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6
악녀는 두 번 산다 225화
밤사이에 수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로이가르 대공 파벌의 귀족들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사단 수행원 당사자가 끌려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방계의 먼 친척이나 고용인을 들여보낸 경우라면, 먼저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황제의 수사관에게 끌려갔다면, 그것은 시간 문제였다.
“백주대낮에 당당한 백작의 몸으로 쥐새끼처럼 이게 무슨 일인가.”
회색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들어온 레스든 백작이 탄식했다.
장소를 제공한 브레넌 백작이 아무 말도 없이 그에게 앉으라고 권유했다.
회의 참석자는 그가 마지막이었다.
레스든 백작은 좌중을 둘러보고 말했다.
“오지 않은 자가 여럿 있군요.”
“황궁에 끌려간 게 아니라면, 배신이나 도주 둘 중 하나가 아니겠소?”
“아침에 혹시나 싶어 확인해 보았더니, 루서 백작이 끌려갔다고 합니다.”
브레넌 백작이 쓴 것이라도 씹은 듯이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루서 백작저는 지금 난장판입니다. 수사관들이 흙발로 비집고 들어가 백작의 서재와 침실까지 모조리 뒤집어엎었다고 합니다.”
“가족은?”
“소백작과 차녀는 함께 끌려갔어요. 막내아들은 도주한 듯합니다. 연로한 대부인과 부인은 모두 자택의 객실에 연금되었습니다.”
좌중이 모두 충격받은 듯이 조용해졌다.
루서 백작은 권위를 잃어버린 소귀족 같은 것이 아니었다. 동부 귀족 중에서도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이 무슨 폭군이…….”
“로이가르 대공 전하께서는 돌아오셨습니까?”
“아직 돌아오지 못하셨소. 폐하께서 황궁에 붙들어두고 곧 알현하겠노라 말씀만 하시고 계신 듯하오.”
그에게 접촉해보려고 애썼던 이가 말했다.
“이대로 있을 순 없습니다. 황제를 참칭했다고 하면서 폐하께서는 증거도 내보이시지 않았습니다.”
“타국을 운운하신 것도 터무니없소. 대공 전하께서는 특사로서 협상한 결과를 협정서로 가져오신 것뿐이지 않소?”
“애당초 특사로서 남부까지 갔을 때에는 소국들과 외교를 하고 올 것이 전제되어 있었고, 폐하 당신께서도 기대하고 있노라고 말씀하셨거늘!”
“고발자의 신원 또한 불분명하고!”
그렇게 말한 자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노려보았다.
이안 카멜리아와의 연관성을 따져 보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안 카멜리아가 설령 제게 원한이 있어 이 일에 참여했더라도, 그게 중요한가요? 그자가 음모의 주범은 아니겠지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말했다.
좌중이 다시 조용해졌다. 음모의 주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머릿속 한쪽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이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역모 혐의가 옅었다.
그녀는 특사단에 자기 사람을 실무자로 하나도 보내지 않았다. 딸을 시녀로 딸려 보냈으나, 그 딸이 바로 고발자였으므로 혐의자일 수가 없었다.
물론 이 회의에 참석한 자들은 아직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것을 숨겨야 하는지 아닌지로도 마음이 복잡했다.
아마도 이안을 고발자로 쓴 것은 스카일라일 것이다.
스카일라가 아르티제아에게 굴복하고 배신함으로써 살아남기로 결정했다면, 역모의 증거를 찾아 이안에게 넘긴 것도 스카일라이리라.
그것이 무엇보다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는 뼈아팠다.
스카일라를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적통의 후작으로 만드는 것이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는 평생의 목표였다.
그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의 표시이며, 또 자신의 꿈을 딸을 통해 대신 이루고자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딸 스스로가 이안과 손을 잡다니.
이안과 함께하면 어떻게 해도 스카일라의 정통성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살아남는다 해도.
‘한 번 찍힌 낙인은 사라지지 않아.’
마치 자신에게서 하녀 소생이었다는 낙인을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시녀이면서 주인을 배신했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오장육부를 맷돌에 갈아내는 것처럼 괴로웠다. 쉬지 않고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고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스카일라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이 스카일라에게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고, 더 나아가 자신을 사랑해서 결정한 일인 줄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신은 배신이다. 스카일라는 자신이 가장 바라는 일이 무엇인 줄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이 배신에는 값이 없다. 복수로 값을 치르게 하기는커녕 스카일라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카일라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마음에 상응하는 대가로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아무리 사랑해도, 사랑받아도, 결국에는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 아니라 별개의 인간임을 깨닫고 만다.
브레넌 백작이 물음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집중하려고 애썼다.
“비 전하께서는 어떠십니까?”
“아직 대공저 안까지 침범한 것은 아니라서요. 불안해하고 계시니, 회의가 끝나면 그쪽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고 나서도 또다시 잠시 침묵이 돌았다.
온건한 하멜턴 자작이 말했다.
“일단은 모두 함께 찾아가 폐하께 항의합시다. 아마 폐하께서도 진짜 로로이가르 대공 전하를 숙청할 계획은 아니실 것이오.”
“음…….”
곳곳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동의하는 자는 없었다.
“폐하께서 대공 전하를 숙청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까지 내버려 둔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레스든 백작이 모두의 심경을 대변해서 말했다.
황제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들은 동부의 대지주이며,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황제는 오랫동안 동부의 지배권 문제로 그들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지금처럼 명분이 생겼는데,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역모를 꾸민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 말대로 하지 않고서 무엇을 어쩌겠다는 말씀들입니까? 진짜로 군사를 모아 반역이라도 하실 셈입니까?”
“반역이 아니라 반정이 되겠죠.”
호전적인 브레넌 백작이 말했다.
움찔하는 자가 꽤 많았다.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본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말했다.
“헛된 말은 하지 맙시다. 이중에서 또 배신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소?”
그러자 실내가 또다시 침묵으로 물들었다.
반란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했다.
만일에 그들에게 군사력이 있었다면, 진즉 내전이 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 황실이 수백 년 동안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책은 귀족의 사병을 혁파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막대한 금권을 지니고 있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을 하나둘 죽이는 것쯤은 죄에 속하지도 않았다. 황실을 모독하 거나 역모죄가 아니라면, 작위를 가진 귀족은 처벌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군사는 가질 수 없었다. 오로지 제국의 방패인 에브론 대공가만이 예외로서 북부군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본토에서는 제한된 숫자의 기사단만 운용 가능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이대로 황궁에 가서 천민들 처럼 떼 지어 자비를 구걸이라도 하잔 말이오?”
“각 가문에서 쓰고 있는 호위 병력은 어떻습니까?”
“최대로 잡는다 해도 오십 명 남짓할 터인데. 여기 모인 가문들의 호위 병력을 모두 모은다 해도 오천도 되지 않소.”
하인과 상단에서 일하는 고용인까지 모조리 동원하고, 폭력배를 고용한다면 사람 숫자는 그럴 듯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칼과 창은 구할 수 있지만, 화약 무기는 기껏해야 엽총과 권총 정도가 한계였다.
화약을 대량 수급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령 그게 된다고 해도 오합지졸로 황제의 군대에 어떻게 반항하겠는가.
이들은 잊지 않았다. 과거 에브론 대공가가 정예 기사단을 거느리고도 하루아침에 짓밟혔던 것을 말이다.
군대를 포섭해두지 않았다면, 반란은 무리였다.
브레넌 백작이 말했다.
“숨기지 말고 손에 쥔 패를 모두 꺼내 봅시다. 황궁 안에는 어디까지 손을 쓸 수 있을지, 관료들 중에는 몇 명이나 우리를 위해 태업해줄 수 있을지.”
“음.”
“경우에 따라서는 동부로 물러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것도 그렇지.”
마지막 말에 동의하는 자가 많았다.
일단 동부로 달아나면, 방어할 수 있었다.
동부군 사령관을 비롯하여 수뇌부는 황제가 직접 파견한 자였다. 그러나 그 아래의 장교들부터 장병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가 없었다.
동부군을 손에 넣으면 저항할 수 있다. 분리 독립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동부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땅이었다.
유통을 중심 사업으로 하는 상단주들이야 결사반대하겠지만, 그들 같은 진짜 귀족은 땅만 있어도 수십 년을 버틸 수 있었다.
팽창한 시장인 중부와 교역의 중심인 남부 쪽이야말로 원료 생산지인 동부를 잃으면 더 고통스러워진다.
“하긴, 앞으로, 몇십 년이나 걸리겠나…….”
여력을 모아 황제 사후 다시 계승권 논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그들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제국이 있기 전에도 그들은 동부의 대지주이자 귀족이었고, 있은 후에도 그러했다.
지금까지 가문이 보내온 연월에 비하면 십여 년 정도는 세월도 아니다.
“시간에 쫓기는 것은 폐하이지 우리가 아니지.”
하멜턴 자작이 말했다.
황제의 업적은 황제 혼자 이루는 것이지만, 귀족 가문의 융성은 가문 전체가 버티며 이루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을 동부로 보내겠소.”
“그럼 자작님은 여기 남으실 작정이십니까?”
“다행히 내 아들들은 모두 자식까지 얻은 나이이니, 알아서 잘할 거요. 나는 여기에서 폐하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죽겠소. 이 노구 하나의 목숨으로 훗날 자손들이 명분을 쥘 수 있다면 할 만한 일이 아니겠소?”
하멜턴 자작의 말에 좌중에 동요가 일었다.
자식이 성인이 된 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하멜턴 자작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바라보고 말했다.
“비 전하와 공자, 공녀님들께서도 피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말씀은 올려보겠어요.”
“그렇게 미진한 결심으로는 안 됩니다, 후작 부인. 대공 전하께 만약의 일이 생겨도, 공자님만 생존해 계시면 어떻게든 뒷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멜턴 자작의 말에 공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넷을 위해서 탈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할 수 있는 일이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그 뒤로 회의는 크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결정을 내린 얼굴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