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51
악녀는 두 번 산다 250화
나탈리아가 말했다.
“베르나트 전하는 이 장신구가 적어도 이십 년은 만들어질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언츠 왕국에서는 한 가지 소재를 발굴하면, 같은 소재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아르티제아는 대답했다.
“그건 이언츠의 힘이지요. 제게 감사하실 필요 없어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을 뿐이니까요.”
그러자 나탈리아가 웃었다.
“베르나트 전하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대공비 전하께서는 아마 늑대 모피의 홍보와 교환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고.”
“…….”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감사드리고 싶어요. 제 고향 사람들을 대신해서라도.”
아르티제아는 대답 없이 찻잔을 쓰다듬었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탈리아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강한 사람에게 대쪽 같고, 약한 사람에게 동정심을 품는 사람이다.
아르티제아의 과거는 동정심을 사기 쉬웠다. 아기의 존재는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러려고 레티샤를 데리고 나온 것이기도 했다.
만일에 술책을 부려 끌어들이는 것이 꺼려진다면, 솔직하게 거래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베르나트가 상대라면 아르티제아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두 가지를 다 이용했을 것이다.
이언츠 왕국의 정계는 제국 못지않게 더럽고 어두웠으며, 상계는 조직적으로 막대한 실권을 행사했다.
베르나트는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우둔한 국왕을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아르티제아는 이런 사람을 좋아했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대하기 쉬웠다.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었다. 계약은 상호 이익이 합치하는 동안 지켜질 것이다.
기만하고 배신해도 부담이 없었다. 속은 쪽이 더 어리석은 것일 따름이니까.
하지만 나탈리아는 달랐다.
어쩌면 돌아오기 전과 달라진 마음가짐은 이것 하나뿐인지도 몰랐다.
이런 사람을 이용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고 도와 달라고 말하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눈을 내리깔고 찻잔을 들었다.
나탈리아가 살짝 그녀를 살폈다. 솔직히 아까부터 티푸드에 너무나 유혹당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먹기가 민망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포크를 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괜찮겠지. 먹으라고 나온 건데.’
나탈리아는 포크를 들었다.
꽃 모양의 설탕과자는 쪼개먹기가 황송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탈리아는 조심스럽게 초록색 잎사귀 하나를 포크로 떼어냈다.
아무리 많이 차려져 있어봐야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앞이 아니고서야 음식은 예의를 차리는 정도로만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물며 황자궁에 초대받아 와서 혼자서 다과를 다 해치울 수는 없다.
아껴먹을 작정이었다.
설탕과자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달지 않았다. 마치 깃털처럼 입 안을 부드럽게 스치고 사르르 녹아 없어져버렸다.
나탈리아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설탕과자가 입 안에 남긴 향긋하고 달콤한 맛이 차와 어우러지자 행복 그 자체였다.
나탈리아의 눈매와 입가가 허물어졌다.
이언츠 왕궁 요리사도 남부럽지 않게 대단한 솜씨라고 생각했는데, 황자궁 요리사 쪽이 더 실력이 있는 것 같았다.
나탈리아는 이번에는 레몬 마들렌에 손을 뻗었다.
아르티제아는 말을 꺼내려다가 말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나탈리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입에 맞으세요?”
“아, 네.”
나탈리아가 민망한 얼굴을 했다.
“요리사 솜씨가 너무 훌륭하네요.”
“입에 맞으신다니 다행이에요. 에브론 본성에서부터 은퇴할 사람을 불렀는데, 자기가 나이도 있고 수도의 새로운 유행도 모르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거든요. 나중에 인사드리게 할 테니, 칭찬해주세요.”
“칭찬이 아니라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나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들렌을 반으로 갈랐다. 폭신폭신한 마들렌이 매끈하게 갈렸다.
아르티제아도 포크를 들었다. 먹을 마음이 별로 없었지만, 나탈리아가 워낙 맛있게 먹으니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수도에 도착해 있는 외교 사절과 책봉식, 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찻주전자가 비었다.
나탈리아는 약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포크를 내려놓았다. 무척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찻잔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결국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실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모셨어요.”
나탈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부탁이 무엇이 있을까요?”
아르티제아가 손을 내저었다.
시중을 들기 위해 가까이에 있던 고용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호위들은 열다섯 걸음 이상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헤일리가 당혹해하는 나탈리아의 시녀를 설득하여 데리고 물러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나탈리아가 따로 호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몸이기 때문이었다.
나탈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티제아는 말했다.
“책봉식 때까지, 황자궁에 머물러 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다, 이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이 말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부탁을 하시죠?”
이해할 수 없었다.
황자궁에 사람을, 그것도 타국인을 들이는 것이 간단한 일일 리 없었다.
하물며 그녀는 왕세자비였다. 베르나트와 함께 황자궁에 머무르면 그것은 그것대로, 떨어져 있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정치적인 논란이 될 것이다.
아르티제아는 망설이는 듯이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나탈리아 전하는……, 이언츠 왕국 최고의 기사 중 하나이시니까요.”
“어디에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어요?”
나탈리아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가 결혼 전에 기사였던 것은 사실이다.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실력이 소문 난 적은 없었다. 가장 먼저 그녀를 알아본 베르나트가 포섭하면서 바로 기사단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뒷조사를 한다 해도 기껏해야 궁벽한 지역에서 상경한 여자가 총병대도 아니라 기사단에 입단하여 관계자들에게 화제가 되었다는 것 정도밖에 알 수 없을 것이었다.
나탈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별다른 생각 친목이나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문제가 달랐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베르나트 왕세자 전하의 방첩에 구멍이 난 건 아니에요.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거의 틀림없을 거예요.”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서 아르티제아는 우연이라고만 말했다.
나탈리아가 포크를 쥐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제가 베르나트 왕세자 전하를 공격하고자 했다면 전혀 무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나탈리아 전하를 떼어 놓으려 할 필요도 없고요.”
“목적이 뭔가요?”
“말씀드렸다시피 부탁을 드리는 거예요. 황자궁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고.”
아르티제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목적을 묻는 거예요.”
“나탈리아 전하께서는 아기가 죽는 걸 보고만 계실 분은 아닐 테니까요. 그 아기가 설령 온갖 정치적 이해에 얽혀 있다고 해도.”
나탈리아는 코를 찡그리고 아르티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티제아의 얼굴에는 복잡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나탈리아가 말했다.
“에브론에는 훌륭한 기사와 충성스러운 가신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지요. 수도에 머무는 에브론 기사단의 숫자는 법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그러니 누구나 전력을 짐작할 수 있지요.”
편법으로 늘린다 해도 단시간에 팽창시킬 수는 없었다.
조직이 단순하고 구성원이 동질적이라는 점도 문제였다.
전에도 헤일리나 프레일 같은 이가 있었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빠르게 변해가고 있긴 했다.
그러나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아르티제아는 에브론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그 한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에브론만으로는 황자궁을 다 방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황제가 황자궁에 들어오라고 말했을 때에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일에 습격자가 있다면, 에브론의 전력을 충분히 고려할 거예요. 하지만 나탈리아 전하가 계신다면…….”
“아무도 생각지 못한 전력이니까.”
나탈리아가 중얼거렸다.
베르나트도 그 때문에 실력을 숨기게 하고 그녀와 결혼하여 아내라는 이름으로 곁에 둔 것이었다.
게다가 나탈리아는 타국의 왕세자비였다. 그녀를 공격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 그녀가 방어하는 것은 아기를 보호한다는 인도적인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증인으로서도 유효하다.
만일의 경우 에브론이 에브론을 위해서 증언해도 무시될 것이다. 그러나 나탈리아의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아르티제아는 시선을 들었다가 나탈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나탈리아는 곧바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티제아는 결국 눈을 다시 내리깔았다.
그때였다.
기사 하나가 거친 발소리를 내며 뛰어들어 왔다. 도중에 호위 기사가 붙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아르티제아를 향해 소리쳤다.
“비 전하! 지금 알현실로 가주십시오!”
“무슨 일이냐?”
아르티제아는 치맛자락을 끌고 일어섰다. 기사는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슨 백작이 에브론 대공 전하를 반역, 이단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근거가 뭐라 하더냐?”
“카람과의 내통이라고 합니다!”
아르티제아는 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나탈리아가 주춤 반쯤 일어선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 조금의 호의를 베풀어주실 수 있다면, 제가 돌아올 때까지 머물러 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베르나트 왕세자 전하께 편지를 쓰도록 하시지요. 아마 왕세자 전하라면 제 뜻을 전부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르티제아의 목소리는 조금 전까지의 것과 다르게 차갑고 무감정했다.
나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호위 기사들에게 황자궁의 경비를 단단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헤일리가 뛰어나와 그녀의 뒤에 따라붙었다. 아르티제아는 헤일리에게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겠지? 네가 직접 사원에 다녀와. 주교단을 모조리 불러오면 좋고, 대주교님이라도 모셔야 해.”
“네.”
헤일리가 대답하고 빠져나갔다.
아르티제아는 알현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