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4
악녀는 두 번 산다. 243화
아르티제아는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제게 잘못 대하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것은 정치적인 발언이다.
때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말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일 수도 있었다.
황제는 그녀에게 호되게 대한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에, 아르티제아는 생일 선물 같은 것을 한 번도 받아본 일이 없었다.
생일이라고 좋은 음식이 나온 적도 없었다. 극도로 예민해져서 작은 일에도 소리를 질러대는 밀라이라가 두려워 방에 하루 종일 갇혀서 책을 읽거나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거나 했었다.
황제가 무엇 때문에 직접 아르티제아를 괴롭혔겠는가?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황제의 심기가 상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아르티제아를 없는 것으로 여겼는데.
그런 이치를 몰랐던 무렵에는 황제를 동경했던 적도 있었다. 로렌스에게 그러하듯이 제게도 아버지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을 모르던 나이였다. 자신이 발길에 채일 만큼 작은 존재라는 것도 몰랐다.
굳이 직접 짓밟을 필요가 없기에 베푸는 무관심과 진짜 자비와 다정한 것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약간 머뭇거렸다.
아르티제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폐하께서 저를 미워하시지 않은 것만도 감사한 일이지요. 갓난아이를 내다 버리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는걸요.”
“…….”
“폐하께서 용서하신 덕분에 저는 로산 후작으로 자랄 수 있었고, 지금 이곳에 있으니까요.”
“그렇, 그렇군요. 그렇죠.”
유니스 백작 부인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녀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가 이렇게 반응하자 자기가 뭔가를 잘못 말했는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 사람을 황자궁에 초대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봐 그것은 염려되네요.”
“생일인걸요.”
유니스 백작 부인이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럼 가족끼리만 축하하도록 해요.”
“가족끼리라…….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아르티제아가 살짝 고갯짓했다. 그쪽에는 심장을 되찾은 성녀 올가상이 장식되어 있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은 자기 생각만 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황자궁의 입장에서 ‘가족을 한 자리에 모은다’라는 것은 황제와 황후를 함께 초대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제가 주책을 부렸네요. 죄송해요.”
유니스 백작 부인이 가볍게 입을 때렸다.
아르티제아는 그냥 웃어 넘겼다.
생일 파티 같은 것에는 정말로 관심이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딱히 축하할 만한 일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만일에 파티를 한다면, 그럴 만한 필요가 있을 때에 할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레티샤를 보며 생각했다. 레티샤의 생일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확제와 같은 날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봉식에는 비 전하의 시녀들은 모두 참석하겠지요?”
“네, 물론이죠?”
왜 그런 당연한 것을 묻는가 싶어서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일부러 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저희 피오나가 궁금해 하더라고요. 비 전하께서 중한 일을 맡겨 서부로 보내신 것은 알지만, 이번에는 책봉식이 있으니까요.”
“아.”
아르티제아는 짧게 신음했다.
“글쎄요. 오라고 연락은 했지만, 좀처럼 일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모양이에요.”
그녀는 변명처럼 말했다.
리시아를 정말로 시녀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이번에 유니스 백작 부인이 말할 때에도 리시아는 무심코 셈하지 않았다.
레티샤의 명명식 때에는 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리시아는 그때 오지 않았다.
돌아오라고 독촉할 수 없었다. 그 마음속에 무슨 말이 있을지 아르티제아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리시아를 체스판 위에 올려놓고 바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는 쪽이 맞았다.
자신을 용서했다는 것도, 레티샤를 어여쁘게 여겨 주리라는 것도 알지만, 여전히 두려웠다.
“…….”
여름이 되면 리시아의 생일도 돌아온다.
아르티제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티샤가 그녀를 바라보고 까르르 웃었다.
“엄마예요, 엄마. 불러보세요.”
보모 하녀가 레티샤에게 말했다. 예법에 어긋나는 태도였지만, 다들 아기 앞에서는 알아듣기 쉽도록 말하곤 했다.
“마! 음!”
레티샤가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레티샤를 별로 안아 준 일이 없었다. 무게를 버틸 만한 팔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기의 기억에 남아도 될지 어떨지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아기가 역시 잘못된 몸을 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었다.
마커스가 레티샤를 안아 올려 아르티제아에게 안겨 주었다.
아르티제아가 막 레티샤를 어르려 했을 때였다.
문 밖에서 쿠당탕 큰 소리가 났다.
“어머!”
유니스 백작 부인이 놀란 소리를 냈다.
아르티제아는 레티샤를 안은 채로 그쪽을 돌아보았다.
“무슨 소란이냐?”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편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헤젤이 대신 문 쪽으로 향했다.
삐끗 열린 문 사이로 낮지만 거친 소리가 몇 마디 오갔다.
곧 헤일리가 들어섰다. 헤젤이 긴장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었니?”
“별일 아니었습니다, 비 전하. 하녀가 청소를 하다가 이 앞에 물을 엎질렀더군요.”
헤일리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황자궁에, 그것도 이제 곧 황태자 비가 될 아르티제아의 처소를 청소하는 하녀로 그렇게 서투른 자를 두고 있을 리 없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훔쳐듣고자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어찌.”
하지만 유니스 백작 부인은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헤일리가 그전에 먼저 말했다.
“꾸짖고 돌려보냈습니다.”
“잘했다.”
아르티제아가 그렇게만 말하자 유니스 백작 부인이 분노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설마 그렇게 넘어가시려는 것은 아니시지요, 비 전하? 비 전하께서 책봉식을 앞두고 조용히 지내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서는 본이 서지 않아요.”
“별달리 훔쳐들으면 안 될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니까요.”
아르티제아는 덤덤하게 말했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움찔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괜찮아요. 고작해야 물을 엎질렀다고 하녀를 모조리 쫓아낼 수는 없으니까.”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그 하녀는 아르티제아가 쫓아내지 않아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들통 난 첩자는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헤일리가 알아서 잘 처리했을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일정 수준 정보를 일부러 유출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여 황궁 안의 정보 흐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가지고 들어온 것들 중에는 그렇게 남에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할 만한 정보도 없었다.
헤일리가 조용히 아르티제아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했다.
“프레일 경이 동부에서 온 소식을 전해달라고 합니다.”
“동부?”
“로렌스 경이 사라진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가짜 같다고 해요.”
아르티제아는 숨을 멈췄다. 헤일리가 빠르게 말했다.
“일단 확인부터 하겠다고 합니다. 동부의 정보원 중에 로렌스 경의 얼굴을 정확하게 아는 이가 없다고 해서, 초상화를 베껴 보냈다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로렌스가 황제가 보낸 시종과 기사들을 모두 속였든가, 제 편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아무 말 없이 레티샤를 내려놓았다.
헤일리가 이번에는 조금 더 목소리를 키워 말했다.
“그리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항구로 출발했습니다.”
“그래.”
아르티제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자리로 돌아왔다.
유니스 백작 부인이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별일 아니에요. 에이멜 왕자가 당도한 모양이에요.”
아르티제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항구로 향했다는군요.”
“오. 이제 곧이라는 실감이 나네요. 이언츠 왕세자 부부만 도착하면, 중요한 손님은 다 모이는 것이로군요.”
유니스 백작 부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위험할 것이 없는 그녀에게는 황태자 책봉식도, 타국의 왕자들이 방문하는 것도 치열하기보다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었다.
* * *
콥은 벌벌 떨며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것은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리고 콥이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남자이기도 했다.
“그 하녀는 강에 버려.”
“황자궁에 들여보낸 사람의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콥은 겁에 질린 채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부와 동부의 사건을 거치는 동안에 쓸 수 있는 자의 수가 줄어버렸다.
근위대의 가얀은 이상할 정도로 시종과 황궁의 하인 하녀들에게 가혹하게 굴었다.
조그만 끈만 있어도 연루시켜 끌어내어 처형했다. 때로는 조금의 흔적도 없는데도 그렇게 했다.
황궁 안에 황제의 총애 외의 것을 탐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콥은 최근에야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얀 놈은 에브론에 붙었으니까.」
로렌스는 그 일이 별것도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무능한 연놈이 몇이 있은들,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그가 권태롭게 말했다.
“하오나…….”
“어설픈 것보다는 없는 것이 낫지. 로산 후작을 만만히 여길 정도로, 네 능력이 그렇게 대단했던가?”
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조아렸다.
“멍청한 것. 짐이 유니스 백작 부인의 입으로 황후의 화제를 꺼내게끔 유도하는 법까지 일러주었는데도, 한 마디 얻어들은 것도 없이 왔구나.”
로렌스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콥이 애타게 말했다.
“성녀나 에브론 따위를 왜 신경 쓰십니까? 그레고르 폐하께 가시옵소서. 진실을 아시면, 감히 황태자의 자리를 넘보는 에브론도, 배신자 로산 후작도 한꺼번에 날려갈 것입니다.”
“흐.”
로렌스가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었다.
“높이 올라가게 내버려두어라. 그래야 추락하는 즐거움이 있을 터이니.”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시아가 없다면, 수도에는 더 볼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