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8
악녀는 두 번 산다 227화
가넷은 며칠 동안 안채에서만 유령처럼 걸어 다녔다.
하루의 태반을 침대에서 보내고,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때에는 거실에 나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원에는 근위대 병사들이 서 있었다. 그것을 보면, 현실이 돌아왔다.
고용인은 하루에도 십여 명씩 줄어들었다. 가넷은 안채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손님으로 북적거리던 집이 한밤중보다 적막해졌다.
시녀들도 없어졌다. 다른 수행원들과 마찬가지로 특사단에 따라간 수행원으로서 끌려간 것이었다.
가넷은 그것을 막아주지 않았다. 막아주려 해도 소용없었으리라.
린 재상이 한 차례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폐하께서 비록 노하시긴 하셨으나 비 전하께서 공모하셨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지요.”
가넷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린 재상이 진심으로 염려해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녀가 아이들을 찾지 않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시간을 벌어야 했다.
가넷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믿었다. 비록 아이들을 데려가 달라는 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틀림없이 해줄 것이다.
대답 없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자 린 재상은 몇 마디 더 의미 없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떠났다.
가넷은 그로부터도 이틀을 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열이틀이 지난 아침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정원에 오가는 사람에 수사관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들이 달아났음을 더 숨길 수 없을 것이었다.
가넷은 결혼식 때에 사용했던 목걸이와 티아라를 꺼냈다가 도로 상자에 담아 그냥 내려놓았다.
그 두 가지는 그녀가 로이가르 대공에게서 결혼 예물로 받은 것이었다.
「이럴 때에는 원래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석을 주어야 하는데, 나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없으니까 새로 만들었소. 당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이것이 우리 가문의 보물이 되었으면 좋겠소.」
그 두 가지는 정말로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가넷은 신혼 때에는 이 두 가지를 자주 착용했었다.
하지만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상자에 넣어 소중하게 보관했다. 훗날 아이가 성장하면, 결혼할 때에 물려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상자를 쓰다듬어 보고 가넷은 밖으로 나왔다.
안채를 지키고 있던 근위 기사가 송구스러워하는 태도로 말했다.
“외출은 하실 수 없습니다, 비 전하.”
“황궁에 가겠네.”
그것은 금지된 일이 아닌 듯, 기사가 잠시 망설였다.
“수행하겠습니다.”
그것은 감시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가넷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깨에 걸친 망토가 바닥에 끌렸다.
로이가르 대공은 황궁에 감금되어 있었다.
감금이라고는 해도, 감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정원이 보이는 널찍하고 화려한 방에 머물러 있었다.
외출도, 면회도 금지되었으나 시중은 충실했다. 식사도 맛있었다.
황제와 그사이에 세 번이나 식사를 함께했다. 회유책이었다.
「협정서만이라면 문제가 없지. 네 밑의 실무자들이 제법 일을 잘하더구나.」
「실질적인 삼자 협상 시작 단계에서 에이멜 왕국의 반란으로 급히 돌아오게 되어 송구할 따름입니다.」
「로이가르, 변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네가 큰 뜻을 품고 협정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짐이 모르고 있을까?」
황제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로이가르 대공의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갈 리 없었다.
「네가 협정서를 내놓았을 때에 이미 알고 있었다. 돼지 새끼 같은 에이멜 국왕의 입을 막으려니 여러 조항이 필요했겠지.」
「…….」
「널 처벌할 작정이었다면, 그자를 잘 구슬리고 이언츠 왕국을 포섭했겠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네 수행원들 중 몇몇을 족쳐도 되었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은 눈을 감았다.」
로이가르 대공은 그 말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도, 감사하다는 말도 죄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계승권을 가진 황족이 세드릭과 레티샤만 남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러신 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짐은 진실로 널 살려주고 싶다. 허나 이안 카멜리아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고발한 탓에 이 일을 덮고 갈 수는 없게 되었다. 너도 대공가를 이끄는 사람이니, 짐의 말을 이해하겠지?」
「제가 어찌하시길 바라시는 겁니까?」
로이가르 대공은 딱딱하게 되물었다.
황제가 손짓했다.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달려와 로이가르 대공의 앞에 보석함을 내려놓았다.
로이가르 대공은 굳이 그것을 열어보지 않았다.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가넷에게서 이미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것이 증거품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다에 던지게 했다고 했는데. 결국 처형이 배신했군.’
스카일라가 빼돌렸다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명령에 의한 것이리라고 로이가르 대공은 생각했다.
이안 카멜리아 문제도 위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잘못 믿었다고 로이가르 대공은 후회했다. 에브론 대공비에게 마음이 기울어진 것처럼 보였을 때에 쳐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안 카멜리아 문제로 루덴 후작이 그녀를 제거하겠다고 했을 때에, 가넷을 생각해서 망설인 게 잘못이었다.
황제는 말했다.
「네 아내가 철이 없고 욕심 사나워서 받은 것이다. 짐의 말을 알아듣겠느냐?」
그것은 가넷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라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로이가르 대공은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태연한 척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한 번 떠올린 것이 머릿속에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손바닥과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식은땀일 테지만, 로이가르 대공은 제 몸이 불에 얹어져 기름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하면 제 아내는, 살 수 있습니까?」
로이가르 대공은 굳은 혀를 쥐어짜내 물었다.
「철이 없어 그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고, 보좌들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처벌은 마땅하나 역심을 품은 것은 아닙니다.」
「이미 공론화가 되었다, 로이가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가 느릿하게 말했다.
「보좌의 잘못이든,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린 것이든, 참람하게도 황후 노릇을 하려 하였다. 마땅히 이언츠 왕국에도 이 일을 따져 묻고, 헛된 생각을 불어넣은 자들도 벌할 것이나, 그것과 별개로 황실을 범한 당사자가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는 없지 않으냐?」
「아이들은, 어떻게 됩니까? 저희 막내는 이제 겨우 세 살입니다!」
로이가르 대공은 반쯤 울부짖는 목소리로 물었다.
황제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대역죄인의 자식은 대역죄인이다. 첫째는 이미 여덟 살이나 되었으니 죄를 피해가지 못하겠구나. 하지만 둘째와 셋째는 폐서인하여 유배 보내는 정도로 용서하겠다.」
「폐하!」
「네게도 가주된 몸으로서 아내를 단속하지 못한 죄가 있으니 한동안은 유배를 가야 할 게다. 그러나 약속하마. 3년 안에 돌아오게 해주겠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었다.
3년 후라면 레티샤가 세 살이다. 세드릭도 수도에서 제법 세력을 키운 다음일 것이다.
지금 가넷을 핑계 삼아 자신의 파벌을 모두 쳐내어 빈손으로 만들면, 다시 황제가 쓸 만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제 자식들을 모두 잃고 나면 레티샤를 제거할 이유도 없어질 것이다.
그게 황제의 생각일 것이다.
따르면 살 수 있다. 황제가 죽을 때까지 버텨내면 끝까지 살아남아 섭정으로서 권력을 쥘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처는 또 얻을 수 있다. 자식도 아직 얻을 수 있는 나이다. 만일에 정 또 얻지 못한다면, 셋째를 사면해주마.」
그 말은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로이가르 대공은 거절의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와 자식을 팔아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천천히 생각해 보라며 자리를 뜰 때까지도 말하지 못했다.
그 뒤에야 겨우 몇 번이나 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황제의 앞에서는 혀가 굳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죽음, 그것도 역모자로서 죽는 것은 그가 누이의 죽음을 보았을 때부터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황태후였던 어머니는 그 처형이 집행된 날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
기껏해야 희끗희끗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는 때때로 어머니의 흰머리를 찾아 뽑아 주기도 했었다.
그 어머니가 백발이 되어 미쳐서 하루 종일 저주의 말을 외쳤다. 시종들은 궁문을 굳게 닫고 아무도 듣지 못한 듯이 행세했다.
그때에 공포는 그의 뼈에 뿌리박혔다.
황제는 별일 없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황태후 폐하의 심기가 상하여 요양을 하셔야 하니, 너도 당분간 멀리 가 있는 쪽이 좋겠다. 때가 되면 부르마.」
그는 황제가 준비해준 마차를 타고 황궁에서 나갔다.
그때에 그는 처음으로 효수된 매형의 목을 보았다.
몇 번 만나보지 못한 사이였다. 하지만 로이가르 대공은 뺨을 붉힌 누이에게서 그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누이의 말에 따르면, 그는 마치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동경할 만한 남자 같았었다.
그런 남자의 목도 처형장의 장대에 꽂히면 바싹 마른 미라가 될 뿐이다.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황제는 이제 늙어서 예전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자신도 나이가 들어 예전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황제는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는 생생하게 그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멍하게 내다보고 있던 정원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 정원에는 귀족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명분을 만들어두는 것은 중요하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역모 누명이 부당하고 억울함을 토로할 작정이었다.
그러다 죽더라도, 명분이 있으면 훗날 동부로 물러간 후계자들이 정당성을 되찾아 다시 중앙 정계의 권력을 두고 다툴 수 있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해서 황제를 바꿔 본 역사가 있었다.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정당성은 언제나 귀족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제국이라고 여겼다.
제국이 생기기 전에 누가 이 땅을 다스렸는가. 누가 힘을 모아 황실의 권위를 세워 주었는가. 누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생산력을 늘려 세금을 내고 제국을 지키는가.
그들은 그것이 모두 자신들의 힘과 역할이라고 여겼다.
황제는 제국의 주인이었으나 제국을 무너뜨릴 권한은 없었다.
황제는 그런 주장을 들으면서도 지금까지 보석함을 내놓고 그들을 쓸어버리지 않았다. 로이가르 대공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속에 가넷이 나타났다.
그녀는 황궁 건물까지 마차를 타고 들어가는 대신에 정문에서 내렸다.
귀족들이 반으로 갈라져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감금된 방에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