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69
악녀는 두 번 산다 268화
일곱 명의 비밀수사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제의 수사 조직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공개되어 있는 조직은 황제 직속의 초월적 사법기관으로 작용했다.
오로지 황명만 받았으며, 주로 고위 귀족의 범죄와 역모에 관한 사건을 다루었다.
다른 하나 비공개 조직은 비밀경찰이자 첩보조직이었다.
황제는 그처럼 막강한 권한을 한 명에게 맡기지 않았다.
일곱 명의 비밀 수사관은 모두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 운영 역시 별개로 했다.
사실상 7개의 정보 조직이 있는 셈이었다.
비밀수사관들은 공식적으로 서로의 신분을 몰랐다. 얼마의 예산을 받아 어떻게 조직을 구성했는지도 몰랐다.
따라서 그중 두 개 이상의 조직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도 상당수 있었다.
황제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조직을 만들었다.
일차적인 목적은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서 건지지 못하는 정보가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다른 목적은 중복성에 의해 정보 조직끼리 상호 견제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나가 역심을 품으면 다른 조직들이 자동으로 알게 된다.
감히 황제의 눈을 가리고 거짓 정보를 흘려 권력을 탈취하지 못하게끔 안전장치를 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지금까지도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는 몸이 불편해지기 전에도 이미 상당히 관성에 젖어 있었다.
자신의 심복들을 믿었고, 젊었을 때처럼 정력적으로 인재를 모으지 않았다.
새롭고 모험적인 인사를 하는 대신 공을 세우거나 자리를 오래 지킨 수하를 그대로 승진시켰다.
그런 이유로 비밀수사관들은 오래 자리를 지켰다. 가장 오래된 자는 벌써 십오 년이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해 모를 수가 없었다.
황제의 명령 없이도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그 탓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이라고 숫자가 써진 가면을 쓴 자가 그것을 지적했다.
“4가 워낙 다급하고 중한 일이라고 말하여 참석하긴 했으나 이것은 옳지 않네.”
“폐하가 쓰러지셨는데, 세세한 규칙에 언제까지 구애받을 건가?”
4의 가면을 쓴 콥이 말했다.
가면 너머로도 1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역력했다.
“그럴 때일수록 주의를 기울여야지. 폐하께서 규칙을 의미없이 만드셨다고 생각하는 건가?”
2가 동조했다.
“본디 우리들은 황제 폐하께서 부르시기 전에는 황궁에 들어오지 않는 게 법이다.”
7도 말했다.
“4가 계속해서 폐하의 주변을 조사하고 다닌 것이야말로 무엄한 일이었지.”
1이 다시 말했다.
“자네가 황궁 안의 정보를 모으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네. 그래서 오히려 자네에게는 금지된 일이었을 터인데.”
콥은 반박했다.
“내가 괜히 그런 짓을 했겠나? 폐하의 주위에 수상한 기색이 있었어.”
콥은 의심했다.
그는 로산 후작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에는 로렌스의 아래에서 한편이었던 때도 있었다.
그 로산 후작이 세드릭에게 붙었다.
그런데 황제의 병세가 악화된 것에 그녀가 개입해 있지 않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단순히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일에 한해서만은 증거가 없을 수가 없었다.
병이 악화된 것이다. 약이든 음식에는 어딘가에는 손을 썼을 것이다.
이런 것은 이간질과는 달라서 찾으면 반드시 물증이 나온다.
6이 말했다.
“자네가 과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폐하의 지병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어디에서도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네.”
“특별히 외부에서 들어온 물건을 쓰신 적도 없었지.”
1도 대꾸했다.
콥은 테이블 밑에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로산 후작이 수를 썼을 거라고 지금은 주장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일하는 방식을 콥은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누가 믿겠는가? 에브론 대공과 결혼했을 당시에 그녀의 나이는 고작 18살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은 성녀였다.
성녀라니. 로산 후작을 아는 자라면 누구도 믿지 않을 헛소리였다. 사원과 짜고 저지른 짓이 틀림없었다.
성력으로 증명했다고? 그게 뭐가 어쨌단 말인가?
진짜 성녀가 그녀의 수중에 있다. 뭔가 방법을 찾아낸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콥은 그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해야 이런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자네들은 이대로 있자는 뜻인가? 폐하께서 에브론 대공과 대공비를 감찰하라고 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일이 터졌는데?”
“난 아직 의심스러운 구석을 찾지 못했네. 로이가르 대공을 상대로 공작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역모인지 아닌지 판단하실 것은 폐하께서 하실 일이지.”
“폐하께서 황태자를 마음에 차지 않아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자의로 움직일 생각은 없어.”
“황태자와 원한이 생긴 건 4가 공적을 다투느라 무모한 짓을 해서 생긴 일이 아닌가? 공연히 그것을 대의로 포장하여 충성에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2와 6, 7이 연이어 말했다.
콥은 굴욕감을 느꼈다. 1이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자아, 4. 자네가 염려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닐세. 폐하께서 황태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은 사실이고, 자네가 충성심에서 그러는 줄을 왜 모르겠는가?”
“…….”
“그러나 우리는 폐하의 수족에 불과하네. 이미 결정하신 일을 우리가 뒤집을 수는 없어.”
“퍼거슨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황태자를 찍어내겠다고 결단하시지 않았다네.”
콥의 목구멍에서 로렌스에 대한 말이 튀어나가려 했다. 그분이야말로 황제가 선택한 진정한 후계자라고.
로렌스가 금지하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로렌스는 딱 잘라 말했다.
「네가 수도에서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짐의 이름을 팔지 마라.」
「제가 어찌 감히 대계를 망치겠습니까? 하오나 어떤 자들에게는 따를 이름이 있어야만 합니다.」
「짐은 네가 품은 그 저열한 감정에 흥미가 없다.」
로렌스는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짐이 수도로 와서 너를 쓴 것은, 네가 각별해서 아니라 마침 쓰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콥은 고개를 조아렸다.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두려움은 황홀한 전율과 이어져 있었다.
그는 로렌스를 거역할 수 없었다. 하물며 허락 없이 이름을 팔아 세력을 만들 수는 없었다.
1이 말했다.
“폐하께서 깨어날 때까지 각자 에브론 대공가를 조사하는 것은 계속하도록 하지. 본래대로라면 허가되지 않은 일이나,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폐하 주위에 혹 수상한 일이 없는지 각자 알아보도록 하고.”
그것으로 되겠느냐고 1이 물었다. 콥 대신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3이 말했다.
“만일에 황태자 전하께서 즉위하신다면, 그때는 규칙에 따라 우리의 정체를 알리면 될 일.”
“동의하네.”
“나도 동의해.”
“이견 없네.”
그것은 규칙이었으므로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콥만은 마음속으로 헛웃음을 머금었다.
그 규칙은 그레고르 황제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아직 1대도 지나지 않았다. 실효가 없었다.
그러나 규칙에 저항할 수는 없었다. 쓸 만한 정보조차 건지지 못했다고 콥은 허탈한 기분으로 일어섰다.
3이 나오는 길에 콥에게 낮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1은 늙어서 규칙이 어쩌고 하는 고리타분한 소리나 해대지만, 나는 자네 의견에 찬동일세. 북부놈 아가리에 제국을 집어넣을 수는 없지.”
콥이 돌아보기 전에 3은 재빨리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른 비밀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콥도 그랬다. 자기만 아는 길로 빠져나가 타고 온 마차에 올랐다.
막 가면을 벗으려는데, 마부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콥은 마부석으로 연결된 창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이것을 받았습니다.”
콥은 작게 접힌 쪽지를 폈다. 맨 윗줄에 『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밑에는 몇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 군부 요인들의 이름이었다.
콥은 그 의미를 금세 눈치챘다.
이자들은 동부와 유착된 자들이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만약의 경우에 세드릭 편을 들지 않을 자들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5의 필적이었다. 비록 오늘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5는 아군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이쪽이 유리해진다면.
그렇다면 해볼 만했다. 5는 군부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을 것이었다.
콥은 종이를 곱게 접어 품에 넣었다.
* * *
퍼거슨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세드릭에게 인사를 올렸다.
황제를 알현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물론 그는 침실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어의와 시종장, 근위 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침실 입구에서 황제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었다.
길게 보지 않았으나 황제가 의식이 없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경이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네.”
세드릭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퍼거슨은 고개를 숙인 채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세드릭 같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가진 직책 또한 세드릭의 호의를 살 수 없는 일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갈려나갈 것이 퍼거슨의 위치였다.
게다가 그는 과거의 한때에 세드릭을 어리석다고 조소했던 적도 있었다. 세드릭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드릭이 황태자였다. 황제의 진실한 뜻이 어디에 있든 간에, 그가 깨어나지 못하면 세드릭이 황제가 될 것이었다.
깨어난다 해도, 그때 황제가 지닌 권력은 쓰러지기 전과 다를 것이다.
당장 퍼거슨 자신부터도 미래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세드릭이 말했다.
“나는 자네가 운영하는 수사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네.”
“황태자 전하…….”
“자네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약속하겠네. 조직 자체를 남길 수는 없으나 구성원은 어느 누구도 빠뜨리지 않고 치안청에 통합될 걸세.”
퍼거슨은 지금이 가장 자기 몸값이 높은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드릭은 황제의 수사 조직을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비밀수사관이 누구인지는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양지에 있는 퍼거슨을 첫 번째 포섭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지금 이상의 제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기 휘하의 수사관들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비록 황제 직속의 수사관으로서 행사하던 초법적인 권력은 사라질 테지만 말이다.
안전하게 권력다툼에서 물러나면서 인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좋은 보상이었다.
잘하면 치안청을 장악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자신에게도. 명예와 부귀가 남고, 어느 정도는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퍼거슨은 공손히 말했다.
“비밀수사관들이 회의를 했습니다.”
충성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쓸모부터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단순히 전 정권의 지위로 보상받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새 주인을 위해 공도 세워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팔아먹을 수 있는 정보가 아주 많이 있었다.
“일곱 중 다섯이 황태자 전하를 적대할 의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에서 그중 둘은 제 뜻을 숨겼고, 하나는 거짓으로 적대적 주장을 한 자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 하나가 자네의 동료이고?”
“예.”
비밀수사관들이 퍼거슨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거슨 역시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