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7
악녀는 두 번 산다. 246화
소피가 꽃과 나비를 각각 두 손에 들고 아르티제아의 머리에 대어 보였다.
손님들 사이에 잔물결 같은 웃음이 퍼졌다.
누군가가 말했다.
“나비 장식이 좋지 않을까요? 섬세한 세공이 아주 잘 어울리세요.”
“드레스가 청보라색인데……. 비단 꽃이 세트 맞지요.”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에 누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색을 딱 맞춰요?”
카드리올이 마치 무심한 듯이 그 말을 옮겼다. 세드릭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요즘에 누가 그렇게 하느냐고 합니다, 대공 전하.”
“…….”
세드릭이 입술을 한일자로 다물었다.
“풉, 아.”
헤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가 입을 막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죄 지은 줄은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딱딱했던 헤일리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이없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사실 카드리올의 말이 옳았다. 투왈렛 중에 손님이 권유하면, 남편은 물러나는 게 정상이었다.
자기들이 자유롭고 세련되었다고 믿는 중부 귀족들은 배우자 한 사람에게 독점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배우자에게 독점욕을 보이는 것도 귀족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되는 경향이 있는 동부 귀족들도 후자에 관해서는 마찬가지였다.
관대하게 여자의 사치스러운 사교 활동을 용인해주고, 또 자기 아내를 널리 자랑해야 했던 것이다.
카드리올의 태도는 말할 것도 없이 경박했으나 세드릭도 지혜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투왈렛은 좋지 않은 의미로 손님들을 기쁘게 했다.
이 투왈렛 룸에서 나가고 나면 에브론 대공과 에이멜 왕자에 대해 할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이었다.
‘괜찮나?’
나탈리아는 그런 기색을 알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살짝 아르티제아의 기색을 살폈다.
그리고 자기가 이 상황을 구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어.”
나탈리아는 자신감 없이 목소리를 냈다. 사실 장신구에 대해서 그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시녀가 입혀주는 대로 입고, 자기 보석함에 있는 것 중에 무엇이 제일 비싼 것인지 기억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카드리올보다는, 아르티제아를 제외하고 이 자리에서 가장 신분 높은 숙녀인 나탈리아가 좀 더 발언권이 있었다.
“에브론 대공비 전하.”
나탈리아가 말을 걸자 손님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세드릭이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눌렀다. 카드리올이 흥미 가득한 얼굴로 나탈리아를 바라보았다.
베르나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나탈리아가 말했다.
“전하께 꼭 어울릴 것 같은 머리 장식이 있는데……, 그다지 값진 것은 아니지만요.”
나탈리아가 보석함에서 손수 꺼낸 것을 보고 시녀가 약간 얼었다.
“나탈리아 님, 이건…….”
그것은 제대로 연마된 보석 장신구가 아니었다. 연마할 만한 크기가 되지 못하는 원석 조각을 모아서 은으로 만든 꽃받침에 꽃처럼 꽂아놓은 장식이었다.
푸른 원석이 환한 곳에 나오자 은은하게 빛났다. 제라늄이나 수국 뭉치처럼 보이기도 했고, 갓 피어난 연꽃 같기도 했다.
무척 예뻤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의 개인적인 선물이라면 모를까, 이언츠의 왕세자비가 제국의 미래 황후에게 선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나탈리아가 말했다.
“저의 외가가 있는 지역에 광산이 있어요. 바다 같은 색의 보석이 나는 곳인데……, 정작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너무 비싼 보석이라서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니가 그 지역을 떠나실 때에 외할머니가 손수 가장 예쁜 색을 모아 만들어 주셨다고 들었어요.”
장신구를 받아든 에밀리가 찬사의 말을 했다.
“어머나, 이건 남서해 투어멀린이군요. 색이 정말 고와요.”
소피도 그것을 아르티제아의 머리에 대어보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이게 딱이에요.”
아르티제아는 거울을 보았다. 소피 말대로 청보라색 비단꽃과 노란 나비보다는 훨씬 어울렸다.
에밀리가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비록 연마된 것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고운 색은 흔하지 않아요.”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라지만, 의미 있는 과거사가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무척 귀한 것 같은데, 제가 받아도 될지…….”
나탈리아가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혔다.
“제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 가지고만 있었던 것인데, 대공비 전하께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르티제아는 이상한 기분으로 나탈리아를 바라보았다.
나탈리아의 부끄러움이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돌자갈로 만든 장식을 내놓았기 때문인지, 보석을 가질 수 없었던 가난한 외가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인지, 자신의 내밀한 심정을 털어놓았기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마 그녀는 지금 자신이 무슨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황태자 책봉식을 앞두고 있는 지금, 황태자비가 될 자신이 이언츠 왕국의 소외된 지역에서 만들어진 장신구를 머리에 착용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에브론 대공과 에이멜 왕자의 기 싸움을 이언츠 왕세자비인 그녀가 가볍게 없던 일로 해버렸다는 것도.
아르티제아는 거울 너머로 베르나트 왕세자가 기쁜 듯 당혹한 듯 오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에밀리가 소피 대신 아르티제아의 머리에 그 장식을 꽂았다. 그리고 새하얀 진주 목걸이를 가져다가 부족한 화려함을 더하여 마무리했다.
나탈리아의 말처럼 그 빛깔은 아르티제아의 머리칼에 아주 잘 어울렸다.
늘어뜨려진 진주가 얼굴을 품위 있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에밀리가 아르티제아의 손에 공작 깃털로 만든 부채를 쥐여 주었다.
아르티제아가 빙글 돌아서자 세드릭이 펄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드리올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의 손을 잡는 대신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제 생각에는, 오늘이 환영 무도회이니 손님을 에스코트하는 쪽이 어떨까 싶은데요.”
그 말에 이번에는 카드리올이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두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탈리아 쪽으로 다가섰다.
“어떠세요? 저희 둘이 같이 들어갈까요?”
“네?”
나탈리아가 깜짝 놀랐다.
아르티제아는 진열된 숄 중에 하나를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소피가 재빨리 달려가 붉은 늑대의 모피로 만들어진 길쭉한 장식용 숄을 가지고 왔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으며 손수 그것을 나탈리아에게 대어보았다.
“마무리로는 이게 어떠세요? 저도 왕세자비 전하께 이게 꽤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르티제아가 물은 상대는 나탈리아가 아니라 손님들 쪽이었다.
“잘 어울립니다.”
아르티제아의 뜻을 이해한 세드릭이 대답해주었다.
그렇지만, 지금 세드릭의 영향력은 제로였다. 그것은 카드리올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티제아는 손님 중 한 사람을 콕 찍어 바라보았다.
나탈리아를 흠잡으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던 귀부인이 아르티제아의 시선을 받고는 움찔했다.
약소국의, 볼모로 끌려온 왕세자비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만큼 만만한 먹잇감이 없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가 그녀와 자신을 견주지 않고, 이렇게 물건을 주면서 끌어당긴다면,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아르티제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드릭 님이 작년 봄에 직접 잡으신 것이지요.”
“왕세자비 전하의 위엄이 범상치 않으니, 늑대 모피도 훌륭하게 잘 어울리십니다.”
귀부인은 그 말을 비꼬는 듯이 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실제로 나탈리아에게는 그 모피가 아주 잘 어울렸다.
힘 있는 육체와 다듬어진 예기는 그녀가 러플 많은 드레스를 입고 풍성한 머리를 풀어 내리고 있다고 해서 가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탈리아가 머뭇머뭇 거울을 보았다.
남해 인근에서는 그다지 모피가 사용되지 않았다. 장식용으로나 조금씩 쓰이는 정도였다.
나탈리아는 그게 이렇게 제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감사합니다, 대공비 전하. 하지만 대공 전하께서 손수 대공비 전하를 위해 잡으신 짐승이라면…….”
“왕세자비 전하께서 제게 외할머님이 어머님을 위해 만드신 귀한 보석을 주셨는데, 그보다 답례가 못하여 송구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매년 늘어나서요.”
진열된 모피 대부분이 세드릭이 잡은 짐승이라고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띠었다.
“이건 한 번도 걸쳐보지 못했답니다.”
나탈리아는 세드릭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영광입니다.”
세드릭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 주고받은 선물의 의미를 이미 깨달은 탓이었다.
베르나트가 일어서서 나탈리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탈리아의 손을 잡을 기회는 없었다. 아르티제아가 그녀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왕세자비 전하께서는 저와 함께 가실 거예요. 세드릭 님은 두 남자분을 에스코트해서 오세요.”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두 고귀한 숙녀가 나란히 앞장서자, 투왈렛 룸에 들어와 있던 손님들 중 여자들이 달무리처럼 둘을 둘러쌌다.
“대공비 전하의 머리 장식이 정말로 아름다워요.”
“늑대 모피는 소화하기 정말 어려운데, 이렇게 멋지게 입어내시다니 대단해요.”
“두 분께서 의미 있는 것을 교환하셨으니 모두가 부러워할 거예요.”
찬사와 환영이 쏟아졌다.
세 나라의 왕위 계승권자들은 멀거니 뒤에 남아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드릭이 미묘한 얼굴로 카드리올을 바라보았다. 카드리올이 입맛 떨어진 얼굴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도 손이라도 잡게요?”
“…….”
베르나트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저희도 가지요. 숙녀분들을 너무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카드리올과 세드릭이 서로 외면한 채 터벅터벅 걸었다.
베르나트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기분 좋게 앞장섰다.
나탈리아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공비와의 친분을 과시한 셈이 되었다.
이언츠 왕국의 입장이 몹시 약한 상황에서, 호의를 베풀어준 셈이다.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 그들 부부가 제국 생활을 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나탈리아의 장신구와 늑대 모피가 반짝 잠깐이라도 유행하게 될 거야. 대공비는 그것까지 생각해서 나탈리아에게 모피를 둘러준 걸까?’
늑대 모피가 생산되는 곳은 베르나트가 알기로는 에브론 대공령밖에 없었다.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광고 효과가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여준 셈이었다. 정말로 의도하고 한 일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