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75
악녀는 두 번 산다 274화
퍼거슨은 한 명이고, 비밀수사관은 일곱 명이었다.
이것이 산술적으로 퍼거슨의 힘이 7배 강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황제가 비밀 수사관의 힘을 더 잘게 쪼개어 견제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양지의 수사 조직은 관료들에게 견제되고, 황제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
반면 비밀 조직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견제하고자 제한해둔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역으로 작용했다.
황제가 손쓰지 못하게 되었어도 퍼거슨의 조직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통제권은 황태자에게 이양되었다. 젊고 건강한 황태자가 존재를 인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권한은 강해졌다.
오히려 비밀 조직이 쪼그라든 만큼 부풀어 올랐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합법적인 권력의 힘이다.
반면, 비밀 조직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사람을 모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콥은 최대한 조직원을 숨기고 정보원의 연결망을 파편화시켜 흩어버렸다.
정보원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누가 누구의 수하인지, 진정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콥이 혹 말을 잘못 흘리면, 오히려 공적을 세우기 위해 그 정보를 들고 달려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으니까.
그러자 조직원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소수만 남았다.
3과 7도 핵심 조직원만 남아 물밑으로 가라앉는 데에 성공했다. 콥이 미리 경고한 것을 믿은 덕택이었다.
콥에게 경고를 받았으나 믿지 않았던 5와 6의 조직은 미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한꺼번에 붙들려갔다.
‘로산 후작이……!’
콥은 이를 갈며 증오를 불태웠다.
이건 퍼거슨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설령 비밀 수사관의 이름을 알아도, 점조직으로 구성된 조직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핵에 해당하는 이름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그물망을 펼쳐 한꺼번에 잡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
황제의 누이이자 책사였던 대귀족이 그런 사소한 자의 이름까지 다 기억했다고 하면 믿지 못할 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로산 후작은 본래부터 기억력이 좋았다.
스치듯 흘린 이야기를 몇 년 후에까지 기억했다.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이름들도 마찬가지였다.
콥은 그녀가 황궁의 세탁부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억이 돌아온 뒤에 콥은 나름대로 조직 구성원을 일신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단기간에 믿을 만한 자를 찾아 사람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활동 범위를 축소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까지 걸렸기 때문에 망설인 것이 결국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콥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부조직은 어차피 정보원일 따름이었다. 비밀 조직의 진짜 힘은 비밀 수사관이 갖고 있는 정련된 정보에 있었다.
세드릭의 계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 나서 반대를 말하는 자는 없었다.
멍청한 에이슨 백작 무리가 한 차례 고발에 실패한 덕분에 세드릭의 정통성에 시비를 걸 수 있는 자는 없게 되었다.
트집을 잡자니 일신에 도덕적 흠결이 없었다. 에브론 대공령을 공격하여 불신을 심으려던 시도는 아르티제아가 성녀임을 밝히면서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카리스마와 야심을 겸비하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낼 만한 리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세울 황제 후보도, 적절한 명분도 없으면, 결국 그것은 반역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신중하게 몸을 사리고 있었던 자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계속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세드릭은 온건하게 계위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그의 치세 전체 동안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긴 했다. 그래도 적어도 그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당장 숙청을 감행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콥은 거기에 새로운 위협을 던졌다.
“에브론 대공이 황권 강화를 위해 무작정 숙청을 하지는 않겠지요. 네, 저도 인정합니다.”
콥은 아르티제아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상대는 성녀라고 인정되고 있었다. 비록 신심이나 경건함 따위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상대라 해도, 신념 있는 무신론자가 아니라면 신에 대한 이야기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았다.
아르티제아의 영활함을 눈치 챈 자가 있을지 몰라도, 간교한 음모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과거의 로산 후작을 아는 자뿐일 것이었다.
대신 상대가 불안해할 이야기를 건드렸다.
“비록 대리청정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폐하의 수사 조직을 손에 넣는 것이었지만요.”
“황태자 전하께서 고지식하시긴 해도 어리석은 분이 아닌데, 당연히 하실 일을 했을 뿐이네.”
“어리석지 않으니 일부러 함정을 만들지 않더라도, 있는 명분까지 쓰지 않을 린 없겠죠.”
“자네는 나를 협박하는 건가?”
“천만의 말씀. 비밀 수사 조직은 본디 황제 폐하의 것입니다. 이대로 에브론 대공이 계위한다면, 저를 비롯하여 비밀 수사관들은 당연히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조직과 자료를 모두 넘길 것입니다.”
콥은 또 이렇게도 말했다.
“에브론 대공에게 경을 처형하는 일은 숙청이 아니라 법집행이거나 정의구현일 것입니다.”
그것은 객관적인 경고이면서, 명백히 협박이었다.
비밀 수사관들의 손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부패는 권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가문을 계승하고 부귀를 유지하기 위해 저질러온 모살은 승자라는 이름으로 용서되었다.
유력가가 저지르는 쾌락형 범죄는 크게 터져 여론이 악화되기라도 않는 이상에는 처벌된 적이 없었다.
그런 정보는 그레고르 황제의 손에 있을 때에는 정치적으로 기능했던 것들이다.
그것을 정치로 만들면 타협할 수 있었다. 신하들은 기꺼이 충성을 바쳤고, 황제는 눈감아 주는 것 이상의 보상을 함으로써 주종 계약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세드릭은 아니었다. 그는 파벌주의자가 아니었다. 정치 논리도 일을 판단하는 적도 좀처럼 없었따.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다고 해서 죄를 눈감아줄 사람이 아니었다.
세드릭을 지지하지 않는 자들은 그때까지는 명백하게 반대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랬다면, 그가 황제의 양자가 되기 전에 최선을 다해 공격했으리라.
하지만 콥의 협박은 그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만일에 거사가 성사되지 않으면, 비밀 수사관이 가진 자료는 세드릭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명분이 되어 그들의 목을 조이게 될 것이다.
고사하거나, 일을 도모하거나.
후자의 선택지는 현실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황제는 병들었고, 강건한 황태자는 황제의 명령을 받아 대리청정 중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하는 자들이 많았다.
“폐하께서 내리신 명은 황태자에게 정무를 맡기신다는 것이었네. 황태자를 반역자로 쳐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세드릭에게 충성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콥이 에브론 대공이라고 말했을 때에 먼저 그것을 지적하고, 노하여 체포하거나 하다못해 쫓아내야 마땅했다.
요컨대 그들이 발을 빼는 것은, 거사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콥에게 더 그럴 듯한, 안전한 전략을 짜오라는 뜻이기도 했다.
콥은 역겹다고 생각했다. 이자들에게는 충성심도, 의기도 없다.
‘눈앞에 달린 먹을 것에밖에 관심 없는 돼지새끼들.’
그러나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이용하기에 좋았다. 황제도 그렇기에 이런 자들을 신하로 삼은 것이다.
콥은 어차피 이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세력을 구성하거나 연판장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누가 동조자인지에 대해서조차도 숨길 작정이었다.
그러면 저희들끼리 모여 미래의 권력을 다투느라 일이나 망칠 것이다.
공연히 눈에 띄는 움직임을 만들어 퍼거슨의 정보망에 걸릴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콥 자신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제한해야 했다. 그가 가진 것은 정보뿐이기 때문이다.
저들은 자신이 주는 정보에 따라 순서대로 움직여주면 될 뿐이다.
‘로산 후작이 성녀를 자처한 것은 나중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된 일이지. 진짜 성녀가 나대지 못하게 되었으니.’
리시아의 신분은 모르텐 남작가의 딸에 불과하다. 성녀가 아닌 이상 황후가 될 수는 없었다.
로렌스가 기어이 그녀를 원한다면, 황궁 깊이 정부로 숨겨두는 정도로 족했다.
어차피 로렌스는 리시아가 대외 활동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신경 쓰는 것도 싫어했다.
세드릭만 제거하고 나면, 로렌스를 황위에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산 후작이 제아무리 궤계에 능하다 해도, 몸이 약하고 가진 무력이 없다시피 했다.
그녀는 권력자에게 기생할 수는 있어도 그 자신이 권력자가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전처럼 이미 공신의 수좌로 명성 높은 것도 아니었다.
몸 약한 가짜 성녀 하나쯤 유폐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는가?
‘레티샤 공녀 하나만 남으면, 그다음은 식은 죽 먹기지.’
콥은 아직 로렌스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로렌스를 지금 내세웠다가 어리석은 자들이 돌아설까 염려한 탓이다. 그자들은 강력한 황제보다는, 어린 아기를 옹립해두고 제멋대로 굴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이번에야말로 로렌스가 진짜 잔혹하고 완벽한 황제가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로산 후작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었다.
* * *
이 같은 정보는 퍼거슨을 통해 세드릭의 귀에도 들어와 있었다.
“퀼레 장군이.”
“예, 딘스키 콥이 퀼레 장군과 접촉하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들이쳤습니다.”
퍼거슨은 거의 신나 하는 태도로 말했다.
항구 수비대의 퀼레 장군은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 경비대에 힘을 쓴 자였다.
그는 처음부터 세드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원체 뇌물을 좋아했다. 휘하 장교는 뇌물 액수대로 승진시키고, 병량을 빼돌려 팔아먹기도 잘했다.
그가 성향이 잘 맞는데도 로이가르 대공 파벌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가문도 별 볼 일 없었고, 그렇다고 출세한 후에 부귀를 쌓는 데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드릭이 권좌에 오른다면 가장 먼저 긴장해야 할 종류의 사람이었다.
항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 세드릭도 이미 그가 개입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황제의 지시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던 퍼거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그를 지켜보고 있다가 콥과 접촉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들이닥친 것이었다.
“물론, 은밀하게 했습니다.”
퍼거슨이 얼른 덧붙였다.
이번 일은 그가 세드릭을 섬기기로 하고 나서 세운 첫 번째 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밀 조직 일부를 잡아들인 것은 정치 수사 조직 자체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퍼거슨의 조직도 그 일부였으므로, 내부 정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역의 꼬리를 잡은 셈이었다.
그는 퀼레 장군으로부터 콥이 북부를 아사시킬 작정으로 항구에 불을 질렀다는 증언까지 받아낸 다음이었다.
“그런 것을 걱정한 것은 아닐세.”
하지만 세드릭은 조용하게 대답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