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5
악녀는 두 번 산다. 224화
밀염 사건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이 역모 사건의 여파는 해일과도 같았다.
로이가르 대공은 황제를 참칭하고 타국과 내통했다. 특사단의 수행원으로 따라가 실무를 담당한 자들이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니 수행원 전원이 역모에 걸려들었다. 그 수행원이 본래 소속된 가문과 상단 역시 연루되었다.
이것은 로이가르 대공 파벌에서 제 몫을 챙길 만한 힘이 있는 자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황제의 반대 파벌과 황제가 부담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금력과 권력을 키운 자들이었다.
황제는 로이가르 대공을 숙청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일에 관련된 귀족을 놓아줄 이유는 없었다.
역모는 거의 언제나 전가의 보도였다.
즉위 초반, 황태후가 아직 살아있는데도 황권 강화를 위해서 누이 부부를 역모로 몰아 죽인 황제가 그것을 휘두르는 법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당시에는 실질적 필요에 의해 한 일이라면, 이번에는 체면과 불쾌감에 따른 이유가 더 컸다.
로이가르 대공을 살려두어야겠다는 실질적인 판단과 별개로 불쾌하고 괘씸하긴 했다.
로이가르 대공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협정서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굴곡은 많았지만, 법적으로 제1순위 제위 계승자로 18년 넘게 살았다.
처음에는 황후에 대한 견제패로 정치 인생을 시작해서, 이제는 귀족들을 모아 자신에게 저항의 뜻까지 공개적으로 내비칠 정도로 성장했다.
훗날 제국을 어떻게 다스리고 싶다는 큰 그림이 없다면 그것이 더 문제였다.
‘로렌스가 그랬지.’
황제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아직도 자신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살아있는데, 감히 그것을 실행하려 했다는 것은 문제였다.
대리청정을 맡긴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후사를 천명한 것도 아니다.
자기가 계승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불경한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굳이 더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때였다.
자신이 노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오히려 바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덮어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할 수도 없었다. 워낙에 사건 자체가 큰 데다가 황제가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황제의 수사관과 근위대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날 밤의 연회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붙들려 간 자만 해도 수십 명이었다.
특사단에 따라갔던 수행원들이 줄줄이 엮여서 황궁의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비밀수사관들은 사라진 수행원의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로이가르 대공이 수행원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대놓고 찾거나 체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의 고발로 인해 그자들을 한꺼번에 잡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황제의 비밀조직은 실질적으로 할 일이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큰일을 벌인 것은 18년 전이었다. 황자와 황녀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리아간 공작가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고, 자잘한 모략을 꾸며 왔다.
그러나 이미 황권은 드높았다. 황제에게 마음속으로 반발하는 자가 있어도, 기껏해야 로이가르 대공의 주위에나 모여들었을 뿐이었다.
황권과 비밀조직의 크기는 비례하였으므로 조직은 계속해서 확장되었다. 반대로 적은 사라졌다.
자잘한 음모와 모략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나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이 너무 비대해졌고, 목표도 불분명해졌기 때문이었다.
한때, 황제가 신뢰했던 조직 구성원들도 하나 둘 사라졌다.
이러한 조직을 가진 황제들 중에는 자신을 향한 비난과 음모를 강박적으로 쳐 없애는 자가 많았다.
그러나 그레고르 황제는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부했다. 그는 비밀조직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적의 존재에 속지 않았다.
힘의 균형을 맞추고 세력 간의 견제를 도모했다. 모든 판단을 스스로 했다.
그런 상태로 18년이다. 조직은 타성에 빠졌다.
오로지 역모와 황제에 대한 불경죄에만 반응하게 되었다.
그 외의 어떤 정보가 들어와도 이것이 황제의 뜻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부터 살폈다.
황제에게 정적이 없어진 이상 공적을 얻을 길은 이미 막혔다.
행여 황제가 이미 알고 있거나, 뜻한 바가 있어 남겨둔 일인데도 보고했다가 무능해 보이는 것도 꺼린 탓이었다.
아르티제아가 수도와 남부에 조직을 만들면서 신중을 기하지 않고 몸집부터 불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다.
황제의 비밀조직이 특정 키워드에만 기계적으로 반응한다면, 그것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로이가르 대공의 역모라는 말은 그 모든 것을 쓸어버릴 만큼 높은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 힘은 무시무시했다. 재정, 규모, 인력이 무한대로 투입될 것이다.
특사단에 수행원으로 따라갔던 자들만이 아니었다.
로이가르 대공과 친분이 있는 자, 이해관계로 얽힌 자, 인척의 혈연, 살롱에 드나든 지식인과 예술가까지 모조리 뒤집어엎을 작정이었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수도에 있는 귀족 가문은 물론이고 다소나마 부를 쌓은 자라면 누구나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에브론 대공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궁의 시종인 동시에 비밀 수사관인 콥은 전부터 에브론 대공가를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의 사건은 아킴 주교의 역모 사건 때부터 이어지는 것이 틀림없었다.
증거는 없었다.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자면, 로이가르 대공이 계속해서 다른 황족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를 탐했다는 것이 될 뿐이다.
그러나 콥의 감은 계속해서 찌릿거렸다.
조사해보면 틀림없이 뭔가 나올 것이다.
명분도 충분했다.
이안은 비록 별채이나마 에브론 대공가의 식객으로 머무르고 있었다. 에브론 대공비는 스카일라 카멜리아의 친구였다.
이안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퍼거슨이었지만, 비밀수사관의 조사는 본디 양지의 조사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같은 기회는 두 번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에브론 대공가로 달려왔다. 대공이 아직 황궁에 있을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문 앞에서 기사단에게 막혔다.
공녀가 탄생한 후로 에브론 대공가의 경비 태세는 한 번도 풀린 적 없었다.
설령 상대가 황제의 수사관으로서 역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왔다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콥은 날카롭게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알고 있소? 에브론 대공비께서도 이 일과 무관하다고 말씀하시지는 못할 터.”
기사들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표정에도 균열 하나 나지 않았다.
역모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말에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래도 상관없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그래서 신원도 불분명한 무리를 이끌고 내 집에 들어가겠다는 건가?”
세드릭이 말 위에서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의 뒤로 에브론 대공가의 정예 기사 다섯이 더 있었다.
콥은 일단 세드릭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세드릭은 그 인사를 받지 않고 말했다.
“자네는 황명을 받았나?”
“로이가르 대공 전하의 역모가 고발되었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사태이니, 당연히 고발자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합니다.”
“폐하께서 자네에게 직접 황명을 내리셨느냐고 물었네. 마땅히 명령서이든 증표이든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고.”
콥은 물론 내밀 것이 없었다.
세드릭이 차갑게 말했다.
주인이 당도한 것을 안 문지기들이 대문을 열었다.
콥은 세드릭을 뒤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러시면 곤란해지실 겁니다, 대공 전하!”
“자네가 무슨 권리로 날 곤란하게 만들 텐가?”
세드릭이 기사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쥐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게 해라.”
그가 말한 쥐새끼가 누구를 말하는지 명백했다. 기사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세드릭이 말을 몰아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티제아는 그 시각에 저택에서 가장 높은 층의 창가에 서 있었다.
에브론 대공저는 넓은 부지를 갖고 있었고,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횃불이 바삐 오가는 모습만 보아도 일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아시고 정보 조직을 해산하라고 하신 겁니까?”
프레일이 물었다.
“폐하의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걸려들지 않을 조직은 없네. 그리고 공적을 세울 만한 일이 오랫동안 없었지.”
아르티제아가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밀염 사건이 터지기 직전의 일이었다.
본래부터 점조직에 가까운 조직이었다. 정보원들은 대부분 자기가 제공하는 것 중에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이고, 그 정보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덕분에 해산은 간단했다. 자금을 끊어버리는 것만으로 정보원은 대부분 흩어졌다.
돈을 주는 측이었던 자들 중에서도 진짜 상층부가 누구인지 모르는 자가 대부분이었다.
타깃의 동태를 살피고 포석을 깔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실제로 음모를 꾸미는 데에 사용한 일은 많지 않았으므로 위험도는 매우 낮았다.
아직 아르티제아는 이안이 내민 증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밀염 사건이 터진 뒤로부터는 자신이 이런 일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남지 않도록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쭤 봐도 될까요? 스카일라 영애가 가장 먼저 배신해서, 역모를 고발한 공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헤일리가 말했다.
“증거를 가지고 나온 것은 스카일라 영애일 테고요. 내부자 중의 내부자라고 할 수 있는 스카일라 영애라면 핵심적인 증거를 빼돌릴 수도 있겠지요.”
“그래.”
“비 전하께서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황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으라고 스카일라 영애에게 말씀하신 것은, 대공비가 실수를 저지르게 하기 위해서이셨을 테고요.”
“그것도 맞다.”
그것도 아르티제아가 깔아놓은 여러 가지 포석들 중 하나였다.
로이가르 대공비는 언젠가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있다. 그녀는 하나하나 신중하게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주위를 정리해가며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것을 좀 앞당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실수만으로는 역모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결국 협정서가 문제 아닌가요?”
“그거야말로 알기 쉬운 이야기이지. 로이가르 대공이 공식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수행원이 수백 명이나 포함된 사절단을 이끌고 남부로 내려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가 없잖니?”
그러니 핵심은 로이가르 대공을 남부로 보내는 것 그 자체에 있었다.
로렌스가 실각한 이후 로이가르 대공은 자신의 계승권이 비교적 안정적이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너무 오래 참고, 기다려왔다.
이제 자신의 치세를 현실에 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면 그다음 남은 것은 실책을 어떻게 포장해서 황제에게 들이미느냐 하는 것뿐이다.
아르티제아는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했다. 세드릭이 돌아오면서 기사단의 배치가 움직이고, 수사관들이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레티샤는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이겠지만, 황제의 감정 변화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 로이가르 대공의 가장 큰 문제였지.’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드릭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