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37
악녀는 두 번 산다 236화
아르티제아는 무거운 마음으로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손과 얼굴을 씻고 나서 제일 먼저 레티샤의 얼굴을 보러 갔다.
마음에 중심을 다시 잡고 싶었다.
미엘르가 염려스러운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별일 아니야.”
가볍게 대답하며 아르티제아는 레티샤의 요람 곁에 앉았다.
“안겨 드릴까요?”
마커스가 물었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엘르에게 물었다.
“넌 집에 돌아가지 않았어? 다녀오라고 이야기했는데.”
“집에 갔더니 엄마가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집에서 좀 기다리지. 며칠 집에 있는 게 좋을 거야.”
“그건 위험해서인가요? 아니면, 헤젤 혼자 집에 다녀오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여서인가요?”
아르티제아는 미묘한 얼굴로 미엘르를 바라보았다.
미엘르가 부쩍 어른답게 말했다.
“제가 한 번 집에 다녀왔으니 헤젤이 외출한 것도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전 공녀님도, 비 전하도, 대공저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니까요.”
“……고맙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요람 안에서 안아주지 않는 엄마를 향해서 레티샤가 방실방실 웃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미엘르가 황자궁에 같이 가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키쇼어는 근위 기사로서 황궁 경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황궁 안에서 미엘르만큼 안전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레티샤가 적어도 세 살은 되어야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양자 결연을 하더라도 황자궁으로 이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에브론 대공저 쪽이 나았다.
그러니 레티샤가 안정된 나이가 될 때까지 그대로 둘 줄 알았다.
부모가 없어도 되는 나이가 된 후에야 그들 부부를 황자궁으로 불러들여 계보를 이은 다음 제거하려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황자궁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진짜로 황태자로 삼겠다는 뜻이었다.
‘황후 폐하와 의논이 되었다면, 그 쪽에서 먼저 이야기가 들어왔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어차피 다른 방도가 없게 되었으니 유화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것도 가능성이 낮지 않았다.
제1순위 황위 계승권자. 경쟁자는 요람 안의 아기뿐이다. 그나마도 제 자식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빤했다.
‘세드릭 님이 아니라면 상황에 휘둘리기 딱 좋은 상황.’
황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권좌를 물려받는 게 제국을 위하는 길이라고 권력욕과 공적을 탐하는 자들이 들쑤실 것이다.
하지만 세드릭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황제는 그가 정과 신뢰를 주는 만큼 상대에게 돌려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좋은 일이었다.
‘가능한 한 계위 자체는 평화롭게 하는 게 좋지. 지금 당장 폐하가 쓰러지면 남부는 틀림없이 전쟁이야.’
카드리올은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동부도 내전 가능성이 높았다. 루덴 후작가의 지배력을 누르고 싶어 하는 자들 중에는 돌발 행동을 하는 자도 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시종장도 아슬아슬한 수위에서 황제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방울이라도 위험요소를 떨어뜨리면 곧바로 무너져버리도록.
‘결국 황자궁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돼. 폐하께서도 건강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내정부터 세드릭 님에게 이양하겠지.’
황제가 남부 일을 정리하는 동안 세드릭은 관료들을 장악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은 황제의 쓸 만한 수족이 될 것이다. 내칠 이유가 없도록.
그럴 수 있게 되었다. 만일에 황제가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엎어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까꿍!”
미엘르가 얇은 실크손수건으로 레티샤의 얼굴을 덮었다가 훅 들어올렸다.
레티샤가 까르르 웃었다. 아르티제아는 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 마! 마!”
레티샤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근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이상한 기분이 된 채로 아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요람 안에 손을 넣자 보드라운 손이 아르티제아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괜찮을 거야.”
아르티제아는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미엘르, 황후 폐하를 알현한 적은 있었지?”
“네. 헤젤 따라서 두 번인가 갔었어요. 탄신연 준비는 도와드리지 못했지만요.”
“레티샤를 데리고 한 번 가도록 하자. 내가 처음에는 같이 가겠지만, 이제 네가 주도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입궁해서 황후 폐하께 레티샤 얼굴을 보여드리도록 해.”
“제가요?”
미엘르가 긴장한 얼굴을 했다.
“보부가 마커스라지만, 마커스 혼자 황후 폐하를 알현할 수는 없지 않니? 내가 바쁘기도 하고, 황후 폐하를 뵈러 가려면 여러 가지로 밖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거든.”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미엘르가 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행여 문제가 생겼을 때에 자기가 레티샤를 데리고 황후궁에 가서 보호를 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황후궁에는 이제 네 또래의 숙녀도 두엇 있고, 황후 폐하께서도 레티샤에게 호의를 갖고 계시거든.”
“네.”
“황궁으로 가시게 될 것 같습니까?”
마커스가 염려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두어야지.”
아르티제아는 그 정도로만 운을 띄웠다.
황제가 말했으니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드릭과 의논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곤란했다.
하녀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아르티제아에게 편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헤젤의 편지였다.
미엘르가 물었다.
“헤젤이 늦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대요? 집에서 자고 오려나요?”
“음, 글쎄다.”
아르티제아는 대답하며 편지를 폈다. 안에는 간략한 인사말에 이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버지께서 한 번 뵙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그 밑에는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그 편지 밑에 준비가 끝나는 대로 만나자고 새 봉투에 봉인했다.
그리고 하녀에게 그것을 헤젤에게 보내라고 맡기고 일어섰다. 다시 외출해야 할 시간이었다.
약속장소로 지정된 가게는 가난한 평민을 상대로 낮에는 차를, 밤에는 술을 파는 곳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앉아 먹는 것이 아니라 지친 몸을 잠깐 따뜻한 찻물이나 시원한 술로 달래기 위해 서서 한 모금 마시고 가는 곳이었다.
당연히 깨끗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북적거리는 가게는 남과 옷자락을 구기며 스치지 않고는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큰 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든 바에는 찻물과 술로 생긴 얼룩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나마 선술집과 달리 음식 냄새에 찌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으.”
앨리스가 싫은 소리를 냈다. 아르티제아의 하녀가 되기 전까지는 그녀도 이런 가게에서 일했다.
하지만 익숙하는 아니든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다.
“이런 곳에 오시다니 말도 안 돼요.”
마님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고 앨리스가 불평했다.
“이런 곳까지 오라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아르티제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앨리스의 옷을 빌려 입고 두건을 눌러쓰고 왔다.
낡은 옛날 옷을 입어도 이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몰락 귀족은 이런 곳에서는 절호의 먹잇감이었다.
벨몬드 편집장이 가게로 들어온 것은 아르티제아가 여기에서 시킨 차를 정말로 입에 대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했을 때였다.
“오셨군요.”
벨몬드 편집장이 말했다.
그는 수수하지만 깔끔한 차림새였다. 뒤따르고 있는 헤젤도 트위드 재킷에 바지 차림으로, 제법 기자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둘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기자들이 취재거리를 찾거나 정보원을 만나기 위해 이런 가게에 들어오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벨몬드 편집장은 아르티제아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는 과례하지 않았다. 남의 눈에 띄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이런 곳까지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럴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하대해야 할 상대였으나 아르티제아는 존중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것도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벨몬드 편집장이 미소를 지었다. 아르티제아가 거기까지 맞춰줄 줄 몰랐다.
남의 눈에 띄면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설령 아르티제아가 눈에 띄어서 실패한다고 해도 책임은 자기 것이 될 것이었다.
이렇게 해주는 고위 귀족은 거의 없다. 사실 벨몬드 편집장은 아직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벨몬드 편집장은 아르티제아를 구석진 자리 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헤젤에게 동전을 몇 개 주고 다른 곳에서 깨끗한 물을 사오도록 했다.
“불러내신 것을 보니, 찾으신 모양이군요.”
“정확한 이름을 주셨으니까요. 추적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하루도 걸리지 않았으니, 능력 있는 분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벨몬드 편집장이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넌 이제 돌아가라, 헤젤.”
“아니, 아버지. 여기까지 와서 그러시면 안 되죠.”
헤젤이 불만을 터뜨렸다.
벨몬드 편집장은 딸을 꾸짖으려 했지만, 그전에 헤젤이 아르티제아의 곁으로 바짝 붙어서면서 말했다.
“전 비 전하의 시녀라고요. 비 전하를 모시는 게 당연히 제일 우선이죠.”
“쉿, 헤젤.”
헤젤이 얼른 입을 다물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목소리는 낮추고 있었다. 들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벨몬드 편집장이 한숨을 내쉬고, 아르티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문득 벨몬드 편집장의 얼굴에 치열함이 서렸다. 아르티제아는 슬쩍 그쪽을 돌아보았다.
커다란 바구니를 껴안은 여자가 들어와 바 안으로 들어갔다.
벨몬드 편집장이 앞장서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아르티제아는 빠른 걸음으로 그를 뒤따랐다.
이미 뒷문을 알아놓은 벨몬드 편집장이 망설이지 않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게 뒷문으로 빠져나온 여자가 창고 건물로 들어갔다.
벨몬드 편집장은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여자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품에서 록 픽을 꺼냈다.
아버지가 단번에 잠긴 문을 따는 것을 보고 헤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벨몬드 편집장이 변명조로 말했다.
“기자 노릇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는 법이지.”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본래 어디에 쓰이던 것인지,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건초와 쓰레기가 잔뜩 나뒹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벨몬드 편집장이 물었다.
“굳이 따고 들어가 싸울 필요는 없겠지. 그럴 거라면 알폰스 경을 데려왔을 걸세.”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 문을 열어주시면, 로이가르 대공비를 구할 기회를 드리죠!”
넓은 창고에 그 소리가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