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06
악녀는 두 번 산다. 205화
아르티제아는 황후가 알려준 소식을 그대로 세드릭에게도 말했다.
황제가 양자로 삼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불쾌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세드릭은 담담한 얼굴로 받아들였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에요. 황후 폐하께서 아직 대답하시지 않았으니까요.”
황제가 설령 제국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양자를 받아들이는 것만은 황후의 권한이다.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황제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미리 어찌 대답할지 생각해두시라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거절을 하더라도, 극단적이어서는 안 되니까요.”
“폐하가 정말로 그런 제안을 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세드릭은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르티제아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세드릭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폐하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그 정도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은 전부터 내 각오의 정도를 너무 얕보고 있습니다.”
세드릭이 아르티제아 쪽으로 손을 뻗어 미간을 살짝 짚었다.
아르티제아는 당황하며 고개를 빼고 미간을 어루만졌다. 뭐라도 묻었나 싶었다.
세드릭이 피식 웃었다.
“그냥요.”
“그냥이요?”
“네, 그냥.”
그렇게 말하고 그가 다시 검지 끝으로 아르티제아의 이마를 가볍게 쓸었다.
아르티제아는 어색하게 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세드릭이 손을 내리고 찻잔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폐하의 행정부를 흡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이미 우리 한 번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레고르 황제의 관료들은 부패했을지언정 무능하지는 않았다.
행정력이 엉망인 것은 그들이 아래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에 아첨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료가 될 수 있을 만큼 교육받은 지식인의 숫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자들을 한꺼번에 들어내고 대신 자리를 채우려 하면, 결국 귀족과 이미 사교계에 진입한 거상의 영향력을 떨쳐낼 수 없게 되고 만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집이 부유하다거나 부유한 후원자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닌 드문 예외가 황제가 내리는 장학금으로 공부를 한 자들이었다. 그자들이 관료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정부가 청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폐하께서 30년에 걸쳐서 키워낸 ‘귀족으로부터 독립적인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었다. 세드릭도 거기에 동의한 바 있었다.
환부를 단숨에 도려내다가 출혈과 오염을 겪는 것보다 조금씩 고쳐나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이다.
“전 폐하의 정권을 뒤엎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정통성이 어머니에게서 이어지느냐, 폐하에게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르티제아는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있었다.
물론 자신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르티제아 자신이 에브론 인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세드릭이 말을 이었다.
“황권을 세우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폐하의 정통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후세에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일입니다. 제가 사적인 복수심으로 상속법을 부정한 게 될 겁니다.”
“나쁜 선례가 된다는 뜻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황제가 했던 행위가 옳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과 황제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니까요.”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이 복수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가슴 속이 울렁거렸다. 몸 안이 홧홧하게 더워지는 듯했다.
“미래를 생각하시겠다는 뜻이라는 건 알겠어요.”
“그렇습니다. 누구의 자식으로 계위하더라도 제가 해야 할 일은 똑같으니까요. 피를 덜 흘리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 니다.”
“에브론은 그렇게 세드릭 님처럼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어쩔 수 없지요.”
세드릭이 말했다.
“저는 황제가 되려는 것이니까요. 에브론의 군주로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아르티제아는 잠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세드릭의 손바닥에 이마를 대자 세드릭이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그냥요.”
“그냥이요?”
아르티제아는 아까 세드릭이 왜 괜히 자신의 이마를 건드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조금만.’
이제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다. 알면서도 제 것이 아니니 감히 손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에서 흘러넘치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출산의 영향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것인지, 그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니 의지가 약해진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티아.”
“그, 저어.”
아르티제아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까부터 가슴 안에서 출렁거리던 물기를 뱉어내듯이 말했다.
“키스해도 괜찮을까요?”
세드릭이 꽃이 피듯이 입가를 허물어뜨렸다.
“그런 건 안 물어봐도 됩니다. 여기가 황궁의 그랜드 홀이라도.”
“그건 제가 좀…… 싫을 것 같아요.”
아르티제아는 말해놓고도 조금 더 망설였다.
세드릭이 고개를 기울여 아르티제아가 입맞추기 쉽게끔 얼굴을 가까이 했다.
긴장한 아르티제아의 숨결이 그의 얼굴을 간질였다. 세드릭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 있을 때 내가 사는 것 같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던가요?”
“아뇨.”
아르티제아가 숨소리처럼 가느다랗게 대답했다.
세드릭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퇴로가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감고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눌렀다.
헤젤은 바짝 긴장해 있었다.
이안 카멜리아가 말했다.
“미안합니다, 영애. 제가 지금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아, 네!”
너무 긴장한 건 헤젤 쪽이었다. 그녀는 놀라서 새된 소리로 대답했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좀…….”
“아, 죄송합니다.”
이안의 앞에 있는 찻주전자는 이미 다 비어 있었다.
이안이 긴장한 나머지 쉬지 않고 마셔댄 탓이었다. 이것도 예의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헤젤은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손님의 찻주전자가 비게 내버려둔 자신을 자책했다.
아르티제아의 시녀직을 맡으면서 중요한 일을 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이건 너무 엄청난 일을 맡은 게 아닌가?
그 이안 카멜리아였다.
그가 나타나 소송을 건 덕분에 카멜리아 후작가와 루덴 후작가가 무슨 모욕을 겪어야 했는지 헤젤이 모를 리 없었다.
이미 작위 계승이 끝난 가문이, 그것도 무려 후작 가문이 다시 상속 소송에 휩쓸리는 일은 드물었다.
단순히 카멜리아 후작가만이 아니라 작위 계승에 분쟁이 있었던 여러 가문이 지켜보고 있던 문제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이안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다.
루덴 후작의 인내심이 마침내 다했다는 이야기도, 본인이 두려운 나머지 행방을 감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에브론 대공저인 것이다.
‘내가 맡을 일이 아닌데.’
하지만 헤일리도, 안스가르도 부재 중이었다. 달리 손님맞이를 대신해 줄 사람이 없었다.
이안 카멜리아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손님은 아니다.
하지만 그 상속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귀족의 이해를 반영하여 결론이 날 정치적 소송인 만큼, 단시간에 옳고 그름을 따져 판결이 날 리 없었다.
요컨대 어디까지 카멜리아 후작가를 약화시키고 루덴 후작가의 위신을 깎아내리느냐 하느냐의 문제였다.
곧, 이것은 로이가르 대공이 권좌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느냐 하는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흐지부지 합의할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오래 버텼지.’
그러다가 레티샤가 태어나면서부터 다시 판세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직후에 이안이 행방불명되었다.
헤젤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여태까지 루덴 후작이 참은 것은 아마 이안 카멜리아의 뒷배를 알아내기 위해서였을 거야.」
「요즘 보면 뒷배 같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아니면, 그 뒷배가 로렌스 경이었다던가요. 진짜로 뒷배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방치할 리 없잖아요.」
「혹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을 수도 있고.」
「루덴 후작가와 카멜리아 후작가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 말인가요?」
헤젤은 고작 그것을 위해서 한 일이라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복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추문은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루덴 후작이나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몰락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도덕성에 대한 추문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약자뿐이다.
진짜 권력을 쥔 자는 그런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이 쥔 권력과 영향력은 도덕적 권위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다.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없다고 헤젤은 생각했다.
헤젤의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목적은 적어도 두 가지란다. 첫 번째는 로이가르 대공 부부에게서 올바른 조언자를 떼어내는 일.」
소송 때문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수도에 남아야만 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이런 일로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네 생각은 잘못되었다. 루덴 후작과 달리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는 혈통에 의한 뒷받침이 없지.」
「아.」
「실상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천한 출생이라는 거야. 평판이 추락한 상황에서는 로이가르 대공비 옆에 붙어 있을 수 없게 되지. 그게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게 분명하단다.」
남부까지 갔으니, 필요할 때에만 은밀히 만나거나 편지를 통해 조언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두 가문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는 일이지.」
잘되어 갈 때에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지만, 추락할 때에는 분열이 일어나는 법이다.
이제 잊고 싶은 옛일이 계속 들춰지면,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스트레스는 작지 않았을 것이다. 루덴 후작이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배려했을 리도 없었다.
「이안의 뒷배는 이안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미 손을 뗀 거군요. 꼭 소송 결과가 나올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면 이안 카멜리아 본인은…….」
「목적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 그래서 적당한 때에 빠져나오지 못한 거고. 그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해. 사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지.」
「네. 그 타이밍을 찾아내지 못한 거군요.」
「그리고 그 뒷배를 찾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루덴 후작은 이제 화풀이를 참을 필요가 없지.」
그 대화는 헤젤이 에브론 대공비의 시녀 같은 중요한 위치로 가는 것이니 제국의 정세를 두루 알아두라는 취지에서 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진짜로 관여하게 되리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