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0
악녀는 두 번 산다 160화
“네. 완전히 관심이 없습니다.”
이안의 질문에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대꾸했다.
“소후작님이 카멜리아 후작가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후작가가 가지고 있는 이권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차피 하지 않으니까요.”
솔직한 대답에 이안은 오히려 이해가 갔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손수 원하는 걸 얻어내시려는 겁니까?”
아르티제아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머리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시야가 좁다.
이안은 이득의 범위 안에 직접적으로 얻어내는 것밖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루덴 후작처럼 카멜리아 후작가를 손에 넣고 흔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럼 루덴 후작가를…….”
말하려다가 이안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 카멜리아 후작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아르티제아의 입장에서 그가 훗날 카멜리아 후작답게 살 수 있을지 어떨지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안을 이용해 하려는 일도 성공과 실패 자체가 중한 일이 아니었고 말이다.
어차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목표로 까는 천라지망 중 하나의 덫일 따름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이안이 곧 마음을 정한 듯이 물었다.
“제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이번 질문은 훨씬 낫군요.”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상속 소송을 거십시오.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소송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그 사이에 귀족답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드릴 작정입니다. 충분한 수준의 호위도 포함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안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아르티제아의 목적이라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 어머니와 외삼촌들이 지금의 후작 부부에게 밀려 죽거나 멀리 달아났다는 것은 비밀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이제 와 그 정도로 후작가를 흔들 수 있겠습니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군요.”
“막내 삼촌이 작위를 계승하고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상속 소송에서 아주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기껏해야 재산 일부를 얻어내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지…….”
“소후작님에게는 그것도 감지덕지이실 텐데요.”
“재산을 얻는 대가로 목숨의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까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재산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는 상속 소송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생기겠지요.”
크라테스 제국의 법원은 결코 엄중하고 공정한 사법기관이 아니다.
법관들은 대개 대귀족의 시선으로 판결했다. 더 강한 세력, 더 높은 신분, 더 부유한 자가 언제나 더 승리에 가까웠다.
지금이야 황제의 법을 다루지만, 초창기에는 귀족끼리의 합의를 조정하던 기관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판결이 영원한 일도 없다.
아르티제아의 말에 이안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곧 눈을 빛냈다.
“로이가르 대공이 황제가 되지 못하고 몰락한다면 루덴 후작가도, 카멜리아 후작가도 함께 숙청되겠군요.”
숙청에도 이유가 필요한 법이다.
적당히 정치적 이유를 만들어 제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면, 부담은 줄어든다.
그것이 비리나 악행이라면 더욱 좋다.
루덴 후작이 카멜리아 후작가를 손에 넣기 위해 적손들을 해치고 쫓아낸 일은 개인적인 악행으로 취급할 수 있다.
숙청을 작정했을 때에 이미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적손이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실행하기 쉬웠다.
이것은 다른 귀족들에게 내세우기 좋은 명분이었다.
귀족들은 귀족 가문을 없애는 것에 예민하다. 황제가 귀족 세력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남의 집안 일로 여기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안은 적장손이었다.
그는 아르티제아가 로렌스 측의 귀족이리라고 생각했다.
먼 지방에서 평민으로 살아온 그에게는 그 이상의 것을 파악할 만한 정보도, 분석력도 없었고, 논리를 단숨에 비약시켜 진실에 닿을 만한 직관력도 없었다.
그리고 로렌스가 획책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귀가 잘 맞았다.
카멜리아 후작가에 불명예를 씌운다. 그것으로 카멜리아 후작가가 흔들리면 좋다.
그러지 않아도 훗날 로이가르 대공 주위를 숙청할 핑계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위험부담은 이안이 지기에, 이 귀부인과 그 주인에게는 하등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이안은 지금이 베팅할 때라고 생각했다.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께도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신지요.”
“후우.”
“로이가르 대공이 몰락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가 황제가 되면, 저는 위험해질 따름입니다.”
“…….”
“무엇보다도 이제껏 동부에서 필부로 살아온 제가 상속 소송 같은 것을 걸면, 당연히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숨겼다.
요컨대, 제대로 파벌에 넣어 보호해 달라는 의미인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배후의 존재를 밝힐 수도 있다는 의미도 살짝 느껴졌다.
“소후작님은 카멜리아 후작가가 일일이 뽑아내기가 곤란해서 남겨놓은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어차피 배신하지는 못할 테니,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답니다.”
“…….”
“로이가르 대공이 소후작님에게서 배후를 들으면, 그 공을 인정하고 상이라도 주실까요?”
“하지만 부인.”
이안은 바짝 긴장하여 초조하게 그녀를 불렀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처음에 약속하려던 것조차도 얻게 되지 못할 것 같았다.
아르티제아는 그런 그의 불안감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욕심은 크지만, 도박사 기질은 없다. 머리가 좋은 편인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월등히 영민하지도 않다.
스카일라처럼 일찍부터 철저하게 교육받으며 고위 귀족으로 훈련을 쌓아온 것도 아니다.
즉, 어디까지나 범부에 불과하다.
후작으로 만들면서 자존심을 이상하게 건드려 비틀지 않는다면 다루기 쉬울 것이다.
‘용모도, 생활이 험했던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군.’
아르티제아는 조금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구상이 떠올랐다.
루덴 후작가가 했던 일을 로산 후작가가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그 형태는 이안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터였다.
루덴 후작가가 카멜리아 후작가의 작위 계승에 관여했을 때에 주종 계약의 주체가 카멜리아 후작이 아니라 후작 부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나중 일이었다. 지금은 스쳐 지나간 구상에 불과했으니까.
아르티제아는 짐짓 어두워진 얼굴로 이안에게 대답했다.
“그분은 이렇게 아무 힘도 없으면서 미래의 불확실한 대가를 담보로 뭔가 얻으려는 자를 싫어하시지요.”
“부인…….”
“다만, 제 입장에서는, 그분께서 명하신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은 무척 난처한 일이라서요.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안은 휴 안도한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습니다, 부인.”
“그러면 소후작님께서는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생각, 해보겠습니다. 부인의 주인께야 제가 아무것도 아닐 터지만, 제게는 제 목숨이 귀중하니까요.”
“네. 충분히 생각해보도록 하세요.”
그 이상 아르티제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안은 초조를 숨기지 못하고 일어섰다. 더 버틴다고 해서 좋은 조건이 제시된다거나, 저쪽에서 먼저 정보를 줄 가능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수하들이 들어와 다시 눈이 가려진 이안을 데리고 나갔다.
아르티제아는 은밀히 지켜보고 있던 눈도 거두도록 지시했다. 만약의 경우가 생기더라도 보호하지 말라고 말이다.
결국 제안을 받고 이쪽으로 오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예전대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안은 알아야 했다.
프레일이 물었다.
“결정하신 겁니까?”
“결정?”
“예. 카멜리아 후작으로 이안 씨를 택하신 건가 해서 여쭤본 겁니다. 스카일라 영애가 벌써 세 번이나 만나러 왔는데도 거절하셨잖습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군. 스카일라도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더 좋고.”
“스카일라 영애는 아직 비 전하에게 충성을 결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비 전하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로이가르 대공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프레일이 판단하기에, 이안이 스카일라보다 나은 점은 범용하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이 중요할 수도 있긴 했다. 그만큼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카멜리아 후작가를 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변수를 줄인다는 의미에서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빙그레 웃었다.
“스카일라의 입장은 좀 애매하지. 어차피 지금 이대로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따라 로이가르 대공에게 완전히 충성한다고 해서, 스카일라가 카멜리아 후작으로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최소한 상속 자체는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카멜리아 후작가가 가진 재산과 이권을 그대로 상속받을 테고, 카멜리아 후작 본인이 될 테니, 지금의 후작 부인보다 정치적인 입지도 더 안정적이지 않겠습니까?”
프레일이 반론했다.
“비 전하께서 작위 상속을 어렵게 만든다면, 적으로 돌아설 우려도 있습니다.”
“벌써 세 번이나 찾아왔지 않은가? 괜찮아.”
“비 전하.”
“그녀는 누가 아쉬운 입장인지 잘 알고 있을 걸세. 곧 네 번째 방문을 할 거야.”
마치 이미 스카일라와 약속이라도 한 사람처럼 아르티제아가 느긋하게 말했다.
“로이가르 대공에게 붙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 한정된 이상, 스카일라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스카일라 영애가 적극적인 성품이기는 하지요.”
“그래.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프레일 경,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마음이야.”
제아무리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판단은 결국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결정은 판단보다 더더욱 그러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러고 싶어서’ 행동하고, 그러지 않을 수 없어서 결정한다.
스카일라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 대한 루덴 후작가의 처사에 울분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 자신에 대해서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은 스카일라의 판단을 비틀 것이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니까 더더욱.
그리고 아르티제아의 말대로, 스카일라는 다음날 오후에 방문했다.
* * *
세 번째 방문 때까지 스카일라는 거절당해도 느긋한 기분이었다. 회임한 몸으로 큰일을 겪은 아르티제아가 쉽게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네 번째 방문에는 그 정도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 앨리스를 통해서 뒷문으로 몰래 방문한다는 규칙도 챙기지 못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정보망에는 이미 이안이 수도에 들어왔다는 것이 걸려 있었다.
이안이 살고 있던 곳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에만 해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렇게까지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도에 왔다면 문제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