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31
악녀는 두 번 산다 230화
로이가르 대공은 집으로 돌아왔다.
저택은 비어 있었다.
여전히 근위대원들이 정원과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수사관들도 일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집은 빈 집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가장 먼저 아이들 방을 찾았다.
방은 비어 있었다. 장난감 상자와 책장이 뒤집혀 있었고, 벽지도 모두 뜯어져 있었다. 수사관이 한 일이었다.
‘아…….’
그것은 아이들이 끌려간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는 사실을 뜻했다.
가넷이 침착한 태도로 스스로 황궁으로 걸어 들어온 것을 생각하면, 아마 아이들을 빼돌린 것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일 것이다.
그녀가 아니라면 가넷에게 그렇게까지 굳건한 믿음을 주지 못했을 테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를 배신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그녀는 로이가르 대공에게 충성하는 자가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로이가르 대공은 등불을 손에 들고 터덜터덜 저택 안을 걸어 다녔다.
집사도, 낯익은 고용인들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감시를 겸하여 황궁에서 보내진 시종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로이가르 대공은 그것조차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제 감시를 하든 말든 뭐가 어떻단 말인가.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할 기력도 없었다.
안채는 깨끗했다. 아이들 방과 달리 딱히 수색할 것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가넷은 자백했다. 그녀가 죄지었다는 증거는 보석함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을 살려주려 하는 황제로서는 그 이상의 증거가 나오면 오히려 곤란할 것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가넷의 침실에 들어섰다.
시종들이 그의 양옆으로 갈라져 들어와 침실에 불을 밝혔다.
로이가르 대공은 테이블에 벨벳 상자가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천천히 테이블로 다가갔다. 벨벳 상자의 뚜껑을 열자 티아라와 목걸이가 찬연한 광채를 뿜었다.
가넷이 이 티아라와 목걸이를 걸치고 결혼식장으로 들어온 것은 갓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때까지 로이가르 대공은 그녀를 귀엽게 여겼을 뿐이었다.
약혼을 했으니 약혼녀로 대우해주긴 했다. 그러나 여자로 보기에는 너무 어렸다. 실제 나이도 그랬지만, 가넷 자신이 응석받이로 자라 더 어리게 행동하는 면모도 있었다.
신방에 들면서 염려도 했던 터였다. 자신이 나이가 있으니 후계자를 빨리 봐야 했다.
자식의 존재는 동맹을 공고하게 할 것이었다.
하지만 가넷이 어머니가 된다는 게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여보!」
신방에서 가넷은 부끄러워하는 대신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제 그렇게 부를 거예요.」
로이가르 대공은 몹시 머쓱한 기분이었다. 부부가 된다는 말의 의미를 가넷이 이해하고 있긴 한 건가 싶었다.
그가 어색해한다는 것을 깨달은 가넷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결혼했으니까 이제 그게 맞는 거잖아요?」
「맞지.」
「그러면, 이제 저한테 존대하세요. 이제 저는 루덴의 꼬마 숙녀가 아니라 대공비이니까요.」
어릴 때부터 로이가르 대공이 그렇게 부르곤 했던 것을 그녀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꿉장난 같은 신혼이었다.
로이가르 대공은 가넷를 대공비로 대우했지만, 마치 여섯 살짜리 약혼녀를 약혼녀로 대우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내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형태는 꼬마 숙녀를 귀여워할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넷은 정말로 대공비로서 황궁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이가르 대공은 상자를 떨어뜨렸다.
그는 여전히 두려웠으며, 지금도 맹렬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 이제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살아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하지만 자신은 아내를 사지에 몰아넣고 아이들에게 어떤 책임 하나 지지 않고 목숨을 건져 빈집에 돌아왔다.
그건 살기 위해 살아남아 있을 뿐인 삶이었다.
* * *
미엘르가 레티샤를 안으려 하는 것을 보고 헤젤이 말했다.
“그러다가 밤에 또 팔 아프다고 하려고.”
“그래도.”
“그래도 안 돼.”
헤젤이 막자 미엘르가 토라진 얼굴을 했다.
“부우우.”
레티샤가 혼자서 소리를 내고는, 입술이 떨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었다.
미엘르가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 금세 기분이 풀어졌다.
“보세요, 아버지. 공녀님이 정말 잘 웃으시죠?”
“그렇구나.”
키쇼어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걱정했다.
비록 수사관들이 에브론 대공저에 들어서지는 못했다고 하나, 아직 역모 사건이 한창 중이었다.
아무리 세드릭이 지키고 아르티제아가 단속해도 내부에 동요가 없을 리 없었다.
그런데 미엘르에게 소식이 전혀 오지 않았다.
아르티제아의 시녀로 대공저에 머무르더라도 일주일에 이틀은 집으로 돌아와 자라고 말했었다.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대공저에 계속 머무른다 해도 편지 정도는 보낼 법한데 말이다.
결국 키쇼어는 직접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바쁜 와중에 황제의 허락을 얻어 어렵게 빼낸 시간이었다.
그랬는데 미엘르는 아기 방에서 이렇게 환한 얼굴로 즐거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편지 정도는 보냈어야지.”
키쇼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던 헤일리가 미안한 얼굴을 했다.
“미엘르 또래에는 부모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죠.”
“마음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방문해도 받아주시고, 공녀님까지 뵙게 해주시다니.”
“키쇼어 경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비 전하께서 말씀하셨답니다. 그리고 미엘르가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니까요.”
키쇼어는 헤일리를 바라보고 미소를 띠었다. 헤일리도 미엘르의 언니뻘밖에 안 될 텐데, 벌써 어른스러웠다.
“미엘르가 원래 아기를 좋아하긴 했습니다. 친척이 아기를 데려오면 늘 돌봄역을 자청했었죠. 그래도 저렇게 푹 빠진 건 처음 봅니다.”
안쓰러웠다. 결혼하고 제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몸이었다면, 미엘르는 아주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키쇼어는 생각했다.
헤일리는 그런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며칠 만에 헤어질 사이가 아니라서 더 정을 마음껏 주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 공녀님이 또 미엘르를 잘 따르시기도 하고요. 덕분에 늘 분위기가 밝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르티제아가 들어왔다.
키쇼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비 전하.”
“바쁘신 중에 여기까지 방문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키쇼어 경. 제가 미엘르를 신경 쓰지 못했군요.”
“아닙니다.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뭐, 부모가 귀찮을 나이이긴 하죠.”
“지난주에 편지 드렸잖아요.”
“네 엄마와 나는 좀 더 자주 네 소식을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진짜. 무슨 일이 생겼으면 아버지가 더 먼저 아셨을 거면서.”
“그런 식으로 소식을 듣고 싶을 리가 없잖니?”
“다들 큰일이 생겼다고 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몸조심하고 있는데, 어떻게 편지 한 장 보내자고 사람을 내보내요?”
“내 생각엔, 그럴 땐 일단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겠구나, 미엘르.”
미엘르는 그래도 되었다.
몸이 약해 특별히 무슨 일을 했을 거라고 의심을 살 일도 없을 뿐더러 키쇼어의 딸이기 때문이었다.
미엘르가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했다.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키쇼어는 놀란 눈으로 미엘르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과보호를 그만두셔야 할 때가 와 버렸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키쇼어가 쓸쓸하게 말했다.
미엘르가 약간 토라진 얼굴을 하고 도로 일어서 버렸다. 헤젤이 괜스레 키쇼어에게 미안한 얼굴을 했다.
아르티제아가 물었다.
“황궁은 어떤가요? 어제 로이가르 대공비 전하께서 죄를 청하러 가셨다는 것까지는 들었어요.”
“대공 전하께서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까?”
“귀가를 못 하셨어요. 키쇼어 경께서 마침 방문해 주셨으니 듣고 싶네요.”
아르티제아의 말은 그녀가 실제로 벌어진 사건 자체는 알고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했다.
딱히 비밀인 것들도 아니었으므로 키쇼어가 말해줄 수 없는 부분은 아니었다.
어차피 황제도 그가 미엘르를 보러 가고 싶으니 휴식을 달라고 청했을 때에 이런 대화가 오갈 것도 알았을 것이었다.
“로이가르 대공비 전하께서 아주 의연하셨습니다.”
키쇼어는 감탄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분을 따라온 자들은 처음에는 억울함을 토로하려 했던 것 같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로이가르 대공비 전하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그게 동부 귀족 가문들의 저력이지요.”
가문의 번영과 영속이라는 이름 앞에 개인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명예롭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귀족다운 태도다.
가넷에게는 그런 생각은 없었으리라고 아르티제아는 생각했다. 아마 가족을 위해 한 일이리라.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함으로써 동부 귀족의 미래를 담보했다.
‘사람은 참 어렵지.’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로이가르 대공이 숙청당할 때에 일가가 모두 함께 처형당했다. 가넷은 발광하거나 울부짖지 않고 사약을 마셨다.
그때에 아르티제아는 그녀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저항할 힘도, 능력도 없었던 것이라는 인상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변한 것일까? 아니면, 그때에도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던 것일까?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키쇼어가 말했다.
“폐하께서도 로이가르 대공비 전하를 예우를 다하여 모시라고 명하셨습니다.”
“폐하께서는 당당한 사람을 좋아하시니까요.”
“예, 정말로.”
물론 그것과 로이가르 대공비를 끝까지 명예롭게 해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도 했다.
헤일리가 물었다.
“폐하께서 받아들이셨으니, 협정서 문제는 이제 다른 상황이 될까요?”
“그래. 로이가르 대공 전하를 살리려면, 협정서는 정당한 것이어야 하니까.”
실제로는 이미 실무자들 대부분이 무너진 상태였다.
대공비의 측근 시녀들로부터 시작해도 결과적으로 파벌 귀족들이 대역죄에 연루된다는 점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상단 세력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위축되리라.
황제라면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 복안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방문을 부서져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레티샤가 울음을 터뜨렸다.
찾아온 것은 프레일 휘하의 젊은 기사였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로이가르 대공이 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