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1
악녀는 두 번 산다 190화
경악과 놀람의 외침이 여기저기에서 터졌다. 대주교가 입을 틀어막고 신음했다.
가장 최근에 신성이 명확하게 나타난 것은 2백 년 전 성녀 올가 때였다.
그 뒤로도 때때로 올가의 유산이나 이전의 성인들이 남긴 성유물에서 기적이 발현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대체로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일이 되지 않았다.
믿는 자는 믿으나 불신자는 착각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넘어갈 만한, 그런 수준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달랐다.
누가 봐도 거룩한 기운이 아르티제아를 감싸고 있었다.
제례 중에 일어난 일이라 대주교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신성이 성인을 통하지 않고 제례 중에 직접 나타난 것이 아닌가.
제단 아래에 있던 자들 중 신심 깊은 자는 모조리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황제조차도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숨을 멈췄다.
그 와중에 세드릭만은 혼자 완전히 정상이었다. 아니, 이중 가장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 그였다.
“의사를 대기시키지 않았나! 어느 방이냐!”
치유력이 발현되는 것을 어디 한두 번 보았던가?
축복에 의해 몸에 깃든 성력이 훗날 필요할 때에 치유력으로 발현된다. 이것은 리시아의 특기였다.
세드릭 자신도 이 힘으로 목숨을 구한 일이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치유력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거나 이제 곧 그렇게 되리라는 뜻이었다.
부상이나 질병이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치유력으로 완치될 테니까.
그러나 지금 아르티제아의 목숨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출산이다. 이것은 치유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에브론 대공가의 수행원들이었다.
하녀장이 정신을 차리고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소리질렀다.
“동관, 동관입니다! 주인님!”
그녀는 아까 니코스 주교를 따라가 깨끗한 방을 마련해둔 바 있었다.
“뜨거운 물을 확인하고 마차에서 면포를 내려와! 서둘러!”
하녀장이 앞장서서 달려가면서 수행원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기사 하나가 하녀들과 함께 마차로 움직였다.
하녀장은 진짜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태아는 안정된 상태였다.
그래도 의사와 산파를 동행시키고 여러 준비물을 챙겨둔 것은 천의 하나, 만의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세드릭은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 것도, 사제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니코스 주교가 신경을 제대로 써주었다. 준비된 방은 조용하고 깨끗했다.
할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무료하게 있던 의사와 산파가 경악하여 두 사람을 맞이했다.
신심 깊은 산파는 아르티제아의 몸을 둘러싼 성력을 보고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었다.
그러나 오래 그러고 있지는 못했다. 양수가 터지고 피가 흘러 치맛자락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세드릭이 아르티제아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정신이 조금 들었는지 힘 없는 손이 세드릭의 소맷자락을 움켰다.
“티아.”
“괜찮, 아요.”
진통이 잦아들었는지 아르티제아가 힘겹게 대답했다.
하지만 채 2분도 되지 않아 다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관절이 부서지도록 세드릭의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산파가 아르티제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마님, 천천히 숨 쉬세요. 코로 쉬셔야 합니다.”
하녀장이 가위를 들고 달려들어 아르티제아의 옷을 잘라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기사들이 세드릭을 양옆에서 붙잡았다.
“여기 남아 있겠다.”
“비 전하께서 원치 않으신 일입니다.”
아르티제아가 미리 말해둔 바가 있긴 했다.
어차피 닥쳐올 일은 닥치고, 세드릭이 산실에 있다 한들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러니 출산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쪽이 아르티제아가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해두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문제 없이 날을 다 채워 산실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가 아닌가.
당장 눈앞에 닥쳐온 긴급한 국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리를 비울 생각은 없었다.
하녀장이 세드릭을 강경하게 가로막고서 다시 말했다.
“이 자리에 주인님이 계시면, 의사와 산파가 어떻게 마음 편히 역할을 다하겠습니까? 험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 말도 옳았다. 세드릭이 의사의 권위를 무시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세드릭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리고 의사에게 말했다.
“아기보다는 비가 우선이다.”
“예. 예.”
의사가 숨을 들이켜며 몇 번이나 대답했다.
“치유력이 발현하는 동안에는 목숨만 붙어 있으면 회복할 수 있다. 몸에 칼을 대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반드시 살려라.”
“알겠습니다.”
의사가 대답했다. 그리고 손을 씻으러 갔다.
세드릭은 반쯤 떠밀려 산실 밖으로 나왔다.
좁은 복도에 사람이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기사들이 복도 두 방향을 막았지만, 황제와 대주교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 두 사람이 세드릭을 붙잡았다.
“어찌 된 게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출혈이 상당합니다. 정상적인 건지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서…….”
세드릭은 대답하다 말고 대주교의 표정에서 그가 묻는 것이 아르티제아의 상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혐오감이 치솟았다.
어릴 적 한때에는 대주교가 공정하고 신실한 사람이며, 변함없이 제 편이 되어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세드릭은 그가 사원의 권력 앞에서는 정의를 잊어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녀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 어디 아킴 혼자가 한 일이었던가.
사람 사이가 그렇게 올곧게 신의로 맺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에 믿었던 사람인 탓인지 실망감이 새삼스럽게 솟았다.
희생되었던 것은 리시아 하나로 족하다. 아내와 자식을 이용하게 놔 둘 것 같은가.
세드릭은 싸늘하게 말했다.
“글쎄요. 신께서는 제 아내가 사원에서 죽어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가 보지요.”
세드릭의 말에 대주교의 얼굴이 한순간 굳어졌다. 언중에 아킴이 하려 했던 일을 잊지 말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말했다.
“조산인데, 신의 보살핌을 입었으면 다행하고 좋은 일이다. 그보다 어찌 된 일인지는 정말 모르느냐?”
“……모릅니다.”
세드릭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리시아가 축복을 내린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시간을 되돌아오기 전의 미래에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축복이 육신에 깃드는 것인지, 영혼에 깃드는 것인지 세드릭은 몰랐다. 신성이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올 수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의 시간이 과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혹은, 리시아가 기억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
세드릭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가 북부에서 다급히 돌아왔던 그 밤에, 리시아는 제가 왜 우는지 모르면서 울고 있었다.
기억의 편린이 돌아온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나머지 기억이 모두 돌아왔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 아악!”
문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세드릭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잡다한 생각도, 대주교에 대한 혐오감도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괜히 아이를 낳자고 설득했다고 생각했다.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겨 낳기를 기대했다. 그게 다 자신의 헛된 욕심이었던 것 같았다.
황제가 대주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저쪽으로 가자고 신호했다.
대주교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성력을 확인할 마음은 먹지 못했다.
“무사할 게다. 다들 잘 겪어내는 일이 아니냐.”
“예.”
황제의 말에도 세드릭은 짧게 대답했다.
황제는 대주교를 이끌고 산실 앞을 비켜나며 자신의 기사 몇 명에게도 명했다.
“별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지켜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제는 충실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주교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사제들은 아직도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신자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터놓고 이야기하세.”
황제가 대주교에게 말했다.
“이 일이 어찌 되겠는가?”
대주교와 달리 황제에게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에브론 대공비가 제례에서, 그것도 제단 위에서 이적을 입은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황제에게는 훨씬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에브론의 후계자가 신의 은총 속에 태어났다는 것도.
황제는 자신의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 황태자가 있었다면, 이것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즉각 죽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사원이 이 일을 빌미 삼아 기세를 올릴 거라는 것만 제외하면, 딱히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 하나는 확실했다.
대주교는 황제의 얼굴에서 그것을 읽어냈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킴 주교의 일로 입은 타격이 이제야 겨우 괜찮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세드릭조차 감사해하기는커녕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마당에 황제와 직접 싸울 마음은 없었다.
“아기 역시 결실입니다. 전례가 없다고는 하나 수확제의 제단에서 신의 은총이 내려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전례는 없다는 거로군.”
“제례 중에 이적이 나타난 것 자체는 백 년 단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몇 차례 있습니다.”
황제는 혀를 차며 걸음을 돌렸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만일에 정말로 세드릭을 후계자로 삼을 거라면, 이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혹은, 세드릭을 배제하고 후계자를 얻고자 해도 말이다.
생각해볼 만한 일이었다.
황제가 떠나고 나서 세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응애!”
마침내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세드릭이 문고리를 벌컥 잡았지만, 열지 못했다. 행여라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탓이었다.
오래지 않아 산파가 따뜻한 물에 씻긴 아기를 면포로 싸안고 나왔다. 산파의 얼굴이 땀과 눈물범벅이었다.
“아주 건강한 공녀님입니다.”
“티아는? 비는 어찌 되었느냐?”
세드릭은 새하얗게 질려서 물었다.
초산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다.
산파가 우는 얼굴로 웃었다.
“마님은 무사하십니다. 출혈이 너무 심한 데다가 혼절하셔서 도저히 산고를 버티지 못할 듯하여 감히 칼을 댔습니다.”
“그러면!”
“의사가 상처를 꿰매는 자리마다 은총이 치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산파가 성호를 그었다.
세드릭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티제아는 살았다.
그것을 확신하고 나자 비로소 아기의 얼굴이 보였다.
쪼글쪼글한 얼굴이 누구를 닮았는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머리는 자신을 닮아 검은색이었다.
세드릭은 조심스럽게 아기를 받아 안았다. 이 아기가 그와 아르티제아의 딸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