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3
악녀는 두 번 산다. 212화
알베르는 아르티제아의 설명을 듣고서도 완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
“카드리올 왕자가 비 전하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는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은 면식이 없으실 텐데요.”
“이성적인 사람의 행동을 추측하고 유도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 자네에게 준 논책이 이언츠 협회를 움직인 것과 같은 거지.”
“그렇다 해도 모험성이 너무 짙다고 생각됩니다. 카드리올 왕자가 정권을 뒤엎기로 작정했어도, 실패할 수도 있었잖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대꾸했다. 알베르가 알쏭달쏭한 얼굴을 했다.
아르티제아가 말과 달리 전혀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있지 않은 듯했 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고, 나중에 다시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아르티제아는 이언츠 왕국에 논책을 흘려보내는 대가로 알베르의 요구 두 가지를 받아들였다.
하나는 아르티제아의 측근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질문을 무례로 여기지 말고 대답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음모의 바닥에 깔린 비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알베르가 아르티제아의 정보 조직에 포섭된 것은 작년의 일이었다.
그때에는 말단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은화가 진짜로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남부 조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규모를 불리는 것을 알아챘다.
정보원들에게 제시하는 대가가 언제나 정확했다. 상대의 신원이나 가족사항에 대해서도,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방향으로 확장하고, 어디에서 멈추어야 하는지도. 조직은 망설이지 않았고, 실패하지도 않았다.
마치 한 번 해본 일을 다시 하는 것처럼 시행착오라고는 없었다.
그것을 알아챈 것은 몹시 이상한 일이었다. 알베르의 위치에서는 알 수 없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베르는 초조해졌다. 이미 줄거리를 아는 소설책의 뒷이야기가 비슷하면서도 틀리게 전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직을 파고들었다.
사실 아르티제아가 만든 조직에는 구멍이 있었다. 단시간에 몸집을 불리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알베르처럼 일개인이 오랫동안 자기 행적을 지우면서 조직의 상부를 추적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그가 아르티제아의 앞에 끌려왔던 것은 올해 여름의 일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베일을 쓰고, 머리색도 갈색 그물로 가린 채였다. 그러나 알베르는 그녀를 바로 알아보았다.
「로산 후작님.」
숨이 턱 막혔다.
왜 에브론 대공비가 아니라 로산 후작이라는 이름부터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그녀를 알아보았는지도.
그러나 로산 후작이 아닐 리가 없었다. 알베르는 그렇게 느꼈다.
아르티제아는 놀란 눈치였다. 알베르는 숨을 헐떡였다.
이것은 기회였다. 무엇이 기회인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알베르는 자신이 인생을 걸 수 있는 큰 기회가 왔음을 알았다.
「저희 집안은 증조모 때부터 허세이 상단에서 일해 왔습니다. 사촌 형 두 사람은 관료입니다. 이언츠 왕국의 평민 중에서 저희 집만큼 신원이 확실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자네를 불렀는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황제를 만드셨던 분이지요.」
알베르는 말하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그게 얼마나 위험하고 터무니없는 말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그를 꾸짖어 내쫓는 대신 관찰하는 시선으로 살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물러가게. 다시 부를 테니.」
알베르는 그날 정신없이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감시가 붙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잘못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확신했다.
그는 조직을 추적하던 중에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제게 주어졌던 한 번의 기회를 버리고, 부모의 뜻대로 이언츠 왕국으로 돌아가 따분한 인생을 사는 꿈이었다.
가족은 의가 좋았다. 부모는 아들들이 곁에 머물러 화목하게 모두 함께 사는 게 최고라고 여겼다.
허세이 상단의 점주급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처럼 여겼다. 부모는 관료가 된 사촌 형들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질투하지 않고 제 자식이 성공한 듯이 기뻐했다.
알베르는 그런 가족이 지겨웠다. 사랑했던 적도 있으나 수십 년간 부대끼는 동안 이제 이런 인생은 됐다는 마음만 강해졌다.
그렇지만 한 번 놓친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안주하고 있는 인생을 박차고 나오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나자 젊음과 기회가 문득 눈앞에 되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새파란 칼날처럼 날카롭게 자신을 벼려 보고 싶었다.
두 번째 불려간 것은 보름 뒤의 일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베일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 얼굴은 알베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알베르는 자신의 꿈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알베르 같은 신분이 아르티제아를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초상화가 나돌아 다니는 황족이나 신문에 자주 실리는 귀족들과 달리 에브론 대공비의 얼굴이 삽화로 알려진 것은 결혼식 때 정도였다.
그런데도 알베르는 그녀의 얼굴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그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말했다.
「가족을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할 수 없네. 자네 가족이 이언츠 왕국에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간자로서 의미가 있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둔 후에 그 이상으로 보상해주시리라고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르티제아는 미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세 가지 이유로 아르티제아는 그를 곁에 두기로 결정했다.
첫째는 그가 ‘돌아온 자’일 가능성 때문이었다. 알베르는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아르티제아는 의심하고 있었다.
옛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바로 옆에 두고 관찰하는 게 보다 안전할 것이었다.
둘째는 논책 때문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본래 논책을 가짜 이름으로 출간할 작정이었다.
이언츠 왕국에서는 제국에서 이언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동향을 살피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벨몬드 지를 통해 이십여 권만 찍어서 살롱에 돌려도 이언츠 왕국의 손에 바로 들어갈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읽는 자를 늘리는 것보다 이언츠 왕국인을 통해 비밀리에 들어가는 게 더 좋았다.
출처를 의심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논책이 제국 내에 변수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알베르가 정말로 쓸 만한 자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알베르는 아르티제아의 정보 조직 끝자락을 밟았었다. 아르티제아는 알베르를 직접 불러 만나 보고, 영입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는 돈보다 권력을 바랐고, 권력보다도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자였다. 머리도 영민한 편이었다.
그런 자는 다루기 어렵지만, 일단 충성을 받고 나면 매우 유능하고 스스로 일할 줄 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르티제아가 제안한 것이 서부 조직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쪽으로 가면 남부로 돌아갈 날은 요원해진다.
그리고 아르티제아가 아는 한 끝까지 비밀을 지켜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남부로 간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다행이었지.’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는 로렌스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때의 아르티제아에게 죄목을 몇 개 더 얹든 빼든 결말은 똑같았을 테니까.
물론 지금 진짜 중요한 비밀까지 공유할 작정은 없었다.
알베르가 제국의 핵심에 다가서고 싶다면, 아르티제아가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확한 질문까지 자신의 추리로 닿아야 할 것이었다.
20. 리아간 공작가
카드리올 왕자의 두 번째 국서는 에이멜 왕궁이 뒤집힌 날에 출발하여 2주 만에 제국 수도에 당도했다.
첫 번째 국서는 항구 몇 개를 점령하고, 리아간 공작가를 포위한 뒤로도 한 달 이상 지난 뒤에 겨우 도착했었다.
이번의 도착 속도를 생각하면, 먼젓번에는 전략적으로 늦게 국서를 보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국서의 도착시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카드리올이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게 문제가 아닐 만큼 노했기 때문이었다.
“보이든 경에게 당장 리아간 공작 일가를 압송하라고 해! 그놈이 꽂아 넣은 친척, 친구, 피후견인, 전부 다 가리지 말고 자리 빼앗아!”
“고정하십시오, 폐하. 옥체에 해롭습니다.”
시종장이 무릎을 꿇고 간했지만, 황제는 노기를 가라앉히기는커녕 그에게 서류를 집어던졌다.
철썩!
제법 두툼한 문서 뭉치가 시종 하나의 이마에 맞아 떨어지며 바닥에 흩어졌다.
동석하고 있던 몇몇 신료들이 고개를 움츠렸다.
린 재상만이 담연한 태도로 물었다.
“진상조사단은 어찌 하시겠습니까?”
“어쩌긴 뭘 어째? 당장 불러들여!”
카드리올은 국서에 로이가르 대공의 이름을 일언반구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국서에는 밀염 사업의 장부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 협상 재료로 써먹지 않았을 리 없다.
그것을 보냈다는 것은 남부에서 의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곧, 로이가르 대공도 이 일에 한 몫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
황제는 뒷골이 띵한 것을 느끼고 몸을 젖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었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소금을 빼돌리리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적당히 알아서 해먹으리라고 생각하고 묵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도껏 해야 할 게 아닌가.
눈감아 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눈치를 봐가며 몰래 조금씩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타국까지 끌어들여 국제적으로 사업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다.
“기가 막히는군. 에이멜 왕비와 사업을 함께 한다고는 했지만, 직물이나 양잠에 관한 사업도, 곡물 사업도 아니고 소금이었단 말이지.”
로이가르 대공도 그랬다.
그를 황제 특사로 임명해서 보낼 때, 상당한 부분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을 인정했다.
남부에서 받게 될 막대한 뇌물, 남부의 상단에 영향력을 늘리는 것, 황제 특사로서 남쪽 왕국과 접촉할 때 그 권위를 이용해 무역 협상을 함으로써 거두게 될 상업적인 이익 같은 것 말이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중에 소금이 포함되어 있으리라는 것도 용이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제품인 소금을 얻어 파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밀염 사업을 획득하려 한 게 아닌가.
“감히 소금에 손을 대고 에이멜 왕위 계승에 간섭하려 해?”
그때였다.
린 재상의 뒤에 쭈그러져 있던 재무부 관료 벨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때에 이런 말씀을 올리게 되어 황공합니다만, 폐하…….”
“또 뭔가? 자잘한 일로 이럴 때에 짐의 심기를 어지럽힐 생각인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다만…… 그렇지 않아도 말씀 올리려 했지만, 그게, 리아간 공작에 관한 일이라…….”
벨론이 웅얼거리면서 말했다.
“그가 바치는 염세가 액수는 맞았지만 사실 장부에 조정을…… 황공합니다!”
황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종만이 아니라 신료들까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이 쏟아졌다. 국서가 찻물로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