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3
악녀는 두 번 산다 222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이와 루카에게 동부로 가라고 권한 것도 너로구나.”
“네. 일이 잘못되어도, 아버지나 루카가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요. 동부에 가 있으면서, 언제든 잠적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루카에게 말해두었어요.”
“어리석은 짓을 했어. 폐하의 의심을 샀을 거다.”
“어차피 폐하께서는 전부 의심하고 계실 텐데요.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아무 말씀 하지 않으시고 아버지에게 그러라고 말씀하신 거잖아요.”
스카일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버텨서 시간을 번다 쳐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폐하를 암살이라도 할 셈인가요?”
어디에도 들리지 않도록 스카일라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전 같았으면 로렌스를 견제하여 몰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에브론 대공은 아예 후계자 경쟁에서 벗어나 있었다. 황제가 가장 멀리했던 게 그였다.
에브론 대공 스스로도 황제의 총애를 받아 수도에 머무르고자 하는 뜻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그러니 그때에는 버티기만 하면 되었다. 황제에게는 자식이 없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상속법이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제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일이다.
백성의 환영, 사원의 지지는 명분이 된다. 하물며 신이 은총을 내렸다는 것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제 로이가르 대공은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다른 명분에 의하여 후계 순위가 뒤바뀌기 전에 황제가 죽어야만 했다.
그러려면 남은 방법은 암살뿐이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쉽진 않겠지.”
스카일라의 말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녀는 둘 다 황제를 암살한다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로이가르 대공 일파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하지 않은 것은 충성심이 있어서도, 그게 그릇된 일이라서도 아니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레티샤 공녀도 어떻게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요?”
“지금 당장일 필요는 없어. 폐하가 레티샤 공녀를 후사로 마음에 두셨다면, 로이가르 대공 전하를 제거하시지는 않을 거야. 에브론 대공을 견제해야 하니까.”
그것이 황제의 성향이다.
둘을 한꺼번에 제거한다면 모를까, 그럴 수 없다면 둘을 다 제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그렇게 단숨에 제거당하지 않을 만큼의 힘은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에이멜 국왕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요.”
“그래. 하지만 에이멜 국왕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폐하께서 당장 로이가르 대공 전하를 제거하시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 해도 손발은 잘라놓겠죠! 어머니, 추모식에 사람을 모아들임으로써 이모부님은 폐하에게 정면 도전했어요.”
“너무 염려 말아라. 그것은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일 테니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카일라는 당황하면서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그리고 깜짝 놀라 외쳤다.
“어머니. 어머니!”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그녀의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네 뜻은 잘 알아들었다, 스카일라. 네가 배신했다는 것도 알았고.”
“어머니!”
철커덕.
문이 잠겼다.
“아니길 바랐는데 말이다.”
“어머니! 에이멜 국왕을 제거해도 변할 건 없어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요!”
“네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이해한다. 고맙게도 생각하고, 벌써 다 컸구나, 싶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비 전하는 절대 이혼하지 않겠지.”
끝까지 돌봐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루덴 후작과 거래를 했었지만, 그 거래가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질투했었다. 억울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박탈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자신이 루덴 후작 영애로 태어났더라면, 소후작보다도, 가넷보다도, 그가 자식이라고 부르는 어느 적자보다도 더 우수해질 자신이 있었다.
그런 위치에서, 설령 소후작 같은 교육을 받지는 못했어도, 루덴 후작 영애였던 가넷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을 리 없었다.
보다 젊을 때에는 자신이 가넷의 위치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도 여러 차례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평생을 옆에서 보살펴왔다. 거기에 의무와 거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공 전하와 비 전하가 살아있기만 하면 아직 싸울 수 있어. 법적인 상속권이라는 건 막강한 것이야.”
황제가 후계 구도를 확립하기 전이라면, 단 한 번으로 뒤집을 수 있다.
“어머니! 안 돼요! 에브론 대공비는 모든 준비를 끝내두었다고요!”
스카일라가 소리를 쳤다.
“절 풀어주세요, 어머니! 제가 지금……!”
스카일라는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미안하구나. 곧 사람을 보낼 테니 당장 아버지와 루카 뒤를 따라 동부로 가려무나. 넌 똑똑하니, 언제 잠적하고 언제 돌아와야 좋을지 잘 파악할 수 있겠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그렇게만 말하고 떠났다. 다락방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는 소리가 또각또각 들렸다.
스카일라는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빙빙 돌아서 그녀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차피 하려고 했었다. 그냥 마지막으로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설 마음이 있다면, 중지하고 같이 의논하고 싶었다.
‘아니야. 아니야. 어머니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어차피 할 수밖에 없어.’
스카일라는 웅크리고 앉은 채 생각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남부에 가지 않았다. 이번 일에 직접 연루되지 않을 수 있었다.
연좌제로 걸리는 것뿐이라면, 역시 가족의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배신하는 자는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작정이 아니었던가.
괴로워할 것 없었다. 어머니가 루덴 후작을 칠 마음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이미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훨씬 전에 알았더라면, 그러면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결국 가넷에게 달린 일이었으니까.
스카일라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 * *
에이멜 국왕의 환영회가 열린 것은 사흘 후의 일이었다.
이안 카멜리아가 황궁에서 열리는 공식 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안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헤젤에게 말했다.
“신경 써 줘서 고맙습니다.”
무던한 예복을 갖춰 입는 것만도 이안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아르티제아의 명령으로 헤젤이 그의 차림새를 돌보아 주었다.
“재봉사를 불러드린 것뿐인데요. 잘 어울리세요.”
“고맙습니다.”
이안은 거울 안의 자신이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헤젤이 그런 자신을 살피고 있다는 것도.
“놀랐어요.”
“외출하기로 마음먹은 것 말입니까?”
“아니요. 공식 연회에 처음 참석하면서, 그 연회를 타국 왕의 환영회로 결정하셨다는 게요. 보통은 신년 축하 파티 같은 때로 하거든요. 외교적인 연회나 주빈이 있는 연회에서는 아무래도 소외되기 쉬우니까요.”
“그다지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이안은 우울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연회에서 주목받아 봐야 추문과 음험함으로 얼룩진 연회였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인상이 없었다.
헤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안은 자신이 무슨 일로 가는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제를 알현하고 싶다는 부탁은 아르티제아에게 거절당했다.
「경의 신분으로 폐하를 단독으로 알현하기는 무리예요.」
「그러니 추천서를 써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알현자가 한 일이 모두 추천자의 책임이 된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군요.」
이안은 정말로 그 부분을 생각지 못했으므로 아르티제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연회의 초대장 정도는 헤젤이 구해드릴 거예요.」
「비 전하께서는 참석하지 않으십니까?」
「몸이 좋지 않아요. 만찬이라면 모를까, 무도회에는 참석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서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차림새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밖으로 나섰다.
헤젤이 파트너가 되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아르티제아에게 추천자의 책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혼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은혜를 갚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지만, 호의를 베풀려던 사람이 말려들 필요는 없었다.
그는 혼자 마차를 타고 황궁 정문 앞에 도착했다. 호위 기사와도 거기에서 헤어졌다.
어차피 에브론 대공가의 사람도 아닌 그가 무장한 호위 기사를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연회에 참석할 하급 귀족들이 저마다 보석과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줄지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안은 혼자서 고위 귀족들이 출입하는 문으로 향했다.
“카멜리아 후작가의 이안 경이 당도하셨습니다!”
호명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호칭을 들으며 이안은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프게 박혀 왔다.
아직 고위 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 중에 당도한 사람은 이안 하나뿐인 듯했다.
이안은 천천히 로비 위에서 아래를 훑어보았다. 스카일라는 와 있지 않았다.
혹시 하급 귀족으로 변장하여 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안은 사람들 틈에 섞여들었다.
옷이 소박하고, 아는 얼굴이 많지 않은 덕에 그는 금세 잊혀질 수 있었다.
“브레넌 백작 부부와 그 영식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재상 린 부부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유니스 백작 부부와 그 영애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고위직들도 도착하여, 호명관이 연이어 외쳤다.
그러나 스카일라는 끝끝내 오지 않았다.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하면, 내가 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아마 어디 감금되어 있거나 하겠지요.」
스카일라는 말했다.
「그래도……, 아니, 그러면 더욱더, 망설이지 말고 이것을 폐하께 바치도록 하세요. 이걸 가져온 게 나라는 것만 잊지 말고요.」
호명관이 외쳤다.
“에이멜 국왕 전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왔다.
“크라테스의 기둥, 신으로부터 왕홀과 보주를 받아 지상의 태양이 되신 그레고르 아파나시 네스토르 황제 폐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마치 썰물이 빠지는 것처럼 사방이 낮아졌다.
이안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기분을 참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수군거림과 의아한 시선이 이안을 찔렀다.
황제와 에이멜 국왕이 나란히 선 계단 앞까지 다가가자 근위대가 이안의 앞길을 막았다.
에이멜 국왕이 눈살을 찌푸리고, 황제가 뭐라고 말했다. 이안은 정신이 없어 그것을 듣지 못했다.
대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준비한 말을 그대로 읊었다.
“역모죄를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