴, 왜 그렇게 말하나? 그래, 자네 말대로 나야 내 보신이나 하면 되지.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태를 진정시켜 봐야 할 게 아닌가? 정말로 극형을 받을 셈인 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에브론 대공 부부에게 사죄를 하고, 협조를 하게. 자네가 진짜로 황족을 해치려고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콜튼의 생각인가?”
“아킴, 콜튼이 문제가 아닐세.”
“콜튼에게 전하게. 대공비에게 속아서 사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없게 하라고.”
속은 결과, 수 싸움에 졌다.
그는 아르티제아가 자신이 임신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편까지 속이고 있다가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추락은 탑에서 떨어지든, 2층에서 떨어지는 어차피 추락이지.”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사실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2층에서 떨어진 자는 살아날 가망이 있지만, 탑 꼭대기에서 떨어진 자는 살지 못한다. 아킴 주교도 알고 있었다.
니코스 주교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고집과 자존심을 꺾고, 다시 생각해보게. 자네가 마음만 돌리면 콜튼과 내가 어떻게든 중재해볼 테니.”
“콜튼이 그러라고 하던가?”
“자네는 이렇게 보내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야. 주교직은 벗어야겠지만, 수도원에서 경전을 관리하고 연구하며 보내는 삶도 나쁘지 않을 걸세. 잘 생각해 봐.”
니코스 주교는 그런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아킴 주교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 삶을 받아들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살아날 방도가 있는가?
‘탈출은 틀렸어.’
에브론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데,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로이가르 대공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위험했다.
아킴 주교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쉽사리 증거를 남길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대화는 모두 얼굴을 마주하고 이루어졌다. 주고받은 금전도 어디까지나 아킴 주교의 연구 활동에 대한 후원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두 아킴 주교의 증언이 있어야 유의미해지는 것들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로이가르 대공은 그를 살려두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죽이는 쪽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그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둘뿐이다.
그중 하나는 세드릭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러면 로이가르 대공이 주범이 되고 자신은 종범이 된다.
그런 뒤에 로이가르 대공을 붙잡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처벌을 감경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이다.
대주교와 콜튼 수사도 중재할 것이다.
그러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니코스 주교의 말처럼 일개 수도사로 내려앉아 어딘가 변방의 수도원에서 사실상의 유배 생활을 하는 정도로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세드릭은 약속을 지키는 자이다. 일단 약속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이후의 여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킴 주교는 그 길을 택하고 싶지 않았다.
어리석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러나 타협하면 결국 아르티제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콜튼 수사의 중재도 받아들인 셈이 된다.
남은 평생을 콜튼 수사에게 고개를 들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죽어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그냥 당당하게 죽을 작정이었다.
물론 혼자 죽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누명을 쓰고 죽을 거라면, 화려하게 불태우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젯밤에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아킴 주교는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밀서랍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냈다.
은밀하게 전해진 그 편지는 황제가 보낸 것이었다.
당연히 이름 같은 것은 적혀 있지 않았다. 보낸 자를 추적해보아도 황제와 전혀 관련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보호를 보장했다. 은밀하게 신분을 바꾸어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비록 수도에서 먼 곳이지만 귀족 신분으로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겠다고 말이다.
그것도 아킴 주교의 자존심을 건드리긴 했다. 편지는 완전히 아킴 주교를 세속인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그가 마치 부유하게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자기 자신을 팔아넘기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르티제아와 콜튼 수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합리적인 제안이기도 했다.
상대는 아킴 주교를 확보하면 로이가르 대공을 언제든 역모로 처형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아킴 자신이 일방적으로 용서 받는 관계는 아니다.
이것은 거래였다.
‘황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라.’
그것이 동등한 거래일 턱은 없었다.
황제는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 그를 조용히 죽여 없앨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킴 주교에게는 그 쪽이 좀 더 납득 가는 미래였다.
똑똑.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킴 주교는 편지를 다시 넣어놓고 벌떡 책상에서 일어섰다.
문이 열렸다. 식사를 가져오는 하인이 겁먹은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벌써 저녁식사 시간인 모양이었다.
문이 열린 김에 기사들이 안을 쓱 훑어보았다.
아킴 주교는 내심으로 불쾌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인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들어와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다시 문이 닫혔다.
아킴 주교는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쟁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느릿하게 식사를 하다가 절반쯤 먹었을 때에 깨달았다.
혀가 조금씩 마비되다가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큭!”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목구멍도 닫힌 듯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식사에 독이 들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킴은 기겁하여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허겁지겁 책상으로 달려가 약상자가 있는 서랍을 열었다.
지병 때문에 마시는 약병들 사이에서 그는 허둥지둥 해독제를 찾아 뚜껑을 열었다. 비상용으로 마련해 두기를 천만다행이었다.
만능이 아니니 무조건 해독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아킴 주교는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목을 움켜쥐었다.
“꺼, 흑……!”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르티제아가 쓰러진 날로부터 닷새째의 일이었다.
* * *
헤일리가 찾아온 것은 이날 저녁 늦은 시간의 일이었다.
그녀는 몹시 긴장해 있었다. 이번 일의 계획 전반을 만든 것은 헤일리 자신이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 사실 헤일리는 이렇게까지 일을 주도할 작정이 없었다.
하물며 이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아르티제아가 깨어나기만 하면, 명령을 듣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맡아버린 일은 어쩔 수 없었다.
헤일리는 단단히 몸을 긴장시키고 아킴 주교의 방이 있는 복도에 섰다.
자신이 아킴 주교와 일대일 협상을 잘해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아킴 주교의 협력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낚시 미끼로 쓰면 족하다는 것이었다.
「경계를 조금 풀고, 외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길을 뚫어줘. 탈출시키는 것도 좋고, 로이가르 대공이 반드시 반응할 거야.」
아르티제아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암살 시도가 있을 거다. 그것을 역으로 붙잡아야 해.」
헤일리는 그 의견에 반대였다.
「아킴 주교와 먼저 협상을 해보는 쪽이 옳다고 생각해요.」
「아킴 주교는 절대로 우리에게 협력하지 않아. 그 같은 남자가 큰 성취를 이루고 나이 들면, 상상을 초월하는 아집을 갖게 되는 법이야. 심지어 콜튼 수사님에게 질투까지 하고 있지.」
「아킴 주교는 이제 비 전하가 어떤 분이신지도 알게 되었고, 대공 전하가 지금 대세를 탔다는 사실도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아마 로이가르 대공 혼자 빠져나가게 두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아킴 주교가 그렇게 합리적으로 손익을 계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렴.」
아르티제아는 시원스럽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넌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니, 나는 이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
잘했다고 했던 칭찬은 역시 칭찬이 아니었던 거라고 헤일리는 생각했다.
역시 이건, 아르티제아가 쓰러졌을 때에 멋대로 한 벌을 받는 게 틀림 없었다.
헤일리보다 먼저 아르티제아를 알았던 프레일은 체념한 태도로 말했다.
「드디어 죽을 때까지 쉴 것인지, 죽어서야 쉴 것인지를 결정할 기로에 오셨군요.」
「죽을 때까지 쉬면 안 될까요?」
헤일리는 진심으로 말했었다.
복도를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헤일리를 보고 놀랐다.
“조르딘 영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비 전하를 대리해서, 아킴 주교를 만나러 왔어요. 들어가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단지 저와 근위대원이 동석할 겁니다.”
“대화가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염려 마십시오. 조르딘 영애라면 그래도 괜찮지요.”
그렇게 말하고 기사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 뛰어들어 갔다. 그의 뒤를 따라 다른 기사와 근위대원들도 우르르 따라 들어갔다.
헤일리도 한 발 늦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킴 주교는 약병을 쥔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게워낸 피가 검게 바닥에 고여 있었다.
체온은 이미 싸늘했다.
“이런, 발작인가? 신경 쓰고 있었는데.”
근위대원이 염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키던 자들의 책임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