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1
악녀는 두 번 산다 161화
스카일라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안 카멜리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기껏해야 소란이나 만드는 정도겠죠.」
「나도 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네 외할아버지가 아는 거야.」
「그 정도 일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꾸중하실까 봐 그러세요?」
「그게 아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기도 하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탄식했다.
「네 외할아버지는 그때 달아난 카멜리아 가 사람들을 모두 처리하기를 원하셨었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목숨만은 붙여달라고 부탁했고.」
「아버지라면 그러셨겠죠.」
스카일라의 아버지, 카멜리아 후작은 심약한 편이었다.
루덴 후작이 작위 계승을 걸고 자기 딸과의 결혼을 제안했을 때에, 형과 누나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사람들이 추문으로 쫓겨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여럿 사고사를 당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연이어지자 두려워졌다.
카멜리아 후작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약간의 욕심과 자기 모자를 구박하던 형제들에 대한 원망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렇게까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네 아버지의 눈물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었겠니? 살려둔다고 해도 별로 해가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어머니가 책임지시겠다고 말씀하셨던 거로군요.」
「그래. 워낙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조용하게 지냈으니 앞으로도 다른 생각은 안 할 줄 알았건만. 세월이 오래 지났다고 지켜보는 것을 소홀히 하긴 했어. 어쨌든 이런 일이 생겼으니 책임을 면하기 어렵겠구나.」
그것은 부친에게 꾸중 들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스카일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제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가 만나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것 역시도 아르티제아가 한 일이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이상 줄타기를 하려 한다면 카멜리아 후작가를 아예 배제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스카일라는 능력으로 제국 정부의 요인이 된 아말리에나 가얀과 달랐다. 나중에 크게 쓰이기를 바랄 수 없었다.
카멜리아 후작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력이다. 세력은 이합집산으로 정치에 관여한다. 심지어 확실한 적대 세력 소속이었다.
줄을 제대로 바꿔 타려면 지금 바로 해야만 했다.
이 이상 시간을 소모하여 쓸모가 없어진 뒤라면, 아르티제아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마님께서는 손님을 만나지 않고 계십니다.”
집사가 난처한 태도로 그렇게 말했지만, 스카일라는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다.
“전 비 전하의 친구예요.”
그것은 명목상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스카일라에게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편찮으셨을 때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이미 회복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만나주시기 어렵다면 기다리겠어요.”
그녀는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가져온 책을 폈다.
정말로 책을 읽을 작정은 아니었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에 가까웠다.
집사는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결국 알았다고 말하고 아르티제아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갔다.
스카일라는 두 시간 이상 기다렸다. 아르티제아 본인이든, 그녀의 하녀이든,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찻주전자를 하나 다 비워갈 때쯤에 아르티제아가 나왔다.
아르티제아는 가슴 아래에만 넓적한 리본으로 가볍게 묶은 편안한 옷을 입고 있었다.
스카일라는 어색한 기분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회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임부복을 입은 것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스카일라에게는 아직 약혼자조차 없는데 말이다.
아르티제아가 천천히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스카일라는 정신을 차리고 공손히 인사했다.
“강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영애도 변함없는 모습이로군요. 반가워요.”
아르티제아가 마주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스카일라가 작은 선물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회임을 축하드립니다. 편지를 이미 드렸었지만, 그래도 직접 인사를 드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서요.”
아르티제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임신한 것을 축하받는 것은 아직도 도무지 제대로 응대하기가 어려웠다.
상대가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 것을 알아도 그랬다.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의 침묵을 거절로 해석하고 초조해졌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염치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머니가 비 전하께 저지른 죄에 대해 대신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아르티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가요?”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스카일라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스카일라는 어머니가 로이가르 대공을 대신해서 모살을 시도했었다고 해서 아르티제아가 자신의 쓸모를 인정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나주지 않는 것은 임신 중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 전하께서 노기에 휩쓸리거나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용서를 청하며, 그에 따른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글쎄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아르티제아는 스카일라가 가져온 선물상자를 바라보며 말꼬리를 뺐다.
화가 난 척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스카일라가 전향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알겠다.
이안 때문인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나 스카일라가 반응하기를 바라고 일부러 정보를 노출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전면적으로 마음을 바꾸어 굽히는 것도 이상했다.
아르티제아는 그녀가 좀 더 재고, 좀 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협상을 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스카일라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앉아요, 스카일라 영애. 내가 올려다보게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스카일라가 다시 앉았다.
“저는 이모부님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완전히 돌아서기로 한 것은 이안 때문만이 아니었다. 로이가르 대공이 패배하리라고 확신한 것이 우선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막하의 가신들과 논의해본 결과, 당분간 몸을 숙이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황제가 자식에게 퍼주기로 작정했다면, 당분간은 건드리기 어려웠다. 아킴 주교에게서 무엇을 알아냈는지 모른다는 이유도 컸다.
곧, 결과는 아르티제아가 도출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유는 정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사정이 안 좋게 되었어도, 자식은 자식이지. 폐하 입장에서는 어미 잃은 자식이 또 얼마나 안쓰럽겠나?」
그것을 막기는 어렵다.
대신에 로이가르 대공은 남부로 갈 군대에 자기 사람을 심기로 했다.
주시하다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보이면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로렌스는 조금만 흠을 잡아도 수월하게 끌어내릴 수 있다.
그리고 로렌스를 끌어내리기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부동 세력은 자신에게 모인다.
그것이 관습과 법에 의해 보호받는 정통성이라는 것이다. 로이가르 대공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세드릭의 동향은 염려했다.
마찬가지로 관습과 법에 의한 계승권을 가진 황족이 지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차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이가르 대공은 염려스럽게 말했다.
「물론 세드릭이 이번에 크게 서운했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모를 일이잖습니까? 폐하께서 세드릭에게도 마음 쓰고 계시고, 또 대공비에게는 하나뿐인 오라비이니까요.」
「에브론 대공은 어떨지 모르지만, 로렌스는 절대 에브론 대공과 손잡지 않을 겁니다.」
루덴 후작은 로이가르 대공의 걱정을 일축했다.
「대공비가 쓰러진 날에 에브론 대공이 로렌스를 폭행한 것을 잊어 버리셨습니까?」
「듣긴 했습니다. 폭행이라고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잖습니까?」
「그렇다 해도 로렌스가 봉변을 당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요. 그 자존심에, 폐하께서 전면적인 지지를 결정했는데도 아쉬운 소리를 하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제야 로이가르 대공도 너털웃음을 웃었다.
「세드릭 그 자식도 무슨 멧돼지도 아니고. 꼭 무부 티를 내니까.」
여유를 가장하는 태도에는 자신이 위축된 것을 심리적으로 무마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렌스가 참을 생각이었다면, 아르티제아의 병문안부터 했을 것이라고 루덴 후작은 말했다.
「로렌스는 대의는커녕 당장 내일의 이익을 눈앞에 들이대도 참지 않을 겁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 자리에서는 그 의견에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스카일라에게 전혀 다르게 말했다.
「아버지도, 로이가르 대공 전하도 잘못 생각하고 계셔. 에브론 대공이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없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며 말했다.
「앞뒤 가리지 않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일은 로이가르 대공 전하도, 로렌스도 강하게 압박했어. 그걸 부정하면 안 되는데.」
심지어는 그런 행동을 했음에도 세드릭은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그 자체가 엄청난 것이다.
오히려 정무장관이 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드릭이 중앙 정계에서 단숨에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내정이 외무나 군무에 비해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세드릭에는 군사적 명성이 충분히 있었다. 이것은 그가 부족한 경험을 쌓고 관료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에브론 대공 자체가 경쟁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버지의 한계야. 나이가 드셨어.」
「그렇게 위험하다면, 그 말씀을 왜 외할아버지와 이모부님에게는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스카일라의 질문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말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겁에 질린 로이가르 대공은 세드릭을 의식적으로 깎아내림으로써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다.
루덴 후작은 아직 자신이 젊었던 시절의 정치 구도에 사고가 고착되어 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루덴 후작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다.
총기가 흐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고 사실을 파악할 줄 몰랐다.
스카일라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과 똑같이 생각했다.
그 정도까지 에브론 대공을 높이 평가하고서, 갈아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20년 이상 딸로서, 또 수하로서 그만큼 충실했는데, 외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인정해주기는커녕 쥐어짤 생각밖에 하지 않아.’
만일에 조금이라도 딸로 생각한다면, 조카들의 목숨만이라도 살렸으면 한다는 남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반대로 딸이 아니라 수하로 여겼다면, 지난 20여 년의 충성과 봉사에 대한 대가를 치렀어야 한다.
루덴 후작은 그러지 않았다.
어머니의 출생이 더럽다면, 그 더러운 일을 만든 것은 외조부 루덴 후작이었다. 이것은 부당했다.
‘나라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스카일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