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49
악녀는 두 번 산다. 248화
아르티제아는 어떻게든 황태자 책봉식까지는 조용하기를 바랐다.
황제와 양자 결연을 했어도, 황자궁에 들어왔어도 세드릭의 지위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그건 단순히 세드릭이 황제의 아들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황실의 일에 사적인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사적인 문제였고 황제의 개인적인 결정으로 돌이킬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황태자는 달랐다.
황태자는 공식적으로 황제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공표된 존재였다.
책봉식에서 신에게 이름을 적어 고하고 만백성에게 알린다.
황태자의 지위 또한 봉작이라, 다른 귀족의 작위를 함부로 황제가 박탈할 수 없는 것처럼 명분 없이 폐위할 수 없었다.
그러니 책봉식만 무사히 치러내면 된다.
그러면, 행여 만약의 일이 생기더라도 문제없었다. 꿀물은 언제든 잔에서 넘칠 것이다.
황제로부터 온건하게, 혼란 없이 정부를 물려받는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정통성을 가지고 차기 황제로 즉위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아무 일 없으면 되는데.’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숙여 찻잔을 노려보았다.
환영 무도회날에는 그냥 웃으며 하루를 보냈지만, 카드리올이 말한 정보는 예사 것이 아니었다.
‘누구지?’
아르티제아는 마음으로 흰 테이블보에 이름을 여럿 적었다.
세드릭을 공격하려면 책봉식 전에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황위 계승권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권력다툼은 세드릭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황후의 자리를 두고 이루어져야 했다.
‘누가 그것을 명분으로 책봉식을 막으려고 한다면, 그건 세드릭 님을 끌어내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지.’
이유로는 증오 정도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레티샤가 있는 이상 종교적인 이유도 가능성이 떨어진다.
‘로렌스 오라버니? 아니면, 사원의 반대파? 내가 모르는 황실의 방계 혈통이라도 있었나?’
혹은 복수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순수하게 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동부가 벌써 독립을 꾀하기 시작했나? 브레넌 백작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
로렌스를 황제로 세웠던 때에, 브레넌 백작은 아르티제아와 협력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브레넌 백작은 황제가 심은 간자이지만, 결국 그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동부 귀족은 지금 분열하고 있다. 그중 누가 하나 이런 일을 획책할 수도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마음속으로 적은 이름을 하나씩 지워갔다.
확실하게 그럴 듯한 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기준을 더 낮추어 보면, 반대로 그럴 만한 자가 적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가 문을 두드렸다.
“프레일입니다, 비 전하.”
“들어오게.”
아르티제아는 한꺼번에 그 이름을 지워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프레일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널찍한 거실을 살짝 둘러보았다.
창 밖에 에브론 기사 둘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아마 양쪽 옆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거실 한중간에 앉아 있었다.
프레일은 그녀가 손짓하는 대로 가까이 다가가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본성에 정보를 캐는 자들이 들어간 모양이더군.”
“예. 황자궁으로 입궁하신 이후부터 심해졌습니다. 작년에 상단을 여럿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외지인의 행동을 일일이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졌었고요.”
아르티제아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멜에게 운영을 맡긴 뒤로 에브론 본성은 개방적이 되었다. 세드릭의 통치가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대교체가 된 탓이기도 했다.
그 자체는 좋은 경향이었다. 하지만 정보 누수는 필연적이었다.
“예전에 독점적으로 거래하던 가죽상이 있었지.”
“예.”
“그자 쪽에서 나온 자들이 본성에서 카람을 보았다는 소문에 대해서 카람을 캐고 다닌다는군.”
프레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멜 경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전보다 관리하기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외지인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안면 있는 사이라면, 딱히 경계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병사가 본 것을 친지에게 말했거나 하는 식으로 소문이 퍼질 수도 있으니까.”
“예.”
프레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의견을 말했다.
“그 가죽상은 루덴 후작의 관계자였습니다. 만일에 정보를 캐는 자가 있다면, 동부 귀족일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지. 세드릭 님이 즉위할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그 다음 카람과 내통한 배교자를 섬길 수는 없다며 독립을 시도할 것이다.
“문제는 그 문제를 캐내려다가 다른 것들이 나오는 경우야. 조르딘 가문의 일도 있으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아무튼 황태자 책봉식까지는 아무 일도 없어야 하네.”
“예. 그 가죽상도 별도로 추적하겠습니다.”
“그래.”
프레일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르티제아는 그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프레일이 물러갔다. 아르티제아는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생각했다.
배후가 동부 귀족이라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그러나 로렌스라면, 상황은 꽤 어려웠다.
‘동부 귀족과 로렌스 오라버니가 손을 잡았다면 더욱 그렇고.’
황제는 로렌스에게 실망했었다.
그러나 만일 그가 황태자 책봉식을 취소시키고 세드릭을 거꾸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모략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몹시 기뻐하면서 폐하 당신의 권력과 명예를 다소 해치더라도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어 하시겠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황태자 책봉식이 더 중요한 것이다.
세드릭은 그녀가 최선의 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늘 믿어주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 자신에게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포기하고 위태로운 길을 골라 밟아왔다.
위험 요소는 무너지기 직전까지 쌓여 있었다.
‘결국 대가는 치러야 하지.’
타인의 시체로 그것을 덮어 숨기지 않을 거라면, 자신의 피로 봉합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손을 가만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설렁줄을 당겼다.
옆방에 있었을 헤일리가 곧 편지를 한 아름 안고 왔다.
“부르셨어요, 비 전하?”
“헤젤은 어쩌고 네가 편지를 정리하고 있니?”
“편지가 너무 늘어나서요. 타국 사절에게서 온 것이나 중요한 인물, 또 동부 관련자에 대한 편지는 제가 볼까 했어요.”
헤일리의 눈 밑이 퀭했다.
그녀는 늘 일이 너무 많다,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솔직히 상당부분은 자업자득이었다.
“어차피 초대장 아니면, 실없는 연서일 테지.”
“유행처럼 되었어요. 어제 하루 사이에 온 연서가 벌써 백 통이 넘어가요.”
“헤젤에게 맡기렴.”
“하지만…….”
“벨몬드 지로 정보가 흘러갈 것을 염려하는 거라면, 그래도 상관없어. 그런 일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안심하고…….”
헤일리가 두툼한 편지 한 묶음을 따로 떼어놓았다.
“혹시 암호문 같은 게 섞인 편지가 있을까, 했지요. 에이멜 왕자 전하에게서 온 것도 있어요.”
“어차피 연막일 테니까 태워도 돼.”
“네.”
헤일리는 다른 편지들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르티제아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뒤로 미뤘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편지를 써줄 테니, 네가 직접 가서 나탈리아 전하를 초대하거라.”
“알겠습니다. 선물도 몇 가지 준비해둘게요. 시간은 언제쯤…….”
“오늘 당장 가렴. 나탈리아 전하께서 아마 아직 중요한 일정이 없으실 테니까. 일찍 오실 수 있다면 좋아. 만일에 왕세자 전하께서 함께 오시겠다면, 그것도 괜찮고.”
“네.”
대답하면서도 헤일리가 약간 미심쩍은 얼굴을 했다.
아르티제아가 물었다.
“왜?”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비 전하. 나탈리아 왕세자비 전하를 황자궁에 손님으로 모실 생각이신가요?”
“그래.”
“전 반대예요.”
헤일리가 말했다.
“왕세자비 전하 한 분만을 초대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말이 나올 테고, 그렇다고 왕세자 전하까지 초대한다면 대공 전하까지 지나치게 이언츠 왕국을 가까이한다고 폄하될 거예요.”
로이가르 대공의 역모 사건에 이언츠 왕세자가 직접 얽힌 것은 아니라 해도, 그가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레티샤의 안전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
헤일리가 침묵했다.
아르티제아는 헤일리가 나름대로 자신의 말을 해석하기를 기다렸다.
헤일리는 심호흡을 했다.
“증인이 필요해질 만한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책봉식이 목전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지.”
“지금까지는 책봉식 때문에라도 분란 없이, 조용히 지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뭔가, 생긴 거죠?”
“그렇다고 하자.”
아르티제아는 낮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헤일리를 꽤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신뢰가 아직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만큼은 아니었다.
헤일리는 스스로 판단할 줄 안다. 그리고 세드릭을 통해 아르티제아를 막을 수도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침묵하는 사이에 헤일리는 제 나름대로 해석을 마친 모양이었다.
“전 반대예요.”
“아직 무슨 일을 하겠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헤일리.”
“비 전하 스스로 미끼가 되어 에브론 대공가 내부와 황궁 안의 숨은 적대 세력을 일망타진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증인이 필요하시다면.”
아르티제아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것을 노리고 앨리스 쪽을 통해서 자신의 행적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에브론 대공령에서 간자들이 카람 문제를 캔다면, 공격 대상은 세드릭이지 자신이 아니다.
“레티샤를 위해서 한 겹의 안전장치를 더 깔고 싶어.”
아르티제아는 정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탈리아 전하가 황자궁에 있는 동안 공격을 당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테니까, 섣불리 무도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우선 황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헤일리가 물었다.
“대공 전하께 이 일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어떨까요?”
“황자궁에 손님을 모시는 일이야. 당연하지.”
헤일리는 그 대답에 안심한 듯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편지를 적으라며, 자신은 적당한 선물을 찾아오겠노라고 말했다.
아르티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드릭에게는 나탈리아를 초대하는 목적까지만 말할 것이다.
아직 행적조차 알 수 없는 로렌스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지금이 너무 중요한 시기였다.
세드릭은 오로지 책봉식에만 마음을 쓰고, 양지의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뭔가 구체적인 정보가 나온 뒤에 이야기해도 충분했다.
‘알폰스 경을 서부로 보내야겠어.’
아르티제아는 그것만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