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4
악녀는 두 번 산다. 213화
과거에 염세는 소금 사업의 허가세 같은 개념으로 정액을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리아간 공작가를 사실상 지배하게 되면서 수익 배분제로 바뀌었다.
염세의 기준은 이제 생산량의 9할이 되었다.
제조된 소금은 대부분 판매된다. 소금은 생필품이며, 제국 전역에서 상품으로서 판매되는 소금은 리아간 공작가에서 생산하는 것뿐이다.
그밖에 개인이 조금씩 암염을 캐거나 아예 소금 상단이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서 소량 생산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대개 그런 소금은 품질이 떨어질 뿐더러 인근에서나 조금 소비되고 말았다.
그러니 재고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남기는 것이지, 팔리지 않아 남기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도매가를 결정하는 것은 황제 본인이었다. 그러니 생산량만 파악하면, 매출 규모를 알 수 있었다.
나머지 1할은 장부의 오차를 메꾸거나 사업비에 쓸 수 있도록 리아간 공작가에 남겨준 것이었다.
벨론이 말한 장부 조작은 이 생산량을 파악하는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소형 제조장과 창고를 몇 개 폐쇄했습니다. 대신 대형 제조장에서 생산량을 늘렸다고 숫자를 고친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제조장에서 생산량을 폐쇄한 곳에 맞추어 늘린 것은 아니었다.
목재 공급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각각 제조장에는 생산량의 한계가 있다. 이 이상 늘릴 수 없는 곳에서 생산을 늘렸다고 숫자를 고친 것이다.
“줄어든 금액만큼을 리아간 공작이 사재로 채워 넣었습니다.”
벨론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황제가 장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벨론도 마찬가지였다.
진짜로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재무부 하급 관리들은 실제로 생산량 이 축소되었는데도 리아간 공작이 채워 넣는 것을 오히려 기뻐했다.
전해만큼의 세수를 유지하지 못하여 윗분의 노화를 사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벨론의 높이에서 보면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금전으로 염세를 납부하는 것은 일시적인 지출이고, 사업은 지속적인 것이다.
리아간 공작가는 제국 정부에서 소금 생산량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 일은 적어도 5년 이상 계속되었다. 매해 염세가 조금씩 증가하여 들어왔기 때문에, 장부를 직접 살핀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에 벨론은 등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폐쇄했다는 제조장이 정말로 폐쇄되었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황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가 책상을 짚고 기대어 섰다가 주먹을 움켜쥐는 바람에 서류 몇 장이 구겨졌다.
시종장이 황급히 달려가 황제를 부축했다. 황제는 숨을 헐떡이며 도로 의자에 앉았다.
“경은 대체 그것을 언제 알았나? 왜 이제야 보고하는 건가!”
“황공합니다, 폐하. 제가 어리석어…….”
“누가 사죄를 하라 했는가! 언제부터 알았느냐고 묻지 않았나?”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리아간 공작가의 다른 사업을 조사하다가……. 바로 상신하지 못한 것은 리아간 공작이 성의를 다하여 국고를 채운 것이 사실이라, 혹 정말로 사업에 문제가 있는 데 폐하께 말씀 올리지 못하여 사재를 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벨론이 말하면서 벌벌 떨었다.
“하지만 밀염 사업이 그렇게 크게 벌어진 게 사실이라면, 이 장부는…….”
“이제 그만해라.”
황제가 손을 거칠게 내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짚었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현기증이 났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장부를 모조리 압수해. 아니, 아니다. 재무부에 있는 서류만 제대로 싹 다 조사해서 결과 가져와.”
그 외의 다른 부분은 비밀경찰에게 조사시킬 작정이었다.
“물러가게. 물러가!”
황제가 반쯤 고함을 내질렀다.
신료들은 내몰린 염소처럼 우르르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벨론이 손수건을 꺼내서 손바닥에 고인 땀을 닦고, 이마도 닦았다.
이제 더운 날씨가 아닌데 그의 얼굴부터 목깃까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다른 이들이 벨론을 염려스럽게 바라보았다. 그가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린 재상이 부드럽게 물었다.
“괜찮은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전부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벨론이 웅얼거리듯이 변명했다.
“리아간 공작님에게 먼저 확인하고 나서 폐하께 말씀 올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으니까.”
“예.”
벨론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신중하게 행동하게. 이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야. 폐하께서 리아간 공작을 신뢰하셨던 만큼 배신감도 느끼실 테고.”
린 재상이 굳이 그렇게 충고한 것은 벨론이 정치에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렌스 진영에 참여한 것은 그가 했던 일생일대의 정치였다. 그러나 별 볼 일 없이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벨론이 아직 이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은 황제가 그럴 만한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료들은 몇 마디 더 벨론을 위로했다. 그리고 다 함께 재상부로 옮겨가기로 했다.
리아간 공작가 쪽은 황제가 조사 후에 명을 내리겠지만, 로이가르 대공과 에이멜 왕국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를 해야 할 것이었다.
벨론은 거기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저는 서둘러서 재무부로 돌아가 예전 장부와 문서를 맞춰봐야 합니다. 폐하께서 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라고 딱히 명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아마도 지난 18년 동안의 것을 전부 뒤져야 할 것이다.
“그래. 서둘러야겠군. 어서 가보게.”
벨론은 다른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혼자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타고 온 마차를 부르게 시키는데 중년의 시종 하나가 다가왔다.
“재무부로 돌아가시는 길이십니까, 벨론 경?”
벨론은 얼굴을 굳혔다.
“콥 시종.”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신 모양인데.”
콥이 부드러운 얼굴로 물었다.
벨론의 턱살이 푸들푸들 떨렸다.
겉으로는 재무부 관료인 벨론이 월등히 높은 신분이다. 그러나 콥은 황제의 시종이며, 비밀경찰의 간부이기도 했다.
게다가 콥은 그의 약점을 몇 가지 쥐고 있었다.
콥이 로렌스를 위해 궁내부와 비밀경찰 내에 조직을 만들 때에 벨론이 재무부의 힘으로 예산을 확보해 주었다.
로렌스가 실각하기 전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들이었다. 황제는 그것을 로렌스의 능력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로렌스는 실각해버렸다. 그렇다는 것은 벨론이 한 일도 소급해서 문제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국고 문제는 예민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모아들인 콥보다도 벨론이 더욱 죄가 컸다.
콥이 틀림없이 콥 자신을 위해서는 적절한 변명을 마련해 두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벨론은 어떻게든 로렌스의 실각을 막아보고 싶었다.
로렌스가 연금되어 있는 동안에 콥이 시키는 대로 정보를 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렌스는 무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리고 자신은 그게 꼬리가 되어 에브론 대공에게 잡히고 말았다.
「나는 경에게 요구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네. 이게 무슨 약점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세드릭은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
「실제로 폐하께 고한다 해도 자잘한 일로 꼬투리를 잡아 로렌스를 사랑하는 이들을 비난하려 한다는 말이나 듣겠지.」
「……예.」
「다만, 황명과 로렌스 사이에서 경중을 재는 자가 누구인지는 알아야겠네.」
벨론은 그가 요구하는 대로 명단을 작성해서 넘겼다.
세드릭은 불안해하는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 저녁식사에는 가얀 부부도 초대되었고, 임신 중인 대공비가 여주인으로서 식탁을 관장했다.
그것은 벨론을 자기 그늘 안에 두어줄 수 있다는 의사 표시였다.
벨론은 그것을 믿기로 했다. 어차피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이번 밀염 사건에 비하면, 로렌스에게 정보를 넘겼던 것쯤은 문제라고 할 수도 없었다.
“폐하께서 필요하다면 콥 시종에게 알려주실 겁니다.”
“벨론 경.”
콥이 살짝 눈썹을 치켜들었다.
벨론은 당당해지려고 아랫배를 내밀었다. 틀린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밀염 사건은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폐하께 모든 사실을 고했습니다. 콥 시종이 먼저 알려고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콥이 정보를 먼저 알아봐야 로렌스에게 전갈을 보내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황제에게 알렸으니 자신의 의무는 다했다. 벨론은 그 사실을 되새겼다.
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하는 황궁 시종답지 않은 태도였다. 벨론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벨론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솔직히 에브론 대공비 쪽이 네 배 정도 무서웠다.
「부인께서는 남부 귀족 출신이라지요?」
「네. 그렇습니다. 작위가 높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요.」
「그렇다면, 남부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겠군요. 처가와는 자주 교류하시나요?」
「비교적 그런 편입니다. 제 부모님은 평민이라서요. 처가에서 생활이라거나 애들 교육이라거나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르티제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아간 공작가와도 친하시겠죠? 최근의 일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처가에는 별일 없으시지요?」
「다행히 바닷가 가까이에 사시는 분들은 아니라서 전투에 휩쓸리거나 하신 건 아닙니다. 리아간 공작가 일로 걱정이 많으시긴 합니다. 아주 친하시진 않아도, 교분은 있으시다고 압니다.」
「리아간 공작가는 교분을 넓히는 것에 아주 적극적이라고 들었어요. 아마 사교계에 발걸음하는 가문이라면, 리아간 공작가와 연이 없는 가문이 거의 없겠지요.」
평범한 대화였다.
가족과 친척에 대해 안부를 주고 받고, 어디에서 연맥이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은 교제를 시작할 때에 당연히 모두가 하는 일이었다.
리아간 공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에 리아간 공작가에 대해 말하지 않는 자가 있긴 했던가?
대수롭지 않았던 그 대화가 갑자기 의미를 띤 것은 작별 직전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리아간 공작가에서 올라오는 염세가 없으니 재무부가 힘들겠어요.」
「국고가 넉넉하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부의 숫자를 맞추기란 원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폐하께서 신경 쓰시기 시작하면 다른 의미로 힘들어지겠죠.」
그리고 아르티제아는 이렇게 말했다.
「사교계를 장악하고 싶어 하고, 혈통에 콤플렉스가 있는 가문이 재력과 권력에 집착하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예?」
「폐하께서 리아간 공작가에 허락하신 이윤은 막대하지요. 하지만 권력이란 소금물 같은 것이라고 하니까요. 리아간 공작가가 바라는 것은 부유한 생활 이상의 것이겠지요.」
아르티제아의 말을 합치면 분명히 하나의 경고로 이어졌다. 벨론에게는 그것이 협박으로도 느껴졌다.
벨론의 처가는 리아간 공작가와 교분이 있다. 리아간 공작가는 부유한 생활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 아마도 옛 리아간 공작가처럼 남부의 지배적인 가문이 되기를 원한다.
그 밑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장부의 숫자를 제대로 맞추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것을 황제에게 들킨다면, 벨론이라고 해서 무사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찾아서 먼저 황제에게 고해야 했다.
벨론이 장부를 뒤지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