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77
악녀는 두 번 산다 276화
빈민가에서 소요가 발생한 것은 그날로부터 사흘 뒤의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사원의 무료 급식소에서 저녁 배식 중에 누군가가 성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급식소에 다니는 자 중 몇 명이 병으로 죽었고, 또 적지 않은 수가 앓아누웠다고 했다.
매년 있는 일이었다. 사실 빈민가에서 어제 있던 사람이 오늘 보이지 않는 일은 흔해빠진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선동가가 끼어들자 상황이 달라졌다.
“성녀님이 계셨다면 이렇게 되었을 리 없어.”
그렇게 주장하는 자가 몇 명이나 되었다.
“서부에서 역병을 고치고 계시다면서. 왜 수도를 버리고 거기로 가신 거지?”
“이게 다 사원 탓이야.”
“서부 역병은 서부 놈들이 끌고 들어온 거야. 왜 그놈들부터 보살피시는 거지.”
“귀족 놈들이 황태자 전하를 배교자라고 모함하려고 성녀님을 쫓아냈다고 하더군.”
그것은 선후가 틀린 이야기였다. 아르티제아가 성녀임을 밝힌 것은 배교자라는 고발이 있었을 때의 일이니까.
그러나 사실을 비틀어 말해도 확인할 수 있는 자는 빈민가에는 없었다.
그 소문까지는 별것이 아니었다. 서부와 북부를 멸시하고 비난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황태자 책봉식으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
꽃을 뿌리고 초를 피우며 축복한 기억은 수도 시민들 머릿속에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를 위해 뿌려진 막대한 재물과 환희 가득했던 축제도.
성녀인 황태자비에 대한 사랑이 아직 열렬하게 남아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일을 벌일 수 없었다.
“사원에 성녀님을 돌아오시게 해 달라고 청합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분위기를 탄 덕에 무료 급식소에 서 있던 자들이 우르르 사원으로 몰려갔다.
사원에서는 늘 그렇듯이 이런 일에 경계를 가지고 반응했다.
그 와중에 누가 먼저 폭력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사제 한 사람이 부상당하자 치안청이 나섰다.
그때쯤에 처음에 그것을 유도한 자는 가장 먼저 폭동에서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다음이었다.
비밀 수사관들은 당황했다. 콥은 물론이고 정작 빈민가에 공작을 하고 있던 5도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빈민가에 공작을 하는 것 자체가 합의된 일이 아니었다.
5는 브레넌 백작과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빈민가 일은 브레넌 백작의 요청으로, 대리청정 중인 황태자의 정치력을 문제 삼기 위해 뿌린 여러 씨앗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렇게 갑자기 폭동이 터질 줄은 몰랐네.”
5는 사죄하는 말투로 말했다.
“소문을 다소 낸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진짜 서부 역병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이런저런 황태자에 대한 불만이 평소보다 조금 더 퍼지는 정도로 끝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게 이제 와 무슨 소용인가? 실제로 폭동이 발생했는데.”
6이 책망했다.
빈민가에서 가까운 사원에서 시작된 폭동은 성녀를 모셔오라는 청원에서 성녀를 쫓아낸 귀족들의 목을 매달자는 구호로 바뀌고 있었다.
사실 아르티제아가 직접 자선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우습기까지 한 일이었다.
7이 말했다.
“뭐,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니 그만들 하게. 어차피 치안 병력이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면 유리한 일이지.”
“치안청에서 조기 진압할 가능성은 어떤가?”
“몽둥이와 방패로 막고 있는 정도라서 그다지. 폭동도 아직 사원과 집 몇 개를 때려 부순 정도인 듯하고.”
“치안청장은 에브론 대공의 눈치를 보고 있을 테고, 폭도들 쪽도 아직 그렇게 흥분한 것은 아닌가? 그것도 에브론 대공 때문인가?”
3이 중얼거렸다.
5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폭도들을 조종하는 자가 있는 듯하더군.”
“그거 나쁘지 않은데.”
콥이 말했다.
“일부러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는 목적이 있지 않겠나? 그렇다면 이쪽에서 적당한 제안을 해서 포섭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포섭해서 어쩌려고?”
“7의 말처럼 치안 병력이 나누어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까. 일을 좀 키운다면…….”
그때였다.
다급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5가 가면을 쓰고 문 밖에서 쪽지를 받아 가지고 들어왔다.
“이건 3에게 온 것이로군.”
그가 쪽지를 펴서 읽고 콥에게 건 네주었다.
콥은 빠른 눈으로 쪽지를 훑어 내렸다.
“에브론 대공이 황궁 밖으로 나갔다는군.”
“빈민가로 가는 건가?”
“나가서 직접 설득할 모양이야. 여전하군.”
콥이 빈정거렸다.
7이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가 아닌가?”
치안 병력은 몽둥이와 방패로만 무장하고 있다. 황태자는 소수의 호위대만 거느리고 나갔을 것이다.
폭도에게 유화책을 쓰는 데에 중무장한 군대를 끌고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콥이 잠깐 머뭇거렸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7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세드릭을 황궁 밖에 끌어내어 붙들어두는 것이 이번 거사의 선행 조건이었다.
어쨌든 이 거사의 핵심은 세드릭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암살은 불가능하다. 비밀 수사관들만이 아니라 이 거사에 참여할 자 대부분이 암살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콥은 이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자로는 그를 살해할 수 없었다. 과거에 서부에서 있었던 그 수많은 시도를 생각하면, 소규모 부대의 기습 정도로도 불가능했다.
에브론 기사들은 마지막 한 명이 죽을 때까지 그를 지킨다. 설령 전세가 기울더라도 세드릭이 한 몸 빼내어 탈출하는 것은 가능했다.
독살도 어려웠다. 그것이 취약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황자궁에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모든 음식과 음료를 그 자리에서 기미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즉효성 맹독이 아닌 것이 통할 만큼 약한 몸도 아니었다.
결국 방법은 탈출이 불가능하도록 대규모 군대로 포위하여 몰살하는 것뿐이었다.
황명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황궁 안에서는 어려웠다. 세드릭이 황궁에 있는 동안 황제의 처소까지 잠입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다.
설령 잠입해서 황명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군대가 황궁 안으로 진입할 수는 없었다.
세드릭이 황제를 다시 확보한다면 황명도 쓸모없어질 공산이 컸다.
황제와 황태자가 같이 있는 이상, 무슨 명분을 들고 나오더라도 역모가 될 뿐이었다.
그러면 다수를 차지하는 충성스러운 중앙군은 세드릭의 명령을 받아 움직일 것이었다.
“지금이 적절한 때가 맞아.”
콥은 인정했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드릭이 밖에 나간 시점에서 해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비밀 수사관들도 미리 약속했던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횃불이 활활 불타올랐다.
세드릭은 이십여 명의 기사만 거느리고 빈민가에 당도했다.
“강제 진압은 안 돼. 이 소요는 곧 가라앉을 걸세.”
“하오나 전하. 총 몇 발이면 해산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진짜로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어쩔 텐가.”
치안청장은 그게 무슨 별일이냐고 생각했다.
빈민가 안에서 싸움과 약탈이 벌어지는 것은 언제나의 일이었다. 그 분노가 거리 밖으로 뛰쳐나오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원이 파손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신경 써서 출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지원을 더 불러 밀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다음 몇 놈을 주모자로 잡아 목을 치면 끝난다.
세드릭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황태자가 나타나자 폭도들이 움찔했다.
귀족의 목을 매달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분노를 자극하기 위해서 소리 지른 것이었다.
몽둥이를 들고 나오면서도 진짜로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분노는 더 높은 곳까지 치닫지 않고 비교적 가까운 권력-곧, 치안대와 고리대금업자, 집주인 같은 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세드릭은 성녀의 남편으로서, 또 희망이 가득했던 황태자 책봉식의 주인공으로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었다.
황태자가 이곳에 왔다는 소식이 저 뒤쪽까지 퍼뜨려졌다.
사람들은 불을 지르려고 가져온 기름통을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몽둥이와 칼도 모두 바닥을 향했다.
세드릭은 그것을 담담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거리는 이제 완전히 조용해져 있었다.
불안과 기대로 빛나는 눈동자들이 세드릭을 바라보았다.
“식량과 의사를 약속하지.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고, 올해 가을부터는 우물과 하수도 정비도 시작될 것이다.”
세드릭이 말했다. 그때 누군가 한 명이 깨달은 듯이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마치 모두가 기겁하며 뒤따라 무릎을 꿇었다.
“오늘 밤의 일은 불문에 부칠 테니, 이대로 돌아가도록.”
세드릭은 그렇게 말하고, 가장 먼저 무릎 꿇은 자를 쳐다보았다. 덩치 큰 남자였다.
“자네, 일어나게.”
그가 우물쭈물 일어섰다. 세드릭의 시선이 그의 주변을 스윽 훑었다.
‘젠장, 쳐다보지 마.’
라이 피젯은 고개를 팍삭 숙인 채 속으로만 생각했다.
끝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앞사람 등허리를 찔러 무릎을 꿇게 했는데, 괜한 일을 했다.
하지만 세드릭은 그러지 않았어도 그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지금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의 얼굴을 짐작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뒤의 자네도.”
라이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섰다. 세드릭은 거의 정확하게 라이의 무리를 지적하여 일으켜 세웠다.
“사원까지 안내하게.”
제발 운 없이 걸린 자처럼 보이기를 바라며 라이는 고개를 숙이고 걷기 시작했다.
그가 수도로 돌아온 것은 로이가르 대공이 축출된 뒤의 일이었다.
밀라이라가 총애했던 강령술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흔적조차 남지 않은 지 오래였다.
로이가르 대공이 죽고 카멜리아 후작가의 일도 끝났다. 그러니 수도로 돌아와도 알아보는 자가 없을 것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그에게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라고 했다.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만큼 돈도 주었다.
하지만 라이는 그곳에서 오래 있지 못했다.
한적한 귀농 생활을 즐기며 유유자적 살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겪어 버렸다.
비록 자신이 한 일은 아닐지언정, 자기 손에 닿은 일이 제국 정계를 뒤집어엎는 일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라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아르티제아에게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녀를 거의 매일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그러다가 프레일의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결국 끼어들어서는 안 될 일에 또 끼고 말았다. 황궁은 올려다보고 구경하면서 욕이나 할 때가 제일 재밌다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해산시키게.”
세드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모으고 헤치는 일이 그리 쉽겠습니까? 제가 이 무리를 다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소문을 좀 내고 구호 몇 개를 외쳤을 뿐입니다.”
폭동을 일으켰다 가라앉혔다, 그게 장난처럼 간단한 것은 황태자 전하의 회의실에서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드릭은 가벼운 마음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안내하게. 될 수 있으면 빨리.”
라이는 그를 곁눈질했다. 세드릭이 장갑을 당겨 꽉 끼었다.
그가 왜 그러는지 라이는 다음 순간에 이해했다.
쾅!
건물 하나가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