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4
악녀는 두 번 산다 183화
세드릭은 멈칫했다. 시종장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시종장은 지금까지 오로지 황제에게 속한 사람이었다.
한미한 지방 남작가의 차남 출신으로, 그레고르 황제가 아직 황자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했던 시절부터 시중을 들었다.
이제는 아랫사람에게 어려운 일을 넘기고 부귀영화를 누릴 법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황제의 곁에서 손수 약과 물을 챙겼다.
권세를 누리고자 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황제의 신임과 총애가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시종장이 정보를 주었다.
황제가 시킨 일일 리 만무했다. 로이가르 대공에 대한 것이라면 모를까, 로렌스에 대한 정보이다.
그러나 세드릭이 되묻기 전에 시종장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드릭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 밖으로 향했다.
황궁의 벽에는 어디이든 눈과 귀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 관리인들조차 잊어버려 먼지 소복한 방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벨론 경이 로렌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라. 폐하는 알고 계시는가.’
세드릭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생각했다.
로렌스를 연금시키고 있는 것은 황제의 근위대였다. 그리고 아마 고용인들 중에 황제의 비밀 수사관들이 섞여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에 벨론이 남몰래 로렌스와 일을 꾸미려 한다면, 황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제일 애를 썼을 것이다.
그것을 시종장이 알고 있다.
벨론이 황제의 뜻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황제가 알고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황제에게는 알리지 않고 자신에게만 알려주기 위해 그렇게 지나가며 은밀하게 속삭인 것일까?
시종장은 녹록한 사람이 아니다. 마지막 경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프레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드릭은 그에게 돌아가자고 손짓했다.
그리고 황궁 정원으로 나가서야 말했다.
“벨론 경이 로렌스에게 정보를 넣고 있다는군.”
“재무부의 벨론 경 말씀입니까? 폐하의 뜻입니까?”
“모르겠네. 시종장이 은밀하게 전해 주더군.”
“시종장님이요?”
프레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세드릭은 물었다.
“티아가 손을 쓴 건가?”
“제가 알기로는 두루 하시는 성의 표시 이상으로 하시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비 전하께서 하시는 일 중에는 제가 모르는 것도 많이 있으니까요.”
프레일이 대답했다.
“폐하께서 시종장님을 통해 전하께 알린 것은 아닐까요?”
“로렌스에 대한 정보를?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하지만 시종장님이 섣불리 움직이실 분도 아니시죠. 폐하의 마음에 무언가 변화가 있어서, 대공 전하께 끈을 만들어두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셨다거나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긴 하지.”
과거에도 그랬다.
그는 충분히 황궁 안의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붕어하자마자 낙향했다. 미처 로렌스가 대관식을 올리기도 전의 일이었다.
세드릭은 공연히 회한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때 시종장은 로렌스에게는 줄을 대지 않았던 걸까?
프레일이 말했다.
“아무튼 벨론 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폐하 몰래 로렌스 경을 두고 일을 꾸미려 한다면, 혼자 하는 일은 아니겠죠.”
“그래.”
여태까지 로렌스에게 기울어져 있던 중신 다수가 이번 일로 마음을 돌렸다.
아말리에를 비롯하여 일부는 은밀히 세드릭 자신에게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꿀 수 없을 만큼 로렌스에게 투자해버린 자도 있을 것이다.
혹은, 로이가르 대공이나 세드릭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자도 있을 것이다.
세드릭은 그런 자를 몇몇 떠올릴 수 있었다.
로이가르 대공 파벌의 중요한 세력과 경쟁 관계이면서, 비리로 인해 세드릭과 척을 친 경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통성이 없으니 황제의 총애를 되찾지 못하면 후일을 기약할 수 없다.
프레일이 물었다.
“비 전하께 말씀드릴까요?”
“후우.”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쉬라고 약속을 시켰는데, 또 복잡한 문제에 머리 쓰게 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중요한 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르티제아의 의견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야겠지. 자네는 먼저 돌아가 티아에게 알리게.”
“전하께서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재상부에 들러서 린 재상을 만날 걸세.”
아이의 후견인 역할을 부탁하러 갈 작정이었다.
겸사겸사 벨론에 대해서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 * *
스카일라가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에 카멜리아 후작가에는 루덴 후작이 방문해 있었다.
하녀들부터 죄인처럼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러리라고 짐작은 했다.
내실로 향하는 중문 앞에서 카멜리아 후작이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서성이고 있었다.
“아버지.”
스카일라가 부르자 카멜리아 후작이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아, 스카일라. 왔구나. 친구는 잘 만났고? 아빠랑 가서 차라도 한 잔 할까?”
“또 외할아버지가 오셨나요?”
“스카일라.”
카멜리아 후작이 난처한 얼굴로 스카일라를 불렀다. 심약한 기색을 다 숨기지 못한 얼굴이었다.
스카일라는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카멜리아 후작은 자식들을 사랑했다. 괜찮은 아버지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지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스카일라는 때때로 아버지가 좀 더 굳센 사람이었다면, 어머니가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으리라고 생각했다.
하긴, 그런 사람이라서 루덴 후작이 선택한 것이었다.
“괜찮아요. 아버지는 선룸으로 가 계세요.”
“스카일라.”
“외할아버지가 오셨는데 인사를 드려야죠. 그러라고 하실 테고요. 인사 끝내고 나면 그리 갈게요. 아버지가 차 좀 달여 주세요.”
스카일라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었다.
카멜리아 후작은 머뭇거리다가 스카일라의 뒤를 따라왔다. 스카일라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거실도 문이 닫혀 있었다. 스카일라는 형식적으로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루덴 후작은 상석에 앉아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 앞도 아니라 곁에 손을 모으고 옆으로 서 있었다.
손님을 접대하는 여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서는 자리였다.
루덴 후작이 스카일라를 돌아보았다. 뱀처럼 차가운 눈초리였다.
“무례하구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러나 스카일라는 신경 쓰지 않고 소파로 다가가 털썩 앉았다.
그리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팔을 잡아당겼다.
“외할아버지께서 오셨다기에 너무 반가워서요.”
“스카일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엉거주춤 그녀의 곁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스카일라의 이름을 불렀다.
“이런 시각에 어쩐 일이세요? 이모님이 또 못 말릴 이상한 고집이라도 부리고 계신가요?”
루덴 후작이 스카일라를 노려보았다.
스카일라는 모르는 척 그 시선을 무시하고 말했다.
“제가 소송 문제 때문에 어머니가 같이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울려고 하시더라고요. 남부에 가겠다고 고집은 피우셨어도, 정작 혼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하신가 봐요.”
“건방진 것.”
루덴 후작이 차가운 얼굴로 스카일라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속 소송에 관한 문제로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꾸짖던 참이었다.
당시에 확실하게 전원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몇 번이나 지시했다.
그런데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자신이 잘 처리할 수 있으니 염려 말라고, 아무 일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믿고 맡겼다.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시킨 것을 듣지 않고 일을 망친 것 자체만 해도 용서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해 명예가 크게 훼손되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전처의 자식과 후처의 자식이 싸웠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자의 가문이 사위나 며느리를 위해 손을 보태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대귀족이라면 상속 과정에서 암살이 개입하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때와 다른 일처럼 취급되었다.
이안 카멜리아는 대귀족인 루덴 후작이 일방적으로 어린 카멜리아 후작가의 적손들을 죽이고 핍박했다고 주장했다.
지금 카멜리아 후작에게 실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주장은 설득력 있게 먹혀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재판정에 걸렸다. 누구나 말해도 좋다고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에는 사교계에서도 가장 권세 있는 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오가던 이야기였다. 그 대화 속에서 루덴 후작은 잔혹하고 교활한 승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관계도 없는 작자들이 입방아를 찧어댔다. 신문에서까지 추문으로 다루었다.
지식인들이 엄연히 상속법이 있는데도 이런 잔인한 암투가 있는 것이 정상이냐고 주장했다.
귀족가의 상속에 호기심을 가진 천한 것들까지 뒤섞여 떠들었다.
루덴 후작가의 이름이 길바닥에 뒹군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재판 때문에 본보기로 몇 명에게 가혹하게 보복하여 말을 없앨 수도 없었다.
로이가르 대공비도 곤란하게 굴었다.
「그 소문이 정말이에요, 아버지? 아버지가 정말로 형부를 후작으로 만들려고 그 집안 사람들을 죽였어요?」
로이가르 대공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둥글게 뜨고 그렇게 물었다.
사교계에 무슨 추문이 돌아도 헛소문이다, 하면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고, 사정이 있었다,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던 딸이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어른이라고 그러는 건지, 바깥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이가르 대공비에게는 루덴 후작도 함부로 일갈할 수 없었다.
미래의 황후로서 루덴 후작가에서 고이 길러낸 보석이 아닌가.
겨우 달래놨는데, 스카일라가 그것으로 협박하려 드니 용납할 수 없었다.
루덴 후작이 싸늘하게 노려보아도 스카일라는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지요. 이모님 주변은 거의 평생 어머니가 보살피셨는걸요. 남부에 여행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정무에 따라가시는 건데, 어머니가 같이 가주시지 못한다고 하면 얼마나 마음이 불안하시겠어요.”
스카일라의 억양은 노래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우아했다.
평소라면 칭찬할 만큼 완벽한 숙녀의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루덴 후작이 스카일라를 거세게 쏘아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 꾸짖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돌아가겠다. 잘 처리해놓도록 해.”
“네, 아버지. 염려마세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불편한 얼굴로 대답했다.
카멜리아 후작이 루덴 후작을 배웅하러 나갔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스카일라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무례한 행동이니?”
“무례한 건 외할아버지 쪽이에요.”
스카일라가 날카롭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