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3
악녀는 두 번 산다 192화
세드릭이 그녀를 다독였다.
“리시아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서 한 이야기입니다. 걱정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
세드릭은 부드럽게 아르티제아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제가 편지를 쓰겠습니다. 당신도, 아기도 건강하다고요. 기뻐할 겁니다.”
“네…….”
“리시아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축복을 내렸다면, 당신이 건강하기를 바라서 한 일일 겁니다. 이해하죠?”
아르티제아는 애써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시아에 대한 생각을 걷고 나자 이번에는 현실적인 걱정이 떠올랐다.
“콜튼 수사님이 어디 계시는지 찾아서 알려주세요.”
“벌써 연락해 두었습니다. 당신과 교분이 있고, 지난번에도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세드릭이나 아르티제아 자신에게는 치유의 축복이 위독한 아르티제아를 살리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까?
아직 리시아가 신탁을 받아 성녀로서 나타난 시기가 아니다. 2백 년 만에 나타난 이적, 그것도 수확제의 제단에서 생겨난 일을 사원에서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점잖고 중립적이던 대주교조차도 눈에 희번덕거리고 있지 않았던가.
세드릭은 아르티제아와 아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하게 둘 작정은 없었다.
“염려 마십시오. 아킴 문제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사원에서도 극단적으로 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프로파간다에 이용하려 할 테지만, 일부러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행히 로이가르 대공은 남부에 있다. 황제도 분명히 이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받아들일 테지만, 그것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후계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위험부담을 지고 있었다. 황제는 아이가 인질로 대단히 유효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급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당신도, 우리 딸도 제가 지킬 겁니다. 그러니까 푹 쉬고 몸을 회복할 생각부터 해요.”
“네…….”
세드릭은 아르티제아의 건조한 입술에 가볍게 입맞추었다.
* * *
대사원은 수확제의 제단에 신의 은총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인 문서로 기록하고, 사원과 수도원들에 파발을 보내 알렸다.
입소문은 그것보다 더 빨랐다. 직접 목격한 사람이 천 명도 넘었다.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수도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아마 한 달이면 중부 지방 전체에 퍼지고도 남을 것이었다.
기곡제나 수확제 같은 큰 제례가 끝난 뒷날에는 본래 대사원에서 예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그날 저녁부터 계속해서 작은 규모의 제례와 예배를 열었다.
다른 사원들도 은총에 감사드리는 예배를 올리고, 수도원에서는 하루 밤낮 동안 성가가 끊이지 않았다.
신심 깊은 신자들은 밤새도록 사원에서 기도를 올렸다.
적극적인 불신자는 아니지만, 특별히 열렬히 믿지도 않았던 신자들마저도 경건한 마음으로 초를 올렸다.
기부가 줄을 이었다. 헌금이 폭증하고, 보물을 바쳤다. 수확제에 내린 축복이 자신의 토지에 내리기를 바라며 금싸라기 장원의 한해 소출 일 할을 헌납하기도 했다.
동시에 에브론 대공가에 대한 상찬도 이어졌다.
“은총을 받고 태어난 아이가 차기 에브론 대공인 거지요?”
“대공 전하께서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도 곧고 바른 성품을 잃지 않았으니 신께서도 축복하시는 게지.”
“북부에서만이 아니라 서부에서도 에브론 대공 전하를 기둥처럼 섬긴다고 하던데.”
“카람으로부터도, 몬스터로부터도 인간을 지킨 영웅이니, 신의 뜻에 그보다 더 충실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대공비께서도 그래요. 서부에 가지고 계시던 거대한 농토를 사원에 바쳐 빈민을 구제하는 데에 써달라고 했었잖아요.”
“올해 서부에 풍년이 들어 살림이 핀 것도 그 덕분이래요.”
이런 이야기들이 전달되고 재생산되면서 설렘과 기대가 함께 퍼뜨려졌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기대는 이런 것이었다.
“그렇게 은총을 받아 태어난 아기 님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 될까?”
그렇게 남 일처럼 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얀은 아말리에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너무 일러. 폐하께서 경계하시지 않겠는가? 에브론에서 무어라고 대응할지는 경도 모르나?”
“이제 고작해야 이틀이 지났을 뿐이지 않나.”
“사원에서 이렇게까지 불을 붙이고 있는데 말인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묻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사원에서 들을 리도 없고.”
아말리에가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아직 비 전하께서 편찮으시지 않나.”
“내 아내는 해산하고 이틀째에는 이미 멀쩡히 정신 차렸는걸. 초산일 때에도. 자리보전은 했지만.”
“남 일처럼 쉽게 말하지 말게. 부인도 과연 이틀째에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씀하실까?”
아말리에의 말에 가얀이 뜨끔 입을 다물었다. 아말리에가 다시 말했다.
“비 전하께서는 본래 몸이 약하시지 않나. 게다가 절개 수술을 했다고 하더군.”
수술로 아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확실히 산모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을 때에나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절개부의 상처가 잘 봉합되고 회복하고 있다 해도 몸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었다.
가얀이 놀란 듯이 말했다.
“그건 나는 몰랐네. 비 전하께서는 무사하신가?”
“회복은 순조롭다니 그나마 다행이지.”
아말리에가 대답했다.
그 이상의 정보는 받지 못했다. 지금 대공저는 물샐 틈 없이 경계되고 있었다.
사람의 출입도 엄금했다. 식재료를 대던 상인의 출입도 금지하여 하인들이 직접 아침에 상회에 다녀올 정도였다.
은총을 받은 대공비와 공녀를 보고 싶다며 기웃거리는 자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조금 소란할 뿐이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광적인 신자가 끼어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광신도를 가장하고 수작을 부리려는 자가 나타나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로이가르 대공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으니까.”
하루 사이에 제거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황위 계승권이 여론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의 은총이라는 것은 관습과 법 같은 것을 뛰어넘는다. 신이 선택했다는 것 이상의 정통성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물며 태어날 때에 결실로서 축복을 받았다면 말이다.
아말리에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로이가르 대공이 염려되는 건 아니라네. 로이가르 대공은 남부에 있고, 그 파벌의 누군가가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었어도 지금 저택의 방어를 뚫고 공녀님을 해치는 것은 어려울 테니까.”
“음, 그렇지.”
하지만 두 사람은 진짜로 염려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황제에 대한 의혹을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덴 후작은 소문이 허튼소리라고 생각했었다.
「사기나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싶으신 건 알아요. 저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하는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사소한 착각을 침소봉대하거나 집단 환각에 휩쓸렸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신의 은총이라니. 미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성녀가 나타난 것이 2백 년 전이다. 사람의 기억에는 전설의 색채가 덧씌워졌다. 증거라고 전해지는 것이 신빙성을 잃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무신론이 횡행하는 시대였다. 진지한 신앙심은 노인이나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루덴 후작도 그랬다. 적극적인 무신론자는 아니었다. 그럴 만큼 신앙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제 와 수확제에서 신성이 나타났다고? 납득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었다.
‘골치 아프게.’
그러나 이미 생겨버린 일이다. 루덴 후작은 진위를 가릴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사원을 논쟁의 중심에 두고 소문을 더 크게 부풀리는 일일 뿐이다.
부풀어진 소문은 사원에 힘을 더하고, 신심 깊은 자들로 하여금 루덴 후작을 공격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무의미한 일을 하느니 그냥 후폭풍을 줄이고 뒷일을 생각하는 게 생산적이었다.
“크라테스의 기둥, 신으로부터 왕홀과 보주를 받아 지상의 태양이 되신 그레고르 아파나시 네스토르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루덴 후작 혼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접견실 시종이 우렁차게 말했다.
루덴 후작은 미간의 주름을 애써 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간단한 접견에서 공식 행사에서나 외칠 정식 호칭을 외친 것이 기선 제압을 위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황제가 성큼성큼 접견실로 들어왔다. 루덴 후작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했다.
“루덴의 파벨이 제국의 태양을 알현합니다.”
“일어나게. 경이나 짐이나 무릎이 위태한 처지가 아닌가?”
황제가 느물거리며 말했다.
그다지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루덴 후작은 곧바로 일어섰다. 사실 무릎이 아팠다.
황제가 자리를 권했다. 루덴 후작은 조심스럽게 앉아 정중하게 물었다.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독대하는 것은 정말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황제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겉으로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듯하지만, 루덴 후작은 그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침내 황제가 말했다.
“수확제에서 있었던 일 말일세.”
“예.”
“아무것도 하지 말게.”
루덴 후작은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제가 무엇을 한단 말씀입니까?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사원 쪽입니다.”
“짐은 그날 바로 앞에서 이적의 발현을 목격했네.”
“설마 진짜로 에브론 대공의 여식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 말씀을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언사가 과하군, 후작. 귀여운 막내딸의 미래가 달린 일임은 알겠으나 벌써부터 그렇게 경계할 것 없네.”
“폐하.”
“짐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부정하지 말라는 뜻이야. 수확제의 제단에서 짐이 보고 있는 가운데, 새로 태어나는 황족에게 신의 은총이 내려졌네. 지난 2백 년 동안 한 번도 내려지지 않았던 은총이 말일세.”
루덴 후작은 그 말에 정면으로 반박할 수 없었다.
2백 년 만에, 황제가 제주를 올린 제례에서 은총이 내려졌다. 그것을 부정하면, 자칫하면 황제의 치세를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물론 황제도, 루덴 후작도, 신이 황제의 통치를 축복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놓고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루덴 후작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직접 보지 못하여 이적을 다 믿기는 어렵습니다만, 사원이 혹세무민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은총이 내려온 것이라면 홍복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색이 나쁘십니다, 후작님.”
황궁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덴 후작의 비서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빌어먹을.”
루덴 후작이 나직이 욕설을 뱉으며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황제가 은총을 받은 ‘황족’이라고 말한 것에 다른 의미가 없을 리 없었다. 루덴 후작은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거기에서 뭘 어쩔 순 없었다.
“그놈은?”
“대령했습니다.”
비서가 그렇게 말하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대기하고 있는 마차는 올 때 타고 온 것과 다른 것이었다. 보통의 마차보다 높은 바닥까지 루덴 후작은 발판을 밟고 힘껏 올라탔다.
비서가 뒤이어 타고 문을 닫았다.
그다음에는 마차 바닥에 깔린 융단을 젖히고 판자에 뚫린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힘껏 당겼다.
“읍! 으읍!”
마차 바닥에 만들어진 빈 공간에 꽁꽁 묶인 이안 카멜리아가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