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39
악녀는 두 번 산다 238화
로이가르 대공의 자결은 제국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대공 파벌이었던 자들 중에는 그것이 자결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황명이 곧 재판이었고, 그 결과가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로이가르는 처로 하여금 황후의 물건을 쓰게 함으로써 역심을 드러냈으니 용서할 수 없다. 대공의 작위를 박탈하고 폐서인하며, 재산은 모두 몰수한다. 목을 베어 효수하되 몸은 매장하는 것을 허락한다.
로이가르의 처 가넷은 감히 황후를 참칭하였으나 남편의 뜻에 순종했을 따름이고,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작위를 박탈하고 폐서인하며, 재산은 모두 몰수한다. 다만 목숨은 살려주어 서부의 수도원에 유폐한다.
로이가르의 자녀는 역모자의 혈족이니 용서할 수 없다. 작위를 박탈하고 폐서인하며, 재산은 모두 몰수하며, 사형한다. 단, 말자는 나이가 어린 것을 감안하여 목숨을 살려주고, 성인이 될 때까지도 역심을 보이지 않으면 서인으로서 풀어준다.』
그렇게 로이가르 대공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 긴 책명이 발표되었다.
그밖에도 수많은 처벌이 결정되었다.
로이가르 대공과 대공비의 측근을 비롯하여 가솔 대다수에게 처형 또는 유배형이 내려졌다.
협정에 관련된 주요 수행원과 그 가문 역시 반역자로 낙인찍혔다.
그래도 처벌은 비교적 온건하게 내려졌다.
재상부와 재판소에서 로이가르 대공이 제 잘못을 통감하고 자결했으니 다른 자들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죄를 경감해 달라고 탄원했다.
황제는 그 탄원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단순히 수행원으로서 시키는 일만 한 자들은 5년 동안 서부군에 백의종군하는 것으로 죄를 용서받았다.
하급 귀족이나 부유한 상단 관련자, 나이 든 자들에게는 꽤 가혹한 일이었다. 5년이면 반드시 한 차례는 몬스터 웨이브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가친척과 일터에까지 연루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비로운 판결이었다.
본심은 어떻든 간에 그들은 모두 황궁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로이가르 대공에게 직접 조언할 수 있었던 고위 귀족, 루덴 후작가와 그 친인척 등 혼맥으로 이어진 관계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었다.
작위 박탈과 재산 몰수는 물론 가문의 주요 인사를 처형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이것이 바로 실효를 갖지는 못했다.
동부로 도주한 자들, 가문의 근거지에 눌러앉아 있던 자들은 처형하려고 해도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동부군에 곧바로 역도를 체포하고 장원을 몰수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출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동부군이 틀림없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항할 것이다.
당장 대놓고 황제에게 반항하지는 않겠지만, 명령을 듣지 않고 질질 끌거나 오히려 정보를 저쪽으로 흘림으로써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식으로 반항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황제의 체면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황제는 이미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뒤였다. 그래서 당장은 다소간에 권위가 손상되는 한이 있더라도 동부에 대한 황명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부로 도주를 시도하다가 붙잡힌 자에게는 예외가 없었다.
자식을 도주시키고 남은 자들 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처형이 결정되었다.
공개 처형장에 피가 시냇물처럼 흘렀다.
귀족의 목이 떨어지는 대단한 구경거리를 평민들은 놓치지 않았다. 거리는 붉은 흥분으로 물들었다.
은밀하게 푼 소문꾼들이 처형장에서 로이가르 대공이 무엄하고 생각 없는 자였는지, 로이가르 대공비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자였는지 없는 말까지 지어내어 퍼뜨렸다.
그리고 황제를 칭송하는 말도 퍼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저 높은 곳의 황궁보다도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상인과 귀족을 더 증오했다.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자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거만하고 잔인한 귀족을 처형하고 탐욕스러운 상단을 고개 숙이게 한 황제를 칭송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동부에 실제로 손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은 잊혀졌다. 밀염 사건으로 인해 잠시나마 빛을 잃었던 황제의 권위는 다시 우뚝 섰다.
“동부군을 정비하는 문제는 차후에 생각하도록 하지. 지금은 이언즈 왕국 문제를 처리해야 할 때이니.”
황제는 그렇게 말했다.
외무 관료가 송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언츠 왕국에서 감히 역모를 부추긴 것은 용납하기 어려우나 세자가 직접 와서 폐하께 사죄하겠다고 합니다. 대공비에게 아첨하는 뜻으로 보석함을 선물했으나 결코 역모를 부추기려 한 것은 아니었다, 용서를 빌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도 전달해 왔습니다.”
“음. 세자 부부가 직접 오겠다면, 사죄의 말을 들어볼 만하지.”
“예.”
외무 관료는 식은땀이 배어나는 손을 옷자락에 훔쳤다.
이언츠 왕국에서 제안한 것은 세자가 사절로 오겠다는 것이었다.
세자비까지 불러들이는 것은 한 발 더 나아간 강경책이었다. 인질 둘을 내놓으라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일에 연루된 상단 세력을 뜯어보면 필시 이언츠 왕국의 상계와 연관된 자가 많을 것이다.”
“예.”
“놈들을 통째로 뜯어와. 그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 기꺼이 짐이 그 사죄를 들어주고 세자와 세자비도 환대하겠다.”
외무 관료는 어렵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에이멜 왕국과 이언츠 왕국 문제로 이미 외무부는 황제를 불쾌하게 했다. 이 이상 노화를 살 수는 없었다.
“에이멜 왕국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이자는 괘씸하단 말이지.”
황제는 카드리올 왕자의 국서를 보면서 내뱉었다.
그러나 에이멜 국왕을 이미 인질로 사로잡고 있다. 에이멜 왕국이 남부의 항구 몇 개를 점령하고 군량고를 털어간 것은 그것으로 사죄의 뜻이 되었다.
리아간 공작가의 밀염에 대한 증거를 보내왔으니 오히려 상을 내려야 할 판이었다.
제국의 내환을 두고 가장 큰 어부지리를 얻은 것은 카드리올 왕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는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죄인인 에이멜 국왕을 넘겼으니 이 이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법. 국왕의 폐위와 점령지의 무조건적인 반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용서하도록 하지.”
결국 그것도 카드리올 왕자에게 유리한 이야기였다. 그는 결국 제국의 요구에 의해 부왕을 폐위하고 즉위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협정서의 내용 중 해적 토벌과 억제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짜로 추진해봐. 아니, 그럴 게 아니라 카드리올 왕자를 한 번 초대하도록 하지.”
“이언츠 세자가 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남해 해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에이멜 왕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린 재상이 말했다. 세드릭은 그 옆에서 미간만 구기고 있었다.
그다음 황제는 이번 역모 사태에 공적을 세운 자에 대한 포상 목록을 결정했다.
수사관과 근위대원들 중 포상받을 자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맨 아래 쪽에는 공과가 상쇄되어 용서받는 귀족들의 이름이 적혔다.
공신록의 맨 윗줄에는 이안 카멜리아와 스카일라 카멜리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문이 열리고 시종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화려한 옷과 보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스카일라는 그것을 보고 괴로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이 사태가 시작된 초반에 이미 황궁에 붙들려와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녀를 멀리 보내려 했었다. 그러나 스카일라는 스스로 동부로 가는 마차에서 벗어나 수도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제대로 정보를 얻기도 전에 근위대에 잡혔다.
스카일라는 도망자가 아니라 고발자였다. 그녀는 감옥이 아니라 황궁의 객실에 머무르게 되었다.
대우는 좋았다. 객실은 훌륭했고, 시중드는 하녀들도 유능했다. 의상실에서 그녀를 위해 완벽하게 새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새 옷을 가져다가 몸에 맞추어 수선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이안뿐이었다. 그나마도 시종들의 감시를 받으며 식사를 함께하는 것 정도가 허락된 자유의 전부였다.
감시의 눈이 있으니 이안과도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할 리 없었다.
불안하고 불안했다. 일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아버지와 동생은 무사히 달아났을까? 동부로 보낸 것은 오히려 섣부른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설마 끝까지 로이가르 대공의 곁에서 책사로서 일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무리 애써도 어머니를 죄에서 풀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가넷이 귀족들을 이끌고 황궁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로이가르 대공이 자결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스카일라는 거의 식사를 하지 못했다.
가넷을 배신하는 것은 괴로웠다. 하지만 로이가르 대공에 대해서는 딱히 배신한다는 생각조차 갖지 않았다.
로이가르 대공은 음모에 휘말린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 자신이 음모가였고, 책임자였다.
자신을 충성하게 하지 못했으니 주군이 될 자질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했다. 그뿐이다.
적어도 스카일라의 생각에는 그랬다.
그런데도 마음이 이상했다. 자결로 생을 끝마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처형을 당했다면 마음 편히 애도했을까? 아니면,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렸을까?
설령 표면만의 일이었다 할지라도 친절한 이모부였던 것은 사실이다.
시종이 말했다.
“폐하께서 카멜리아 경과 부인을 만찬에 초대하셨답니다.”
“…….”
카멜리아 부인이라는 말이 스카일라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자신이 결정한 일이었다. 스스로 결혼 서약서를 가지고 이안에게 갔었고, 눈에 띄지 않을 작은 사원을 택해 그것을 제출한 것도 스카일라 자신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그녀를 ‘부인’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안을 ‘부군’이라고 부르는 대신에.
그가 누구를 공신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는지는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하긴, 그럴 것이다.
스카일라는 로이가르 대공비의 조카였고, 수배 중인 공녀와 공자의 사촌이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아직 도피 중이었다.
당연히 황제로서는 그녀에게 공적를 주느니 이안을 중심으로 하고 싶을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배신자가 되었어야 하리라.
지금부터 그래야 한다.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그녀는 이안보다 황제에게 쓸모 있는 사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스카일라는 자신이 그러지 못할 것을 알았다.
시종이 골라준 옷은 스카일라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연보랏빛이었다.
그리고 드레스와 맞춤으로 제작한 남보라색 사파이어 목걸이와 귀걸이가 하사품으로 내려졌다. 예술품에 가까운 보석은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그것조차도 스카일라를 초라하게 했다.
그녀가 바랐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치장을 마칠 때쯤에 이안이 그녀를 데리러 왔다.
“잘 어울립니다, 스카일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거울로 자기 모습을 보며 스카일라는 되물었다.
“…….”
이안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옷은 잘 어울렸고, 자태는 고왔다.
하지만 스카일라의 얼굴은 잿빛이었다. 화장품을 발라 가려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였다.
“힘들어 보입니다.”
결국 이안은 솔직하게 말했다.
스카일라가 입술에 발랐던 연지를 닦아냈다.
“차라리 불쌍해 보이는 게 낫겠어요.”
“……스카일라.”
그래도 목표 하나는 성사시켜야지.
스카일라는 그 말은 눌러 삼켰다.
그리고 이안이 내민 손을 잡았다. 등 뒤에 시종들의 눈이 따라붙는 것을 두 사람 다 의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