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61
악녀는 두 번 산다 260화
세드릭은 안색을 굳혔다. 얼었다는 것을 숨기지도 못하는 얼굴이었다.
“폐하, 황태자비는 몸이 약한 데다가,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짐이 황태자비를 귀여워하는 줄 너도 알 것이다.”
세드릭이 대답하지 않았다. 회의 테이블 밑에 내려놓은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
“몸 약한 아이를 멀리 보내는데, 짐의 마음인들 평온하겠느냐? 허나 그러니 더더욱 백성을 위해서 보내야지.”
“…….”
“그것이 황실의 의무인 법이다. 너도 이제 황태자가 되었으니, 그런 것도 생각해야지.”
그 말이 세드릭에게 울분을 불러일으켰으리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설령 황태자비가 무능하더라도 가서 황실의 뜻을 일러주어야 할 텐데, 하물며 성녀이지 않으냐. 게다가 성녀가 아니라 해도 짐은 그 아이를 보냈을 것이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황태자비가 유능하고 사람을 잘 부리며, 게다가 전부터 사원과의 관계가 깊으니, 이보다 적임은 없지.”
“황실의 일원이 가야 한다면, 제가 가겠습니다.”
“국저가 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수도를 비우겠다고 하느냐?”
황제가 꾸짖듯이 말했다.
“장차 왕관을 물려받을 사람으로서 자각을 갖도록 해라.”
세드릭은 어금니를 물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르티제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가겠어요.”
“안 됩니다.”
세드릭은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폐하의 목적은 당신을 수도에서 떼어놓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렇게 멀리 보내고, 과연 아무 일도 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면 멀리 떼어 놓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틀림없이 암살 기도가 있을 것이다.
역병을 보살피는 도중 성녀가 죽는다면, 그녀를 보호해야 했을 에브론과 서부군을 원망하는 이가 생길 것이다.
사원의 권위도 추락할 것이다.
반면, 레티샤에 대한 동정표가 오를 것이다.
그러면 호위를 충분히 붙여서 보내면 되나? 그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다음에는 정쟁에서 자신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공산일 것이다.
세드릭은 자신이 그런 점에서 아직도 형편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과 달리 주변에 에브론 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린 재상을 비롯하여 중부 출신의 관료들이 있었다. 벨몬드 편집장을 비롯하여 책사로 기능할 수 있는 측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르티제아가 없으면 안 되었다. 중심축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평연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 조언을 구할 곳이 많이 있으니까요. 제가 수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해요.”
“티아.”
세드릭이 입을 열었다. 아르티제아는 그의 말을 막고 마저 말했다.
“나머지는 세드릭 님이 하셔야 해요. 공세에서 버티고 방어하는 것이요. 저는 더 이상 조언드릴 것이 없어요.”
“꼭 그런 문제로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서부로 보낼 수 없습니다.”
세드릭이 정색했다.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서부는 아직 치안도 위험하고, 행정력도 부실해요.”
“암살 걱정을 하시는 거라면, 저도 그렇게 문외한은 아니에요.”
“…….”
아르티제아가 시선을 흘리며 한 말에 세드릭이 헛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니 당신도 잘 알겠지요? 서부에서 암살 시도가 있다면, 독이나 사고로 위장하는 것보다 아예 군사 부대가 마적으로 위장하고 공격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아르티제아는 아예 시선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바로 자신이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몇 번을 시도해도 세드릭의 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세드릭이 강경하게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부군과 군벌, 서부군과 중앙군 사이에 있는 알력은 오래된 것이다.
거기에 에브론을 하나 더하면 오히려 알력다툼을 할 부대를 하나 더 늘리는 것에 불과했다.
세드릭 자신은 본래 군관에 가까운 성향이었다. 일신에 무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권위로서 그것을 하나로 묶어 복종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달랐다.
전술적인 재능은 시험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라도 없는 경험을 갑자기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군사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심복시킬 수도 없다.
황태자비에게 충성하고, 성녀를 존중하는 자라고 해도, 그것과 부대 간의 알력다툼은 별개 문제였다.
보호하겠다고 목숨을 바치는 자는 숱하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인정하고 명을 따르는 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황후가 될 성녀가 간다고 하면 노리고 덤벼들 자가 하나둘이 아닐 겁니다.”
소속은 서부군이되 이미 사실상 독립된 세력이 되어 성을 차지하고 앉은 군벌들이라면 더더욱.
그녀를 강탈하여 아내로 삼으려 할 게 틀림없었다.
“서부에 있는 리시아와 성실한 사제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따름입니다.”
“그렇게 위험한 곳까지 갈 생각은 없어요. 주요 행정 도시에만 머무르겠다고 하면 허락해 주시겠어요?”
“오가는 길 자체가 위험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폐하의 말씀이 있으시기 전에도 고려하고 있었어요.”
“티아…….”
“로렌스 오라버니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직접 가봐야겠어요.”
아르티제아는 차가워진 손끝을 쥐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로렌스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황제가 되고자 한다면, 서부에서 분탕 칠 이유가 없었다. 무조건 수도로 와서 황제의 품 안에 들어야 했다.
과거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그것을 모를 리도 없을 터인데.
‘자존심 때문일까?’
하긴, 리시아가 죽은 이후의 로렌스는 아르티제아에게도 불가해한 존재가 되었다.
그전에는 어떤 마음으로 움직이는지는 알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니 충고할 수도 있었고, 또 마음을 맞춰가며 그런대로 주종으로서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아니, 논리로부터 결과는…… 도출할 수 있지.’
파괴 자체가 목적이라면 말이 되었다.
그리고 분탕질을 치려면 서부 말고는 적절한 곳이 없기도 했다.
중부와 남부는 황제가 꽉 잡고 있다.
출생을 생각하면 동부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게다가 황제의 뜻으로 동부는 지금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므로 로렌스가 단시간에 무력을 획득할 수단은 서부의 군벌을 설득하는 것이다.
세드릭이 서부군을 정비할 때에 모든 일이 가지런하게 흘러갔을 리 없다.
이미 군벌로서 자기 영역을 확고하게 잡은 자들 중에 세드릭을 싫어하는 자가 있었을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가 그들이 권력과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으니까.
‘로렌스 오라버니는 결국 마지막에 권력을 획득하려면, 무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군의 충성을 받지 못하는 황권은 사상누각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목적이 불분명해.’
그러니 더 가봐야 했다.
“당신이 간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위험요소가 늘어날 뿐이에요.”
세드릭이 말했다.
“걱정되어서 그런다면, 차라리 리시아를 불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듣겠어요?”
아르티제아가 회의적으로 말했다. 쓴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꼭 리시아 님 때문은 아니에요. 가까이에 가서 봐야 보이는 일도 있으니까요.”
로렌스가 하는 일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에게 기억이 있다면 더욱더 그랬다.
그가 행했던 악행은 모두 자신이 뒷받침했다. 앞으로 행할 악행은 모두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리라.
세드릭이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알겠습니다. 당신이 정 그렇다면.”
그가 무겁게 대답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터무니없는 말씀 마세요. 폐하께서 수도에 머물러 있으라고 하셨다면서요.”
“서부에서 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겁니다.”
“누군가 한 사람은 수도를 지켜야죠. 그리고 레티샤를 혼자 둘 셈이세요?”
세드릭은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아이를 손수 키우겠다고 했으니 책임을 지셔야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르티제아는 잠깐 뺨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의혹 없이, 순조롭게.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 생각을 잠시 했다.
잠깐 세력이 줄어들고, 황제에게 압박받거나 죄를 지어 쫓겨 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수도를 비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군사력을 쥐고 있으니, 부재중에 황제에게 일이 생겨 수도에서 내란이 일어나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역시 세드릭은 여기에 있어야 했다.
‘나를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세드릭 님은 아직 마음에 두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레티샤가 있는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나탈리아를 황자궁에 머무르게 했다. 마커스와 시녀들에게도 여러 가지 위험상황에 대해서 일러두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되었다.
부모의 부재는 황제에게 좋은 명분이 되어줄 것이다.
절대 빼앗기면 안 되었다. 자칫하면 레티샤가 세드릭의 정적이 되고 만다.
아르티제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게요.”
“당신의 그 약속은 못 믿습니다.”
세드릭이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각해보죠. 리시아에게도 의견을 구하고.”
“그러려면 너무 늦어요. 무엇보다도 폐하의 뜻이 있으니까요.”
“그것이야말로 막아야 할 일 아닙니까?”
세드릭이 냉정하게 말했다.
“적에게 좋은 일은 결코 자신에게 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죠.”
“폐하께서 생각 없이 하신 일은 아닐 텐데, 당신이 이렇게 순순히 따를 리 없죠.”
세드릭이 몸을 구부려 아르티제아가 앉아 있는 소파의 팔걸이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눈을 맞췄다.
“저한테 말하지 않은 게 뭡니까?”
아르티제아는 시선을 곁으로 흘렸다.
“티아. 내게 숨기는 게 없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목숨이 달린 일이라서요.”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조용히 잠들어 있었던 황궁이 일제히 깨어났다. 그들이 있는 황자궁의 거실에서도 황궁에 불이 환하게 켜지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무슨 일이죠?”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세드릭이 일어섰다.
그가 거실을 미처 나서기도 전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황태자 전하, 항구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것이 두 번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