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82
악녀는 두 번 산다 281화
나탈리아의 연검이 알덴의 옆구리를 쑤셨다.
“큭……!”
나탈리아는 그대로 알덴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냈다.
연검은 낭창하여 숨기기는 좋았지만, 살상력이 부족했다.
이왕 무기를 뽑았으니 지금 황자궁에 있는 자를 모두 죽여야 했다.
「이언츠가 황태자의 배를 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입니다. 하지만 직접 싸움에 참전했는지 아닌지는 큰 차이가 있겠죠.」
베르나트가 심각한 태도로 말했다.
「만일에 반황태자파가 승리하고, 그때에 당신이 싸웠다는 것이 알려지면, 이언츠 왕세자비가 제국의 황위 계승을 건 내전에 참여한 셈이 됩니다.」
「네.」
「무기를 뽑을지 말지의 선택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만, 손을 쓴다면 확실하게 해주십시오.」
나탈리아는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녀는 베르나트의 비밀 호위였다. 만일에 실력이 드러난다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나탈리아는 검을 확보하자마자 뒤돌아섰다.
세 명의 근위대원은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처 그들이 대처하기 전에 나탈리아는 한 명의 목을 찔렀다.
“왕세자비!”
알덴이 비명 섞인 고함을 질렀다. 두 명의 근위대원 중 한 명이 검을 뽑고, 한 명은 총을 뽑았다.
그것은 둘 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총은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검을 든 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탈리아는 먼저 총을 든 자의 손목을 베었다.
까앙!
총이 떨어지며 대리석 바닥에 흠이 났다.
사람은 손목만 베여도 전투력을 잃는다. 그게 주로 쓰는 손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고통으로 손목을 감싸고 주저앉는 근위대원을 걷어차 밀쳐내고 나탈리아는 알덴에게 돌아섰다. 그리고 권총을 뽑으려는 알덴의 손을 짓밟았다.
“끄, 아악……!”
손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알덴이 비명을 질렀다.
당황한 근위대원의 검 끝이 흔들렸다. 준비된 상태에서도 일대 일로 나탈리아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퍽!
싸움은 금방 끝났다.
나탈리아는 알덴의 검을 던져버리고, 장갑에 묻은 피를 테이블보에 닦았다.
그리고 죽은 자들의 무기를 챙겼다.
“후…….”
한숨이 나왔다.
가능하면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신을 놓아두고 가주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빈 저택에서 레티샤와 미엘르를 구하여 이동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으니까…….’
손을 쓰려면 확실하게 해야 했다. 그것은 베르나트의 명령이기도 했다.
살려두었다가 지원군이라도 불러 오면 에브론 기사단도 없는 싸움터에 아기를 던져놓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야 애초에 손을 쓰지 않는 것만 못한 일이다.
어차피 세드릭이 승리한다면, 반역자로서 처형당할 놈들이었다. 나탈리아는 그렇게 마음을 달랬다.
3층에는 사람이 없었다. 혹, 수색 부대가 남아 있다면 싸움 소리를 듣고 달려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나탈리아는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아기 방 앞에 섰다.
복도에는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오늘 밤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장소였기 때문이다.
삼십 구 이상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카페트에 피가 흥건하여 밟을 때마다 질척질척했다. 하지만 나탈리아는 그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녀는 시체를 넘어 아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났다.
‘문제가 생기면 미엘르 영애가 황손을 안고 숨겠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탈출했나?’
그렇다면 걱정은 없었다.
그때였다.
“꺅!”
나탈리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헤젤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헤젤 영애.”
“아, 죄송해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어요.”
헤젤이 고개를 숙였다.
나탈리아는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헤젤에게 미엘르에 관해 물어보려던 때였다.
“대장님! 여기 사람이!”
탕!
나탈리아는 미리 장전해 두었던 알덴의 단총으로 망설임없이 그를 쏘아버렸다.
헤젤이 경악했다.
“1층에 아무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영애를 뒤쫓은 자가 있는 것 같군.”
나탈리아는 총알을 다시 장전하며 말했다.
“영애, 일단 몸을 피하는 게 좋겠어.”
“하지만 미엘르가……!”
“잘 숨어 있는 것 같으니 차라리…….”
그때 숨이 넘어갈 듯이 애앵애앵 우는 소리가 들렸다.
“헤젤 영애, 빨리!”
나탈리아는 단총을 허리춤에 꽂고 이번에는 머스킷을 장전했다. 레티샤의 울음소리는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면 당연히 들키게 되어 있다.
헤젤이 조각 패널 쪽으로 달려가 그것을 힘껏 뜯어냈다.
“미엘르!”
미엘르는 비몽사몽 반쯤 혼절해 있었다. 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품에 꽉 안긴 레티샤가 거세게 울기 시작했다.
“후에앵! 애애앵!”
헤젤이 황급히 아기를 안아 들었다. 얼마나 울어댔는지 얼굴이 빨갛게 부르터 있었다.
나탈리아의 귀에 아래층에서 달려 올라오는 부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섯? 여덟?’
그만하면 충분하다.
“헤젤 영애, 그쪽 찬장 뒤에 가서 숨어.”
나탈리아는 말했다.
헤젤은 포대기를 한쪽 어깨에 끼고 미엘르의 뺨을 몇 차례 때렸다. 레티샤가 힘들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미엘르가 혼란한 채로 눈을 희미하게 떴다.
“헤젤…….”
“이쪽으로 와!”
그녀는 우격다짐으로 헤젤을 잡아 끌었다.
헤젤이 미처 몸을 다 피하기 전에 방문이 걷어차여 열렸다.
탕!
나탈리아가 쏜 총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자의 머리에 박혔다.
경악한 수색자들이 일제히 단총을 들었다. 그러나 바로 쏘지는 못했다.
나탈리아가 이언츠 왕세자비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탈리아는 한 호흡의 이익을 더 보았다.
두 발째 발포가 적시에 또 한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적의 기사는 일곱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섯으로 줄었다.
다섯 개의 칼날이 나탈리아에게 쇄도해왔다. 나탈리아는 머스킷을 들어 그것을 막아 옆으로 힘껏 쳐냈다.
그리고 칼을 뽑아 상대와 맞섰다.
‘할 수 있나?’
나탈리아의 시선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시간만 있다면 충분했다. 문제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레티샤와 미엘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헤젤이 레티샤를 안고 슬금슬금 문 쪽으로 옮겨갔다. 나탈리아는 그것을 알아채고 공격하는 자들을 창문 쪽으로 몰아붙였다.
그것을 눈치 챈 수색대장이 소리쳤다.
“황손부터 사로잡아라!”
나탈리아는 두 명과 동시에 칼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허리춤에 꽂았던 단총을 뽑아 놈을 쏘아버렸다.
그 순간 헤젤이 등불을 던졌다. 카페트에 불이 확 붙어 올랐다. 언제 뿌려놓았는지 등유 기름이 활활 타올랐다.
미엘르가 거의 엉금엉금 기어 문 밖으로 피했다. 그러다가 시체에 걸려 나동그라졌다.
“꺄, 아악!”
미엘르의 비명이 짜랑짜랑 복도에 울렸다.
“나탈리아 전하!”
헤젤이 소리쳤다.
나탈리아는 싸우던 놈을 걷어차 버리고 헤젤 쪽으로 달려갔다. 헤젤이 기름통을 뒤집었다. 방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빨리 가요!”
나탈리아는 미엘르를 들쳐 멨다.
둘은 각자 보호해야 할 사람을 안고 미친 듯이 뛰어내려갔다. 총성이 났으니 지원군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서문으로 가요. 거기까지만 가면 저희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마도 키쇼어도 와 있을 것이다. 황자궁이 습격당했다는 것을 알면 미엘르를 걱정해서 달려올 테니까.
벨몬드 편집장이 안가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헤젤은 오늘 밤에 황후궁의 살롱에 갔던 것이 아니라 몰래 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다.
에브론을 의심한 것은 아니다.
에브론 기사들은 세드릭을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 기꺼이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몸을 던질 것이다.
젖어미는 제 아기마저 내어놓았다.
그러나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에브론의 후계자였다. 레티샤 그 자체도, 아르티제아의 딸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세드릭과 레티샤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면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레티샤를 버릴 것이다.
미엘르와 헤젤은 아니었다. 마커스도 달랐다.
에브론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에브론을 위협하는 인질이 되더라도 레티샤의 안위가 더 소중했다.
그래서 따로 움직였다. 만일의 일이 생기면, 숨은 미엘르를 구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면 좋다. 생겨도, 황자궁이 안전하게 지켜지면 좋다.
그러면 별로 쓸모없는 일에 조금의 수고를 들인 것일 따름이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랐다.
불행하게도 사태는 이에 이르고 말았다.
“서문은 안 돼.”
나탈리아의 등에 매달린 미엘르가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날 정원에 내려놓고 황후궁으로 가 줘.”
“미엘르!”
“비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었어. 일이 생기면 황후궁으로 가라고. 그리고 황후궁이 훨씬 가깝잖아.”
그렇게 말하고 미엘르가 나탈리아를 밀어냈다.
“나탈리아 전하. 레티샤 님을 황후궁으로 모셔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나탈리아가 일단 미엘르를 내려놓고 곤란한 얼굴로 헤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미엘르를 내려다보았다.
“제가 딸려 있으면, 제대로 갈 수 없어요. 위험할 뿐이에요.”
미엘르가 할딱거리면서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헤젤이 입술을 깨물었다. 동갑내기 사촌이었지만, 병약한 미엘르는 헤젤에게는 항상 돌봐줘야 할 상대였다.
하지만 미엘르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말릴 수 없었다.
“제가 미엘르와 함께 서문으로 가겠습니다, 나탈리아 전하.”
그건 미끼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나탈리아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언츠 인이야.”
타국인에게 귀한 황손을 혼자 데려가도록 맡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비 전하께서는 나탈리아 전하를 믿으셨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헤젤이 말했다. 미엘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탈리아는 두 사람이 보이는 일방적인 신뢰에 무척 난처해졌다.
아르티제아가 사람을 잘 보긴 잘 보았다. 그녀는 그런 신뢰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고 헤젤의 손에서 포대기를 받아 품에 묶었다. 황후궁까지, 나탈리아가 혼자 달리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긴 했다.
그게 제일 안전했다.
“두 사람 다 부디 무사하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헤젤이 미엘르 몫까지 고개를 숙였다.
나탈리아는 달빛이 닿지 않는 정원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