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6
악녀는 두 번 산다. 245화
이언츠 왕세자 부부가 도착한 것은 카드리올이 수도의 영빈관에 자리 잡고도 열흘이상 후의 일이었다.
이언츠 왕국이 제국의 속국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제국인에게는 가볍게 당연히 속국이지, 라고 말하고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언츠 왕국 쪽에서는 문제가 달랐다.
내정 간섭을 당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이언츠 왕국인들은 스스로를 자주국이라고 여겼다.
제국에 조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였다.
이언츠 왕국의 풍요는 철저하게 제국에 종속되어 있었다.
금은은 제국에서 이언츠 왕국으로 흘러간다. 제국 귀족들이 몸에 두르는 것 중 가장 고가품은 모두 이언츠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속된 것은 이언츠 왕국 쪽이었다.
제국은 이언츠 물산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언츠 왕국은 제국과 단교되면 말 그대로 생존이 어려웠다.
지금 이언츠 왕국이 누리고 있는 부유함도, 타국과의 관계에서 누리고 있는 우월적 지위도 제국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이언츠 왕국인들은 그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작은 나라가 할 수 있는 지혜를 다하여 나라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만큼 제국과의 외교에 실패한다는 것은 국내 정치에서의 실패로 곧바로 이어졌다.
그 때문에 이언츠 왕세자의 입장은 몹시 어려운 처지였다.
백여 년 이상 세월 동안 제국에서 볼모를 보내라고 요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왕세자 부부를.
「미안해요.」
왕세자 베르나트는 아내 나탈리아에게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어쩌면 볼모로 가 있는 사이에 폐위되고, 동생이 왕위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주군이었으므로 부하들에게는 고개 숙일 수 없었다. 그러나 아내이자 가장 큰 지지자인 나탈리에게는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국 내의 후계 문제에 끼어드는 게 위험할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당신까지 이런 처지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하신 거잖아요.」
이렇게 단기간에 갑작스럽게 로이가르 대공이 몰락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세자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후회했고, 돌이켜 생각하면 섣부른 일이었다 싶었던 일이 여러 가지 있었다.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역모로 해석될 수 있는 선물을 주었던 것은 약점을 잡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약점을 쥐여 준 일이기도 했다.
연판장에 서명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강요한 셈이었다.
황제는 앞으로도 오래 제국을 통치할 것이다.
그렇다면 물밑에서 로이가르 대공과의 협력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입장이 약한 이언츠 측에서는 그만큼 상호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강제력이 필요했다.
또 훗날 그가 즉위한 후에 이언츠가 언제부터 그를 지지했는지, 공적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품이 될 것이었다.
로이가르 대공비는 물건을 받고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진짜로 지원할 시간조차 없이 로이가르 대공은 쓰러져 버렸다.
베르나트는 측근과 이런 대화를 했다.
「밀라이라가 저주 사건으로 내쳐졌을 때에도, 밀염 사건 때에도 껄끄러운 느낌을 받긴 했네.」
있을 만한 일이 벌어진 것들이었다.
비록 신의 손을 의심할 만큼 우연이 겹치기는 했다. 그러나 의심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몇 가지 것은 앞서 있었던 일이 뒷일의 원인이 되기도 했으니, 모두 우연만은 아니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연루되고 보니 의혹이 짙어져.」
「무엇이 말씀입니까?」
「이 모든 일이 너무 한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베르나트는 그렇게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에브론 대공이 황태자가 되었다.
이언츠 왕국의 움직임은 베르나트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알베르의 논책을 채택한 것도, 그것을 참고하여 전략을 세운 것도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누군가의 큰 밑그림에 들어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 자체도 이상할 것은 없긴 하네. 크라테스 황실에는 합법적인 혈족이 적으니까.」
그러나, 오히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브론 대공이 정말로 황좌에 탐심이 없었을까? 그렇게 가까웠는데?」
그것은 그가 물리적으로 제국에서 거리가 먼 남부인이며, 타국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의혹이기도 했다.
「그가 정직하고 의로우며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나도 아네. 그러나 그런 평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지 않나?」
권력을 위해 사람들은 끝없이 위선을 부릴 수도 있다.
평판은 이미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신뢰는 거짓으로 형성할 수도 있다.
완전히 위선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아마 에브론 대공령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평판과 황제의 신뢰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은가?
그 정도의 평판을 유지할 정도로 용의주도하다면, 반드시 경계해야만 할 존재였다.
작금의 사태를 전부 의도한 게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에브론 대공이 그 사건들을 행운이라고 생각했을지 어땠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게 정말 모두 우연이라면 신의 손이 작용했으리라.
‘그것도 그것대로 위험한 상대라는 뜻이지.’
신이 보살피는 자, 거대한 운이 따르는 자와는 맞설 수 없다.
베르나트는 신이 인간의 권력 관계에 개입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성자나 성녀를 내려보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수확제의 은총도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래서 베르나트는 나탈리아에게 이렇게 말했었던 것이다.
「에브론 대공이 제국 황제가 될 것이라면, 가서 직접 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요.」
직접 찾아와 황제를 알현하고 죄를 빌겠다는 제안은 그래서 했던 것이었다.
왕세자비까지 함께 오라는 요구는 지나쳤다. 그러나 제국의 속국이면서 역모에 연루된 셈이라 거부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탈리아는 왕세자비이기 이전에 베르나트를 지키는 기사였다.
아기들을 남겨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왕세자의 최측근에 실력 있는 기사 하나를 빼낼 수는 없었다.
그것도 제국이 호위병의 수로 세지 않을 사람이라면 더더욱.
「당연히 전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가 가야죠. 단지, 사교에 능하지 않아 도울 수 있을지 어떨지 그것이 마음에 걸릴 따름이에요.」
나탈리아는 정말로 그것이 걱정이었다.
제국 수도의 사교계는 이언츠 왕국의 궁정과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다.
옷차림의 화려함은 서로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이언츠 왕국에서는 돌려 말하는 일이 드물었다.
중요한 일에 명예와 가문의 이름을 걸고 상대의 인품을 신뢰하는 법이 없었다. 대신 명확한 문장과 계약서가 있었다.
그래도 잘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에브론 대공비는 나탈리아보다 다섯 살 아래였고, 아기를 낳아 기르고 있다.
이만 하면 비교적 나이가 가깝고, 공통의 화제도 있었다.
비록 볼모로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탈리아는 이언츠의 왕세자비였다.
에브론 대공비와 친하게 지낼 기회가 생길 것이다. 자신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베르나트는 그녀에 대해 드러나 있는 소문과 은밀하게 숨겨진 정보를 모조리 수집했다.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지독한 어머니 밑에서 학대받으며 자라다가 에브론 대공에게 구원받은 가련한 소녀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반면, 황제가 총애하는 귀부인이자 새로운 권력자로 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적어도 그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에브론 대공이 평판대로의 사람이 아닐 수 있다면, 대공비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에브론 대공의 모략이었다면, 그 시작 시점은 분명히 대공비와의 결혼이었을 거라고 베르나트는 말했다.
「먼저 조심했지만 좋은 사람이었다는 쪽이 낫죠. 섣불리 접근했는데, 감당할 수 없는 권모가였다는 것보다는요.」
나탈리아는 그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탈리아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당혹에 휩싸여 있었다.
세드릭이 말했다.
“청보라가 좋습니다.”
카드리올이 대꾸했다.
“이런 경우에는 손님 체면을 세워 주는 게 도리 아닌가?”
그건 아르티제아의 머리칼에 장식할 비단꽃 이야기였다.
두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던 베르나트가 나탈리아에게 말했다.
“오렌지색 오팔로 해요.”
어차피 나탈리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경쟁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녀에게 장신구를 골라주고 있는 건 남편뿐이었다.
“청보라.”
“백금발이라고 무조건 한색이 어울릴 거라는 착각은 버리시죠, 에브론 대공 전하.”
카드리올이 세드릭에게 빈정거렸다.
아르티제아의 안색에 피로가 깃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창백한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문득 그녀가 나탈리아와 시선을 마주쳤다.
나탈리아는 애써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투왈렛 정말 하기 싫다.’
이언츠 왕국에는 투왈렛이라는 사교 활동이 없었다. 나탈리아는 체력만은 남부럽지 않았으나 남들 눈앞에서 치장을 완성한다는 것이 어색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아르티제아는 남의 앞에 용모를 내보이는 것이 중심이 되는 자리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투왈렛은 그중에서도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비가 모였다. 후계자의 아내로서 각자의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젊은 여자들이니 사교계에서 기대하는 바가 컸다.
환영 무도회를 앞두고 투왈렛 룸을 열어 나란히 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체만도 힘든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
“청보라.”
세드릭이 다시 말했다.
“노란색 나비 장식.”
카드리올이 뒤이어 말했다.
소피가 난처한 얼굴로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는 흥미진진해하는 다른 손님들의 얼굴을 보았다.
세 나라의 후계자가 나란히 앉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물론 현명한 베르나트는 옆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을 판단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경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면, 목적 달성한 셈이긴 하지.’
아주 대놓고 이러니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숨이 나오는 것은, 세드릭이 그 옆에 앉아서 같이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까지 카드리올이 노린 건지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화제몰이에 이용당할 뿐인데.’
아르티제아는 한탄했다.
소피가 타협안을 제시했다.
“청보라색 꽃과 노란 나비는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