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5
악녀는 두 번 산다. 214화
황제의 수사관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수도에 있는 리아간 공작가의 저택과 별장을 몰수하는 것이었다.
“몰수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수도에서 생활하며 저택을 관리하던 리아간 공작의 동생과 친척들이 경악하여 물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모조리 끌어내어 체포해라. 가장은 심문실로 끌고 가고, 식솔은 구금한다. 다섯 살 이하의 아이만 지정된 임시 보육소에 입소시킨다.”
이미 저택은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사정을 아는 자들은 밀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모르는 자들은 아우성치며 울부짖었다.
“고용인도 예외는 없다!”
보어츠는 가장 먼저 일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그는 황제의 수사관이 저택 대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하인과 옷을 바꿔 입고 달아나려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자신은 잡혀서는 안 되었다.
로이가르 대공과 리아간 공작 사이에 맺어진 밀약을 중개한 것이 자신이었다.
문초를 당해 정보를 불어버린다면, 다칠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비밀통로가 있는 창고에서 붙들렸다. 황제의 수사관들은 이미 19년 전부터 리아간 저택의 모든 비밀통로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붙잡은 하급 수사관이 희열에 들뜬 얼굴로 외쳤다.
“비밀통로로 빠져나가려는 하인을 붙잡았습니다!”
수사관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 저택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공작의 동생도 모르는 비밀통로를 아는 자라니, 대어임에 틀림없었다.
보어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밀염 사태는 그날 곧바로 온 수도에 퍼졌다.
그러나 호사가들조차도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흥밋거리로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사원에서 에브론 대공가의 후사를 죽이려 했다고 반역죄를 썼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두려웠다.
그때에는 관련자가 명확했다. 성문을 군인이 막고 기사단이 사원을 둘러싸도 시민들이 끌려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루된 자가 매일처럼 끌려갔다. 피바람이 시민들이 다니는 바로 그 거리에서 불었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뇌물을 받고 장부 조작에 협력한 재무부 관리부터 한때 소금 제조장에서 일했던 자들까지 감옥으로 끌려갔다.
수사관들은 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고문을 가해 자백을 받아냈다.
사나흘 정도 동안 문초를 당하면, 혐의 없음으로 판정 나서 나와도 죽는 자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황제는 애초부터 이 일을 정치적인 것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것은 기르던 개에게 물린 것이었다. 금전적인 손실을 따지기 전에 분노가 헤아릴 수 없이 깊었다.
“짐은 리아간 공작에게 큰 은혜를 내려주었다. 본래대로라면 공작가의 말석에 불과했을 자가 작위를 상속하여 무너져가는 공작가를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도왔고, 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업을 맡겼다.”
황제는 씹어 뱉듯이 말했다.
“염세를 내고서도 남은 수입은 막대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남해 소금의 1할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주었으니, 그 정도로도 가문을 위한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감히 짐의 눈을 속여?”
리아간 공작가의 가산 전부에 몰수령이 내려졌다.
황명이 내려졌으니 곧 남부에서 리아간 공작가가 모조리 붙들려오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황후의 친정이 건재했던 시절이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도의 가산을 몰수하고자 해도 저항이 극심했을 것이다.
황제의 수사관이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귀족과 법원이 합심하여 가로막았을 것이다. 자기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남부군에게 리아간 공작가를 모조리 압송해 오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리아간 공작가는 황제의 지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부군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마침 때가 좋게 남부 정벌군은 중앙에서 보낸 군대였다.
사람은 모두 황후궁을 바라보았다.
리아간 공작가가 에이멜 왕국에게 공격당했을 때에 황후는 외면했다.
그러나 이번에 리아간 공작가를 쓸어버리려는 것은 황제였다. 그야말로 공작가를 자기 노비 취급하여 처분하려는 것이다.
황후가 노해서라도 그것을 막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황후에게 나서서 어찌 하시겠느냐고 묻는 자는 없었다.
황후는 평소처럼 조용히 지냈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페셔 가문의 아이들을 살폈다.
시종장이 황제의 편지를 전달했으나 황후는 거기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황후궁은 언제나와 똑같이 고요하고 온화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처럼 말이다.
수도의 귀족과 결혼한 리아간 공작의 셋째 딸이 여섯 살 아이를 안고 황후궁 앞에 엎드려 구명을 청할 때까지 말이다.
“자비를 내려주십시오, 황후 폐하.”
황제의 수사관이 왔을 때에 남편과 시부모가 목숨을 걸고 모자를 탈출시켰다.
다른 가족들은 괜찮았다. 그들은 귀족이었다. 심문은 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족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는 명분은 아니었다.
심문을 받고, 가택 수색도 당할 것이다. 그러나 밀염 사업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일정 기간 수도 추방령이 내려지거나 가산을 빼앗기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그러나 리아간 공작의 친딸과 외손자는 달랐다.
모자를 마차에 숨겨서 황후궁까지 데려다준 것은 시부의 친구였다.
수도를 빠져나갈 길은 요원했다. 수도 안에서 숨어 있어 보았자 사나흘을 버티지 못하고 끌려갈 것이다.
하지만 만일 황후가 거두어준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은 비가 왔고, 날씨까지 추웠다.
황제의 수사관들은 황후궁을 침범할 수 없어서 멀찍이에서 둘러싸고 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황후의 옛 친구와 리아간의 가신들도 그랬다. 그녀를 리아간 공작 영애라고 부르느니 차라리 제 입을 찢을 테지만, 황후궁에서 리아간의 혈족을 자칭하는 사람이 황제에게 끌려가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황후궁 앞에서 오랫동안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다.
“자비를 내려주십시오!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멋모르는 아이만 집에 가자고 칭얼대었다. 여자는 바닥에 머리를 대었다가, 들었다가, 다시 부르짖었다.
황후궁의 문이 열린 것은 한밤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침 해가 뜨고, 그 햇볕에 바닥을 적신 빗물도 말라서 군데군데 웅덩이만 남아 있을 때였다.
황후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짙은 회색 비단실로 자수를 넣고, 넓게 펴진 칼라와 커프스를 환한 은빛 옷감으로 만든 그 드레스는 고상하고 화사했다.
하지만 그 드레스를 본 모든 사람은 황후가 오랫동안 입어온 상복을 떠올렸다.
“언제까지 소란을 피울 셈이냐?”
마르타 백작 부인이 꾸짖었다.
“아비의 죗값은 딸이 대신 치르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여자가 울면서 애원했다. 밤새 외친 목소리는 갈라져 쉴 대로 쉬어 있었다.
황후는 냉담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대리인도, 상속권자도 아닌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아비를 대신할 수 있겠느냐? 죄송하다면, 왜 이제야 용서를 빌러 왔느냐?”
“염치없는 애원인 줄 압니다. 그러니 감히 제게 자비를 내려달라는 청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자가 여섯 살 아이를 내밀었다. 아이는 지쳐서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고작해야 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어미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아이에겐 죄가 없지.”
황후가 눈물에 젖은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죽었을 때에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느냐?”
“저, 저는…….”
“내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에 ‘너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화, 황후 폐하…….”
“그러니 네 부모가 죽든, 네 아이가 죽든, 나도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여자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황제 폐하께서 하신 일입니다. 저희가 어찌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 이것도 황제 폐하께서 하시는 일이다. 내가 어찌하겠느냐?”
그리고 황후가 돌아섰다.
시녀들이 먼저 황후의 뒤를 따라 들어가고, 그때까지 모자를 지키고 있던 리아간 공작가의 옛 가신들이 우르르 따라갔다.
황후궁의 문이 닫혔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황제의 수사관들이 모자를 끌어냈다.
* * *
새벽에 귀가해 돌아온 세드릭은 몹시 초췌해 있었다.
“밤새 어전 앞에 계셨다면서요?”
아르티제아가 로비까지 그를 마중 나와 물었다.
세드릭은 아르티제아의 허리를 끌어당겨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야말로 자지 않고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이런 상황 속이에요. 그리 쉽게 잠이 올 리 있나요?”
세드릭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또 뭐 공작을 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에요. 조금 전에 황후궁에서 연락이 왔어요. 리아간 공작의 딸 중 하나가 자식을 안고 황후궁 앞에서 용서를 빌고 있다고.”
“아……. 다섯 살 이상의 아이입니까?”
“여섯 살이라는군요.”
“저런…….”
세드릭은 탄식했다. 사실 그가 이 시간까지 황궁에 있었던 것도 그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의 후속 처리와는 상관이 없었다. 장부는 재무부에서 처리할 것이고, 수사는 황제의 수사관들이 책임진다.
정부 조직 전체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무부에서 예산을 꺼내지 못하고, 치안 병력은 모조리 황제의 수사관들에게 지원된 탓에, 세드릭이 맡은 일은 도리어 거의 중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린 재상과 그는 황제에게 연좌만이라도 풀어달라고 간하고 있었다.
「폐하를 속이고 국세를 횡령한 것은 큰 죄이나 연좌제는 본디 대역죄인에게만 적용하는 것입니다. 리아간 공작가의 가까운 혈족이나 죄에 직접 관여한 자만이 아니라 고용인의 친지까지 잡아들여 문초하는 것은 너무 과합니다.」
「군주를 기망한 일이다. 그게 대역죄가 아니면 무엇이 대역죄냐?」
「심문을 하되 연이 먼 자는 치안청에서 수사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죄가 없다면 어디에서 심문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
황제의 뜻을 확고했다.
이번 일에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황제는 배신자를 어떻게 처형할 것인지 본보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세드릭도, 린 재상도 그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연좌제에서 풀리는 연령을 다섯 살이 아니라 열 살까지라도 높이고자 황제의 집무실 앞에서 지금까지 무릎 꿇고 있다가 온 것이었다.
“황후 폐하께서 거두어주실 것 같습니까?”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세드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비를 베풀어준다면 좋겠지만, 누구도 황후에게 그런 청을 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