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03
악녀는 두 번 산다 202화
세드릭은 황제의 조카이다.
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위 계승권은 1순위로 확립된다.
자식을 낳지 못한 가주가 동생의 장자를 양자로 들여 후계자로 삼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동생을 거치지 않고 세대교체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일찍 후계자의 자리를 확립함으로써 가문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제 자식에게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준다는 뜻이 되므로 보통은 친부모도 기뻐했다. 양자가 된다고 하여 친부모와의 관계가 부정당하는 것도 아니다.
부인이나 부군도, 배우자의 사생아를 양자로 삼는 것보다는 보통 그쪽을 원했다.
정부와 사생아에 대한 감정적인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다.
많은 경우 정략결혼에는 재산과 이권에 대한 복잡한 계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식이 아니라 동생에게 상속하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동생의 배우자 가문까지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어린 시절에 결정되는 일이었다.
그래야 가주가 원하는 대로 후계자 교육을 할 수 있다. 혼사도 좌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드릭의 나이라고 해서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양자가 되면, 하나뿐인 황자가 된다. 곧바로 황태자나 다름없이 여겨질 것이다.
아르티제아가 눈을 들어 황후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억눌려 있었지만, 푸른 눈동자 안에 복잡한 심경이 요동쳤다.
황후가 말했다.
“그레고르가 좋은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건 네가 더 잘 알겠지.”
“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로이가르 대공까지 모조리 끌어내리고 나서 황족이 세드릭밖에 남지 않게 되면 그때에는 반드시 나올 이야기였다.
그때가 되면, 황제는 권력과 견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황실의 계보에서 어느 위치에 실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그레고르 황제에게는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이후의 계보가 자신이 아니라 플로엘라 황녀, 세드릭의 어머니에게서 이어지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런 수단을 써서라도 자존심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세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나 있을 일이었다. 그때 가서라면 대등한 위치에서 거절하는 것도, 황제를 압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이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레티샤 문제가 참 복잡하군.’
아르티제아는 오른쪽 안구를 대바늘로 쑤시는 듯한 편두통을 느끼고 이마를 짚었다.
황후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아직 그레고르에게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닐 게다. 포석을 깔아두는 건 그에게는 습관 같은 거라.”
“네, 압니다. 어떻게 해도 폐하께는 손해나지 않는 일이 된 상황이니까 일단 찔러두시겠다는 거겠지요.”
아르티제아는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황제에게는 손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명분은 모두 준비되었다.
「자녀를 통해 그 부모가 영예를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레티샤의 명명식에서 황제는 그렇게 말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방계 황족을 미래의 황제로 만들기 위해, 그 아비를 황자로 삼아 자연스럽게 계보를 잇는다.
그 과정에서 에브론의 원한은 세드릭이 수습할 것이다. 로이가르 대공을 견제하게끔 키우는 데에도 편리하다.
동시에 어디까지나 세드릭이 레티샤에게 관을 물려주기 위한 징검다 리임을 분명하게 할 수 있었다.
순종하면 쓸 수 있을 때까지 쓸 것이다.
순종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배제하고 레티샤를 곧바로 황태손으로 책봉하면 된다.
‘황자의 딸로서 적당한 연령까지 키운 후, 세드릭 님과 나만 암살하면, 자연스럽게 황궁에는 레티샤만 남는다.’
역모죄를 씌워 세드릭을 제거하는 것은 효율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선대 대공 부부 때에는 세드릭이라는 인질로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녀를 빼앗는 것이 목적이다. 에브론이 격렬하게 저항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레티샤가 원한을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친부모가 대역죄인이라면 레티샤를 황태손으로 삼는 데에 장애가 된다. 언젠가 반드시 레티샤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그런 방식의 공격은 할 수 없다.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총애하고 힘을 실어주는 척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레고르도 이제 늙었어. 책임을 나눠 질 자식이 없다고 한탄하곤 한다더구나.”
황후가 느긋하게 말했다.
“사람에게는 천품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로이가르냐 세드릭이냐 하면, 비교적 세드릭 쪽이 안심되겠지.”
“유니스 백작 부인에게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르티제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레티샤를 후사로 원하신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레티샤에게 상속권을 주기 위해 죽은 장황녀의 양녀로 삼는 것도 가능했다. 아르티제아는 사실 이쪽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친부모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세드릭과 아르티제아를 죽여 없애야 한다.
이 가능성을 생각하면, 황후도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죽은 자식이 황실의 계보에서나마 황제로 추존되는 것을 원할 것이다.
아르티제아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황후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가능성은 있겠지.”
“황후 폐하…….”
“나는 아직 그레고르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단다.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네…….”
“아직 중간정산조차 받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정산이란 리아간 공작가를 말한다. 황제에 대한 약속은 아직 기한이 많이 남은 일이었으니까.
“그것을 받고 나서, 뭐라고 답할지 생각해보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르티제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귀여워!”
아기 방의 문을 열자마자 탄성이 들렸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헤젤과 미엘르가 요람을 들여다보며 환호성을 올렸다.
레티샤가 꼼지락대며 입을 벌렸다.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주의를 몇 번이나 들었으면서도 두 소녀는 좀처럼 자꾸만 손이 나가는 모양이었다.
요람 머리맡에 서 있던 마커스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르티제아가 온 것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쉬고 있던 헤일리도 일어섰다.
헤젤과 미엘르는 그제야 아르티제아가 온 것을 알았다.
“비 전하, 다녀오셨어요?”
“공녀님이 저를 보고 웃으셨어요.”
미엘르가 발갛게 달아오른 뺨으로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아직 사람을 알아보고 웃을 나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엄마로서 맞지 않는 말인 것 같았다.
마커스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어려도 예뻐해 주는 사람은 다 안답니다.”
아기의 발달과정 같은 것과 관계 없이 기분 좋은 대답이었다.
아르티제아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미엘르는 도로 요람 안을 들여다보았다.
“공녀님은 정말 잘 웃으세요. 기분 좋으신가 봐요.”
미엘르가 슬그머니 마커스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레티샤에게 내밀었다. 레티샤가 그 손가락을 꼭 쥐었다.
“말랑말랑해…….”
미엘르가 기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헤일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입 밖에 내어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녀는 사람 아기를 귀엽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카도 귀엽지 않았는데, 주군의 아기가 귀여울 리 없었다. 소중히 여기고 받들어 모시는 건 할 수 있지만, 귀여워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귀여움을 느끼지 못하니, 도저히 그런 척도 나오지 않았다.
“손님께서는 돌아가셨나요?”
“그래.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헤젤이 얼른 안락의자의 쿠션을 정도하여 아르티제아의 자리를 마련했다.
아르티제아가 측근 하녀를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녀들 중에서는 자기가 가장 낮은 위치에 있었다.
미엘르는 열외였다. 아르티제아도 몸 약한 미엘르를 쓰자고 데려온 것은 아닐 것이었다.
“고마워요.”
아르티제아가 안락의자에 앉았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데다가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왔더니 더 피로했다.
헤젤이 공손히 말했다.
“말씀 낮추세요. 저희는 이미 비 전하의 시녀인 걸요.”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그러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러니 이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이미 시녀였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띠었다.
“그래.”
알던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그녀는 익숙했다.
그리고 헤젤도 적응력이 좋으니 빨리 새로운 자리를 찾을 것이다.
“두 사람의 방을 마련해두게 했는데……. 헤일리, 안내해주었니?”
“아뇨. 비 전하께 인사를 드리는 게 우선이니까요.”
아르티제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안내할 시간이 없었다. 미엘르가 레티샤의 요람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안내해주도록 하렴. 바쁘면 하녀장에게 맡겨도 괜찮고.”
“네.”
“헤일리가 하는 일 중에 간단한 것부터 헤젤에게 맡기고 싶어. 신문을 정리하거나.”
그렇게 말하면서 아르티제아가 고개를 돌렸다. 헤일리가 대답했다.
“네. 우선 신문과 편지, 하녀의 관리에 대한 일부터 인수인계하려고 합니다.”
“실수 없이 잘하겠습니다.”
헤젤이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요.”
벨몬드 가문은 에브론 대공가의 가신도 아니고, 전통 있는 귀족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공비의 시녀가 되었다.
신흥 귀족으로서는 가문의 격이 하나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르티제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믿네.”
“네.”
“미엘르는 헤젤을 도와주고.”
“네.”
미엘르가 대답했다. 자기에게 맡길 일은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책임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아르티제아의 곁에서 차를 우리거나 책을 가져다주는 일 정도를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저어……. 청하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시간이 빌 때에, 자주 공녀님을 보러 오고 싶어요.”
미엘르는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레티샤에게 한눈에 반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는 본 적이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 언제든지 혼자서라도 와서 레티샤와 놀아줘.”
“고맙습니다.”
미엘르가 발개진 얼굴로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더 고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