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0
악녀는 두 번 산다. 150화
헤일리는 시들어진 샐러드 같은 상태로 에브론 대공저로 돌아왔다.
그 시간에 아르티제아를 만나겠다고 하자 앨리스가 눈에 쌍심지를 켰으나 사안이 급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다. 의사와 하녀들이 빨리 쉬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며칠이나 잔 덕분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이것저것 정리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킴 주교가 죽어?”
“네. 손에 약을 쥐고 있었습니다. 약병에 독이 들어 있었습니다.”
헤일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근위대원은 발작일 거라고 말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다.
“근위대에서는 음독자살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킴 주교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상합니다.”
헤일리가 말했다.
“반쯤 손댄 식사가 남아 있었습니다. 자살할 거라면 아예 먹지 않았을 텐데요. 식사를 먹다 남기고 그 후에 자살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뭔가 이상해요.”
“식사에 뭔가 들어 있었을 거야.”
“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물과 음식은 모두 철저하게 검사해서 들여보냈다고 합니다. 다시 검사해보라고 시키긴 했지만요.”
“독이 아니라 마비약 같은 것이겠지. 그러면 사람이 먹어서 확인해도 확인할 수 없으니까.”
아르티제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킴 주교는 자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 목과 혀가 마비되거나 하면 뭐라고 생각할까?”
“독, 이라고 생각해서 약을 찾았다는 건가요?”
“가능성이 제일 높지. 아마 이번 일이 생기기 전에 일찌감치 약병을 바꿔치기해 두었을 거야. 상비약 같은 것은 평소에는 손을 좀처럼 대지 않으니까 눈치채기 어렵지.”
아르티제아가 물었다.
“식사를 가져온 하인은?”
“지금 찾는 중입니다.”
“이미 행방불명됐겠군.”
한발 늦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솜씨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증거도, 증인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잡기 위해 낚시질을 하려 했던 것이다.
헤일리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됐어. 내가 일찍 깨어나지 못한 탓이다. 네가 막기는 무리였지.”
“비 전하…….”
아르티제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쓰러지기 전에는 역모죄 같은 단어가 나올 거라고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갑자기 상황에 맞춰 급하게 만든 계획이었다. 아무 문제 없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눈뜨자마자 아킴 주교부터 챙겼어야 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일찍부터 계획을 세워 신중하게 진행한 일도 변수가 생겨 망가지기 일쑤이다.
이번 것은 아르티제아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번 일은 여기에서 그만두자.”
“비 전하.”
헤일리가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각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는 것뿐이야. 이 이상 파고들지 않는 게 좋겠구나. 무리해서까지 승부수를 던질 때가 아니니까.”
아마 황제도 나름대로 아킴 주교에게 손을 쓰고 있었을 터이다. 잘못 파헤치다가는 거기까지 건드리게 된다.
로이가르 대공을 상대할 계책은 원래 따로 있었다. 역시 그것을 밀고 나가는 쪽이 좋겠다.
헤일리는 완전히 납득한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비 전하. 달리 분부하실 건 없으시고요?”
“세드릭 님은?”
아르티제아는 동요 없이 물었다. 그것은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라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기 때 문이다.
“이 소식을 전했나?”
“네. 에브론 기사단 측에서 곧바로 보고할 사람이 출발했습니다. 급하게나마 사실 관계만 따로 메모해서 전해드리도록 했습니다.”
“알았다. 잠시 거기서 기다리렴.”
아르티제아는 종이와 펜을 갖고 오게 하여 그 자리에서 짤막한 편지를 썼다.
『지금의 강경한 태도를 지속하면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대부분 취했습니다. 폐하께서 전하에게 지나치게 큰 권한을 주었다고 후회하시기 전에, 지금이 상황을 종료할 만한 적기입니다.』
아르티제아는 간결하게 그렇게만 적었다.
서명란에서 그녀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그리고 편지를 반으로 접어 봉투에 넣어 헤일리에게 주었다.
“세드릭 님에게 이 편지를 전하고 오렴. 반드시 네가 직접 건네드리고.”
“네.”
“그 뒤에는 나에게 굳이 보고하러 오지 말고 쉬어도 좋아. 나도 이제 자야겠군.”
“네.”
헤일리가 공손하게 절을 하고 물러갔다.
아르티제아는 잠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랫배가 콕콕 쑤셨다. 그녀는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애썼다.
세드릭은 그 시간까지 황궁에 남아 있었다.
대주교를 비롯하여 사원의 대표와 황제가 임명한 법관들이 그와 함께 있었다. 근위 기사와 귀족원의 원로들도 참관했다.
그 앞에는 아르티제아를 납치하려 한 사제들이 끌려 나왔다.
공식적인 증언은 지금이 처음이었으나, 이미 에브론 기사와 근위대에게 심문을 당할 만큼 당한 뒤였다.
사제들은 겁에 질린 채 신의 이름을 걸고 선서하고, 아킴 주교가 시킨 일이라는 증언했다.
아킴 주교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재판이었다.
역모죄에는 별도로 재판을 열지 않는다. 그대로 처형되는 것이다. 이만큼 절차를 거치는 것도 상대가 주교였기 때문이었다.
아킴 주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 절차가 종료될 즈음의 일이었다.
세드릭에게 보고하러 온 기사가 가장 빨랐다. 그 외에도 각자의 루트로 정보가 전해졌다.
주교들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법관과 귀족들도 수군거렸다.
“이 일이 어떻게 되는 거지? 발작인가?”
“음독자살 의혹이 있다고?”
다른 이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옆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여럿 합쳐져 웅성거림이 되었다.
세드릭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두통이 일었다.
아말리에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일이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대공 전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겠지요?”
“우선 온 소식으로는 그렇군.”
“그렇다면 자살일 가능성은 낮군요.”
“하지만 독이 들어 있는 약병은 본래부터 아킴 주교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던 모양이네. 직접 마셨고.”
“자살이는 타살이는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발작으로 급사한 거라면…….”
그때 대주교와 이야기를 마친 니코스 주교가 세드릭에게 다가왔다.
“사원은 그 어떤 조사에도 철저하게 협력해 드릴 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대공 전하.”
니코스 주교의 낯빛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니코스 주교님은 아킴 주교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킴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입니다.”
니코스 주교가 눈을 내리깔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사원에 더 이상 아무 문제도 없다는 약속을 선뜻 할 수는 없군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헤일리가 당도했다.
세드릭은 놀라지 않았다. 다만 조금 안타깝게 생각했다.
‘쉬라고 했는데도.’
그러나 아르티제아가 그러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도, 그것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해온 일이다.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일에서 배제하고 조용하고 안전한 침실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아르티제아의 조언이 필요하기도 했다.
헤일리는 조용히 세드릭에게 아르티제아의 편지를 전해 주었다.
세드릭은 그것을 훑어 읽고 말했다.
“알았다.”
“비 전하께 뭔가 말씀을 전해드릴까요?”
“……염려 말고 푹 쉬라고 전해다오. 오늘밤에는 늦을 것 같구나.”
헤일리가 공손히 다시 절하고 물러갔다.
“무어라고 말씀하십니까?”
아말리에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지금이 중단할 때라는군.”
“비 전하께서 역시 현명하십니다. 아킴 주교에게 배후가 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니까요. 지금으로서는 심증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지요. 자살이냐, 타살이냐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군.”
“이 이상 성과 없이 오래 끌면, 자칫하면 폐하의 심사를 건드리게 됩니다.”
세드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아르티제아와 아말리에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르티제아의 편지를 네 번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것도 불태워야 할 편지였다.
세드릭이 일어서자 웅성거림이 커졌다.
“오늘은 이만 폐정하도록 하지.”
세드릭이 말했다. 아킴 주교가 죽어버린 마당에 지금 사제들의 증언을 듣는다 해도 아무 일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귀족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아무도 잠들지 않는 밤이 될 터였다.
* * *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살롱 역시 그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아킴 주교가 죽었다는 소식은 아직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가르 대공을 비롯하여 몇몇 주요 귀족만이 빠르게 소식을 전해 들었을 따름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빠져 나와 두 개의 잔에 손수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따랐다.
그리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다가갔다.
“날씨가 더워지는데, 한 잔 드시지요, 처형.”
그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 마음이 아주 시원합니다.”
경비가 무척 삼엄하여 쉽지 않았을 것인데,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가볍게 일을 처리했다. 자신에게까지 연결할 수 있는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아킴 주교가 독살당했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추측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 아킴 주교에게서 역모죄는 끝났다.
이제 로이가르 대공에게 사실관계로 남은 것은 밀라이라의 행위가 역모죄라고 주장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반대로 세드릭이 함부로 잘못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호 간에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없다. 이길 수 없는 판이니 아예 엎어버린 셈이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따로 자세히 말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때였다.
“에브론 대공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하인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살롱으로 들어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