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1
악녀는 두 번 산다 240화
바쁜 일로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에 겨울이 깊어져 있었다.
마차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 창문을 열자 하얀 입김이 나왔다.
아르티제아는 이 추운 날씨에 괜히 나오기로 결정했는가 잠깐 후회했다.
원래 피한을 하려면 몇 달은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핑계는 피한이었으나, 실제로는 황자궁에 들어가는 문제를 미루기 위해서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황후가 아르티제아와 레티샤를 데리고 남쪽 별궁으로 내려가는 것도 순수하게 피한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후가 말했다.
“북쪽 바다는 이미 얼었겠군.”
“네. 이미 두어 달 전부터 해로가 막혔다고 해요.”
아르티제아는 자세를 고쳐 반듯하게 하고 대답했다.
“좀 남쪽에 있는 항구라고 해도, 지금보다는 따뜻해져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주어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로이가르 대공비와 세 자녀를 말하는 것이었다.
황후가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세드릭이 바란 거겠지. 그러니 되었다. 나도 세드릭이 이런 문제로 도움을 청한다면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황후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히려 고마운 마음까지 드는구나.”
아르티제아는 옛일을 모르기에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대신 마르타 백작 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는 그때에도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에브론 대공도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더냐? 살아남은 자에게도 가혹한 운명만 남았는데.”
황후가 중얼거렸다.
마차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아르티제아는 다시 창밖에 시선을 던졌다.
에브론 대공령은 지금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에 덮여 있을 것이다.
작년 겨울에는 모피로 사방을 둘러싼 방에서 벽난로 앞에 붙어 있었다.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에 아픔마저 느끼며 얼어붙은 강을 타고 내려갔던 것도, 설원을 가로질렀던 일도 모두 아득히 옛일 같았다.
마치 그녀의 인생에서 그 부분만을 예리한 칼로 베어내어, 꿈에 담갔다 뺀 것 같았다.
아르티제아는 머리카락 끝에 닿아 오던 입술의 감촉까지 모조리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그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티샤가 증거로서 남아 있었다. 아기를 배 안에 품었던 것도, 낳았던 것도, 환상처럼 사라진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 아르티제아는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본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황제는 이렇게 빨리 후사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루덴 후작은 살아 있었을 것이고, 로이가르 대공은 여전히 제1순위 황위 계승권자였을 것이다.
이언츠 왕국에 대한 공작조차도 덜 끝났을지도 몰랐다.
아르티제아는 손끝을 까닥거렸다.
돌아온 자의 수가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는 나쁘게 작용한 적이 없었다. 변수는 모두 놀랄 만한 행운으로 작용했다.
‘마치 세상이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아르티제아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가 몸을 떨었다.
정말로 우연에 불과한가?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한쪽으로 밀어두는 쪽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공연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신탁의 의미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리시아에게 쓰려 했던 편지도 아직 제대로 된 문장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차례 태워졌다.
신탁에 대해 묻기 전에 해야만 하는 말이 너무 많았다.
그 말을 캐내는 것은 뿌리가 묻힌 땅을 모조리 파내고 파내어, 심장까지 뜯어내지 않고서는 하지 못할 일일 것이었다.
결국 아르티제아는 딱 한 마디밖에 적어 보내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시일을 오래 기다려 받은 답장도 짧았다.
『비 전하와 공녀님께 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혹시나 기억을 되찾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이 보낸 편지에 쓰인 의미를 리시아는 모두 알아버린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황후가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이 그리 깊으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여러 일로 마음이 복잡하네요.”
“황자궁에 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황후 폐하께 의지하려고 합니다.”
“내게 무슨 힘이 있겠느냐?”
황후가 말했다. 그 말의 절반 정도는 농담이라, 마르타 백작 부인이 웃었다.
아르티제아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첨으로 올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북부인들이 충성스러우나 황궁에 어울리는 성정은 아니라, 어찌할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음.”
황후가 짤막하게 신음했다.
이 일은 이제 황후와도 관계없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중간정산을 받았다.
페르난도 리아간은 파멸했고, 부모가 남겨준 가산은 황후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명예도 돌아올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르티제아의 정치적 배경이 아니라 동맹자로서 움직여야 할 때였다.
“유벤 자작을 네게 보내주마.”
황후의 말에 아르티제아는 조금 놀랐다.
“젊은 자작을 말씀하십니까? 남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어머니 쪽이다. 네 시녀들은 아무래도 너무 어리고, 에브론에서 데려와도 네 말처럼 황궁에 어울리는 성정은 아니니까.”
황후가 말했다.
“내 옛 친구 중 하나란다.”
“네, 알겠습니다.”
아르티제아는 그 말까지만 듣고도 긍정의 대답을 했다. 황후가 놀랄 정도로 망설임 없는 태도였다.
“사람을 보지 않아도 되겠느냐?”
“황후 폐하께서 옛 친구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권력과 금력에 마음이 꺾이지 않는 분이라는 것을 안 것으로 충분합니다.”
황후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세드릭이 몹시 아쉬워하겠구나.”
“별궁에 몇 달씩 있을 것도 아닌걸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너 혼자인 것은 아니고?”
아르티제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웃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돌아가야겠군요.”
그때였다.
마차가 멈췄다.
아르티제아는 목 뒤로 퍼지는 긴장감을 숨기려 애썼다.
설마, 다음 단계의 공작을 위해 흘린 정보가 벌써 영향을 미쳤나?
그렇게 빨리 반응이 올 리 없는 데다가, 황후의 마차를 습격할 리 없는데 말이다.
호위 기사가 마차 옆으로 다가왔다. 긴박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창문을 살짝 열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카멜리아 소후작 부인이 알현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 길 한복판에서 말인가?”
호위 기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예.”
마르타 백작 부인이 난처한 얼굴로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가 아르티제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제가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리하거라.”
황후가 승락했다.
기사가 마차 문을 열었다. 아르티제아는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
얼었던 길이 먼저 간 말발굽과 마차바퀴에 녹으면서 진창이 되어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그녀가 내리는 것을 보고 시녀들의 마차에서 헤일리와 헤젤이 내리려 했다.
아르티제아는 그러지 말라고 손짓했다.
스카일라는 호위대의 선두 앞에서 마차를 세워두고 있었다. 새하얀 여우 모피를 두르고 있었지만, 초췌해 보였다.
아르티제아는 호위 기사에게 말했다.
“물러가게.”
“비 전하.”
“염려할 것 없어. 카멜리아 부인은 내 친구이니.”
기사는 조금 더 망설였다.
그러나 스카일라가 아르티제아를 해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는 스카일라나 아르티제아나 똑같이 연약한 귀부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사가 다른 호위병들을 데리고 적당한 거리까지 물러섰다.
아르티제아는 스카일라 쪽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요, 부인?”
“후.”
스카일라가 헛웃음을 웃어버렸다.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는 기가 막혀 내는 신음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금까지 만나달라는 제 청을 한 번도 들어주지 않으시고서, 이번에는 ‘친구’인가요?”
“전에도 말했듯이, 그건 꽤 편리한 핑계가 되지요. 이 나이에는 더더욱.”
아르티제아는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카일라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그게 비 전하에게는 어떤 의무도 없는 상대라는 뜻이겠지요.”
아르티제아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짜 18살이었던 해에 스카일라를 만나 교분을 쌓았다면, 우정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그것 또한 아르티제아의 마음을 구속하는 사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스카일라를 좋게 보았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데어리 포드의 목숨 빚에 따른 의무가 그녀에게는 먼저였다.
“따라오세요. 부인이 이곳에 온 목적을 이루어드릴 테니.”
아르티제아가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스카일라는 잠깐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을 굳히고 아르티제아의 뒤를 따랐다.
아르티제아는 마차 네 개를 지나쳤다.
그중 하나는 황후의 마차였고, 둘은 시녀들의 마차였고, 다른 하나는 레티샤의 마차였다.
그다음에는 하인, 하녀들이 타는 짐마차가 있었다. 물론 황후궁의 짐마차이므로 그 나름의 품위가 있는 물건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창문 하나 달리지 않은 짐마차였다.
스카일라가 그 마차를 보고 숨이 막히는 듯 가슴 언저리를 잡았다.
아르티제아가 마차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좀처럼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스카일라는 애가 타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차 안을 향해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 열어주세요, 어머니. 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마차 문이 열렸다.
짧게 자른 머리에 두건을 눌러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내렸다.
하녀 옷을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