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6
악녀는 두 번 산다 156화
아말리에는 이미 차기 황제로서 세드릭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고 마음을 결정했다.
그러나 불안했다.
황제가 비록 로렌스와 로이가르 대공을 양손에 올리고 흔들곤 했으나, 그래도 본심으로는 로렌스를 후계자로 가늠하고 있었다. 그것을 황제의 신하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정상 친아들이라 해도 권력을 나눌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밀라이라나 로렌스는 벌써 진작부터 국정 운영에 관여하여 제 자리를 얻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권력과 상속을 빌미삼아 자식으로부터 충성과 사랑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병석에 누워 죽게 될 때에나 국새를 손에서 놓을 사람이었다.
아말리에는, 그때가 되면 스스로 세력을 쌓아온 로이가르 대공이나, 높은 명성을 가지고 지금부터 관민의 지지도 얻어낼 세드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서게 되리라고 계산했다.
황제가 늙고 병약해질수록 황권은 약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황제의 총애를 발받침으로 하고 있는 로렌스의 세력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황제가 계위를 염두에 두고 권력 이양 작업을 하겠다면 문제가 달랐다.
황제는 아직 정정하고, 권세는 드높다. 이번 사건을 겪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말리에는 감히 거기에 맞설 마음이 없었다. 아말리에만이 아니라 황제의 신하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아르티제아가 의아하게 물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나요?”
“못했습니다. 시기가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설령 미리 물밑작업을 하는 것뿐이라 해도 너무 이르다.
적어도 1년 정도가 지난 후에, 이번 일의 여파가 가신 후에나 시작할 만한 일이었다.
황제가 총애하는 정부 소생일 때에도 로렌스는 사생아였다. 명성도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종신 유배형을 당한 파문자의 소생이었다. 이것은 결격 사항을 넘어서서 치명타 수준이었다.
이 시점에서 계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아르티제아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그녀는 이런 대화 쪽이 임신을 축하받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달리 생각하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왜 그렇습니까?”
“역모에 엮인 일 때문에 사원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것은 그랬다.
아말리에는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티제아는 하나하나 짚으며 말을 이었다.
“로이가르 대공 측도 마찬가지예요. 근위대가 아킴 주교의 처소를 샅샅이 수색했잖아요. 역모라는 명분이 다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근위대가 아킴 주교와 로이가르 대공이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는지 아닌지 아르티제아는 모른다.
로이가르 대공도 마찬가지였다. 황제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증거가 있는지, 혹은 증거를 조작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른다.
그러니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약점을 잡히는 것도 두려운 일이나, 상대가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 역시 위협적인 법이다.
“여론도 상당히 잠잠해졌고요. 어머니는 냉정하게 처벌되었으니까요.”
물론 그것만으로는 벌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수가 내심으로는 그 정도도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제가 총애하던 정부인 데다가 로산 후작 대부인이 아니었는가.
오히려 황제가 공정하고 냉정하게 판결했다고 평가하는 자도 적지 않았다.
황제의 권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황후 폐하 쪽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셨겠요.”
본래대로라면 황후가 마땅히 이 문제에 대해서 절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페셔 자작가의 후손이 있다. 황후의 옛 친구들도 잠적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에 황후가 거래를 받아들일 요소는 충분했다.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에 반해, 해야만 할 이유는 차고도 넘쳐요. 다소 여론이 좋지 않아도, 지금 밀어붙이는 쪽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셨겠지요. 어차피 지금부터 시작해도 로렌스 오라버니가 개선식을 하게 되는 것은 한두 해 후일 테니까.”
그때쯤에는 밀라이라를 비난하는 여론도 식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비 전하께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듯합니다.”
“이 모든 것은, 폐하께서 로렌스 오라버니를 사랑하여 반드시 후사로 삼겠다고 결정하셨다는 것을 전제로 펼친 논리입니다. 하퍼 경도 이렇게 생각하셨을 테지요.”
“비 전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말리에는 흥미로운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평연하게 말했다.
“폐하의 결심이 그 정도로 굳으셨다면, 진즉 황후 폐하를 제거하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정통성 문제를 해결했을 거예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비 전하의 모친이니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송구합니다만, 황후의 자리에 걸맞은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황후위에 올려서 로렌스 오라버니를 양자로 삼는다는 수단도 있었을 텐데, 왜 하지 않았을까요?”
아말리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로렌스를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면, 그쪽이 정치적 부담이 훨씬 적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사람은 마음에 따라 행동해요. 이성적인 판단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죠.”
“폐하께서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셨기 때문에 이제까지 정통성을 주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폐하의 심중은 확실히 로렌스 경에게 있었습니다. 로이가르 대공께서 루덴 후작가와 혼사를 치르신 이후로는 더더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이렇게 당황하고 계시잖아요.”
“그 말씀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군요.”
“폐하는 어머니와 오라버니를 두고 가족을 꾸린 듯 여기셨죠. 그건 오라버니를 아들로 선택한 게 아니라 어머니를 아내로 선택한 거였어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러면서도 어머니와 결혼하는 대신에 다른 곳에 쓰셨죠.”
접근하기 쉽고 감정적인 밀라이라는 이용하기 쉬운 존재였다.
황제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귀족과 부자들은 하이에나처럼 밀라이라의 주위에 모였다.
황제는 밀라이라가 원한다는 이유로 변덕스럽게 권력과 재물을 나누어주곤 했다.
반대로 밀라이라를 슬프게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가산을 몰수하거나 목을 날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밀라이라는 황제가 원하는 대로 귀족들을 분열시키거나 결집시키고, 억제하던 술책 중 하나였다.
물론 아말리에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제 친혈육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생각해볼 만한 문제로군요. 폐하는 어머니와 로렌스 오라버니 중 어느 쪽을 더 사랑하셨을까요?”
아말리에는 이번에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황제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정치적인 문제는 고려해 보았다. 그러나 황제의 감정 문제는 생각해본 적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쯤 오니 아말리에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황제는 로렌스를 사랑하지만, 밀라이라의 아들이기에 다른 자식들보다 조금 더 사랑했다.
그 밀라이라조차 가혹하게 이용한 황제가 과연 로렌스만은 다르게 생각할까?
결혼 쪽이 훨씬 쉬운데도 밀라이라를 평생 정부로 두었다. 그쪽이 용도에 더 걸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로렌스에게는 권력을 이양해주려 할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아닌데?
“하지만 폐하께서는 실제로 로렌스 경을 황태자로 만들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네, 지금은요.”
“지금은…….”
아말리에는 아르티제아의 대꾸를 되새김질했다.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보면, 상황이 꽤 단순해지죠. 폐하는 지금 죄책감을 덜고 싶으신 거예요.”
“대부인……에 대한 죄책감 말입니까?”
“최근에 폐하의 마음을 크게 바꿀 만한 일이 그것 말고 또 있었나요?”
“확실히……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그것뿐이겠지요.”
아말리에로서는 생각해보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아르티제아가 태연하게 말했다.
“어머니를 버려야겠다는 건 냉정한 판단의 결과였어요.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폐하는 25년이나 함께 살아온 여자를 보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버렸습니다.”
“그렇지요.”
“폐하는 그것에 대해 변명이 하고 싶으실 거예요.”
“대공 전하께서 책임을 떠맡았으니 폐하는 거기에서 피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건 대외적인 거예요. 그것과 별개로 폐하는 당신의 마음에 변명해 줘야 해요. 스스로 무엇을 하셨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실 테니까요.”
“음.”
아말리에는 침음성을 삼켰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하퍼 경은 후회가 별로 없는 분인 듯하군요.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로렌스 오라버니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면서요? 오라버니가 잘해야 어머니가 살 수 있다고.”
“예.”
“자식을 위해서 그랬다는 핑계만큼 좋은 것은 세상에 흔하지 않지요.”
황제는 밀라이라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고, 그 죄책감으로 마음의 부채를 지불해야 한다.
로렌스가 비록 밀라이라에게 잘못했지만, 밀라이라에게 미안한 만큼 황제는 로렌스를 지지해줄 것이다.
“폐하는 모순된 분이에요. 순종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명령을 듣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무능한 자를 싫어하시죠.”
“그건 그렇습니다.”
아말리에가 쓰게 웃었다. 황제의 신하들만큼 그것을 잘 아는 자는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내리깔고 이젠 없어진 일들을 떠올렸다.
황제는 결코 순종하기만 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밀라이라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는 아들에게서 순종과 충성을 바랐지만, 동시에 아들이 자기가 통제하는 범위를 벗어나 제 손으로 힘을 얻어내기를 바랐다.
그것이 자신을 닮았다고 느끼게 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신탁을 조작해 로렌스에게 정통성을 만들어 주었을 때에 황제가 얼마나 흐뭇해했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줄 테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아들이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가져가기를 바란다.
로렌스가 황제의 뜻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정통성을 만들어낸 이후에야 비로소 그를 진짜 아들로 인정했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해서 일찍, 몸소 로렌스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려 할 리 있겠는가.
그것은 결코 본심일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의 뜻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본래 아쉬울 것 없는 자는 쉽게 잊는 법이다.
황제에게 자기 정당화가 끝나고 나면, 부채 의식은 잊히고 감정만 남을 것이다.
그것을 부추길 만한 사건 한두 건만 있어도 황제의 마음은 확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로렌스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가장 큰 기회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기회를 얻고도 실패하면, 로렌스는 더는 후계 다툼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생각했다.
‘오히려 이것은 세드릭 님에게 더 잘된 일이지. 비교가 될 테니까.’
그 비교는 정무장관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사촌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을 견준다는 것은 결국 양쪽을 동등한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다.
로렌스는 황제의 후계자로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히 세드릭을 차기 황제로서도 로렌스와 견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