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2
악녀는 두 번 산다. 152화
헤일리는 아킴 주교의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 보고 싶었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늦게 깨어난 탓에 한 발 늦은 것이지, 네 탓은 아니라며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로서는 그렇게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납득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어쩌면 아킴 주교가 독살을 당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헤일리는 여러 가지 죽음의 형태를 보아왔다. 사실 수도의 보통 여자였다면 헤일리만큼 많은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암살이라는 형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조사할 기회는 없었다.
아르티제아의 말대로 아킴 주교의 시체가 발견된 시점에서 이미 증거는 제거되어 있었다.
주방 하인은 행방불명되었고, 식사를 가져온 하인은 그날 중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근위대는 그 하인을 붙잡았으나, 그가 고향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일을 그만둔 것은 사실이었다.
아킴 주교의 서재와 침실은 근위대가 폐쇄했다. 헤일리가 들어갈 수 있었던 이틀 뒤에는 이미 텅 비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역모죄를 저지른 자가 자살했으니, 관련된 증거를 근위대에서 살피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발표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폐하께서 남에게 보이기 싫은 뭔가가 있으신 게지.”
아르티제아는 침대에 앉아 태연하게 말했다.
“역모는 본래 근위대의 일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 실패한 일에 리스크가 돌아오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이득이라고 볼 수 있지.”
“네.”
헤일리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러나 곧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폐하께서도 아킴 주교가 죽은 게 로이가르 대공 때문이라고 생각할까요?”
“확신은 없으실 거야. 폐하는 생각이 많은 분이니까.”
어쩌면 황제는 아르티제아가 복수를 하거나, 로이가르 대공을 몰아넣기 위해 증거를 위조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황제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수법’까지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심은 있겠지. 누가 한 일이든 간에 증거를 추적해서 가능하면 잡아두려 하실 거야.”
“네.”
“내가 여기에서 일을 중단하라는 것은 그 때문이야, 헤일리. 아킴 주교에게 폐하가 손을 쓰려 하신 것을 아는 것도 위험하지만, 이번 일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가다가 폐하의 비밀 수사관과 마주치면 더 위험해.”
헤일리는 숨을 삼켰다.
“넌 내 시녀이고, 아직은 수도에 익숙하지 않은 변방 사람인 데다가, 에브론이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는 네 순수성을 보장해줄 거다.”
“네.”
“그러니 조금 알아보는 정도는 괜찮아. 독살과 맞닥뜨리고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니 지금까지 알아본 정도가 딱 좋지. 하지만 이 이상은 안 돼. 정보망을 동원할 수도 없고.”
“아깝네요.”
헤일리가 무심코 말했다.
일이 이 이상 커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이가르 대공이 이번 일로 끌려나와 처벌받기를 바랐다.
그녀는 로이가르 대공이 싫었다. 혐오스럽다고 해도 좋았다. 수도에서 와서 접한 온갖 권력 다툼 중에 제일 먼저 접한 것이 로이가르 대공이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암살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것이 역시 불쾌했다.
아르티제아는 헤일리를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헤일리라면 수도 정치에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럴 만한 적응력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겉으로는 비꼬인 데가 있어 보이는 헤일리도 기본적인 품성은 바르다.
아르티제아는 새삼스럽게 그것을 느끼고, 부러워졌다.
자신은 한 번도 그런 것에 충격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결론이 난 다음, 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절차는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이단 재판과 인신매매, 살인 미수에 대한 재판이 한날에 열렸다.
재판은 짧고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고작해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은 재판이었다.
“인신공양을 통하여 금지된 저주 마법을 행하려 한 죄로 밀라이라 로산을 파문한다. 사원에서 행했던 모든 성사는 그 효력을 잃었으므로, 밀라이라는 이 순간부터 그 누구의 딸도 아니며 누구의 아내도 아니며 어느 가문에도 속하지 않는다.”
“…….”
“다만, 아무리 죄인이라 해도 본디 신께서는 인간을 가련하게 여기시는지라, 반성하고 평생 회개하며 봉사할 뜻이 있다면 사원에서 거두고자 한다.”
그것이 이단 재판의 결과였다.
대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저주를 위해 인신을 금전으로 사들이고 살해하려 한 것은 죄질이 극히 나빠 용서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수에 그쳤으며, 반성하고 전 재산을 헌납하여 피해자를 위로하고자 한 점을 참작하여, 종신 유배형에 처한다.”
이제 밀라이라는 서부 변방의 수도원에 죽을 때까지 유배될 것이다.
신의 자비에 따라 파문당한 자가 반성하고 회개하면 거두어 주겠다는 사원의 뜻과 유배형이라는 결과가 합쳐진 결과였다.
본래대로라면 사원에 기부되고, 밀라이라의 편안한 여생을 위해 쓰였을 재산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부모에게 팔린 아동들을 구제하는 데에 쓰일 것이었다. 로산 저택은 고아원이 될 예정이었다.
밀라이라는 수척해진 모습으로 판결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다만, 자꾸만 방청석을 쳐다보았다. 찾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래서 세드릭은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티아에게는 내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도 당신과 묶여서 비난받을 뿐이니까요.”
“…….”
“당신의 일로 티아가 더 큰 고통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걘, 내 딸이야.”
“그렇죠. 세례 성사가 무효가 되면서 당신이 부모에게 받은 성이 사라지고, 혼인 성사가 무효가 되면서 법적인 남편의 성도 사라지고, 어느 가문 소속도 아니게 되어도 당신 자식들은 당신의 자식들이지요.”
세드릭이 조용히 말했다.
밀라이라가 죽어 마땅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비단 이번 일 때문이 아니었다. 로산 후작가를 독살했던 일 때에 밀라이라는 이미 극형을 받았어야 마땅했다.
아마 세드릭이 알지 못하는 다른 죄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세드릭은 그것을 전부 파헤쳐내지 않고 덮어두기로 했다.
“목숨을 아껴 오래 사십시오. 죽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화해도, 원망도, 후회도.”
세드릭이 말했다.
“당신이 후회하기를 바랍니다.”
아르티제아가 평생 기대했을,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해 버렸을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아름답지 않아도, 부유하지 않아도, 권력이 없어도, 사랑해주지 않아도, 무조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헌신하던 단 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팽개친 것을 후회하기를 바랍니다.”
“네가, 뭔데?”
“티아의 남편입니다.”
세드릭의 대답은 무거웠다. 그리고 그녀를 데려가라고 손짓했다.
밀라이라는 그대로 호송 마차에 실렸다.
발광하지도, 울면서 매달리지도 않았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16. 기억
황후는 수틀에 바늘을 꽂으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서부로 유배라. 그레고르가 많이 양보했구나.”
“상한 자존심을 채워드릴 만한 일이 있었으니까요.”
“폭동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세드릭 님이 설득했다고 들었습니다. 종신 유배형이면 제국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요.”
철저하게 이번 사건만 두고 따진다면, 그랬다. 황후에 대한 시역 미수를 제하고 본다면 고아 둘을 죽이려다가 실패한 것뿐이다.
그것이 작은 죄라는 것은 아니나 군중이 원하는 것처럼 조리돌린 후 돌을 던져 죽일 죄도 아니었다.
세드릭이라면 아마 아르티제아를 생각하지 않았어도 그것을 막았을 것이다.
세드릭의 배려는 판결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옛 죄를 따로 끌어내지 않은 것, 그 판결을 이단 재판과 연결 지어 유배지를 수도원으로 결정한 것에 있었다.
그는 그 수도원을 직접 알아보았다. 밀라이라를 보살펴줄 수 있도록 자신과 친분이 있는 수도사가 있는 곳으로 결정했다. 의식주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약간의 금전도 기부했다.
“쉽지 않은 일을 했어. 널 위해 신경을 많이 썼지.”
“통념에 따라 필요한 일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랐고?”
아르티제아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밀라이라의 죄가 자신의 죄 같았다. 자신의 핏줄이 세드릭의 의로운 마음을 꺾은 것 같아 괴로웠다.
자신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은 셈이다.
“어머니는 목숨을 건지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될까요?”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되물었다.
“차갑구나.”
“저는 어머니를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예외가 될 이유는 아니니까요.”
황후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의 심중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긴, 네 목표는 엄밀하게는 밀라이라가 아니라 로렌스였지.”
“네.”
“자식이 모자란 점이 있고 실망스럽다고 해서 바로 포기하는 부모는 없다. 네가 그 점을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구나.”
“알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어머니를 끌어낸 것은 폐하께서 오라버니에게 노하고 실망하셨을 때에 막아 줄 사람을 없애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네가 그런 각오라면 되었다.”
황후가 냉정하게 말했다.
“아이가 생겼으니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다.”
“……네.”
아르티제아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 눈을 내리깔았다.
어쩌면 아이를 낳고 온전히 기르려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멈출 수 없었다. 수레바퀴는 이미 구르기 시작했다. 지금 멈추면 깔리는 것은 자신 쪽이 될 것이다.
“황후 폐하께서는 제가 한 일에 만족하고 계십니까?”
“만족이라.”
황후가 조금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대로 괜찮구나. 바깥이 워낙 시끄러워 황후궁을 바라보는 사람은 도리어 없었으니. 덕분에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있고, 손님도 편안하게 맞이했단다.”
그렇게 말하면서 황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페셔 자작가의 자손들은 아직 황후궁에 머무르고 있었다. 옛 친구와 가신들도 방문했다.
전 같으면 황제의 견제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밀라이라의 저주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지금 황후궁에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황제가 정부의 복수를 본처에게 했다는 말을 듣기 딱 좋았다.
“그레고르가 내게 신경 쓰기 전에 이 일이 끝났으면 좋겠구나.”
“네.”
“일단 진흙탕에 발을 들였으면, 아이를 위해서도 멈출 수는 없는 일이지. 임신 중에 위험하다고 하지만, 사실 아기가 어릴 때보다는 월등히 덜 위험하다.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아도 되니.”
그것은 황후의 경험담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시종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알렸다.
“에브론 대공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데리러 온 모양이지?”
“네. 그런가 봐요.”
아르티제아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황후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아르티제아는 개인적인 염려나 애정을 나눌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는 게 좋지도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살뜰한 남편을 보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세드릭의 어린 시절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곧 세드릭이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안녕하셨습니까, 황후 폐하?”
“안녕한 줄 아니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게 아니냐?”
“문 여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그러세요?”
세드릭이 가볍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