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60
악녀는 두 번 산다 259화
축하 연회는 7일간 계속되었다. 축제도 그에 따라 7일간 열렸다.
세드릭은 검박했고, 아르티제아는 실용주의자였다. 그러나 의례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다.
이 한 번으로 황태자 지위를 굳혀야 했다. 민의가 세드릭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잘못하면 황제와 틀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황제가 함부로 폐위할 수는 없으나 지속적으로 세력을 갈아낼 수는 있었다.
물론 그 최종 목표는 폐위일 것이다.
‘다른 수단이 있긴 하지만…… 신중해야지. 가능한 한 세드릭 님의 치세에 의혹을 남기고 싶지 않아.’
아르티제아는 지금까지 사원이 축적해온 막대한 부를 풀기를 요구했다.
그녀는 리시아와는 달랐다.
성녀의 행보가 신앙과 봉사에 기울어야 한다고 믿는 사제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성향적으로, 그런 자들은 조직을 이루고 있는 사원 내의 정치 파벌과 맞서기 어려웠다.
제일 먼저 아르티제아가 성녀임을 알았던 것이 콜튼 수사라는 이점도 있었다.
아킴 주교의 일도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를 제거하면서 파벌까지 싹 정리한 덕에, 지금 사원 조직은 완전히 아르티제아의 밑에 있었다.
대주교마저도 사원이 그때에 진 빚 때문에 아르티제아에게 뭔가를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건강을 이유로 이적을 보여 달라는 말을 모두 묵살했다.
축제에서 꽃과 빵이 끊임없이 베풀어졌다. 거리의 연주자와 광대에게도 은전이 나누어졌다.
사원에 가면, 언제든 고기를 먹고 설탕을 넣은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덕분에 황태자 부부를 축복하고, 성녀에게 꽃을 봉헌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사원에서 물자를 사서 푼 것처럼 황궁에서는 직접 돈을 풀었다.
수도만이 아니라 행정력이 닿는 모든 곳에 은사가 베풀어졌다.
하급 관리에 이르기까지 하사금을 받았다. 자잘한 일을 하는 인부들에게도 상당한 일급이 주어졌다.
구빈원과 고아원에 전에 없는 금액의 지원이 내려졌다. 대규모의 사면도 있었다.
황궁에서 이러니, 귀족들도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특히 세드릭에게 적대적이었던 자들은 더했다.
처음에는 마치 충성의 증거라도 보이려는 것처럼 엄청난 선물을 황자궁 앞에 쌓았다.
그러다가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전에 없이 큰 액수의 헌금을 하고 자선을 베풀었다.
황제는 고위 귀족들에게 넌지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경의 고향에 좋은 뜻을 전해준다면, 가문의 명성도, 짐의 기쁨도 배가 되지 않겠는가?」
덕분에 축제 분위기는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그림자도 졌다.
“뒷수습하기 만만치 않겠어.”
재무부 관료 벨론은 한탄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도에 풀린 물자와 돈을 통제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치안청에서 긴장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각별히 신경을 써서, 축제 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라. 불길한 징조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
황제가 따로 불러 명을 내렸다. 치안청장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태도에는 헷갈리는 면모가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듯 보였다.
책봉식에서는 엄숙한 태도였으나 이후에 열린 연회에서는 아낌없이 기쁨을 표현했다.
「짐에게 오래도록 후사가 없어서 걱정했더니, 신께서 굽어 살피시어 훌륭한 아들을 주신 모양이다.」
황제가 그런 말을 했을 때에 로렌스를 떠올린 사람이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감히 누가 할 수 있었겠는가.
젊은 시절의 황제를 잘 알지 못하는 헤젤이나 미엘르 같은 이들은 놀라기도 했다.
“폐하께서 그렇게 기뻐하실 줄 몰랐어요.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황후는 미엘르의 순진한 말을 듣고 희미하게 미소마저 지었다.
“그레고르의 진심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면, 네가 황태자비의 일개 시녀이지 않을 것이다.”
“폐하께서는 꽤 오랫동안 속내를 숨기지 않고 살아오셨습니다. 그분이 진실로 어떤 분인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황후는 그녀가 망치고 있는 바느질감을 흘끗 보며 말했다.
“오히려 너는 그렇기 때문에 알아본 듯한데.”
“이해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으니까요.”
아르티제아는 담담히 대답했다.
사랑받기 위해서, 닮기 위해서, 그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아마 황제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승자가 되었고, 강자가 되었다. 그러니 잊어버렸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은 숙인다. 성녀의 황태자비 책봉에 기뻐하는 민의에 맞서 폭군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과장된 기쁨을 드러내는 것은 그 탓이다.
그가 만일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풀어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아르티제아는 입속의 혀가 아니라 개처럼 굴어서라도 그 마음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제는 그러지 않았다.
적으로 인정되었다는 뜻이었다.
황후가 말했다.
“그레고르가 내게 뜻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느냐고 묻더구나.”
“황후 폐하는 황제 폐하께서 가장 두려워하시는 분이시니까요.”
“……글쎄다.”
황후가 잠시 침묵했다.
황제가 왜 자신을 살려 두었을까? 황후는 때때로 자문자답해 보았다.
아르티제아의 말이 맞다면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척신을 염려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꼭 밀라이라를 황후로 세울 필요로 없었다. 어디서 적당히 힘없는 가문의 아리따운 숙녀를 데려다가 황후궁에 두어도 될 일이었다.
아마도 한때 동료였던 이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다. 어쩌면 죽은 자식들의 어미에 대한 연민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문 닫힌 황후궁을 바라보며 승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 가지 다였으리라.
황후는 황제가 노쇠와 허무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늙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곱게 써야지.’
그러면 세드릭 성격상 험하게 나가지는 못할 텐데.
존중받으며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로이가르 대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를 자신의 머리 위에 놓을 수 있을까? 나란히 앉는 자조차도 용납할 수 없어서 모조리 쳐 없앴는데.’
황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멀거니 아르티제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넌 바느질을 그만두는 게 낫겠구나. 그런 값진 옷감은 걸레로도 쓰지 못한다.”
아르티제아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바느질까지 잘하시면, 다른 숙녀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겁니다, 황후 폐하.”
마르타 백작 부인이 웃음소리를 냈다.
* * *
첫 번째 사건이 터진 것은 그 축제의 여운이 아직 거리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의 일이었다.
서부에서 온 전령이 촛농이 다 치워지지 않은 길거리를 질풍처럼 달려서 황궁으로 들어갔다.
연회와 축제를 끝내고 비로소 잠들었던 황궁은 곧바로 깨어났다.
군부 인사들이 가장 먼저 소집되었다. 뒤이어 행정부 관료들이 회의실로 뛰어갔다.
황제는 전령이 가져온 서류를 회의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서부에 역병이 돌고 있다는군. 대충 확인된 것만 열일곱 개의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병했다.”
“관리들이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모두 폐하께서 평소에 경계하신 덕분입니다.”
린 재상이 말했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역병이라 하는데, 그처럼 편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황제가 냉랭하게 말했다.
“신께서 제국을 보살피신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겠느냐?”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좌중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세드릭을 향해가 닿았다.
“게다가 서부군의 탈영병이 두려움에 질려 마을을 불태웠다는 이 이야기는 대체 뭔가?”
“서부군의 탈영병 문제는 생겨난 지 오래된 것입니다. 정비를 한다고는 했으나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여 송구할 따름입니다.”
세드릭이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혀를 찼다.
“단번에 그 문제를 모두 해결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무어냐? 탈영병이 화약을 사용하고 있다니.”
그가 냉랭하게 내뱉었다.
“창 몇 자루, 칼 몇 개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러나 대체 서부군은 화약 같은 중대한 무기를 어찌 관리하기에 탈영병 따위가 접근 가능하단 말이냐?”
황제가 꾸짖었다.
서부군의 연락장교인 그레이슨이 움찔했다. 반박하고 싶었다.
화약은 민간에서도 쓰는 것이다.
서부에서는 광산이 적어서 흔하게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부나 중부에서 대상단을 통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서부군에서 흘러나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군벌은 또 어떤가?
그 군벌 중에는 황제로부터 백작의 칭호를 받아 사실상 공인받은 자들도 있었다.
그레이슨의 생각에 탈영병 같은 자들이 대담하게 마을을 불태웠을 것 같지 않았다.
틀림없이 군벌의 짓이다. 자기 영역 가까이에서 역병이 발생하면 태워서 처리하고도 남을 자들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이것을 서부군의 책임으로 몰아가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게다가 이 사태가 벌어진 지 벌써 보름 가까이 되었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뒤늦게 보고되었느냐?”
황제가 날카롭게 말했다.
“짐은 서부군과 서부 관리들이 의심스럽구나. 바로 황궁에 보고하지 않고 숨긴 데에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서부는 넓은 땅입니다.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전령이 가장 빠른 말로 달려왔다고 해도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세드릭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물론 화약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엄중히 군율로 다스리심이 마땅합니다. 감찰을 보내시면 어떨까 합니다.”
“…….”
황제가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드릭은 특별히 눈치를 보지 않았다.
정무를 보는 일이다. 굳이 음모와 궤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소식을 아르티제아를 통해 한 발 먼저 알았다. 그녀는 책봉식이 끝나자 리시아의 편지를 보여 주었다.
둘은 로렌스가 서부에서 포섭했을 가능성이 있는 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어도 그는 똑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똑같았다. 리시아가 겪은 일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소식은 충분히 빠르게 왔다.
황제가 한 발 물러섰다.
“그래. 감찰을 보내야겠군. 그건 그렇고, 역병은 어찌한다?”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원에서 마침 대처 방법을 알아낸 듯하니 그쪽의 협력도 구해야겠고요.”
린 재상이 말했다. 황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 일은 황태자비에게 맡겨야겠군.”
“폐하, 그것은.”
세드릭이 저도 모르게 강한 목소리를 냈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렴 짐이 황태자비더러 직접 병자 사이에 뛰어 들라고 할까?”
“폐하…….”
“허나 성녀가 직접 보살피러 간다면, 두려움에 물든 서부의 신민들에게 아주 큰 위로가 되겠지.”
아주 침착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