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5
악녀는 두 번 산다 194화
결국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브레넌 백작에게 이 안전가옥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브레넌 백작이 알고 있는 정보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맞춰 보기 위해서였다.
루덴 후작이 이안을 납치하고서도 무사히 돌려보낸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흔적 없이 납치하는 것은 쉽지 않아. 두 번은 안 될 텐데.’
이안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번 기회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루덴 후작이 이안을 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상대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 자신밖에 없다.
“마음을 결정하셨나요?”
브레넌 백작이 물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휑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더 확인해봐야겠어요.”
정보를 브레넌 백작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교차 검증은 필수였다.
로렌스가 축출되었다고 해도 후계 구도가 로이가르 대공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었다.
세드릭은 큰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로렌스와 다르다. 민중과 군부의 지지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밀어내기 어려웠다.
세드릭이 새로운 경쟁자가 되리라는 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과민한 걱정일 수도 있었다.
황제가 그를 끌어올려 로이가르 대공을 견제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세드릭 자신이 그런 욕심을 내비친 적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난 며칠 사이에 위치가 확 달라져 버렸다. 수확제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이제는 세드릭에게 욕심이 없더라도 세상이 그렇게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신의 축복을 받은 공녀를 미래의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은 내분을 일으킬 때가 아니에요.”
“급한 게 어느 쪽인지 잊으신 것 같군요, 후작 부인.”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말에 브레넌 백작이 대꾸했다.
“백작님…….”
“제가 루덴 후작과 지금 싸울 이유는 없죠. 다만, 카멜리아 후작가와 루덴 후작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카멜리아 후작가가 살아남는 쪽이 대공 전하에게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와드리겠다는 것뿐이지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숄 자락을 움켜쥐는 것을 보며 브레넌 백작이 미소를 지었다.
* * *
아르티제아는 사흘간 몹시 앓았다.
수술 자리는 금세 아물었다. 그러나 훗배앓이는 어쩔 수 없었다. 극심할 때에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팠다.
세드릭은 그 사흘 동안 거의 한잠도 자지 못했다.
아기는 안스가르와 젖어미가 붙어서 보살피고, 아르티제아의 옆에는 의사와 산파가 있다.
실상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산파가 시키는 대로 배를 문질러주는 일 정도였다.
그러나 아기는 아기 방에서 수시로 울고, 아르티제아의 통증도 밤이라고 해서 멈추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 방문한 콜튼 수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척해지셨습니다, 대공 전하.”
“잠을 며칠 못 자서 그런 듯합니다.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드릭은 아기의 등을 토닥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콜튼 수사는 아기 방으로 초대되었다.
아직 조금 이르긴 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성직자를 모셔 아기에게 축복을 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콜튼 수사를 청한 것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으나 외부에는 적절한 핑계가 되었다.
아기가 트림했다. 세드릭이 어깨에 대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고 아기를 조금 편한 자세로 고쳐 안았다.
콜튼 수사가 아기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대공 전하를 닮으셨습니다.”
“그래요?”
역시 스스로는 잘 알 수 없었으므로 세드릭은 어색하게 대답하며 뺨을 쓰다듬었다.
“저만큼만 건강해주면 바랄 게 없긴 하겠습니다만.”
“건강한 것만큼 귀한 일은 없지요. 비 전하께서는 좀 어떠십니까?”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삼일 전만 해도 큰일이었죠. 저는 진통이 낳을 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몸을 깎아 새 생명을 세상에 내놓는 일입니다. 쉬울 리 있겠습니까?”
콜튼 수사의 말에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명식을 다음 주 중에 하고자 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세드릭이 아기를 한 팔로 안은 채 일어섰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카드를 콜튼 수사에게 직접 건넸다.
콜튼 수사는 검푸른 인장이 찍힌 봉투 안에서 카드를 꺼냈다.
안에는 아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레티샤 모린 에브론』
어젯밤에야 세드릭은 겨우 아기의 이름을 결정했다. 아직도 책상 위에 이름 후보가 적힌 종이가 한가득 있었다.
콜튼 수사가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말했다.
“행복과 사랑이라는 뜻이로군요. 좋은 이름입니다.”
“선조의 이름을 따지 않고, 주위의 지나친 기대도 막으며 지으려 하니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다음 주는 너무 빠른 것이 아닙니까? 명명식은 한 달 안에만 하면 되는 것이니, 좀 더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듯한데요. 공녀님은 건강하고, 비 전하께서도 몸 상태가 편치 않으실 텐데, 큰 행사를 하시기 쉽지 않으실 테고요.”
“유언장을 빨리 확정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면, 이름을 대신 지어주겠다는 사람도 생길 것 같고요.”
세드릭이 쓴웃음을 지었다.
콜튼 수사도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해하고는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방문이 살짝 열렸다. 아기 방문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행여나 노크 소리 같은 것이 아기를 울릴까 봐 염려하여 문틈에 헝겊을 덧대어 놓은 것이었다.
앨리스가 안을 확인하고 세드릭과 콜튼 수사에게 묵례해 보이고 문을 활짝 열었다.
아르티제아가 지팡이를 짚고 소피의 부축을 받아 조심조심 걸어 들어왔다.
콜튼 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녀를 향해 성호를 긋고 인사했다.
“강녕하신 모습을 뵈니 기쁩니다, 비 전하.”
“와주셔서 고마워요, 콜튼 수사님. 보시다시피 제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의에 어긋나게 행동해도 용서하세요.”
“아닙니다. 몸이 편치 않으신데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제가 청했는데요.”
세드릭이 아르티제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겠어요? 그냥 우리가 당신 거실로 갈 건데.”
“걷는 쪽이 회복이 빠르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수사님이 내려주시는 축복은 봐야죠.”
아르티제아가 레티샤의 뺨을 검지로 가볍게 쓸며 말했다.
안주인의 침실과 아기 방은 같은 복도에 있었지만, 그 정도도 아직 걷기 쉽지 않았다.
소피와 앨리스가 양옆에서 아르티제아를 부축하여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주었다.
세드릭이 아르티제아의 팔에 아기를 안겨주려 했다.
눈꺼풀이 떨리고 입이 옹알대었다. 세드릭이 얼른 아기를 다시 안아 토닥였다.
그러자 아기가 웃는 얼굴이 되었다. 아르티제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잘 안고 계시네요.”
“아직도 좀 불안합니다. 잘못 잡으면 부서질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세드릭이 다시 레티샤를 한 팔에 얹고 요람처럼 가볍게 흔들었다.
아기가 태어났다고 일을 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낮에는 정무장관으로서 일해야 했고, 틈나는 대로 에브론 대공가의 일도 봐야 했다.
언제 급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라도 많이 안아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래도 노력한 보람이 있었는지, 아기는 세드릭의 목소리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편이었다.
레티샤는 오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세드릭이 조심스럽게 아기를 요람에 내려놓았다.
콜튼 수사가 품에서 성유병을 꺼내들고 그 곁으로 다가갔다.
“공녀님께서 이런 축복을 필요로 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니에요. 부탁드립니다.”
아르티제아도, 세드릭도, 딱히 사원의 전례에 신성이 깃든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해서 나쁠 것도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축원이다. 얼마든지 받아도 기쁠 일이었다.
콜튼 수사가 아기의 이마와 뺨에 성유를 발랐다. 그가 두 손을 모으자 젖어미와 하녀들이 무릎을 꿇었다.
세드릭도, 아르티제아도 손을 모았다.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기도는 짧게 마무리되었다.
세드릭이 요람을 잠시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그럼 우리는 자리를 옮기도록 합시다.”
언제 또 깨어서 울기 시작할지 모르니 아기 방에서 의논을 나눌 수는 없었다.
젖어미에게 아기를 맡기고 세드릭은 몸소 아르티제아를 부축했다.
세 사람은 아르티제아의 거실로 돌아왔다.
아르티제아는 푹신하게 방석과 쿠션을 덧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앨리스가 사방을 단속하고, 물을 가져왔다.
“문단속 확실하게 하고, 문 앞을 지켜주렴. 다과는 따로 필요 없어.”
“네, 아가씨.”
앨리스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아르티제아는 그다음에야 물었다.
“사원은 요즘 어떤가요? 특별 예배를 여러 차례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밖에 듣지 못했어요.”
“아직은 순수하게 이적이 나타났음을 기뻐하는 신자들을 위해 예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감사제를 올리자는 말도 있었지만, 일단은 뒤로 미루자고 제가 권했습니다.”
콜튼 수사가 말했다. 그리고 사원을 위해서 대신 변명했다.
“제례에서 이렇게까지 명백하게 이적이 발현된 예는 거의 없습니다. 사원은 실제 사실을 모르니, 아는 바에 맞게 행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수사님은…….”
세드릭이 망설였다.
콜튼 수사가 말한 ‘실제 사실’이 리시아가 성녀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콜튼 수사에게도 기억이 있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옛 관계를 생각했을 때에 콜튼 수사가 아르티제아에게 호의적으로 나올 리가 없었다. 협력은 더더군다나 어불성설이었다.
콜튼 수사가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조금 망설였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안 될 때였다.
“신탁을 받았어요.”
세드릭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콜튼 수사는 세드릭이 믿지 못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첨언했다.
“사실입니다. 신께서 이 몸을 통하여 직접 비 전하를 부르셨습니다.”
“아니,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드릭이 혼란한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실제로 생긴 일이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수확제에서 발현한 건 제 성력이 아니에요. 그 점은 콜튼 수사님에게도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렇다면…….”
“섣불리 추측하지 마세요. 수사님이 지금 떠올린 어떤 생각도 사실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으니까요. 신은 성녀를 지켜주지 않아요.”
콜튼 수사가 입을 다물었다.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을 바라보고 말했다.
“제게는 성력이 없어요. 신탁 내용 역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지금으로서는.”
아르티제아가 말하다 말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지금까지 숨긴 것은, 실질적으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는 문제에 힘을 낭비하고, 위험성을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티아…….”
“하지만, 이번 일은 수습해야 하니까요. 성녀라는 걸 공표하려고 해요.”
레티샤가 위험해지는 것보다는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