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2
악녀는 두 번 산다. 211화
카드리올의 군사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관건은 국왕 친위대와 크라테스 제국군이 눈치 채기 전에 국왕과 로이가르 대공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가능하다.’
왕궁 안에 있는 것은 왕실 경비병과 로이가르 대공의 호위병 정도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국왕 친위대 병력이다.
하지만 국왕 친위대는 왕비 서거 이후 명령 체계가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본래 그들의 고용주이자 충성의 대상은 왕비였다.
왕비로부터 자신이 없을 때에는 국왕의 명령을 들으라고 지침이 내려져 있긴 했다.
그러나 국왕은 친위대의 조직 단계부터 훈련과 기강 확립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 명칭은 국왕 친위대였으나 국왕과 교감은 전혀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왕비 사후, 국왕은 너무 빨리 국상을 종료했다. 겉으로는 슬픔을 말했지만, 그가 진심으로 비탄한다고 믿는 자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1년이 지나기 전에 재혼 이야기가 또 나올 것이었다.
왕비를 사랑하는 친위대원들로서는 서운함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심지어 카드리올이 리아간 공작가를 공격하면서 월급까지 밀리고 있었다. 국왕 친위대의 재정은 왕비의 밀염 사업으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국왕 친위대는 병영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해체되지 않은 것은 달리 갈 만한 마땅할 자리가 없다는 것과, 왕비에 대한 추모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왕 친위대가 맞서서 국왕과 로이가르 대공을 방어하며 시간을 끌지 않는다면 성공이다.
항구에 있는 크라테스 제국군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일이 모두 끝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드리올은 과거로 돌아온 뒤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려보고 있었다.
아니, 부왕에게 배신당해 감옥에 갇혔을 때부터 매일 잠들기 전에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왕궁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피해로 뒤집어엎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내전을 막고 향후의 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진짜로 실행할 날이 와버렸다.
‘남의 일이라면 참 쉬운데.’
그는 밀라이라와 로렌스가 아르티제아의 발목을 잡다 못해 그녀를 좀 먹어 다리를 자른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그녀가 살고 싶다면, 그 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목까지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때에 이미 부자의 인연은 끊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왕은 같은 선택을 하려 했다.
총성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왕궁 경비대장은 이미 카드리올의 사람이었다. 국왕과 로이가르 대공의 호위병들이 저항했지만,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았다.
카드리올의 병사들이 주요한 모든 장소를 장악했다. 귀족들은 모조리 무도회장에 모여 있는 상태였으니 그대로 폐쇄하기만 하면 되었다.
몇몇 무도회장을 빠져나간 귀족을 수색하느라 병사들이 왕궁을 헤집었다. 불참자들도 오늘밤 안으로 자택에 연금될 것이다.
“국왕 친위대는?”
국왕과 로이가르 대공의 신병을 장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쪽으로 향하면서 카드리올은 물었다.
“제압 종료했습니다. 친위대장이 항복했습니다. 사상자는 양측 합쳐 경상자 셋뿐입니다.”
“싸울 의사가 아예 없었나 보군.”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이해한 듯합니다. 왕비가 안 계시니 굳이 목숨 걸고 저항할 이유도 없었겠죠.”
카드리올은 혀를 찼다.
“크라테스 제국군은?”
“항구에서 전투가 발발했습니다.”
“성문을 올리고 철저히 방어만 해. 확전되면 곤란해. 두 시간 안에 로이가르 대공의 답변을 가지고 가겠다.”
“예.”
보고를 올린 백부장이 절도 있게 대답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언츠의 끄나풀은?”
“아직 수색중입니다. 죄송합니다.”
“놓쳤겠군. 됐어. 상황 파악이 끝나고 나면 곧 돌아오겠지.”
카드리올은 먼저 로이가르 대공비의 처소에 방문했다.
그를 맞이하러 나온 것은 가넷이 아니라 새파랗게 질린 위브 자작 부인이었다.
시녀와 하녀들이 침실 문 앞을 결연한 태도로 가로막고 있었다.
카드리올은 병사들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물러서도록 명령했다.
가넷의 수행원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완료한 뒤였다. 저항다운 저항은 없을 것이었다.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자는 전혀 없었다. 사실 동부와 중부의 귀족 여성은 얌전한 것이 미덕이었다.
그나마 북부와 남부의 영향을 받는 중부와 달리 보수적인 동부 귀족 가문에서는 아직도 말괄량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었다.
“로이가르 대공비 전하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니 염려 마십시오.”
“이런, 이런 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무사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위브 자작 부인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말했다.
카드리올은 미소를 지었다.
“로이가르 대공 전하께도 털끝 하나 위험한 일 없을 테니 놀라지 마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위브 자작 부인이 입매에 힘을 준 채로 카드리올을 노려보았다.
카드리올은 가넷 쪽은 그대로 두고 로이가르 대공과 에이멜 국왕을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은 가넷의 응접실에서 자리를 옮겨 국왕의 거실에 있었다. 좀 더 편안하게 술자리를 갖기 위해서였다.
거실 문을 열자 피비린내와 술 냄새가 뒤섞여서 훅 끼쳤다. 호위병들의 시체는 이제 실어내는 중이었다.
대리석 바닥에 고인 피가 아직 붉게 끈적거리고 있었다. 깨진 술병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두 남자는 술기운에 불그레해진 얼굴인데도 창백해 보였다. 에이멜 국왕은 완전히 평정을 잃은 상태였다.
“너, 이게 무슨 짓이냐!”
에이멜 국왕이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쳤다.
카드리올은 새끼손가락으로 귓가를 긁었다. 그것은 장난치는 것처럼 보였다.
“카드리올!”
“로이가르 대공 전하.”
카드리올은 에이멜 국왕을 무시하고 로이가르 대공을 친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로이가르 대공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드리올은 미소를 지었다.
이자가 에이멜 국왕과 달리 위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절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안에서 삐죽 반골 기질과 장난기가 솟구쳤지만, 카드리올은 그것을 참았다. 그리고 짐짓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나라의 수치이자 가문의 수치이기도 하여 대공 전하께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국과 관계가 없는 일도 아니니까요.”
카드리올이 한쪽 가슴에 손을 대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레고르 황제 폐하께서 엄중히 금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부왕께서 리아간 소금 유통에 손을 대었다가 이 같은 분란을 만들었고, 그것을 끝끝내 숨기려다가 대공 전하께서 남부까지 어려운 걸음 하시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알았다면 마땅히 황제 폐하께 먼저 고하여 온당한 절차를 밟았을 겁니다.”
로이가르 대공은 궁지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계획대로라면 내일 새벽이 되기 전에 제국군을 불러들여 국왕 친위대와 함께 카드리올을 습격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역습당하고 말았다. 무력으로 뒤집힌 상태에서 카드리올을 왕비 시해범으로 지목한다 해도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쟁이 되고 만다. 황제는 그것을 피할 것이다. 원래부터 제국 수도에서 에이멜 왕비의 한 따위는 처음부터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카드리올은 이미 밀염 사업에 대해 황제에게 소식을 보낸 게 틀림없었다.
밀염 사업에 대한 증거를 보내고, 관련자인 에이멜 국왕을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거기에 더해 적당한 배상까지 지불한다면, 그럭저럭 황제가 바라던 체면과 실익을 거두는 결과였다.
로이가르 대공이 공적 대신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대공 전하께서는 이만 처소로 돌아가 쉬시지요. 내일 아침에 상황이 정돈되면 다시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로이가르 대공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리고 국왕에게서 시선을 돌려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에이멜 국왕은 노기 가득한 얼굴로 카드리올을 바라보았다. 그도 이제 되어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비어미를 다 죽여서 차지하는 왕관이 네 목은 부러뜨리지 않을 것 같더냐?”
“가끔 생각하긴 합니다. 왜 아버지를 죽이는 것은 아들을 죽이는 것보다 무거운 죄인가 하고요.”
카드리올이 가볍게 발끝에 걸린 유리조각을 찼다.
“네 이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전 부왕을 시해하지도, 폐위시키지도 않을 거니까요. 뭐, 욕심 많은 크라테스 황제 폐하께서 무얼 요구하실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만.”
“나는 그 사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부왕께서 무엇 하나라도 알고 계시는 바가 있어야지요.”
카드리올이 헛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적어도 왕비께서 왜 저를 두려워했는지는 아셨어야죠.”
“내 자식이 이렇게까지 무도한 쌍놈일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 내 그이의 뜻을 오래 전에 따랐어야 했다!”
에이멜 국왕이 노성을 질렀다. 카드리올의 수하들이 욱했다.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폐하.”
“왜 지금까지 참았는데!”
“외세를 끌어들여 왕자 전하를 죽이려 한 게 누구입니까!”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외침이 카드리올의 손짓에 막혔다.
“너희야말로 함부로 말하지 마라.”
카드리올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안에 쌓인 울분은 남의 입으로 말해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에이멜 국왕이 조금 겁을 먹고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쩔 작정이냐? 로이가르 대공은 크라테스 황제가 될 사람이다. 진짜로 제국과 전쟁이라도 할 거냐?”
“염려 마십시오. 로이가르 대공이 황제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훗날에라도 어리석었다고 후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언츠 왕국에서조차도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니.”
카드리올은 그렇게 말하고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카드리올의 측근 두 사람이 손수 움직여 국왕의 양옆에서 팔짱을 끼었다.
“준비해둔 방으로 모셔라. 처소는 치워야 할 테니.”
그 말은 시체를 치운다는 뜻이 아니라 국왕의 시종을 치우고 가구 등을 모두 뒤집어 방에 있을 모든 비밀을 찾아낸다는 의미였다.
국왕이 끌려 나가며 저주의 말을 부르짖었다.
카드리올은 잠시 바닥의 핏자국들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정중히 장례를 치러주어라. 충신들이다.”
“예.”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았다.
* * *
이언츠 출신의 유학생 알베르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어떻게 카드리올 왕자가 지금까지 참을 것이라고 판단하셨던 겁니까?”
“그런 의문을 품는 쪽이 이상하군.”
아르티제아는 찻잔 안에 일어나는 파문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자네는 확실하게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 왜 참고 있었나?”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알베르가 고개를 숙였다.
“자네에 비하면 카드리올 왕자가 선공할 수 없었던 것은 이유가 명확하지. 왕비가 죽자마자 밀염 사업에 대해 들추고 국왕에게 뒤집어씌우면, 명분은 작고 결국 부친을 아들이 공격했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돼.”
그러므로 카드리올은 사태를 확장시켰다. 제국 남부 어촌의 촌민조차 에이멜 왕자가 왕비 암살범을 찾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러니 그 전쟁의 결과로서 에이멜 국왕이 물러났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겸사겸사 남부를 공격해서 실익도 차지할 만큼 차지했다.
대형 상단과 전통 있는 가문들을 한 차례 휩쓸고, 제국군의 보급고까지 털어갔다.
자원도 자원이지만, 남부에서 상인과 귀족이 카르텔을 형성할 수 없게 되었다. 동부처럼 지배 체제를 공고하게 하는 일은 앞으로 반백년은 불가능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했겠지, 카드리올 왕자라면.’
난세는 언제나 이언츠보다 에이멜에 유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