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84
악녀는 두 번 산다 283화
근위대는 바짝 긴장했다.
근위 기사 중에 정치에 의견을 밝히는 자는 소수였다. 적극적으로 반 황태자파에 가담한 것도 세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머지 중에도 사무엘처럼 이번 일의 추이를 그저 지켜보기만 한 자가 다수였다.
근위대가 제대로 움직이면, 황자궁을 공격하는 일이 가능할 리 없다.
따라서 반황태자파의 근위 기사들은 미리 말을 흘려두었다. 곧 황명이 내려질 것이라고.
근위 기사들은 황제가 황태자를 견제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일단 한 번 눈을 감아버리자 그 뒤는 생각보다 사태가 너무 심각해져도 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 상황을 막으려면 반황태자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랬다가는 황명이 떨어졌을 때에 역적이 된다.
황제에게 충성하는 근위대로서는 그러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황후의 명령이 떨어졌다.
황명은 아직도 전달되지 않았다. 황태자는 부재중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황궁의 안주인인 황후가 그들의 명령권자였다.
가얀이 가장 먼저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근위 기사 가얀, 황후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기사들도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근위 기사 사무엘과 델마르의 마음에는 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황자궁이 지금 불타고 있었다. 황손이 위험에 빠져, 심지어 보부나 시녀조차 아니라 타국의 왕세자비 손에 안겨 도망쳐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얀이 이미 명을 받들겠노라고 말했다. 근위대원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황후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역할 수 없었다.
가얀이 앞장서서 나가고, 사무엘과 델마르가 그 뒤를 따랐다.
황후는 그다음에야 천천히 돌아서서 살롱으로 향했다.
그녀가 레티샤를 안고 들어가자 시선이 몰려들었다. 경탄에 찬 소리에 박수소리가 났다.
베르나트가 가장 먼저 박수를 치고, 그것에 뒤따르듯이 사절들이 박수를 보냈다.
황후는 레티샤를 안은 채 자리에 앉았다. 사절들이 앞다투어 인사를 올리러 왔다.
레티샤가 명명식 이래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보인 날이었다.
* * *
황자궁에서 최초의 폭음이 터졌을 때에, 반황태자파의 귀족들이 모조리 황궁으로 몰려와 있었다.
3이 미리 소식을 전달했다. 황명이 내려졌고, 황손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고.
그러니 알현실에서 모여 황명을 확인하고, 황태자 폐위를 확실하게 할 작정이었다.
본궁의 경비를 맡고 있던 베르톨트는 귀족들의 입궁을 가로막았다.
“해가 진 후에는 황제 폐하나 황후 폐하, 황태자 전하의 부르심 없이 입궁하실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황명을 내리셨으니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거요.”
“저는 전해 들은 바가 없습니다.”
베르톨트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에이슨 백작은 언성을 높였다.
“황자궁에 난리가 났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황자궁에 화재가 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인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으니 곧 끝날 겁니다.”
베르톨트는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귀하신 분들과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폐하를 모시고 있었습니다만, 황명이라니 금시초문입니다.”
근위대가 황궁 문을 철통같이 막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밖에서 공개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 귀족들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다.
일부는 다급히 마르타 백작 부인의 살롱 초대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황후의 명을 받는 근위대는 순식 간에 황궁 안을 진압했다.
가얀은 황자궁을 습격한 부대만이 아니라 황자궁의 시종, 하인, 본궁의 고용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을 끌어다 묶어 국문장에 던져넣었다.
그는 이미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콥을 통과시켰는지. 누가 호손 부대를 눈감았는지.
“하나뿐인 황손께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셨다.”
그 말은 황명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지금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황명을 운운하며 황궁을 어지럽히려던 자들도 모두 잡아 처넣어라. 한패일지도 모른다.”
황자궁만이 아니라 어두웠던 본궁까지 횃불 빛이 활활 타올랐다.
그러는 동안에 콥이 향한 곳은 가장 중요한 곳, 곧 수도경비대의 허드슨 총대장이 있는 곳이었다.
오늘 밤에 그의 계산은 틀렸다.
황후가 오늘 밤에 살롱을 열어 외교 사절을 모두 초대하리라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 시선이 있으니 황자궁의 싸움은 본궁은커녕 황후궁까지도 번질 수 없었다.
처음부터 반황태자파였던 거스와 알덴을 비롯하여 서넛을 제외하고, 추이를 지켜보려던 근위 기사는 모두 돌아섰다.
베르톨트가 황궁 문을 닫아걸고 엄중히 지킬 것도 몰랐다. 콥을 비롯하여 비밀 수사관들은 그를 성공적으로 협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콥은 마음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는 레티샤를 붙잡는 데에 성공하느냐 아니냐를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붙잡는다면 에브론을 제압하는 데에 인질로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드릭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만 성사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도에서 가장 강력한 병력은 수도경비대였다.
“에브론 대공과 기사단의 무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군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일당백이라는 말은 비유에 불과해.”
허드슨은 입가를 비틀고 그렇게 말했다.
“황명을 가져오게. 황명이 없으면 수도 안으로 진입할 수 없으니까.”
황자궁을 공격한 호손 부대를 비롯하여 약 2백 명 정도가 허드슨의 직권 명령으로 이미 수도 안에 진입해 있었다.
이것은 해당 부대의 부대장이 허드슨과 마찬가지로 반황태자파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군대를 이끌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황명 없이 수도 안으로 진입하면 그것은 그 자리에서 반역으로 규정되었다.
콥은 허드슨에게 황제가 수결한 편지를 전달했다.
완전 무장을 하고 대기하고 있던 수도경비대 1천이 움직였다.
세드릭은 빈민가 인근의 사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사원은 을씨년스러웠다. 낮에 폭도가 부숴버려 문짝과 창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이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긴 의자는 부서져 널브러지고, 커튼도 쥐어뜯겼다. 무사히 남은 제단이 달빛에 비쳐 을씨년스러웠다.
“점호.”
그를 따라온 에브론 기사들이 1부터 18까지 숫자를 세었다.
마지막으로 안쪽에서 나타난 기사가 부복하고 인사를 올렸다.
“중앙군 마베릭 외 1백 인,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수고하네. 소개는 끝났나?”
“예.”
세드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폭동을 유도한 자가 사원을 때려 부순 것은 이곳을 전투 장소로 쓰기 위해서였다.
이 사원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폭동에 휩쓸린 직후에 대사원에서 니코스 주교가 사제는 물론이고 인근 건물의 사람까지 수습하여 다른 사원으로 피신시켰다.
덕분에 지금 이 사원 일대는 비어 있었다.
세드릭이 빈민가로 움직이기 전에 마베릭이 먼저 사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군.”
세드릭이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에브론 기사들이 일단 긴장을 풀고 제각기 태세를 점검했다.
대신 30명의 중앙군 기사가 각자 총을 들고 창문 쪽에 자리 잡았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추격 가능한 속도로만 움직였는데도, 공격은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화기를 보충하려는 건가?”
세드릭은 중얼거렸다.
몇 명이나 베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백 명 이상이 뒤쫓아왔다.
그리고 오는 길에 그 숫자가 점점 불어났었다.
창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자는 드물었다. 아마도 귀족가에서 호위로 일하거나 돈으로 사들인 폭력배일 것이다.
“원군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에브론 기사와 직접 맞붙을 용기는 없을 테니까요.”
하긴, 그럴 것이다.
에브론 기사 중에서도 두 명이 부상당했지만, 그것의 20배 정도를 베었다.
추격이 계속되도록
지금쯤 다른 곳은 어떻게 되었을지 세드릭은 생각했다.
“옵니다!”
사원의 탑에서 망을 보고 있던 자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려왔다.
마베릭이 소리쳤다.
“몇이냐?”
“1천은 됩니다!”
마베릭의 얼굴에 긴장이 감돌았다. 수도경비대가 통째로 적으로 돌아서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드릭이 씁쓸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싸움이 더 커지겠어.”
그는 산발적으로 20인 정도가 발포하도록 명령했다. 상대가 매복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허드슨은 1천의 병력으로 사원을 빈틈없이 포위했다.
고작해야 20명도 안 되는 숫자를 경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단순히 밀어붙여 승리하는 것으로는 안 되었다.
중요한 것은 세드릭이 살아나가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허드슨은 화망을 형성해서 사원을 몰살시켜 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포위를 마치고 별동대 일부를 떼어 사원으로 돌격시키려던 때였다.
철컥!
수천 개의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울렸다.
사원을 둘러싼 건물의 모든 창문에서 총이 나왔다. 지붕마다 횃불이 타올라 사원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미리 만들어놓은 기름수로를 타고 불길이 달렸다.
매복한 중앙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원을 포위한 수도경비대를 또다시 다른 부대가 포위한 형상이었다.
남부 정벌군과 함께 아직 남부 가도에 주둔하고 있어야 할 보이든 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허드슨 총대장, 딱 한 번만 권유하겠소. 무기를 버리게 하시오.”
“보이든 장군, 황명에 거역하는 거요?”
“위조된 황명을 가지고 황태자 전하를 공격한 죄, 대역이라 해야 마땅하나, 경의 수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왔을 터. 전투가 벌어지면, 애꿎은 병사들만 희생되오.”
보이든 장군이 말했다.
“지휘관으로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보다 바로 공격해버리는 것이 옳았을 것이오. 그러나 경의 부하나, 나의 부하나 모두 제국의 충성스러운 병사가 아니오? 황태자 전하께서 무고한 희생을 원치 않소. 그러니 딱 한 번만 권유하는 거요.”
허드슨이 이를 악물었다.
중앙군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수도경비대는 사원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서 있었다.
돌아서려는 순간 중앙군이 등 뒤에서 쏴버릴 것이다.
전투는 허드슨이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수도경비대원 중 하나가 사원 안에 있는 것이 황태자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 나머지 당황하다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탕!
마베릭이 그것에 응사했다. 보이든 장군이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명령했다.
허드슨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친위대를 이끌고 사원 안으로 뛰어들었다.
세드릭을 붙잡아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문 안으로 진입하지도 못했다.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문 앞에서 그를 쏴버렸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것은 세드릭의 착잡한 얼굴이었다.