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0
악녀는 두 번 산다 239화
만찬장에 연결된 휴게실에는 카멜리아 후작과 남동생 루카가 와 있었다.
스카일라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안도 당혹했으나, 스카일라에게 가보라고 가볍게 손등을 두드렸다.
스카일라는 머뭇거렸다. 시종들의 눈이 있었다.
“누나.”
루카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카멜리아 후작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이안의 얼굴에 죽은 이복누이의 형상이 남아 있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이안은 잠시 그를 쳐다보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그리고 시종에게 화장실을 쓰겠다고 말했다.
루카가 염려스러운 얼굴로 스카일라에게 물었다.
“별일 없었어? 누나는 괜찮은 거야?”
“보면 알잖니? 너하고 아버지야말로……. 별장에 가 있으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스카일라가 두 사람을 보낸 것은 제법 이른 시기의 일이었다. 역모 사건이 터진 시점에서는 상당히 멀리 가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루카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도중에 병이 나셔서 발이 묶였다가, 제일 먼저 붙잡혔어.”
“아버지가? 지금은 괜찮으세요?”
스카일라는 깜짝 놀라 카멜리아 후작을 돌아보았다. 후작은 불편한 얼굴로 시선을 내려뜨렸다.
루카가 대신 대답했다.
“진짜 편찮으신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미안하다. 너랑 너희 어머니만 놔두고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아버지.”
쓸데없는 짓을 왜 하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마음에 걸려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지만, 정작 와서 뭔가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정신적으로 어머니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스카일라는 꾹 참았다. 카멜리아 후작이 기운 없이 말했다.
“미안하구나.”
스카일라는 루카에게 말했다.
“너라도 잘했어야지.”
“누나는 나한테 아무 이야기도 안 했잖아.”
루카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을 버리고 선택한 게 저 남자야?”
“말조심 해, 루카.”
“누나에게는 원대한 뜻이 있었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이해해줘야 해? 어머니랑 이모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누나가 외할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다는 건 알지만,”
“입 다물어. 여기가 황궁이라는 것도 모르는 얼간이가 된 게 아니라면.”
루카가 잿빛이 된 안색으로 입을 다물었다.
카멜리아 후작이 “그만하렴.”하고 끼어들었다. 그는 죄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카일라는 한숨을 쉬었다.
설명하면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루덴 후작에 대한 증오나 권력욕 같은 것 이전에 로이가르 대공이 질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애당초 졌을 때에 이용할 수 있는 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자신은 줄타기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 보석함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로이가르 대공은 살아남았을까?
스카일라는 황궁의 객실에 있는 동안 미칠 정도로 그것을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로이가르 대공이 패배하는 결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머니를 도와 온힘을 다해 그를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면 좋았을까?
아니, 그렇다 해도 비참한 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로이가르 대공과 루덴 후작의 운명은 함께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루덴 후작이 천칭 건너편에 올릴 다른 선택지를 갖고 있는 이상, 스카일라가 살아남으려면 그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루카가 후작가를 탐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덴 후작이 모든 일을 둥글게 만들자는 이유로 루카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루카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루카는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과 압박감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이안이 나타난 것은 루덴 후작에게 더 유효한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써 그 상황을 가시화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본래 그녀가 가져야 할 적통 장녀로서의 권리는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니는 무사하실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그리고…….”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녀는 지금 불투명한 미래 권력의 자비를 구하는 입장이 아니라 공신록의 첫 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안이 돌아왔다.
“아, 이안.”
카멜리아 후작이 그에게 말을 걸려 했다.
하지만 이안은 냉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스카일라에게 말했다.
“저쪽으로 가지요.”
스카일라도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자신과 한 배를 탔다는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용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문제도, 이제부터 풀어가야 할 일이었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아버지.”
스카일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카멜리아 후작이 창백한 얼굴에 애써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가 그의 어깨를 감싸듯이 달래서 다른 자리로 데려갔다.
네 사람이 진정하려고 각자 애쓰고 있는 중에 시종이 문을 열었다.
“크라테스의 기둥, 신으로부터 왕홀과 보주를 받아 지상의 태양이 되신 그레고르 아파나시 네스토르 황제 폐하께서 당도하셨습니다.”
네 사람은 일제히 일어서서 무릎을 꿇었다.
황제가 성큼성큼 휴게실로 들어섰다.
“일어들 나게. 그렇게 불편해하지 말고.”
“황공합니다.”
“카멜리아 후작, 오랜만이군. 가끔 입궁하여 짐의 카드놀이에라도 참석하지 않고.”
“저 같은 자가 언감생심 어찌 그런 은총을 입을 수 있겠습니까?”
카멜리아 후작의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황제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루카에게도 가벼운 안부 인사를 건네고, 이안에게도 말했다.
“이번에 큰 공을 세웠네.”
“폐하의 신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도둑 결혼은 좋지 않아. 저기 아버지와 남동생이 노려보고 있지 않나?”
황제가 농을 하고, 마지막으로 스카일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찬의 주인은 손님 중 가장 고귀한 귀부인을 에스코트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스카일라에게 그 위치를 준 셈이었다.
스카일라는 긴장한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로 황제의 앞에 엎드리다시피 깊이 고개를 숙였다.
“카멜리아 부인, 고개를 들게. 죄인처럼 그러지 말고. 짐은 부인의 공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카멜리아 후작가는 부인의 힘으로 더욱 번영할 걸세.”
“황송합니다, 폐하. 제게 공이 있다고 여기신다면, 한 가지만 청을 들어주십시오.”
황제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스카일라를 내려다보았다.
가문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은 상속 순위이지 황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황제는 상속 소송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스카일라의 작위 계승을 막을 수 있었다.
역모자의 인척이니 공은 인정하되 작위를 한두 단계 격하시키겠다고 해도 될 상황이었다.
이 영특한 여자가 무엇을 청할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스카일라는 작위나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면죄해 주십시오.”
“카멜리아 경과 부인은 이미 짐의 충신임을 증명했고, 그 공이 가문을 덮기에 족하여 카멜리아 후작가는 역모자의 인척이면서도 죄를 벗었네. 카멜리아 후작 부인도 예외는 아닌데, 새삼 왜 면죄를 청하는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폐하의 눈이 하늘을 덮어 감히 피할 수 없음을 알았으니까요.”
스카일라가 말했다.
황제가 벗겨준 죄는 이번 역모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러니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로이가르 대공을 위해서 했던 일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력을 위해서 저지른 악행은, 보호해줄 세력이 있는 동안에만 정당화된다.
황제가 그녀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 아르티제아가 권력자가 될 거라면 더더욱.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지은 죄가 있다면, 모두 면죄해 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폐하께 상을 받는 것도, 카멜리아 후작가에 폐하의 충신이라는 영예를 더해주시는 것도 아니라 오로지 그것뿐입니다.”
스카일라가 말했다.
황제가 그녀를 굽어보았다. 스카일라는 자신의 긴장한 숨소리가 온 휴게실 안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황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에브론 대공비로부터 부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효녀였다는 것을 짐이 몰랐군.”
“…….”
“좋다. 지금 이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지은 죄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영구히 면책될 것이다.”
“황은이 망극합니다!”
루카가 얼른 무릎을 꿇으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 뒤를 따라 눈가가 새빨개진 카멜리아 후작도 무릎을 꿇었다.
스카일라는 길고 긴 숨을 내뱉어 폐를 비웠다.
황제가 에브론 대공비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일단 이것으로 아킴 주교를 부추겨 아르티제아와 레티샤 공녀를 암살하려 했던 일은 공식적으로 다시 꺼낼 수 없게 되었다.
황제는 다시 스카일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카일라는 주춤주춤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만찬장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다. 악단의 연주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만찬장 안에는 다른 손님들이 먼저 와 있었다.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 길이 영광의 길은 아니었다.
* * *
아르티제아는 어둠이 깊어 촛불 하나로 몰아내기 어려운 시간까지 잠에서 깨어 있었다.
“너무 어둡지 않습니까?”
세드릭이 초꽂이가 다섯 개 달린 커다란 촛대를 들고 들어오며 물었다.
“아. 그러네요.”
“무엇에 그렇게 열중하고 있었습니까?”
“그냥 정리 좀 했어요. 여러 가지 일이 끝났으니까.”
그녀는 봉인된 편지봉투 하나를 동으로 만든 접시에 옮기고 기름을 끼얹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얇은 봉투는 곧 화르륵 타들어간다.
“무얼 태운 겁니까?”
“갚아야 할 빚 하나요.”
아르티제아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그녀는 비슷한 봉투를 몇 개 더 갖고 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숫자 하나만 달랑 적힌 종이였다.
기억을 보조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었다.
“로이가르 대공비의 유배형 날짜는 결정되었나요?”
“사흘 후에, 조용히 출발할 겁니다. 호위대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키쇼어 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사 조직에서는 뭐라고 한 마디쯤 할 법한데.”
“지금은 조용히 넘어가려는 모양입니다. 근위대 병력을 조금이라도 더 수도에 남겨두는 쪽이 좋으니까요. 또, 유배 가는 길이라도 보살펴 주고 싶다고 말하자 이해해주더군요.”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폐하의 친위 세력으로 여겨지는 자들 중에 틀림없이 세드릭 님을 적대하는 무리가 있어요.”
“압니다. 아직 긴장을 늦출 때는 아니죠. 하지만 내부자를 심어놓지 않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잔여 세력만으로는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세드릭이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손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 당연히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네.”
아르티제아가 대답했다.
세드릭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감고 그 손에 뺨을 기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