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0
악녀는 두 번 산다. 179화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부관과 안스가르의 앞에서 이야기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자리를 옮기죠.”
세드릭이 그렇게 말하고, 아르티제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르티제아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아기방에서 나오자 앨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니?”
“로이가르 대공저에서 소식이 왔어요.”
앨리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귓속말했다.
“로이가르 대공비가 남부로 동행하기로 했다고 해요.”
“준비는 누가 하고 있니?”
“위브 자작 부인이에요.”
앨리스가 로이가르 대공비의 다른 시녀 이름을 댔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또 다른 소식이 들리면 전해 주렴.”
“네.”
앨리스가 물러가고 나자 세드릭이 물었다.
“달리 또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까?”
“로이가르 대공비가 진상조사단에 따라갈 모양이에요.”
세드릭이 잠깐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로이가르 대공비가 함께 간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었다. 진상조사단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교 협상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부부 동반으로 가는 쪽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에 월등히 보탬이 될 것이다.
세드릭은 서재로 들어와 문을 닫고 아르티제아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물었다.
“그것도 당신이 한 일입니까?”
“하려고 했는데, 그전에 희소식이 생긴 거예요.”
로이가르 대공비를 함께 남부로 보내기 위해 아르티제아는 여러 가지로 궁리했었다.
스카일라에게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황후가 될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라고 했던 것도 그것과 연관 있는 일이었다.
로이가르 대공비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나, 그 사랑하는 방식이 아이를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때때로 술자리에서 웃으며 우리 집 큰딸이라고 농을 하곤 했다.
사실 아르티제아도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로이가르 대공비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온실의 꽃으로 키워졌다.
동맹의 증표는 제 의지를 갖지 않는 쪽이 믿음직하니까.
루덴 후작은 딸이 제 의지를 가지고 남편과 손을 잡고 친정을 배신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반대로 로이가르 대공은 아내가 거짓을 능숙하게 익혀 친정을 위해 간자 노릇을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로이가르 대공비는 그 두 사람의 바람대로 순진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지는 못했으되 불행하게도 세상이 자신과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은 똑똑했다.
아르티제아는 그 열등감을 건드릴 작정이었다.
미래 황후로서의 정치적인 역할, 로이가르 대공의 반려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킬 작정이었다.
열등감은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상당히 강력한 동인이다.
그리고 그녀가 정치적인 활동을 하려 하면 할수록 로이가르 대공에게는 감당 못할 변수가 늘어날 것이다.
루덴 후작가와 로이가르 대공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면 더욱 좋았다.
‘아직 별일 안 했는데. 데어리의 언니 때문인가?’
뜻밖의 일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로이가르 대공비의 열등감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전에는 무엇 때문에 그 열등감이 촉발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했었다.
데어리를 만나고 나서 그것에 포드 영애가 얽혀 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나섰을 정도이니,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심적 타격이 작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상처가 더 깊었던 모양이다.
이로서 데어리에게는 빚이 하나 더 생겼다.
세드릭의 말에 아르티제아는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
“카멜리아 후작에게 상속 소송을 걸게 한 것은 당신이지요?”
“네. 선대 후작의 장손을 찾아 비용을 지원해 주었어요.”
“로이가르 대공비에게서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떼어내는 것이 목적입니까?”
“네.”
세드릭의 질문은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내심으로 조금 한숨이 나왔다. 아르티제아가 한 일에 딱히 반대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또 피곤하게 일에 시달리겠구나 싶었다. 적어도 출산하고 나서 몸을 추스를 때까지만이라도 쉬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어떤 일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세드릭은 그 점도 알고 있었다.
“카드리올 왕자와 무슨 협약을 맺었는지 말해 보십시오.”
아르티제아가 남부에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의 일일 것이다.
세드릭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카드리올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곧바로 아르티제아부터 찾아왔을 것이다.
그는 과거에 아르티제아와 함께 로이가르 대공을 제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로산 후작을 알고 있었다. 기억이 없다면 납치를 통해 손에 넣고, 아니면 위협적인 적을 제거하기 위해 죽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협상이 이루어졌다.
세드릭은 그날 새벽에, 아르티제아와 카드리올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를 되짚어 생각해보았다.
「약속은 지키겠어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황후 폐하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 약속이 실행된 것이 지금의 상태일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숨기려 한 것은 아니고, 할 말이 많아서 마음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에이멜 왕비를 암살해 주기로 했어요. 대가는 저를 놓아주는 것이었죠.”
“후우.”
세드릭이 미간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렇다면 데어리 포드의 배후에 있는 것도 당신이겠군요.”
“네. 로이가르 대공과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제게 찾아왔었어요.”
아르티제아는 암살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에이멜 왕궁에서 일하는 시종을 매수하여 독극물을 들였고, 데어리가 그것을 이용하여 왕비를 독살했다.
애당초 암살범의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었으므로 계획은 단순했다.
“그러면 카드리올 왕자가 그것을 명분으로 삼아 리아간 공작가를 치기로 한 것이죠.”
“소금 전매권이 끼어든 일이니 로이가르 숙부님이 관심을 보일 거라는 것까지 계산된 겁니까?”
“네.”
에이멜 왕비는 리아간 공작가와 남해 소금의 밀염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직접 밀염을 유통하는 것에는 부담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멜 왕비 휘하의 조직이 밀염을 대량으로 받아 동부 지역의 항구로 수송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자로 뻗어간 밀염상에게 공급한다.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에이멜 왕비는 국왕 친위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 친위대는 사실상 카드리올 왕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요.”
“에이멜 국왕도 왕비가 하는 일을 알고 있었습니까?”
“에이멜 국왕은 범용한 수준도 되지 못하는 소인배예요. 장성한 아들이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맞설 자신은 없는 자이지요. 왕비가 가져오는 자금 출처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는 알지만 자세히는 모를 거예요. 책임질 일을 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결국 왕비에게 장남과 맞서는 일을 떠넘긴 셈이다.
에이멜 왕비도 권력욕 때문에 국왕과 결혼했으니, 나쁘지 않은 결합이긴 했다.
세드릭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로이가르 숙부님이 어째서 이 시점에서 나섰는가 의문이 있었습니다. 로렌스를 확실하게 실각시키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후계 자리는 숙부님의 손에 들어올 텐데 말입니다.”
“네. 하지만 리아간 공작가에서 청탁이 들어갔어요.”
“남해 소금이 걸려 있으니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거군요.”
물론 로이가르 대공은 에이멜 왕비와 리아간 공작가가 손을 잡은 이유가 밀염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다.
밀염은 독이 든 성배이다.
막대한 금전적 이익과 리아간 공작가의 협조를 얻게 된다. 더불어 에이멜 왕비가 밀염에 관계했다는 사실을 덮어야 암살죄를 카드리올 왕자에게 씌우는 것이 수월하다.
그 사실을 까발리면 필연적으로 리아간 공작가와 에이멜 왕비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것은 제국 내 정치에도 관계있는 일이 되고 만다.
곧, 로렌스가 다시 끌려나올 것이다.
이건 외통수였다. 걸리지 않으려면 아예 남부에 가지 말아야 했다.
밀염 조직을 드러내면, 로렌스의 죄를 유야무야하려는 황제의 뜻에 어긋난다.
로렌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황제의 불쾌감을 산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밀염 조직을 숨기고 차지하면,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세드릭이 심경 복잡한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로이가르 대공은 후자를 택할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그때를 위한 계획도 세워 놓고 있을 것이다.
“이제 세드릭 님은 폐하를 지키셔야 합니다.”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의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려 말했다. 그 얼굴에는 일절의 감정이 없었다.
세드릭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가르 대공은 위험해지면, 최후의 수단으로서 반드시 암살을 생각할 것이다.
“신뢰를 얻도록 하세요. 심적으로 내키지 않으시더라도 참으셔야 해요. 아첨까지 하실 필요는 없겠지만, 폐하께서 이만 하면 후사를 맡길 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변함없이 신의를 보이셔야 합니다.”
“암살을 막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집니다만.”
“이제 가능하게 될 거예요. 로렌스 오라버니가 실각하면, 폐하께서는 누군가를 끌어올려 로이가르 대공과 견주셔야 하니까.”
세드릭이 움찔했다.
“로렌스가 실각할 거라고 확신합니까?”
“네.”
로렌스는 아직까지 자택에 연금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면회하고자 하는 시도가 전혀 없었다. 아마 황제가 미리 막았기 때문일 것이다.
“폐하는 오라버니에게 크게 실망하셨어요. 관료들마저 신뢰하지 않으면, 이 이상 후계 문제를 당신 뜻대로 밀어붙이실 수 없지요.”
“그렇군요.”
“아마 오라버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쯤 조용히 어딘가로 보내실 거예요.”
아마 동부 어딘가에 땅을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보낸 다음에, 밀라이라도 조용히 빼돌려 보내줄 것이다.
“로이가르 대공과 맞서게 할 만한 신분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지요. 세드릭 님 이상의 적임자는 없어요. 그 상대가 암수를 쓰거나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상대라면, 폐하께는 더욱 좋을 테고요.”
“배신이라…….”
세드릭은 쓰게 웃었다.
자신은 이미 암수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배신을 작정하고 있다.
신뢰를 얻으려 애쓸 때에는 얻지 못하고, 이제 와 얻게 되리라고 생각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세드릭이 잠시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은 당장 밝히지 않더라도, 조만간에 사원에 초를 올리러 갑시다.”
“세드릭 님…….”
“기억이라도 해주는 게 마땅한 일이니까요.”
아르티제아가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위선이라고 말해도 세드릭에게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름을 기억하고 훗날 명예를 살려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고 죽은 사람을 위해서 묵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