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6
악녀는 두 번 산다 165화
리아간 공작의 탄원서와 카드리올의 국서, 가얀의 파발이 당도한 이 날은 아르티제아가 제1보를 받은 날로부터 사흘째의 일이었다.
스카일라는 그 사흘째의 밤에 아르티제아의 연락을 받았다.
대강의 소식은 로이가르 대공측에도 전해지고 있었다.
물론 상세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 로이가르 대공이 남부에 가지고 있는 연맥은 군사 문제에까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세력에 속한 거상 중 일부가 남부에도 크고 작은 상단을 가지고 있었다.
또, 남부 귀족들 중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이 로이가르 대공을 지지했다. 리아간 공작가는 이미 그들의 구심점이 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고는 하나, 아르티제아처럼 특별히 정보망을 구성해둔 것이 아니었다. 군에서 띄우는 파발과 같은 속도로 소식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들어온 정보는 아직 단순한 수준이었다.
리아간 공작 부인이 소개한 상인의 손에 에이멜 왕비가 암살당했다. 그 상인은 이언츠 출신으로, 지금은 제국 귀족이라고 했다.
에이멜의 장왕자가 그것에 분노하여 군대를 일으켜 남부의 항구도시 두 개를 점령하고 리아간 공작가를 포위했다.
카드리올이 보낸 국서에는 오로지 왕비를 시해한 리아간 공작가를 처벌하고자 할 따름이고, 제국의 영토를 침탈할 마음은 없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물론 제국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오냐오냐 남의 나라 군대를 자국에 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명목상으로나마 황후의 친정 가문이다. 게다가 황제가 중한 임무를 맡긴 자였다.
명분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에이멜 같은 소국 따위가 위협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었다. 제국의 체면 문제이기도 했다.
너무나 급작스럽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측은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혼란에 빠졌다.
이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가, 아닌가? 몹시 복잡했다.
스카일라는 직접적으로 그런 대응책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이야기만으로도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카일라의 걱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었다.
‘이것도 에브론 대공비 전하가 꾸미신 일이 아닐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에 아르티제아가 거기까지 손을 썼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설령 암살범에게 손을 썼다 한들, 에이멜의 카드리올 왕자에게까지 어떻게 손을 쓸 수 있었겠는가? 다른 것도 아니라 전쟁이 달린 일이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높은 확률로 카드리올 왕자 본인이 저지른 음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근거는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대를 일으켜 전광석화같이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에이멜 국왕이 야심만만한 젊은 여자와 재혼한 뒤에 에이멜 왕실은 줄곧 어지러웠다.
모자라기보다는 남매에 가까운 연령차인 왕비와 제1 왕자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그러니 카드리올 본인이 왕비 시해의 책임을 타국에 돌리기 위해 계획한 음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본래부터 리아간 공작가를 노리고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보다 합리적인 설명이었다.
아마 본래는 이언츠에 책임을 물으려 했을 것이다. 리아간 공작가가 그 사이에서 한몫 끼어보려다가 실패하여 일이 꼬였으리라.
렉센 부인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카일라는 결과만 두고 생각해보았다.
리아간 공작가는 크게 난처한 처지가 되었다. 자칫하면 구원이 당도하기 전에 에이멜 왕국에 멸문당할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확실히 황제의 눈 밖에 난다.
몰래 자기 세력을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황제는 지금 당장은 리아간을 구원하더라도, 그 사실을 마음에 담아둘 것이었다.
혹시 황후를 위해 아르티제아가 꾸민 일은 아닐까?
아르티제아는 황후궁의 문을 열었다.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가 황후의 마음을 어루만져 그리했으리라고는 조금도 믿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것을 대가로 약속했다는 쪽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의견을 그녀는 카멜리아 후작부인에게 말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믿어주지 않을까 봐 그런 것이 아니라, 아르티제아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게 될까 봐 우려했던 것이다.
그렇게 초조하던 참에 하녀를 통해 아르티제아가 찾는다는 쪽지를 받았던 것이었다.
스카일라는 검은 망토를 걸치고 살짝 아무도 모르게 혼자 집에서 빠져 나왔다.
아무 특징도 없는 대여마차가 카멜리아 저택 인근에 서 있었다.
스카일라는 그것을 잡아타려다가 이 시간에 후작가 근처에 가만히 서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녀는 짧게 탄성을 질렀다. 마부가 내려와 문을 열었다.
스카일라는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는 선객이 있었다. 검은 베일을 쓰고 상복을 입은 여자였다.
“비 전하.”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마차가 출발했다. 행선지는 없었다. 그저 누구의 거처에도 접근하지 않은 채 대화하기 위해서 이렇게 길거리 한복판을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마차 안에 잠시간 바퀴 구르는 소음만이 울려왔다.
“생각은 충분히 했겠죠?”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스카일라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많이 하긴 했지만 충분한가?
그러나 더 고민해 본다고 해서 충분해질 것 같지도 않았다.
아르티제아가 베일을 걷었다.
“마음의 결정은 했나요?”
“마음의 결정은 제가 아니라 비 전하께서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판돈은 걸면 거두어들일 수 없는 법이에요. 하물며 누가 차기 황제가 될지에 베팅하는 큰 판입니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한쪽의 공신은 다른 한쪽의 역신.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요.”
그리고 스카일라는 이미 어느 쪽에 베팅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망토 자락을 꾹 쥐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로이가르 대공비의 시녀가 되도록 하세요.”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배신을 시킬 때에는 어려운 일부터 시켜서는 안 된다. 스카일라처럼 다시 배신할 여지가 큰 경우에라면 더욱 더 그랬다.
하지만 이것은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스카일라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고 아르티제아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의 승리를 굳게 믿고, 대공비에게 곧 황후가 되리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하세요.”
“그러려면 어머니를 먼저 이모님 옆에서 떼어내야 하겠네요. 그게 비 전하의 목적이신가요?”
“그래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도움이 없다면, 로이가르 대공비는 치명적인 실수를 몇 번이고 저지를 것이다.
스카일라도 그것을 이해했다.
“제가 시녀가 되는 건 이모님이 계속 바라시던 일이니 바로 성사되겠지만, 어머니를 떼어내는 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하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염려 말아요. 이쪽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까.”
“이안을 이용하실 작정이신가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체면에 크게 손상을 입으면, 로이가르 대공비 옆에 계속 붙어 있지 못하게 되겠지요. 당분간 카멜리아 후작가는 어지러워질 거예요.”
이안을 데려온 목적이 애초부터 그것이었다.
카멜리아 후작가 자체가 타깃이 아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마음을 흐트러뜨려 로이가르 대공비를 보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스카일라는 쉽사리 납득했다.
아르티제아가 로이가르 대공비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려 한다면, 그 곁에 있지 않은 쪽이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안전하다.
이것은 상호 바라는 일이었다.
아르티제아가 승리했을 때를 생각해보아도 그랬다.
본디 적의 책사를 살려두는 법은 없다. 하물며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아르티제아를 모살하려 한 바 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스카일라가 공적을 세울 뿐만 아니라 이 이상 아르티제아의 계획을 어그러뜨리지 못하게 할 필요도 있었다.
“한 가지만 더 여쭙고 싶습니다. 이안을 어떻게 처분하실 생각이신가요?”
“그것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로군요.”
아르티제아는 스카일라에게 상관하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렇게 말했다.
스카일라는 당혹한 기분이 되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마음을 어지럽힐 정도로 큰일을 벌인다면, 카멜리아 후작 가문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 것을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한 마디로 치워버릴 생각인가.
“카멜리아 후작가가 카멜리아 후작가만으로 오롯하기를 바란다는 제 희망을 비 전하께서 이해하고 계실 줄로 알았습니다만.”
“이미 카멜리아 후작가는 오롯하지 못해요. 가문을 지키려면 관습과 법에 의해 보호되는 정통성을 모두 회수하는 게 우선이지요.”
스카일라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정통성을 회수하려면, 적손을 모두 죽이거나 다시 한 번 가문 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안을 아르티제아가 확보하고 있으니 전자는 불가능했다.
그러니 아르티제아가 말하는 것은 후자, 곧 이안과 결혼함으로써 다음 대의 후계자에게 완전한 정통성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안 카멜리아와 결혼이라니. 여태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부모가 가지고 있었던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는 해소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간단히 분쟁을 없애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촌 결혼은 금지된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흔한 일이 아니라지만, 과거에는 혈통을 유지하고 상속분쟁을 막기 위해 가문 안에서 정략결혼을 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었다.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비 전하께서 그것을 조건으로 내거신다면 기꺼이 부군으로 맞이하겠습니다.”
“그건 내가 조건으로 거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카멜리아 후작가의 상속에는 계속 문제가 생길 거라는 조언을 했을 따름이지요.”
아르티제아는 그렇게만 말했다.
“영애와 나는 이득이 일치하기에 손을 잡는 거예요. 영애가 내 가신도 아니고, 우리가 혈맹도 아닌데, 영애의 결혼 문제에 관여할 마음은 없어요.”
그것은 스카일라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말이었다.
때로는 혼인을 주선하는 것 역시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안이 혹 아르티제아의 수하로서 가치가 있다면 일종의 혼인 동맹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안에게 그 정도의 가치는 없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카멜리아 소후작이고, 후작이 될 사람이었다.
카멜리아 가문을 통째로 움직여 에브론 대공가와 동맹할 수 없었다. 반대로 가문을 배제하고 완전한 개인으로서 아르티제아에게 무릎을 꿇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돌파로를 뚫고 있는 것뿐이다.
마차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카멜리아 후작가 인근의 골목에 섰다.
스카일라가 망토를 뒤집어쓰다가 물었다.
“아마 여기에서 한 대화가 어디로도 퍼지지 않을 테니……, 한 가지만 여쭙겠어요.”
“그래요.”
“에이멜 왕비가 시해된 것은, 비 전하께서 획책하신 일인가요?”
아르티제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스카일라는 결코 모르겠지만, 그것이 지금 아르티제아가 다시 스카일라를 만나러 온 이유였으니까.
아르티제아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스카일라는 그 얼굴에서 대답을 읽었다.
스카일라가 내렸다. 마차는 그대로 어두운 밤거리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