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8
악녀는 두 번 산다. 217화
스카일라는 루덴 후작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특사단에서 빠져나왔다.
쓰러진 가넷에게는 미안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마음 쓸 여력이 없었다.
황제의 수사관이 특사단을 갑자기 들이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 인근으로 돌아온 이상, 황제의 시야 안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늦기 전에 숨겨야 해.’
다행히 스카일라는 승마에 능숙했다. 수도에서 항구까지는 숙련된 기수가 말로 달리면 반나절 안에 당도할 수 있었다.
스카일라는 아슬아슬하게 성문이 닫히기 전에 수도에 당도했다.
그녀는 곧바로 안가로 향했다.
예상대로 이안은 안가에 편지를 남겨 두고 있었다. 자신이 당한 일을 간략하게 쓰고, 에브론 대공가로 간다고 적혀 있었다.
‘하아.’
스카일라는 지쳐서 잠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이안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이안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에브론 대공가에 이안을 둠으로써 아르티제아와의 사이에 끈을 유지시켜 두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설마 루덴 후작이 죽었을 줄은 몰랐다.
밀염 사태의 진행도 너무 빠르다. 이것에는 루덴 후작이 죽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순망치한이라 한다. 루덴 후작은 로이가르 대공이 밀염 사업을 넘겨 받기로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면, 미리 리아간 공작가를 방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죽어버렸다. 로이가르 대공파는 조각나 있었다. 합심하여 리아간 공작가를 지키기는커녕 자기 가문이 엮이지 않게 하느라 손을 놓고 있었다.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루덴 후작은 스카일라가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는 거대한 장벽 같은 것이었다.
스카일라는 그것을 깨부수는 꿈을 꾸곤 했다. 루덴 후작만 죽으면 어머니가 해방되리라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스카일라는 루덴 후작을 암살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진짜로 그때를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루덴 후작이 무너진다면, 정쟁에서 완전히 패한 결과이리라고 생각했다.
제위 계승전에서 패하고 숙청되거나, 로이가르 대공이 제위에 오르고 나서 숙청하거나.
반대로 말하자면, 결판이 날 때까지 루덴 후작은 살아 있어야 했다.
대체 어머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정보가 필요해.’
스카일라에게는 아직 정보망이 따로 없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만든 정보망을 이용해 왔다.
지금은 그것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정보가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해도 모두 추론에 불과하다.
근거 없는 추론에 의해 행동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지금 스카일라는 외나무다리 위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품 안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해져서, 신경이 쓰이는 것뿐이었다.
결국 스카일라는 에브론 대공가로 향했다.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어요, 스카일라 님? 특사단 수행원으로 가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접선책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앨리스는 당혹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하러 나왔다.
“저택에 일절 외인을 들이지 않게 되어 있어요. 마님께서는 이제 저택 밖으로 외출하지 않으시고요. 죄송하지만,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지로 적어주시면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니. 비 전하를 뵈러 온 게 아니야. 이안 카멜리아 경이 에브론 대공저에 머무르고 있을 텐데, 그에게 방문 소식을 전해 줘.”
앨리스는 이번에도 약간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이안이 아르티제아를 찾아온 것이 스카일라의 충고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택 안에 사람을 들이는 것은 그녀의 권한이 아니었다. 아르티제아가 이안에게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일단 말씀을 올릴게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스카일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듯이 하고 분기를 참았다. 좋지 않았다.
의혹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확산되었다.
가능하다면 이안을 만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안은 그녀가 쥔 마지막 카드였다.
그러나 에브론 대공저로 들어가야 하는 이상, 어떻게 해도 아르티제아에게 숨길 수는 없었다.
‘다른 연락책을 만들어뒀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시간이 없어.’
이 문제는 오늘 밤 안에 해결해야 한다.
스카일라는 앨리스와 접선한 창고에서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렸다. 앨리스가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따라오세요.”
스카일라는 머리까지 후드를 눌러 쓰고 앨리스의 뒤를 따라 에브론 대공저로 들어갔다.
후원의 석등마다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굳이 등불로 발밑을 비출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곳곳에 경비병이 아니라 기사들이 직접 총을 들고 번을 서고 있었다. 순찰을 도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소에 사람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르티제아가 대사원에서 쓰러지고 역모죄가 언급되었을 때조차도 이렇게까지 경비태세가 살벌하지 않았다.
중간에 기사들이 몇 번이나 앨리스를 붙들고 신원을 확인했다. 이안이 머무르고 있는 별채에도 경비병이 여럿 있었다.
“안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앨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별채 안은 고요하고 어두웠다. 믿을 만한 사람만 남기고 고용인을 모두 내보낸 탓에 이안의 처소 근처에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안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스카일라를 보고는 안도하는 표정을 떠올렸다. 전보다 다소 마른 얼굴이었다.
“스카일라 양, 언제 돌아왔……, 읏!”
이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카일라는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안이 경악했다. 반사적으로 스카일라의 허리에 팔을 두를 뻔했지만, 그 직전에 간신히 손을 멈출 수 있었다.
스카일라가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반가워하는 척하세요.”
남녀 사이라는 것은 이럴 때 편한 것이다. 단둘이 되겠다는 데에 이것보다 편한 핑계는 없었다.
어차피 앨리스는 속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안이 망설이다가 결국 스카일라를 감싸 안았다. 호위 기사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자리를 좀 피해 주겠소?”
이안이 어색한 태도로 물었다. 호위 기사가 조금 망설였다.
“약혼녀이니까.”
이안이 다시 말했다. 그때까지도 스카일라는 이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이안의 당혹감은 점점 커지는 일로였다.
호위 기사가 약간 벌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이안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가와 싸우고, 루덴 후작의 손에 목숨을 잃을 뻔한 이안이 카멜리아 후작 영애와 남몰래 만나고 있다.
제반 사정을 모르는 호위 기사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문은 열어두겠습니다.”
“부탁하네.”
기사가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작게 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모습은 고개를 빼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위치였다.
물론 그는 예의 바른 사람이므로 일부러 연인들의 모습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었다.
앨리스는 속지 않았을 테지만, 기사와 함께 물러갔다. 아마 아르티제아에게 보고를 하러 갔을 것이다.
스카일라는 그제야 이안의 목을 두른 팔을 내렸다. 이안이 후우 긴장한 숨을 토했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을 수습하려고 애썼다.
스카일라가 망토를 벗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이안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
“이쪽이 더 작은 소리로 말해도 되니까요. 아마 집음기가 있을 거예요. 대공비가 직접 듣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전 에브론 대공비에게 용도가 끝난 상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아니에요. 이제 필요 없다고 판단되었더라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히 당신을 만나러 왔는지 궁금해할 거예요.”
이안이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일라는 그제야 말할 수 있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영애의 덕분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충고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안이 고개를 숙였다. 스카일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공저 안에서는 별일 없으셨어요?”
“예. 의식주에 불편함은 없고, 딱히 행동에 구속받는 일도 없습니다. 외출과 손님 방문은 제한되고 있지만, 그건 대공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경비가 상당하더군요.”
“과하지 않습니다. 루덴 후작이 모살당한 것도 대공녀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카일라는 놀라서 이안을 쳐다보았다.
이안도 놀랐다. 스카일라가 당연히 수확제 때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스카일라에게 이 일을 이야기한 것은 자신의 추측에 설득력이 있는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 좀 상세히 해보세요. 남부에까지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어요. 그 뒤로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내내 에이멜 왕국의 배를 타고 있었거든요.”
태어난 게 여아라는 소식도 지금 처음 들었다.
대공녀가 탄생한 것이 어째서 루덴 후작의 모살과 연관된단 말인가.
진짜 사고가 아니었다면, 로이가르 대공의 부재로 인해 파벌에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이리라고 스카일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가 복수한 것이다. 루덴 후작에게 복수심을 품었을 자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생길 만한 일이 생긴 것이었다.
이안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스카일라는 지난번에 자신이 그를 재어본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재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름이 오싹오싹 돋았다. 스카일라에게도 계획이 있었지만, 그 계획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이안을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진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리드는 로이가르 대공파에 힘이 있을 때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루덴 후작은 죽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밀염 사건에 얽혀 있다. 이안은 아르티제아와 인연을 맺었다.
이안은 이대로 자신을 배신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충고한 일이고, 이안이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순간 스카일라는 후회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 불안감에 완전히 잠식되기 전에 이안이 말했다.
“대공비가 저에게 비열함을 더 배워야 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배우기로 하셨나요?”
“아니요.”
이안이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은 투박했다. 그는 대귀족의 적계 혈통을 타고났지만, 아무래도 귀족의 마음까지는 가질 수 없는 모양이었다.
“루덴 후작 같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
“그런 게 진짜 귀족이라면, 나는 귀족이 되지 않겠습니다.”
“이안 경…….”
“당신은 내 목숨을 구했습니다, 스카일라 양.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도울 차례입니다.”
이안이 그렇게 말하고 스카일라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지금 에브론 대공비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것도 당신의 안배였죠. 나는 당신의 배를 타고 있습니다.”
스카일라의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무너지듯이 이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안이 조심스럽게 스카일라의 어깨에 손을 올려서 도닥였다.
“남부에서 많이 힘드셨습니까?”
“죽는 줄 알았죠.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스카일라는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