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4
악녀는 두 번 산다 193화
마차가 구르기 시작했다.
비서가 이안 카멜리아를 끌어내 루덴 후작의 건너편 좌석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닥 뚜껑을 닫고 융단을 도로 깔았다.
“푸하!”
루덴 후작이 손수 이안의 입에 채워진 재갈을 벗겼다.
코까지 덮어 씌워져 있던 탓에 숨을 할딱거리던 이안은 겨우 공기를 폐 가득 빨아들였다가 기침을 했다.
“고생이 많았군.”
루덴 후작이 짐짓 이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밀하게 말했다.
비서가 긴 잔에 고급 브랜디를 조금 따랐다.
루덴 후작은 그것을 이안에게 건네주려다가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는 비서를 꾸짖었다.
“무얼 하느냐? 카멜리아 소후작을 풀어드리지 않고.”
“죄송합니다.”
비서가 얼른 칼로 이안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끊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되어 있던 손에 피가 돌았다. 이안은 손목을 털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루덴 후작이 다시 술잔을 건넸다. 그제야 이안은 기가 막혀 그를 바라 보았다.
손발을 묶고 재갈을 채워 납치하라고 시킨 것은 루덴 후작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발목이 묶여 있다.
그런데도 루덴 후작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를 보는 것처럼 온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도에 오기 전의 이안이라면, 그의 눈동자가 조금도 웃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안은 대귀족이라는 게 어떤 인간들인지 알고 있었다.
“이런, 의심하고 있나?”
루덴 후작이 잔에 따른 브랜디로 제 입술을 조금 축였다.
이안은 그제야 잔을 받아들었다. 몇 시간이나 마차 바닥에 갇혀 있었던 탓에 몸도 차갑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갈증이 났다.
브랜디 한 모금을 넘기고 나자 조금 나은 기분이 들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안은 루덴 후작을 거세게 노려보며 말했다.
암살, 협박, 여러 가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짐작은 이미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최고급 호텔에 머물렀다. 믿을 만한 호위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 수도에서 루덴 후작가의 손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안은 전부 확신할 수 없었다. 잠자는 사이에 납치당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호텔 전체가 루덴 후작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안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스카일라에게 미리 경고를 듣지 않았더라면 좀 더 당황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당신은 수도에 있었던 시기에 아직 어렸고, 게다가 선대 후작께서 계시던 시절의 카멜리아 후작가는 꽤 물렀던 것 같으니 실감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대부분의 귀족은 폭력을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요. 사실 많은 경우 오히려 잔인한 것이 자신의 품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다행이고요.」
스카일라는 이안이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안은 불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스카일라가 옳았다. 자신은 진짜로 이렇게까지 대놓고 사람을 납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놓고 웃으며 술잔을 건네리라는 생각도.
“자네를 만나보려고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좀처럼 만나주지 않으니 말일세.”
“무슨 노력을 했다는 겁니까? 비서가 쓴 호출 편지 몇 장이요? 내가 미쳤습니까? 당신이 부른다고 호락호락 찾아가게?”
“젊은 친구가 예의가 없군. 내 집에도, 카멜리아 후작가의 살롱에도, 초대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금전과 노력이 쏟아지고 있는 줄 아는가?”
“그건 당신들에게 아첨하고 싶은 사람들 말이겠죠. 나는 아닙니다.”
“제법 기개가 있군.”
루덴 후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안을 훑어보며 말했다.
바닥에 처넣고 마차를 굴리면 대부분은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벌벌 떨게 마련이었다.
이안도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증오로 타오르고 있었다.
루덴 후작은 번거롭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쁘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안의 어머니는 카멜리아 후작가의 장녀였고, 아버지는 도렐 백작가의 차남이었다.
둘 다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래된 농장을 껴안은 채 몰락해버린 가문이었다.
즉, 이안은 혈통만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는 자였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어차피 씨만 남기면 될 일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까? 날 죽이면 황제 폐하께 탄원서가 들어갈 겁니다. 황제 폐하께서 나 같은 것에게 신경 쓰실 리야 없지만, 루덴 후작 당신을 트집 잡을 수 있는 빌미로는 쓰실 수 있겠죠.”
“고작해야 그런 말로 날 협박하는 건가?”
“협박하는 건 당신이고, 나는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는 겁니다.”
“……뭐, 좋네. 비록 자네가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카멜리아 후작의 적손이니 생각이 아주 없는 사람은 아니겠지.”
이안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루덴 후작이 말했다.
“메이덜린을 자네에게 주겠네.”
그게 누구인지 몰라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암기해둔 루덴 후작가의 가계도를 훑은 다음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메이덜린은 루덴 후작의 장남이 낳은 둘째 딸의 이름이었다.
“올해 열일곱이니 우선은 약혼만 하고, 내년쯤 결혼해서 카멜리아 후작가를 상속하면 딱 맞겠지.”
“미치셨습니까?”
“뭐가 그리 놀라운가? 적을 제거하는 방법은 쳐서 없애는 것만이 아닐세.”
죽여서 제거할 수 없는 적이라면,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루덴 후작은 비틀린 웃음을 머금은 채 이안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나? 어차피 자네의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작위와 재산을 되찾는 것 아닌가?”
“이보십시오.”
“나도 언제까지고 천한 것들에게 카멜리아 후작가를 맡겨둘 작정은 없었다네.”
당시에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일단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로이가르 대공비의 시녀장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신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인연이 별로 없는 남의 가문에 침투하여 장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문 안에 내분을 일으키고 가장 약한 고리인 지금의 카멜리아 후작을 지지하여 지배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카멜리아 후작가는 거의 루덴 후작가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착실하게 가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인정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로이가르 대공비가 그렇게 믿고 의지하고 있으니, 방계로 받아들일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제 이모의 총애를 믿고 방자하게 구는 스카일라를 보면, 안 될 일이었다.
‘쯧, 이쯤에서 물갈이를 해야지.’
어차피 이안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루덴 후작은 스카일라를 카멜리아 후작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반항적인 스카일라보다는 제 아비를 닮아 소극적이고 얌전한 남동생 루카 쪽이 다루기 쉬웠다.
메이덜린을 루카와 결혼시켜 카멜리아 후작가를 상속시킬 작정이었다. 그러면 그 다음 대에는 천한 피도 좀 희석될 것이다.
그러나 루카가 아니라 이안이라도 상관없었다.
이안은 비록 천하게 자랐을지언정 혈통은 진짜 귀족이다.
그러니 메이덜린의 남편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그 사이에 자식이 태어나면, 이안을 제거하고 성을 루덴으로 바꾼 후 카멜리아 가문을 상속시키면 된다.
물론 거기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다.
이안이 순종적으로 군다면, 오랫동안 그 자리에 두지 못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안이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 딸과 손녀를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
루덴 후작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인지를 했으니,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공적으로 그의 딸이긴 했다.
그러나 한 번도 그는 하녀를 건드려 낳은 천출을 진짜 제 자식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실수의 결과이고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배설물은 자신의 것이라도 더러운 법이었다.
“은퇴시키면 돼. 적당한 액수의 연금과 노후작으로 존중해 준다면, 기꺼이 물러날 걸세.”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몰라도 후작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스카일라와 루카는 각자 적당한 혼처를 만들어 시집 장가를 보내면 되고.”
“내가 거절하겠다면요?”
“글쎄, 현명한 선택은 아닐 텐데.”
루덴 후작이 히죽 웃었다.
수확제에서 생긴 일에 딱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이 있었다.
그 화제가 너무 커서 이안이 행방불명되는 일 따위는 화젯거리조차 되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루덴 후작가의 마차가 교외의 작은 농장 앞에 섰다.
안에서 이안이 얼굴을 가리고 내렸다. 루덴 후작의 비서가 그를 데리고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 밖에는 작은 마차가 서 있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싸구려 대여 마차였다.
이안이 거기에 탔다. 마차가 곧 출발했다.
브레넌 백작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뒤따라 가. 혹시 살해될 것 같으면 살려서 데려오고.”
브레넌 백작이 말했다. 수하가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재빨리 출발했다.
그녀는 그다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돌아보았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로써, 제가 드린 정보가 상당한 개연성을 획득했군요.”
지금까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브레넌 백작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다.
아직은 적이 아니었다. 카멜리아 후작가와 브레넌 백작가는 같은 로이가르 대공 파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사이였다. 루덴 후작은 전통과 혈통을 중시했고, 브레넌 백작은 조부모 때에 쌓은 막대한 부를 권력과 신분으로 바꾸는 것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협력하지만, 로이가르 대공이 권좌에 오르는 순간부터 적이 될 것이다.
브레넌 백작이 루덴 후작가를 상대로 정보망을 구축해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루덴 후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브레넌 백작을 방문했다.
「이제라도 경계할 마음을 품으셔서 다행이군요.」
브레넌 백작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환영하며 말했다.
「최근에 알게 된 놀라운 소식을 알려드리죠. 루덴 후작은 이안 카멜리아와 메이덜린 영애를 결혼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것만으로도 루덴 후작이 획책하는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일 리 없었다.
메이덜린을 익애하는 루덴 후작 부인이나 장남 부부가 결혼을 반대할 것이다.
그것을 가주의 권위로 눌러 성사시킨다 해도, 그것만으로 카멜리아 후작위를 갈아치울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쳐내는 것을 로이가르 대공비가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로이가르 대공의 책사이기도 했다.
「루덴 후작은 부인보다 더 멀리 보고 있는가 보지요. 누가 봐도 이안 카멜리아 쪽이 제거하기 쉬우니까, 남겨두어도 부담이 없지요.」
브레넌 백작은 그렇게 대꾸했다.
「루덴 후작이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없죠. 대공 전하와 비 전하께서는 멀리 남부에 계시니까요.」
「…….」
「부인께서 황후의 시녀장이 된다면, 그때에 부인을 건드리는 일은 반역이라는 말을 듣게 될 테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