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5
악녀는 두 번 산다. 155화
세드릭과 로렌스가 정무장관에 임명된다는 소식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수도 안에 쫙 퍼졌다.
이는 다분히 황제의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 소식이 그냥 알려진다면 로렌스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폭발했을 것이다.
밀라이라가 죄를 받아 종신 유배형을 간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그 아들에게 중요한 직책을 준단 말인가.
그러나 수도의 신문은 모조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세드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기사를 냈다.
서부를 안정시키고 개선식을 했을 때조차도 이 정도로 떠들썩하게 찬사하지는 않았다. 마치 영웅이라도 만들어내려는 듯한 기세였다.
그리고 로렌스에 대해서는 그 뒤에 작게 한두 줄로 적는 정도였다.
때로는 그가 정무장관이 되어 남부로 가는 것을 해적 토벌에 백의종군하러 가는 것처럼 왜곡한 기사가 조그맣게 실리기도 했다.
살롱과 커피하우스에서만 돌아다니는 반정부적인 불법 신문에서나 비판을 조금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었다.
프레일은 씁쓸하게 말했다.
“이렇게 난리를 치면 잘해봐야 본전도 못 건지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
아르티제아가 그렇게 말해도 프레일은 투덜거렸다.
“우리 전하를 그냥 들러리로 세운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화가 났었는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제국의 방패라고 추어올리더니, 진짜 사람을 통째로 방패 취급하는 거잖아요.”
“원래 눈에 띄는 자리에 있으면 공격도 많이 받는 법이 아닌가. 그만큼 보답도 받을 수 있을 걸세.”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내정은 본래부터 잘해봐야 본전이에요. 게다가 이 일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구제하고 아동을 보호하는 데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프레일은 크게 불평했다.
“무모하셨어요. 린 재상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었다.
프레일의 말이 부분적으로는 옳았다. 린 재상의 염려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다.
노예를 유통하는 조직을 단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뿌리 뽑을 수는 없다.
제국법으로 금지해도 노예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인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린도 세드릭에게 미리 경고한 바가 있었다.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엄하게 단속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미 제가 했을 겁니다.」
「치안을 정비하고, 피해자 구제와 아동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만들 겁니다. 그 뒤의 일은 차차 생각해보죠.」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범죄 조직을 없애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린 재상은 그렇게 말했다.
제국 수도에는 언제나 뜨내기와 유민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사람이 어디에서 사라져도 관리들이 그것을 파악하여 수색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인신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치가 선결되어야 했다.
첫째는 전국의 호적대장을 다시 작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리들이 그 호적대장과 실제 사항이 맞는지 성실하게 일하며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음성적인 금전의 흐름을 파악하여 다시 제국법의 테두리 내에 끌어들여야 했다.
그리고 호적대장을 제대로 만들어 관리하기 위해서는 서부와 남부의 국경을 탄탄하게 하여 유민을 없애야 한다.
관리들이 제대로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지의 군벌과 토호를 진압한 후 행정력을 구석구석 미치게 해야 한다.
금전의 흐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제국민의 생업이 안정되어야 한다.
그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것은 결국 제국 정부 전체의 개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역의 치안을 정비하고 군사력을 동원하여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것으로는 단기간의 해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늘 자체를 걷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닦아내도 결국 같은 자리에 곰 팡이가 자라나고 만다.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공 전하께, 공연히 부담과 위험성을 안지 마시라고 권한 겁니다.」
린 재상은 그렇게 말했다.
「이는 황제 폐하께서 결단하시고, 위아래로 모든 신료가 한마음이 되어 백성을 위할 때에나 겨우 가능성이 생기는 일입니다.」
「린 재상.」
「대공 전하께서 이 일을 적당한 선에서 포장하여 마무리 짓고자 하신다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그러실 마음은 없으시겠지요?」
「…….」
「그러면 폐하께 주청하여 제국을 개혁하고자 하시겠습니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대공 전하 께서도 아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폐하께서 해온 통치가 그릇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는 세드릭도 난처하여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르티제아에게, 황제의 앞에서 몸을 숙이고 제국의 내정을 미리 살펴 두는 정도에서 그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아르티제아도 그러한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프레일의 말처럼 공격은 계속 당할 것이다.
로렌스가 안전하게 남부에서 공을 세우는 동안에 세드릭은 수도에서 비난하는 여론 앞에 세워질 것이다.
그러나 세드릭은 잘해낼 것이다.
그는 작은 비난에 크게 흔들리거나 동요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국에는 세드릭의 진심이 통하리라는 것을 아르티제아는 믿었다.
그리고 일단 진심이 통하면, 그만큼 보답이 돌아온다. 민의란 그런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만은, 그녀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 *
아말리에가 에브론 대공저를 방문한 것은 이틀 후 오후의 일이었다.
아르티제아는 평범한 태도로 정원이 보이는 테라스의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아말리에는 밝은 얼굴의 시녀가 아르티제아의 곁에서 편지를 열어 읽어주고, 선물 상자들을 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르티제아는 소스가 뿌려진 감자 튀김과 새콤한 과일 간 것을 번갈아 먹고 있었다. 피곤한 안색이었지만, 정말로 상태가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말리에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방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 전하.”
“이렇게 찾아주시니 기쁩니다. 하퍼 경. 앉으세요.”
아말리에는 아르티제아에게서 가까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리고 선물로 가져온 상자를 내밀었다.
리시아가 아말리에의 손에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회임을 축하드립니다.”
아르티제아가 리시아를 향해 눈짓했다.
리시아가 상자를 살짝 열어 보았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남해 연안에서 자라는 커다란 꽃의 꽃잎을 따서 말린 것이었다.
뚜껑을 반쯤 여는 것만으로도 화사한 향기가 퍼졌다.
“목욕물에 넣어서 쓰시면 됩니다. 제가 아이를 가졌을 때에 써보니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던 게 기억나서 가져왔습니다. 다른 뜻은 없고요.”
“고마워요.”
아르티제아는 무덤덤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상자를 열게 한 것은 아말리에를 의심해서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혹 무슨 함의가 있는 물건일까 해서 그런 것이었다.
아말리에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먼저 다른 뜻이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리시아가 상자를 치워 놓고 아말리에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아르티제아는 다시 과일을 끌어당겨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었다.
입 안이 더워서 시원한 과일을 먹으면, 따뜻하고 맛이 강한 것이 먹고 싶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이번에는 새콤하고 서늘한 게 당겨서 안달이 났다.
그녀가 연달아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아말리에가 미소를 지었다.
“입덧도 덜하신 듯하고 다행입니다.”
“미안합니다.”
아르티제아가 먹던 숟가락을 놓았다. 불현듯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 안에서 침이 돌았다.
“더 드십시오. 제가 쉬시는 데에 방해를 한 것뿐인 걸요. 다른 무엇보다도 비 전하께서 체력을 붙이셔야 할 때입니다.”
아르티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시기는 아니죠.”
“후사가 탄탄한 것은 매우 중한 일입니다. 비 전하께서 연치 어리시니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에브론 대공가 입장에서는 홍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비 전하의 슬기를 물려받은 적장자가 태어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요. 정통성의 중요함을 이번처럼 절실하게 깨닫는 일이 없기도 합니다만…….”
아르티제아는 자신을 닮은 아이의 탄생에 대해서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통성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것이 가장 고민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저 선물상자들도 모두 회임 축하로 보내진 것들입니까?”
“그런 셈이에요.”
“로렌스 경도 선물을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보내긴 했어요. 집사가 골라 보냈겠지만요.”
“별로 신경 안 쓰시는 듯합니다. 로렌스 경에 대해서.”
아르티제아가 리시아에게 물러가 있으라고 손짓했다.
이미 읽은 편지들을 정리하여 다시 봉투 안에 넣는 리시아의 손이 멈춰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리시아는 잠깐 움찔했다. 그러나 서둘러 편지를 쓸어 쟁반에 얹었다. 그리고 공손히 아르티제아에게 인사하고 물러갔다.
아르티제아는 조용한 얼굴로 아말리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찾아왔는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여론과 달리 정치꾼들에게 제일 중요한 화제는 세드릭이 정무장관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황제가 로렌스를 위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황제의 후계자로 로렌스와 로이가르 대공이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실상 황제가 로렌스에게 계위시킬 뜻을 제대로 내비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후계자에 대해 언질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 간접적인 방식이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황후 소생의 자식들을 잃었어도 아직 어리고 건강한 동생이 남아 있다고 말하곤 했다.
혹은, 어린 로렌스의 머리에 황제의 관을 씌우고 국새를 가지고 놀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때로는 사적인 자리에서 로렌스에게 자신의 마지막 유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위아래가 모두 술렁거렸다.
요컨대 황제는 후계자 후보들을 황권을 강화하고 신하들을 움직이는 패로 사용해 왔다.
언제든지 자신의 말을 뒤집을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입 밖에 내는 것을 피해 온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직접 로렌스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가르 대공을 비롯하여 제위 계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든 귀족들이 이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황제의 신하들이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었다.
알폰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물러나 사실상 단둘이 되고 나자 아말리에가 말했다.
“가얀은 폐하의 명을 충실히 따를 겁니다. 그리고 남부를 평정하는 일에 성공할 겁니다.”
“네. 그러시겠죠. 가얀 경은 유능하고, 폐하의 군대는 매우 강하니까요. 사실 제국의 국경이 어지러운 것은 제국이 약해서가 아니라 내정이 어지러워 밖으로 총력을 기울일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황제가 제대로 지원만 해 준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애당초 목적이 해적을 뿌리 뽑는 것이 아니다. 공적이 있다고 말할 만한 수준의 그럴 듯한 성과만 얻어도 충분했다.
그렇게 극적인 연출까지는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