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1
악녀는 두 번 산다. 220화
추락하는 자가 있으면 올라가는 자도 있게 마련이다.
리아간 공작의 처벌이 확정되었다.
그다음 순서로 리아간 공작가에서 몰수한 재산 처리와 소금 사업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관료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대체 이번에는 누가 소금 사업권을 얻을 것인가.
황제가 이번에는 귀족 가문에 통째로 전매권을 맡기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과거에 페르난도 리아간을 공작으로 세워 전매권을 주었던 것은, 리아간 공작가가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소금 사업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대 리아간 공작 부부는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권과 가산을 몰수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황제는 아마 담당관을 임명하여 직접 다스리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맡을 것인가.
중앙에서 남부의 사업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업장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국영으로 운영한다 해도, 결국 전권 대리인이 필요했다.
세습할 수 있는 가문의 재산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황제가 엄격히 감찰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남부에서는 큰 권력을 쥘 수 있을 것이었다.
재물 축적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반면,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한 차례 이런 일이 터진 다음이다. 옥좌의 주인이 바뀌면 풍파를 겪기 쉬운 자리였다.
만일 로이가르 대공이 계위하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숙청될 자리이기도 했다.
때문에 회의는 지지부진했다.
황제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었는데, 시큰둥한 태도였다.
황제는 최근에 연달아 신하들에게 실망했다. 이 자리에 앉은 다른 신하라고 해서 벨론이나 아말리에와 다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놈들만 모아놓고 중대한 일을 논하자니, 당연히 의욕이 생길 턱이 없었다.
“남부에 오래 있어야 하고 당장 소금 사업을 수습하자면 일도 쉽지 않겠지. 일가가 수도에 뿌리내린 자는 어렵고, 연로해도 어려우니, 현재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젊고 유능한 자를 골라 뽑겠네.”
황제가 말했다.
“기탄없이 추천해보게.”
그렇지만 좀처럼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린 재상이 말했다.
“임시직을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흠?”
“올해는 리아간 공작가에서 빼돌린 소금을 몰수하여 확보한 재고가 있으니까요. 내무부에서 보조해서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유통업자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퍼거슨이 끼어들었다.
“허가받은 도매상이 밀염인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에이멜 왕국을 통해서 공급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자들은 명백히 공범입니다.”
“도매상까지 조사해서 처벌하고, 새로운 상단을 선정하려면 내년 말에나 겨우 유통이 가능할 겁니다, 폐하. 물가가 폭등할 것은 둘째치고, 그 사이에 밀염이 오히려 더 전국적으로 퍼질 것도 생각해 주십시오.”
린 재상이 심각하게 말했다. 내무부 관료가 염려스럽게 덧붙였다.
“생필품은 단속한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밀염상이 뿌리를 내릴 토양을 쌓아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내년 봄에 정상적으로 생산하려면, 지금 당장 책임자를 뽑아서 제조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밀염상 노릇을 한 자들에게 다시 소금 유통을 맡기자는 말씀이십니까?”
일단 말이 터지기 시작하자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이 연이어졌다.
고성이 오갈 지경이 되어서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
“짐도 알고 있으니 그만들 해.”
발언이 뚝 그쳤다.
“싸운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인가? 재상의 말처럼 일단 임시직이라도 보내야지. 그러나 단순한 임시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을 잘해내면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중책을 뽑는다 생각하게.”
“예.”
“자네들이 맡을 생각 하지 말고, 각 부서에서 능력 있다고 하는 젊은 놈들 있을 것 아닌가? 잘 살펴서 한 명씩 추천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좌중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그런 제한이 있는 추천이라면, 비교적 추천하기도 용이했다.
삐끗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시종이 노크도 없이 허둥지둥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황제가 물었다. 시종이 황망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황후 폐하께서 지금.”
“황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문이 열렸다.
손수 문을 열고 들어온 시녀 둘이 좌우에서 허리를 굽혔다. 황후가 느릿한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왔다.
회의실에 있던 관료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황제가 놀라서 물었다.
“어쩐 일이오?”
황후는 이 일이 터졌던 그날을 제외하고는 전혀 이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날도 리아간 공작의 딸이 황후궁 앞에 찾아가 물러나지 않았기에 밖으로 걸음하여 자신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니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을 줄 알았다.
세드릭이 자기 의자를 빼서 황제의 옆자리로 옮겼다. 황후가 짤막하게 고맙다고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황제가 놀람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당신은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줄 알았는데.”
“페르난도 따위가 어찌되든 관심 없어요. 하지만 내 상속권은 되찾아야겠어요.”
“상속권?”
황제가 정색했다. 목소리에 냉기가 깃들었다.
“당신은 황태자비로 책봉되었을 때에 이미 리아간 공작가에 대한 상속권을 상실했소.”
“재산권은 별개죠.”
황후가 말했다.
“리아간 공작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예술품과 보석, 저택과 별장, 소금 제조장 72곳과 그 인근의 광산, 벌목장을 비롯하여 토지를 되돌려 받겠어요. 애당초 부모님이 내게 물려주셨어야 하는 것이에요. 페르난도의 것이 아니었으니, 당신이 몰수할 권리가 없어요.”
“카트린.”
“그밖에도 자잘한 것이 많이 있겠지만, 가문의 역사로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니 됐어요. 내 재산을 종잣돈으로 삼아서 페르난도가 늘린 것도, 다 가져가도록 하세요.”
황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리아간 공작의 작위였다. 재산 쪽은 아니었다.
저택이나 토지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물론 막대한 재산이었지만, 국정 운영 계획에 그것을 몰수하여 할 사업을 꾸려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소금 제조장은 문제가 달랐다.
현재 리아간 공작가에서 운영하고 있던 소금 제조장은 총 150곳이었다. 72곳이라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였다.
숫자만으로도 그렇지만, 규모로는 더 문제가 심각했다.
제국에서 가장 거대한 소금 광산 9곳이 모두 리아간 공작가의 것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전체 생산량의 4할에 달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제국 전역에 소금을 공급할 수 없었다.
관료들이 숨을 죽였다.
황후의 주장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다른 귀족이라면,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수용도 할 수 있을 것이나, 상대는 황후가 아닌가.
“소금 제조장을 가져가 어찌할 셈이오? 이제 사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것도, 유통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소.”
“부모님의 것이니 돌려받고 싶을 뿐이에요. 소금 사업을 하지 않고 소유만 하고 있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일도 아닐 테고. 폭파를 시키든 방치하든 내 마음이 아니겠어요?”
“안 됩니다, 황후 폐하.”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세드릭이 끼어들었다. 황제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던 찰나였다.
“소금은 생필품입니다. 그 소금 광산이 폐쇄되면, 제대로 소금이 유통될 수 있는 길이 막막해집니다.”
그는 황후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본디 이런 생필품은 전매제를 풀고 허가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이럴 때에 완전히 백성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
어차피 제조장과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과거에 리아간 공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할 수 없었고, 실무에 직접 관여할 입장도 아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의 삶을 굽어 살펴 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린 재상이 황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도 벌써 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소금이 쌓아두고 쓰는 물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내년에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될 겁니다.”
재상이 무릎을 꿇었는데, 재상부와 내무부의 관료들이 그대로 있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줄지어 무릎을 꿇었다. 남은 것은 퍼거슨뿐이었다.
황제가 조용해졌다. 세드릭은 순수한 마음으로 말했을지 몰라도, 린 재상은 확실히 싸울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그런 것이었다.
황후가 헛웃음을 머금었다.
“세드릭, 네가 날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구나.”
“죄송합니다. 부모의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렇지만 국정이 우선이니까요.”
“되었다. 어차피 진짜 폭파할 생각은 아니었으니.”
황후가 떨떠름하게 말하고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가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하겠소? 당신이 정말로 소금 유통에 관심이 있을 턱은 없고.”
“말한 그대로예요. 부모님의 유산이니 소유권을 가져가겠어요. 죽을 때에는 피후견인과 친인들에게 상속해줄 작정이에요.”
“음.”
황제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황후의 목적이 소유권 상속에 있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
상속권 문제는 언제나 귀족들에게도, 사원에도 예민한 문제였으므로 싸움이 된다면 국정의 혼란은 더 길어질 것이다.
황제가 말했다.
“제조장과 설비에 관한 임대료를 주겠소. 운영과 유통에는 일절 관여하지 마시오.”
“광산 수익의 일부는 소금으로 받겠어요.”
“장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만한 소금 결정에 한해서 그렇게 하도록 하지. 당신이 바라는 게 리아간 공작가의 상징이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거요.”
“아뇨. 유통은 당신 대리인을 통해 하더라도 일단 제대로 된 소금을 받아야겠어요. 그리고 내 상속인들이 제대로 광산을 소유할 수 있기를 원하고요.”
“카트린, 그건 허용할 수 없소. 당신 상속인들은 당신과 마찬가지로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과 소금 제조장의 임대료를 받게 될 거요.”
“내 상속권, 내 가문의 후사를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면, 당신도 그렇게 될 거예요.”
황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황후가 내뱉듯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내 상속자들에게 마땅한 권리를 보장한다면, 일전에 당신이 제안한 것을 허락할 수도 있죠.”
“카트린, 그것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세요.”
황후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아, 황후 폐하.”
세드릭이 당황하여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러나 황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실을 떠났다.
신하들이 당혹했다.
황제가 황후에게 했다는 ‘제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황제 자신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서는 세드릭밖에 없었다. 그 세드릭도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황제가 황후의 뒷모습을 쳐다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회의는 여기에서 파하도록 하지.”
신하들이 그 말을 듣고 일어섰을 때였다.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황후가 회의실에 있었기에 밖에서 대기 중이었던 자가 곧바로 알현을 청한 것이었다.
황제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항구에서 전령이 와 있습니다.”
“긴급한 사안이냐?”
“긴급하지는 않으나 중대합니다.”
황제가 전령을 들이라고 손짓했다.
전령이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말했다.
“에이멜 국왕이 당도했습니다.”
과연, 중대한 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